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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 자비의 희년, 무엇을 할 것인가 (4) 희년의 개인적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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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1-01 ㅣ No.338

[자비의 희년, 무엇을 할 것인가] (4) 희년의 개인적 차원


스스로 ‘자비의 도구’ 되어 사랑 실천으로 나아가길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비의 희년 선포 칙서 「자비의 얼굴」 말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끊임없이 베푸시는 자비를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며 살아가도록 이 특별 성년을 선포합니다.”

교황은 칙서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많은 가르침을 주었지만, 결국 그 핵심적인 요약은 ‘아버지처럼 자비로워져라’는 권고이다. 그리고 그 표징은 곧 우리들의 모든 일상 생활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교회가 참되게 복음화의 소명을 수행하는 것은 그저 거룩하고 좋은 말씀을 추상적으로 선언하고, 마치 자신은 모든 것을 다 이룬 듯 사람들을 향해 권고하기만 한다면 복음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그래서 교황은 “교회가 확신을 가지고 자비를 선포할 때 교회의 삶은 참되고 믿을 수 있는 것이 된다”고 분명히 말한다. 희망과 모순이 함께 존재하는 오늘날 세상에서 교회의 “첫째 직무는 그리스도의 얼굴을 바라보며 하느님 자비의 위대한 신비로 이끌어 들이는 것”이고 “자비의 참된 증인으로서 예수 그리스도 계시의 핵심인 그 자비를 찬양하고 실천하라는 부름”을 교회는 받고 있다고 강조한다.


자비 실천의 세 가지 차원

칙서에서 교황은 이러한 구체적인 체험과 실천의 부름에 대한 응답은 세 가지 차원, 즉, 신자들 각자의 개인적 차원, 교회 공동체의 내적 차원, 그리고 교회의 사회적 차원으로 나눠 아주 알기 쉽게 제시한다.

개인적 차원은 하느님의 자비를 묵상하고 체험함으로써 스스로 자비의 도구가 되어 자비와 사랑을 실천하는 데에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참회와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를 체험하는 것은 그 출발점이다. 성년의 순례를 통해 전대사를 받을 수 있고, 이는 성년에 주어지는 매우 특별한 표징이며, 자비의 체험의 표징이다.

교회의 내적 차원은 교회 공동체가 모두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 보여주는 ‘자비의 얼굴’이 되어야 할 소명이다.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하느님 사랑의 구체적인 표현 방식을 드러내어야 할 교회의 소명은 사목 활동의 쇄신에 대한 요청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세상 안에 하느님 자비의 표지가 되어야 한다는, 교회의 사회적 차원으로 연결된다. 자선은 물론, 정의평화를 위한 활동과 민족적 과제인 남북 화해와 통일, 환경과 생태 보전, 인간 생명의 존엄성 수호 등 사회와 세상을 하느님의 뜻대로 복음화할 소명은 곧 자비의 사회적 차원이다.


자비 체험의 수단 - 고해성사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자비의 희년을 뜻깊게 보내기 위해서 가장 먼저 참회의 영적 여정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이다. 교황은 칙서에서 하느님께서는 “무거운 죄에 대하여 완전한 용서로 응답하셨다”면서 “주님의 자비는 언제나 어떠한 죄보다도 더 크므로 그 누구도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막을 수 없다”고 단정한다.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이 말했듯이 “자비를 베푸시는 것이 하느님의 고유한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황은 희년을 잘 지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각자가 하느님의 자비의 은총을 직접 체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리고 그에 가장 합당하고 아름다운 수단이 고해성사이다.

칙서는 사순 제4주일 올해 3월 4일과 5일 거행되는 ‘주님을 위한 24시간’을 모든 교구에서 널리 시행할 것을 당부하면서 젊은이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고해성사로 ‘돌아오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이들은 고해성사를 통하여 주님께로 돌아가는 길, 열심히 기도하며 살아가는 길, 삶의 의미를 되찾는 길을 다시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교황은 확신한다. 그래서 교회는 다시금 확고하게 고해성사를 중시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우리는 “하느님의 위대하신 자비를 직접 깨닫게 될 것”이고 고해성사를 통해 모든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참된 내적 평화를 찾게 될 것이라고 교황은 가르친다.


희년의 특별한 표징 - 순례와 전대사

특별히 성년의 중요한 표징이자 실천 사항으로서, 교황은 ‘자비의 문’을 지나가는 것을 강조한다. 희년 자체가 ‘자비의 문’이라고 불리우는 성문을 여는 것으로 시작된다. 폐막 역시 성문을 닫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그 의미와 중요성을 교황은 이렇게 말한다. “이러한 거룩한 장소에서 순례자들은 마음으로 은총을 체험하고 회개의 길을 찾게 됩니다.” 그 의미심장한 상징성과 표징으로서의 중요성을 담아, 한국교회 역시 각 교구마다 ‘자비의 문’을 지정하고 신자들이 순례를 나서, 그 문들을 지남으로써 ‘은총을 체험하고 회개의 길’을 찾게 되기를 희망했다.

희년의 순례는 ‘특별한 표징’이라고 교황은 말한다. 순례는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의 삶에서 지나온 길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삶 자체가 순례이고, 인간은 나그네, 곧 간절히 바라는 목적지를 향한 길을 가는 순례자”이다. 희년 기간 동안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여건에 맞게 성문을 향한 나름대로의 순례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럼으로써 참회와 회개의 계기로 삼고, 그 참회의 열매로써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를 체험할 것을 교회는 기대한다.

그리고 그러한 은총과 자비의 선물로서 교회는 전대사의 은총을 마련해두었다.


구체적인 이웃 사랑 실천

이처럼 고해성사와 순례, 전대사의 은총 등 희년에 주어지는 자비의 징표들은 곧바로 이웃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이어진다. 왜냐하면, “우리가 성문을 지나가면 하느님의 자비가 우리를 감싸 주시어,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하시듯이 우리도 이웃에게 자비를 베풀도록 힘써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성년의 모토는 아버지처럼 자비로워져라입니다.… 주님의 자비가 우리를 어루만져 주시어 우리도 나날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비로워질 수 있습니다.”

스스로 체험한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은 곧 주님의 자비의 도구가 되어 세상에 복음을 전하고 구체적인 삶의 실천을 통해 이웃을 돌아보고 돌보는 실천적 사랑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교황은 아주 구체적으로, 성경에서 가르치고 있는 사랑의 실천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저는 이 희년에 그리스도인들이 자비의 육체적 영적 활동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배고픈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른 이들에게 마실 것을 주며, 헐벗은 이들에게 입을 것을 주고, 나그네들을 따뜻이 맞아주며, 병든 이들을 돌보아 주고, 감옥에 있는 이들을 찾아가 주며, 죽은 이들을 묻어주는 것입니다.”

희년의 개인적 차원은 이처럼 각자가 직접 자비를 체험함으로써 이웃 사랑의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순례의 길을 걸어가는 일이다.

[가톨릭신문, 2016년 1월 1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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