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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문화 속 교회 이야기: 서기, 주님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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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1-13 ㅣ No.310

[일상문화 속 교회 이야기] 서기, 주님의 해


‘새 시대 연 예수 탄생’ 뜻 담아



우리는 올해를 2015년이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웃나라나 지구 반대편 어느 나라를 가도 역시 2015년이라는 사실은 오늘날 우리에게 너무도 당연한 일상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여러 나라가 연대표시를 같이 한다는 것이 옛 사람들의 눈에는 신기했을지 모른다. 일본이 아직 쇼와(昭和), 헤이세이(平成) 등의 연호를 사용하듯 많은 나라들이 각자의 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서력기원, 즉 서기(西紀)의 사용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서기의 중심이 다름 아닌 ‘그리스도 탄생’이기에 그렇다. 서기에는 하느님의 아들 우리 주 그리스도가 사람이 돼 오신 것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교회의 생각이 담겨있다. 그래서 기원전은 ‘그리스도 이전’이란 의미의 영어 약자 B.C.(Before Christ)를 사용하고 기원후는 라틴어로 A.D.(Anno Domini)라고 표기하며 ‘주님의 해’라고 고백한다.

서기는 6세기 요한 1세 교황이 디오니시오 엑시구스라는 수도자에게 만들게 한 달력에서 유래한다. 이후 학자들의 연구로 그리스도의 탄생은 그가 생각한 해보다 6~7년 더 앞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그런 사실과는 별개로 디오니시오의 달력은 계속 됐다. 그 때문에 우리는 그리스도 탄생 6~7년 전에 그리스도가 탄생했을 것이라는 아이러니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서기는 교회의 전파와 함께 널리 보급되면서 각 나라의 연대표시를 대체해나갔다. 11세기경에는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사용했고, 14세기에는 스페인, 16세기에는 그리스 문화권에서도 일반적으로 쓰였다.

우리나라가 공식적으로 서기를 사용한 것은 1962년부터지만 그보다 200여 년 앞서 서기를 사용한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우리나라에 천주교를 받아들인 신앙선조들이다. 당시 신자들은 서기를 ‘천주강생 후’라고 표현했고 새로운 시간 개념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강생을 기초로 삼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자 했다. 우리 신앙선조들에게 서기는 단순히 해를 표기하는 기준이 아니라 말 그대로 ‘주님의 해’였던 것이다.

[가톨릭신문, 2015년 1월 11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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