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 (일)
(백) 부활 제6주일(생명 주일)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 - 가정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5-05 ㅣ No.1314

[생명사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 - 가정

 

 

성가정(뮤릴로, 1650년작, 유채, 프라도 미술관, 마드리드 스페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

 

한 미술가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미술 도구를 챙겨들고 집을 나서 긴 여행을 시작하였습니다. 여행길에 오른 미술가는 먼저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수소문을 시작하였습니다.

 

어느 종교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믿음’이라고 하였고, 어느 여인은 ‘사랑’이라고 하였고, 또 전쟁에서 막 돌아오던 군인은 ‘평화’라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믿음과 사랑과 평화가 함께 있는 그림을 그리려면 무엇을 그려야 할까? 미술가는 고민했습니다.

 

고민도 잠시 다시 미술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찾아 여러 곳을 돌아다녔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그 대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제는 가지고 있던 돈도 떨어져 제대로 먹을 수도 없었고 차를 탈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그는 끊임없이 걸으며 그 대상을 찾고자 하였지만  몸도 마음도 지치고 그림도 한 장 그리지 못했습니다.

 

그 때 미술가는 집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 집으로 돌아가자. 돌아가서 푹 쉬자!’

 

미술가는 집으로 향했고, 어두워질 무렵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초인종을 누르자, “누구세요” 하는 아이들의 목소리와 함께, 아빠의 목소리를 듣자 일제히 “아빠다” 하고 아이들이 함성을 지르며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오랜만에 아빠의 모습을 보자 아이들은 껴안고 얼굴을 부비고 아빠에게 매달렸다. 저녁식사 시간이어서 식탁 위에는 밥과 반찬이 차려져 있었고 그 미술가의 아내는 "어서 오세요? 시장하시죠? 어서 식탁으로 가서 앉으세요." 하고 반가운 미소로 남편인 미술가를 맞이하였습니다.

 

미술가는 그때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아! 나의 가정, 나의 아내, 나의 아이들, 바로 이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구나.”

 

미술가는 그의 가족들을 그린 후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라고 제목을 붙였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 발생한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일 중에 아동학대문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전문가들의 여러 의견들이 있지만 그 중에 부모로서 준비 안 된 이들이 많다는 데에 공감합니다. 자녀를 낳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 곧 부모됨에 대한 묵상이 필요할 때입니다.

 

오늘날 우리사회 가정의 모습은 이전 시대처럼 대가족 형태가 아니라 ‘핵가족’을 넘어 분화되어가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산업화에 따른 인구이동에서 시작되었으나 현대에는 혼인과 가정에 대한 가치의 변화, 여성의 사회지위 향상과 역할의 증대, 성의식의 변화 등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가정 안에서 가정공동체 각 구성원이 지녔던 다양한 자신들의 참된 역할의 모습을 잃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가정 안에서 부성과 모성은 균형을 잃게 되었고 어느 것으로도 대체할 수없는 부성과 모성의 결핍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가정이 위태롭게 되었고 우리 삶에 불안함으로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가정 - 평생운명공동체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가정은 평생 동안 동일한 운명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사랑의 공동체이며 예수님과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을 지향합니다.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은 겸손과 순명, 그리고 사랑이 넘치는 성가정의 원형이며 모범적인 가정입니다.

 

예수님의 잉태와 출산을 하느님의 뜻에 맡기고 말씀대로 이루어지기를 소망했던 마리아, 그리고 남모르는 아픔을 가슴에 품고 묵묵히 마리아와 주님을 지켜준 요셉, 하느님의 뜻을 완성시킨 예수님의 가정, 바로 그 성가정은 단순히 시련과 고통이 없는 가정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찾고 그에 순명하며 서로 사랑하는 가정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성가정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형제 여러분 하느님께 선택된 사람, 거룩한 사람, 사랑받는 사람답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동정과 호의와 겸손과 온유와 인내를 입으십시오. 누가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참아주고 서로 용서해 주십시오. 주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입으십시오. 사랑은 완전하게 묶어주는 끈입니다.”(콜로3,12-14) 이처럼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며 인내하는 삶이 있는 가정이 성가정입니다.

 

또한 교회는 가정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스도인 가정은 그 나름대로 교회의 고유한 구원의 사명에 참여하는 만큼 교회의 신비에 접목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 부부와 부모는 성사를 받았기 때문에 그들은 하느님의 백성 가운데서 그들의 신분과 역할에 고유한 은혜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그들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받고 구원받은 공동체가 될 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을 자녀들에게 전달하며 구원하는 공동체가 될 소명도 갖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그리스도인 가정은 교회가 지닌 초자연적 출산력의 결실이요 징표가 되는 동시에, 교회의 모성의 상징, 증인, 참여자도 되는 것입니다.”(가정공동체 25항)

 

그러므로 가정은 한 사람의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가 가꾸어지는 생명의 신비가 드러나고 체험되는 장소이며 생명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고 경축하며 생명에 봉사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리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가정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며 아주 행복하고 편안한 곳입니다. 그 곳에서 이미 하느님께서 부모들에게 선사하신 부성과 모성의 선물을 통해 자녀를 사랑으로 양육하고 자녀들은 부모의 기쁨과 행복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성가정을 본받아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의 소명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5월호, 지영현 시몬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4,969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