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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체ㅣ구역반

소공동체를 위하여9: 기초공동체의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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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09 ㅣ No.76

소공동체를 위하여 - 제9강(최종회) 기초공동체의 사명

 

 

* 이 글은 대구 복자성당에서 있었던 최병화(요셉) 님의 대림절 특강을 이용호 신부가 정리한 내용임을 밝혀 드립니다.

 

 

“나는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이 일을 하도록 나를 보내셨다.”(루가 4,43)

 

 

1. 복음 선포의 사명

 

기초공동체의 근본적 사명은 복음 선포에 있다.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다른 고을에서도 전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이 일을 하도록 나를 보내셨다.”는 예수님의 말씀에서 우리의 사명이 바로 이웃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일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다. 예수님이 하신 일생의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그분을 따르는 사람들도 당연히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내)가 복음을 전한다 해서 그것이 (나)에게 자랑거리가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내)가 복음을 전하지 않는다면 (나)에게 화가 미칠 것입니다.”(1고린 9,16)

 

위의 고린토인들에게 보내는 사도 바울로의 편지에서 사도 바울로가 자신을 가리켜 말씀하신 괄호 안에 우리의 본명을 넣어서 말해 보라. 그러면 그 뜻이 더욱 분명하게 가슴에 와 닿을 것이다. 그 다음에는 우리가 속해 있는 기초공동체 몇 구역 몇 반이라는 구체적인 반을 넣어서 읽어 보라.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분명해진다. 예를 들어보자. 본명이 요한이라면 이렇게 시작이 된다. 괄호안에 요한이라는 이름을 넣어 “(요한)이 복음을 전한다 … 그것이 (요한)에게 자랑거리가 … 그것은 (요한)이 마땅히 … 만일 (요한)이 복음을 전 … (요한)에게 화를 미칠 것입니다.” 또 내가 속한 구역이 3구역 1반이라면 이렇게 한다. “(3구역 1반)이 복음을 전한다 … 그것이 (3구역 1반)에게 자랑거리가 … 그것은 (3구역 1반)이 마땅히 … 만일 (3구역 1반)이 복음을 전 … (3구역 1반)에게 화를 미칠 것입니다.”

 

우리가 기초공동체를 위하여 노력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로써, 그것이 자랑거리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1974년 10월 세계 시노드 성명서에서 “우리 모든 이가 복음을 전하는 것은 교회의 보편적이며 제일 가는 사명임을 재확인하는 바이다.”라고 선언했으며, 우리의 사명을 재확인하고 인식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교회가 성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성사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을 가시적인(눈에 보이는) 표징으로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인류 구원의 보편적 성사임을 드러내라는 말이다.

 

7성사를 이제는 8성사로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는 말은 바로 ‘교회가 성사이다.’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교회를 볼 수 있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드러내는 것이 바로 기초공동체의 모습이어야 한다. 우리가 참여하고 구성원이 되는 기초공동체가 이웃에게 보여지고 이 기초공동체를 통하여 이웃들이 ‘아- 하느님이 여기에 계시는구나.’ 하고 느껴야 한다.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바로 우리 각자가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역할을 예언직이라고 표현한다. ‘예’라는 한자말은 預金(예금)한다는 말로, ‘말씀을 맡아 가지고 있는 자’, ‘말씀을 보관하고 있는 자’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예언자는 말씀을 보관하여 가지고 있다가 그 말씀을 전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쇄신하고 회심해야만 한다. 교회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쇄신을 중단할 수 없다.

 

지난 3월 12일 용서의 날 예식을 통하여 과거 기억에 대한 화해 예식을 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주교님들이 쇄신과 화해라는 선언문을 통해서 200년 동안의 잘못에 대한 화해를 했다. 11월 24일 남미의 칠레 교회에서는 칠레 교회가 잘못한 것에 대하여 그것을 인정하고 용서를 청했다. 우리가 대림 첫 주일에 화해 예절을 한 것은 기초공동체도 때때로 한데 모여서 이웃에게 잘못한 것, 부족했던 것에 대해서 회심하고 쇄신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자리에 모이는 것도 힘든데 어떻게 그런 일을 하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노력해서 이루어내야 하는 일이다. 정말 기초공동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참여하려고 노력하고 기초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눈이라도 마주쳐야…’ 한다고 노래하지 않는가?

