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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사목] 신자유주의 시대의 노동자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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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6-01 ㅣ No.574

[경향 돋보기 - “새로운 사태” 반포 120주년과 우리 사회의 노동자] 신자유주의 시대의 노동자 소외

 

 

신자유주의의 출현

 

1979년 영국의 대처리즘과 1982년 미국의 레이거노믹스를 통해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이념으로 자리 잡은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는 1970년대 발생한 두 차례 석유파동과 인플레이션, 높은 실업 문제가 결합된 경기침체 등 당시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문제를 케인즈 주의 경제정책 탓으로 돌리면서 그 대안으로 등장하였다.

 

수정자본주의로 알려진 케인즈 이론은 1929년 대공황을 계기로 자유방임주의의 폐해를 인정하고 국가가 국책사업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고용과 시장 수요를 창출하거나 자본의 국제적 흐름과 환율을 통제하는 등 국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지지하였다. 한편 빈부격차를 줄이려고 적자재정을 바탕으로 일하지 않는 사람도 충분한 소비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복지정책 등을 통해 선진 복지국가가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신자유주의는 국가의 시장 간섭을 최소화하고, 세수 감소, 노동비용 삭감을 통해 시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필요한 세계화, 규제 완화, 공공부문의 민영화,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주요 정책으로 삼고 있다. 특히 ‘노동시장의 유연화 정책’은 노동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동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의미다. 시장과 효율성을 절대적 가치로 여기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과 노동조합의 간섭은 노동시장을 경직시키고 노동 비용을 상승시킴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킨다고 생각해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을 배제하고 소외시킬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이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노동자의 삶

 

해고의 자유와 저임금의 문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정부는 사회보험(고용보험)을 추가해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공공근로 사업을 진행하는 등 장기 실업자나 퇴직자들의 기초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여러 가지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에 예산을 증액해 왔다.

 

유럽 등 선진 복지국가들도 신자유주의 정책을 시행하면서도 복지예산을 줄이지는 못했다. 왜 그랬을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정책을 통해 발생한 실업자 수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리해고가 애초에 “기업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불가피한 선에서”라는 전제 아래 용인되다가 “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필요하다면”이라는 논리로 확장되면서 심각성은 더해지고 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국가의 복지정책은 순수한 복지개념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의 부정적 산물을 희석시키려는, 근로를 전재로 한 재고용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해고가 쉬워지고 실업자가 상시적으로 양산될 수밖에 없는 경제 시스템이라는 의미이다.

 

또한 효율성을 중시하는 무한경쟁 속에서 기업들은 최소한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임금도 보장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법정 최저임금을 산정해 이를 강제로 지키도록 하고 있다. IMF가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면서도 사회안전망 구축을 강권한 이유이기도 하다.

 

무한경쟁 시대에 대부분의 노동자는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한다. 예컨대 우리 사회는 너나 할 것 없이 맞벌이를 해야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다. 유치원생 이하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 70%는 자녀보육비를 국가 또는 지자체에서 지원받고 있다. 둘이 벌어도 자녀 보육비를 보조해 줘야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혼자 벌어서 4인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임금구조가 아니란 것이다.

 

둘이 벌어서 아이 하나 키우지 못하는 임금구조에 허덕이면서 노동의 존엄성이 침해되고 노동 가치가 형편없이 평가받고 있다고 한탄하는 이는 별로 없다. 더구나 이를 신자유주의 문제로 인식하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비정규직의 문제

 

신자유주의의 확산에 따른 가장 큰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이다. 정부와 경영계는 기업의 필요에 따라 비정규직을 사용하되 비정규직의 노동조건을 보호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2007년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되자 많은 기업들이 정규직 전환을 막으려고 2년이 되기 전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하거나, 외주화 정책을 통해 아웃소싱, 파견 근로로 대체하였다. 일부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은 기업에서 신설한 기존 정규직과 복지와 임금에 있어 차별을 둔 또 다른 ‘2등 정규직’ 직군으로 포함되었다. 계약 갱신이 필요 없는 비정규직일 뿐이다.

 

심지어 비정규직 차별의 원인이 정규직 노동조건 보호에 있으니 정규직이 고통분담 차원에서 임금도 양보하고, 노동조건의 보호를 축소하거나 완화해야 한다는 말을 쉽게 하고 이에 동의하는 사람도 많다. 결국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화 하겠다는 말인데도 말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의 존재 근거가 일시적, 한시적인 업무의 필요성 때문이 아니라 정규직 대체와 노동비용의 절감이라는 점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노동자를 저항 없이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은 점점 확대될 수밖에 없다. 정규직과 달리 노동조합 결성과 임금협상, 복지에 있어 한계를 갖는 비정규직의 확대는 신자유주의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기본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계약직 노동자 ·· 비정규직보호법에 따라 2년 이상 계약직으로 근무하면 자동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이유로 계약직 노동자는 현실적으로 재계약이 없는 임시직이거나 일용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계약 갱신을 통한 정규직 전환이 계약직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라기보다 사용자 측의 은전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정규직 임금의 절반 수준 또는 법정 최저임금에 맞추어 받는 임금 수준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계약 갱신 거부를 통해 상시적인 해고의 위험에 처해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노동조합 결성 등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행사한다는 이유로 재계약을 거부하는 경우가 생긴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회사의 부당한 대우에 항의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지는 셈이다.

