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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아버지 여정: 다섯 가지 아버지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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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6-03 ㅣ No.618

[아버지 여정] 다섯 가지 아버지 유형


남자분들은 다음에 제시된 문장의 빈칸에 스스로의 답을 채워보시기 바랍니다.

“나의 아버지는 (     )이다!”

긍정적인 표현입니까? 부정적인 표현입니까? 아니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거나 떠올리기조차 싫어서 빈칸으로 남겨두셨습니까?

그렇다면 여러분의 자녀는 어떤 표현을 사용하게 될까요?

대부분의 경우, 특히 자녀가 아들인 경우 여러분과 거의 비슷한 단어를 사용하게 됩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아내분들은 이 말에 깊이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남편과 시아버지가 어쩌면 저리도 똑같은지, 남편과 아들이 하는 짓이 어쩌면 저리도 붕어빵인지….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남자들에게 “당신의 아버지와 똑같은 아버지가 되기를 원하십니까?” 하고 물으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아니오! 저는 아버지와는 다른 아버지가 될 겁니다!” 하고 대답합니다. 곧, 남자들은 의식적으로는 자신의 아버지와 다른 스타일의 아버지가 되고 싶어 하지만, 무의식적으로는 자신의 아버지와 똑같은 패턴에 머물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당신은 어떤 아버지?

아버지와 자녀 간의 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미국의 심리학자 스테판 폴터는 전형적인 다섯 가지 아버지 유형을 제시하였습니다.

1) 성취지상주의형(superachiever)

재산, 지위, 명예, 성적, 외모 등 겉으로만 보이는 외적인 것에 치중하며, 이러한 외적인 것으로 자기 자신의 가치가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겉으로는 큰소리 뻥뻥 치지만 실제로는 열등감이 심하여 모든 일에 완벽주의적 성향을 보입니다. 자녀에게 칭찬, 격려, 사랑의 표현에 매우 인색하고 자녀를 무시하며 빈정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의견보다 무조건 다른 사람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자신의 성공 여부를 본인의 생각은 무시한 채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만 의존합니다.

2) 시한폭탄형(time bomb)

툭하면 이성을 잃어버리고 고함을 치며 화를 냅니다. 특히 술만 마시면 폭력적으로 변하곤 합니다. 자신이 화를 잘 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막상 화가 나면 조절하기가 어렵습니다. 자신의 장점보다 단점에 더 집착하기 때문에 자아존중감이 극도로 낮고, 스스로가 무가치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주장할 줄 모르고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할 줄 모르는 ‘예스맨’이 되기 쉽습니다.

3) 수동형(passive)

가장 흔한 아버지 유형으로 가정 안에서 정서적인 양육은 전적으로 어머니에게 맡겨둔 채 자신은 경제활동에만 전념합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과 대화가 부족하고 애정표현을 하는 데 매우 서툽니다. 또한 자신의 속마음을 좀처럼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무관심해 보이기 쉽습니다. 왠지 모르게 우울해 보이고 내면 깊숙이 외로움을 느끼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강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거나 창조적인 일을 하는 데 두려움을 느끼고 틀에 박힌 일상생활만 되풀이합니다.

4) 부재형(absent)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도 자녀와 교류하는 데 관심이 없고 대화조차 하려 하지 않습니다. 경제적인 부양 의무마저 저버리는 경우도 흔해서 자녀에게 심리적인 피해를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신체적인 건강에도 악영향을 주며, 자녀의 성장을 위한 기본적인 교육의 기회마저 빼앗곤 합니다. 감정 조절이 힘들고 모든 일에 공격적인 행동을 취하다 보니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5) 자상한 멘토형(compassionate mentor)

자녀에게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삶의 규범에 대해 명확하고 일관성 있게 제시하며 이를 스스로 모범을 보이며 실천합니다.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이 아닌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합니다. 자녀와 식사, 숙제, 운동, 놀이, 여행 등 수많은 활동을 함께합니다. 스스로의 감정 조절 능력이 뛰어나서 명료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자녀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자녀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먼저 보려고 노력하며 자녀의 감정과 마음상태에 대해 일방적으로 훈계하기보다는 공감해 줍니다.


사랑한다면 화해해야 한다

여러분은 어떤 아버지입니까? 자신이 어떤 아버지인지 진지한 성찰 없이 살아가게 되면 부정적인 아버지 유형은 세대를 넘어 그대로 전수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비록 나의 아버지가 부정적인 유형의 아버지였을지라도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부정적인 유산의 고리를 끊어버릴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버지를 비난하기보다 이해하고 용서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사실 100% 좋은 아버지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100% 나쁜 아버지도 없습니다. 과거 자체는 바꿀 수 없지만 과거를 바라보는 나의 관점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앞서 제시했던“나의 아버지는 (      )이다!” 이 빈칸에 가장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표현은 무엇일까요? 사실 긍정적인 표현도, 부정적인 표현도 아니랍니다.

“나의 아버지는 (그리움)이다!”

아버지와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는 진짜 이유는, 아버지가 그립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를 미워하게 되는 진짜 이유도, 아버지가 그립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사랑했기, 아니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아닌 척할수록, 강한 척할수록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그리울 땐 그 사람을 찾아가야 합니다. 그리울 땐 그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과 화해해야 합니다. 이것이 자상한 멘토형 아버지가 되려는 첫걸음입니다.

서로 사랑을 하고, 서로 미워도 하고, 누구보다 아껴주던 그대가 보고 싶다.
가까이에 있어도 다가서지 못했던 … 그래, 내가 미워했었다.
가슴속 깊은 곳에 담아두기만 했던 … 그래, 내가 사랑했었다.
긴 시간이 지나고 말하지 못했었던 … 그래, 내가 사랑했었다.
(인순이의 노래 ‘아버지’ 중에서)

* 권혁주 라자로 -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부, 가족관계 프로그램 개발 연구원. 그동안 서울대교구 혼인강좌, 부부여정, 아버지여정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경향잡지, 2012년 5월호, 글 권혁주 · 그림 하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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