 

 

2. 복음 선포의 목적

 

모든 이가 믿고 세례를 받아 거룩한 진리의 생활을, 새로워진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 아래의 성경 말씀을 읽어보면 세례는 곧 복음의 증인이며 복음 선포자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를 믿으면 새 사람이 됩니다. 낡은 것은 사라지고 새 것이 나타났습니다.”(2고린 5,17)

 

“과연 우리는 세례를 받고 죽어서 그분과 함께 묻혔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스러운 능력으로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 생명을 얻어 살아가게 된 것입니다.”(로마 6,4)

 

“하느님이 형상대로 창조된 새 사람으로 갈아입어야 합니다. 새 사람은 올바르고 거룩한 진리의 생활을 하는 사람입니다.”(에페 4,24)

 

“새 인간으로 갈아입었기 때문입니다. 새 인간은 자기 창조주의 형상을 따라 끊임없이 새로워지면서 참된 지식을 가지게 됩니다.”(골로 3,10)

 

 

3. 복음선포의 내용

 

가. 구원을 전하는 것이어야 한다

 

복음선포의 내용은 구원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하느님의 그 큰사랑으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과연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알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하느님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1요한 3,1)

 

독일 함부르크에 어떤 구두 수선공이 살고 있었는데 매일 이 수선공의 가게를 지나다니는 대학생이 있었다. 이 대학생은 구두 수선공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싱글벙글인지 궁금해졌다. 어느 날 대학생은 수선공에게 “아저씨는 왜 매일 그렇게 싱글벙글합니까?”하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내 아버지가 임금님이라네.”하는 것이었다. 더욱 오기가 난 대학생은 “그 임금님이 누구신데요?”하고 물었다. 그는 “내 임금님은 하늘과 땅과 우주 만물을 만드신 분이시라네.”하는 것이었다. 그 후 대학생은 정말 아버지의 큰 은혜를 깨달아 신앙인이 되었다. 임금님을 아버지로 둔 그는 임금님의 아들이니깐 늘 자랑스러웠다. 우리 모두가 위대한 임금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웃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하지 않겠는가?

 

나. 희망을 전하는 것이어야 한다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태어난 우리는 초자연적인 생명을 받았으니 이것을 선포해야 하고, 우리가 받은 초자연적인 생명 때문에 우리는 성사를 가진 사람이며 그리스도처럼 되는 것이다. 이 희망적인 사실을 알려 주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이미 오래 전에 택하신 사람들이 당신의 아들과 같은 모습을 가지도록 미리 정하셨습니다.”(로마 8,29)

 

“우리는 하늘의 시민입니다. 우리는 거기에서 오실 구세주 되시는 주 예수 그리스도를 고대하고 있습니다.”(필립 3,20)

 

다. 해방을 알리는 것이어야 한다

 

병들고 억압받고 고통 당하는 이들에게 복음선포가 사회, 정치적으로 해방되도록 도와주고 증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단지 배고픈 이에게 ‘가서 밥을 먹어라.’고 한다면 먹을 것이 없는 이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 이때는 먹을 것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것이 굶주림에서 해방되는 것이 된다. 복음선포는 구체적인 해방이다.

 

“어떤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그 날 먹을 양식조차 떨어졌는데 여러분 가운데 누가 그들의 몸에 필요한 것은 아무 것도 주지 않으면서 ‘평안히 가서 몸을 따뜻하게 녹이고 배부르게 먹어라’고 말만 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야고 2,15-16)

 

1992년 UN의 ‘인류발전과 균형’이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전 인류의 4분의 1이 영양부족으로 약 1억 명이 굶주리고 있고, 1억 8천 명의 어린이가 기아에 시달리고 있으며, 150억 명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고, 또 130억 명이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공중 위생시설의 혜택 또한 없다고 한다. 더욱이 열악한 것은 10억 명이 문맹이고 이중에 여자가 6억 명이나 된다. 세계의 재산의 점유도를 보면 재산의 대다수를 G8(러시아 포함)이 가지고 있으며 세계 인구 20%가 세계 소득의 85%를 점유하고 있다. 부자 나라가 가난한 나라에 1달러 투자를 해서 오히려 벌어 가는 돈은 투자액 보다 많은 2.5 달러에 이른다. 이렇게 된 배경을 보면 왜 채권국이 채무국에게 빚을 탕감해 주어야 하는가를 알 수 있다.

 

이 보고서는 여성들이 노동의 3분의 2를 차지하면서도 소유는 100분의 1정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가난과 질병뿐만 아니라 여성의 권리도 보장되어야 한다. 이 불평등으로부터의 해방이 이루어져야 진정한 구원의 선포가 이루어질 수 있다.