 

이랜드 노조의 경우 2007년 뉴코아, 홈에버 매장의 계약직 계산원을 해고하고 외주화하면서 시작된 500여 일의 단체행동 끝에 얻은 것은, 노조 지도부 해고를 받아들이는 대신 비정규직 직원들에 대한 16개월 동안의 고용보장이 전부였다. 여전히 정규직 전환에 필요한 24개월 고용 계약을 보장해 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노조를 주도하면 그마저도 보장해 줄 수 없다는 기업의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파견 노동자 ·· 파견 노동은 오래전부터 시설관리 업무, 사내하청, 외주용역, 도급, 위탁의 형태로 시행되어 왔다. 파견 노동자들은 사용사업주에 의해 너무나 쉽게 노동3권을 침해당할 수 있는 환경에 처해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2010년 10월 노조를 결성한 비정규직 노동자 8명을 용역업체 변경이라는 방법을 통해 집단 해고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파견 노동자들은 사용사업주로부터 단결권을 침해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경우이다. 파견, 용역 노동자들이 조합을 결성하면 단체교섭을 원하는 상대방은 사용업체일 수밖에 없으나 사용업체는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게 된다. 인력을 제공하는 역할만 하는 파견사업주와의 협상으로 단체교섭권은 보장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단체행동권 침해를 들 수 있다. 사용업체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인정되지 않는 현실에서 사용업체를 상대로 한 단체행동의 정당성이 없다. 교섭도 못하고 단결(조합)도 못하고 유일한 행동권도 제약이 되는 셈이다.

 

“노동하는 인간” 8항에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노동자들의 결속을 강조하면서 많은 경우‘가난한 이들’ 은 인간의 노동에 대한 존엄성이 침해된 결과로 생겨나며, 노동과 그에 따른 권리(노동3권)가 평가 절하되기 때문에 가난한 이들이 생긴다고 하였다. 가난이 노동의 존엄성 침해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의미이다.

 

특수고용 노동자 ·· 학습지 교사, 대리운전 기사, 보험 모집인, 레미콘 기사, AS 기사, 텔레마케터와 같은 위탁 내지 도급 계약을 하는 경우, 방송사 작가, 리포터 등 알선 형태의 경우는 노사 간의 근로관계가 성립되는 일반적 고용형태와 달리 노동자를 개인 사업자로 등록시켜 노동자성을 배제한 고용 형태라는 점에서 특수고용 노동자라고 한다.

 

사용자 측은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정규직을 특수고용으로 전환시켜 위험 및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노동자성을 부정한다. 그로 인해 이들은 근로기준법과 사회보장보험에서 완전 배제된다. 지난 2010년 7월 대리운전 기사가 술에 취한 차주와 실랑이 도중 차주가 운전한 차에 치여 숨진 사고가 있었다. 대리운전 기사는 산재사고로 인정받지 못했으며, 회사로부터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노동자성에 대한 논란으로 노조설립, 단체교섭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노동부는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직이 노조에 가입한 것은 노조설립 신고서 반려 사유에 해당 된다.”며 건설 · 운수 · 건설기계 노조들에게 “덤프트럭과 레미콘 기사, 화물지입 차주들을 노조가 제명하지 않으면 노조의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통보했다. 지난 2월에 ‘특수형태근로자노동법’이 국회에 상정되었지만 집권 여당에 의해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와 같이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일반 노동자처럼 출퇴근과 업무를 사용자에게 통제받고 사용자 업무를 해주는 대가로 월급을 받으면서 해고에 대한 제한도 없고, 법정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며, 일하다가 다쳐도 산재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실상의 노동자라는 의미이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국가에서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과연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비정규직 형태의 고용형태로 높은 노동생산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라면 누구나 노동할 권리,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권리,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노동하는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로 법에서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그로 인해 차별적인 노동조건을 감수해야 하는 계약직 노동자, 사용 업체의 지휘 감독 아래 근무하면서도 사용업체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온갖 차별 대우를 견디면서도 계약 해지를 통해 곧바로 해고되는 파견, 용역 노동자들, 형식적인 개인사업자라는 허울 속에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근로기준법과 사회보험의 적용은 물론 노조결성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 과연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기본법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시장 효율보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기업 CEO들은 신년사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빠지지 않고 거론한다. 기업이 관련 이해 관계자들과 협력해 이윤추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 노동권 침해, 환경오염 등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더 나아가 사회·환경적 가치를 증진시키는 노력을 약속하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말이 우리 시대의 화두가 된 이유는 신자유의주의가 시장의 효율성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인권과 노동, 환경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노동에 대한 존엄성을 회복하고 사회정의와 일치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려면 무엇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증진시킬 수 있는 이해 관계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해고를 전제로 하는 고용유연화 정책과 근로를 연계한 복지정책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달과정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기업의 상품을 배제하거나 정책개발 과정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침해될 여지는 없는지 살피는 것이 더 필요하다. 나아가 제제방식이든 인센티브 방식이든 기업이 스스로 해고회피 노력을 할 수 있는 법적 ·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소비자는 아무리 싸더라도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기업의 물건을 사지 않는 윤리적 소비를, 투자자는 노동의 존엄성과 노동자의 권리를 훼손하는 비윤리적 기업에 투자를 거부하거나, 주주로서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책임있는 투자자의 행동을 보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노동자의 기본권적 가치를 존중하고 노동자의 삶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는 기업 조직 문화가 구축되어야 한다. 일자리 나누기나 탄력 근무제를 도입하는 것이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노동비용 감소의 목적이 아닌, 모성보호와 고용회피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어야 한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인정받고 지속가능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기업들의 믿음이 기업활동 전반에 고스란히 반영될 때 비로소 노동자들의 삶의 질도 향상될 것이다.

 

* 김용구 가브리엘 - (사)기업책임시민센터 사무국장. SR(사회적 책임) 표준화포럼연구회 분과위원, NGO분과위원, 기업과 인권포럼 운영위원을 역임했으며 대한민국지속가능성대회 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1년 5월호, 김용구 가브리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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