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수도 ㅣ 봉헌생활

수도 영성: 예수의 꽃동네 형제회, 자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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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12-19 ㅣ No.311

[수도 영성] 예수의 꽃동네 형제회, 자매회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한국전쟁이 한창인 때, 초등학교 시절 오웅진 신부는 폭격을 맞아 신음하는 어떤 아버지와 그 딸이 서로 새우 한 마리를 양보하는 모습을 눈물겹게 목격한 뒤, 어른이 되면 저렇게 길에서 죽어가는 가난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그 꿈을 이루고자 사제가 되었습니다.

 

오 신부는 1976년 첫 부임지 금왕성당(청주교구)에서 동냥하던 걸인 최귀동 할아버지를 만나게 됩니다.

 

그분은 밥을 얻어다가 동냥조차 못하고 죽어가는 병든 걸인 18명을 먹여 살리고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발견한 뒤, 오 신부는 감동을 받아 밤새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다가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라는 말씀을 깨닫고, 다음 날 일어나 주머닛돈 1,300원을 털어 시멘트를 사서 손수 벽돌을 찍기 시작하였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꽃동네의 기원입니다.

 

 

“아니, 왜 나 같은 개자식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거요?”

 

봄비를 흠씬 맞고 배고픔과 추위에 떨며 동냥하던 걸인 할아버지를 꽃동네로 모셔왔습니다. 더운 물로 씻겨드리고 새 옷과 따뜻한 음식을 드린 뒤, 영양수액까지 주사해 드리자, “아니, 왜 나 같은 개자식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거요?” 하면서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그것은 5남매 자식 교육을 잘못시켜 이 꼴로 버림받았다는 자책의 눈물이자, 이제는 안전하게 되었다는 안도와 감사의 눈물이었습니다.

 

 

사랑의 결핍으로 버려지는 사람들

 

이와 같이 사람들이 버려지는 것은 ‘빵의 결핍’이 아니라 ‘사랑의 결핍’으로 생긴 재앙입니다. 오늘날 행복의 기본 단위인 가정이 파괴되어 많은 사람들이 버려져 행려자로, 노숙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꽃동네 수도자들은 매주 화요일마다 하루 일과를 마치면 대형 버스를 몰고 서울역을 방문합니다. 밤 9시경에 수백 명의 노숙인들에게 따뜻한 음료와 빵을 나누어드리고, 그 가운데 중환자들을 찾아내 함께 늦은 밤 꽃동네로 귀가합니다. 그분들의 육신을 치료해 드리면서 깊숙한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쉽지가 않음을 깨닫습니다. 그런 분들이 마음속의 미움과 원망이 커져서 사회에 큰 충격을 주는 대형사고를 일으키기도 하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한 사람의 버림받은 영혼을 구할 수 있을까요?

 

 

가난의 영성

 

이런 현상을 치유하고 한 생명을 구원하려면 돈과 물질, 좋은 시설과 프로그램을 위주로 하는 사회복지 학문만으로는 충분치 못합니다. 그것은 마음의 가난을 차지하기까지 베푸는 전적인 사랑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마음의 가난’이란 이웃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다 주고, 더 주고, 더 줄 것이 없어서 부족감을 느낄 때까지 사랑할 때 누리게 되는 영적인 상태를 말합니다. 가난한 사람을 돌보려면 가난한 사람보다 더 가난하게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생명까지 주시고,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다 내어주시고도 더 주고 싶어 하심으로 가장 먼저 마음의 가난을 차지하셨고, 그 사랑으로 우리 인간을 구원하셨습니다. 그런 사랑만이 버림받은 이들의 영혼을 어루만져 상처를 아물게 하고 그분들로 하여금 자신을 버린 세상을 용서하고, 화해하게 만들어 감사하며 세상을 떠나게 합니다.

 

꽃동네는 사회사업이나 자선사업, 또는 복지사업이 아닌 인간 구원 사업을 하는 곳입니다.

 

 

꽃동네 수도회의 창설 정신

 

꽃동네 수도회의 창설 정신은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성경 말씀과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는 말씀을 바탕으로, 우리를 위하여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흘리고 돌아가신 예수 성심을 따라 이 세상의 ‘의지할 곳 없고 얻어먹을 수 있는 힘조차 없는’ 이들의 고통과 죽음을 대신하는 가난의 영성을 사는 것입니다.

 

 

네 가지 사도직과 꽃동네의 상징

 

꽃동네의 상징은 별 다섯 개입니다. 가운데 큰 별은 예수님을 상징하고, 작은 별 넷은 각각 네 가지 사도직과 예수의 꽃동네 형제회, 자매회, 재속회, 꽃동네 회원을 의미합니다.

 

첫째 별은 ‘복지’를 뜻하며, 사랑의 결핍의 결과 치료를 위해 병원을 포함한 종합 사회복지 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34년간 약 15,000명 이상의 의지할 곳 없는 이들을 돌보아 드리고, 현재 그 가운데 4,000명을 모시고 있으며 약 5,000명을 묘지에 안장하여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둘째 별은 ‘행복’을 뜻하며, ‘사랑의 결핍’의 원인 치료를 위해 사랑의 연수원을 운영합니다. 이곳에서는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지만 어떻게 해야 행복에 이르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참된 행복에 대하여 가르치고 있습니다. 해마다 약 20만 명의 국민들이 연수를 받아 서로 “사랑합니다!” 하고 하트 모양의 몸짓으로 인사하며 이땅에 사랑의 문화를 확산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셋째 별은 ‘교육’을 뜻하며, 참된 사회 복지를 하려면 열정만으로 부족하다는 깨달음 속에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를 만들어 학문과 사랑을 겸비한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넷째 별은 ‘사랑’을 뜻하며,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가르치고, 체험시키고자 사랑의 영성원을 만들어 ‘사랑의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네가 죄가 있든 없든 나는 너만을 사랑한다.”는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습니다.

 

 

생명의 문화를 위하여

 

우리나라는 지금 저출산으로 인구 감소와 노령인구 증가 문제가 심각합니다. 꽃동네는 설립 초창기부터 창설자 오웅진 신부를 통하여 낙태의 부당성을 알리고 반대운동을 선도하여 왔으며, 자녀 많이 낳기 운동과 불임복원수술을 장려하여 왔습니다.

 

또한 장기 기증 운동을 펼쳐 이땅에 만연된 죽음의 문화를 불식시키고, 생명의 문화를 꽃피우려는 영성적 운동을 펼쳐왔습니다. 2000년 대희년에는 ‘전국가정대회’를 개최하면서 김수환 추기경님을 비롯한 주교님들을 모시고 태아동산을 건립하여 희생당한 태아들의 영혼을 기리고 낙태한 이들의 회개와 치유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꽃동네가 꿈꾸는 세상은 ‘한 사람도 버려지는 사람이 없는 세상’, ‘모든 사람이 하느님같이 우러름을 받는 세상’,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을 만들고자 ‘꽃동네는 세계로 세계는 꽃동네’라는 정신으로 아프리카 우간다, 필리핀, 인도, 방글라데시, 그리고 미국에서 의지할 곳 없고 얻어먹을 수 있는 힘조차 없는 이들을 섬기며 꽃동네 가난의 영성을 꽃피워 나감으로써 이 세상에 하느님의 나라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 신상현 야고보 - 예수의 꽃동네 형제회 수사. 내과 전문의로 가평 꽃동네 노체자애병원장이며 세계 가톨릭 성령쇄신봉사회 아시아 담당 이사, 꽃동네 현도학원 이사, 꽃동네 수도자 성령기도회 회장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0년 12월호, 신상현 야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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