 

 

4. 복음선교의 방법

 

가. 기본을 다하라

 

띠를 매고 거리에서 외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해야 할 바탕을 무시하지 않고 해야 한다. 퇴근길에 목이 말라서 맥주 집에 들어갔는데, 종업원이 ‘기본은 하셔야 됩니다.’라고 했다. 그 기본이 맥주 3병에 안주 하나라고 했다. 복음선교도 기본이 중요하다.

 

“아내된 사람은 마찬가지로 남편에게 복종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믿지 않는 남편들도 자기 아내의 행동을 보고 믿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말로 설득하지 않더라도 경건하고 순결한 생활을 보여 주도록 하십시오.”(1베드 3,1-2)

 

나. 명백하게 하라

 

누가 물을 때를 대비하여 미리 준비해 두라는 의미다. 왜 복음을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하여 물으면 명백하게 대답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어야 한다.

 

“여러분의 마음속에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우러러 모시고 여러분이 간직하고 있는 희망에 대하여 설명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라도 대답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십시오.”(1베드 3,15)

 

다. 공동체에 참여하라

 

기초공동체에 참여하여 그 공동체의 일원으로 봉사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기초공동체는 진리를 증거하기 위하여 모인 공동체이기 때문에 공동체로서 함께 성장하고 함께 봉사해야 한다.

 

라. 성체를 영하라

 

교회는 사귐의 공동체이다. 영어로 영성체와 일치를 같은 콤무니언(Communion)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것은 사귐의 극치인 일치를 나타내는 말로써, 바로 예수님과 일치하는 것이다. 따라서 복음 선교의 방법은 자주 성체를 영해야 하는데, 이는 예수님과 일치하고 이웃과 일치하기 위한 것이다.

 

마. 사도직 활동을 통해서 하라

 

복음선포에는 각자가 속해 있거나 관심이 있는 특별한 분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면 그 사도직을 수행함으로써 복음을 선포할 수 있다.

 

바. 개인접촉을 통해서 하라

 

복음선포의 중요한 수단은 개별적인 만남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경우이다. 동아일보 특파원으로 있던 어떤 분은 신자가 아닌 상태에서 신부님과 여러 차례 자리를 함께 했다. 신부님은 여러 차례 만남의 기회가 있었는데도 번번이 이 특파원에게 신자가 될 것을 권하지 않았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그는 드디어 교리반 등록을 자청하게 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인 접촉을 통하여 선교의 원의를 일으켜 주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5. 복음선교의 정신

 

가. 성령의 인도에 따름

 

성령은 교회의 혼이다. 우리가 선교하도록 선동하시는 분이시며 선교를 주도하시는 분이시다. ‘현대 복음선교’(요한 바울로 2세 교서)에 관한 연수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본인은 현대의 복음선교는 아마도 매스 미디어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참여했다. 사실 그 연수는 먼저 우리들 자신이 복음화가 되어야 복음선교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선교의 기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선교의 중요 역할이 성령과 대체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교는 기계나 미디어가 효율적인 방법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성령의 주도하에 부수적인 것이다.

 

나. 참된 증거

 

참된 증거는 무엇보다도 말한 대로 실천하는 행동을 보이는 데 있다. 정부가 은행주식을 감자하지 않겠다고 공포하고 돌아서서 번복해 버린다면 정부와 은행의 공신력이 다 떨어지지 않겠는가? 복음선교는 말한 대로 사는 것이다. 또한 선포한 대로 살고 있느냐라고 할 때 ‘예’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다. 성인을 본받음

 

성인들의 열정은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열정이다. 열정이 식으면 선교를 할 수 있는 힘을 잃게 된다. 선교자체가 귀찮아진다. 순교자들의 순교정신을 이어 받아 그것을 실천해야 한다. 필리핀의 롬롬보이는 우리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이 신학생 때 중국의 민란을 피해 잠시 피신한 곳이다. 이곳 성당의 주보는 예수님이시고 제 2의 주보는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이다. 물론 예수님이 주보이신 것이 다소 이상하긴 하지만, 우리의 성인이 제 2의 주보가 되신 것은 참으로 하느님의 섭리인 것 같다. 성인과의 작은 인연이 그들의 제 2의 주보가 된 것이며, 성인을 본받겠다는 이들의 순박한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월간 빛, 2002년 9월호, 정리 이용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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