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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수도 ㅣ 봉헌생활

수도 영성: 말씀의 선교 수도회 -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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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12-10 ㅣ No.309

[수도 영성] 말씀의 선교 수도회 -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말씀의 선교 수도회(신언회, SVD)는 성 아놀드 얀센(St. Arnold Janssen) 신부가 창립한 선교 수도회이다. 수도회의 명칭에서 느낄 수 있듯이 모든 활동과 영성의 뿌리는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요한 1,1)라는 하느님의 거룩한 말씀에서 비롯된다.

 

 

기도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창립자(왼쪽 그림)는 독일 라인강 하류에 위치한 작은 마을 고흐에서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 헌신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던 부모로부터 날마다 기도와 말씀을 통한 신앙교육을 받았다.

 

어릴 적부터 얀센 신부는 선교사의 삶과 세계는 여전히 많은 선교사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다. 그의 부모는 기도를 무척 좋아하신 분들로 이는 성인의 편지에서 잘 드러난다. 어린 시절부터 기도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하느님의 사랑과 기도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랑하는 어머니, 어머니의 영명축일을 축하드립니다. 신심 깊고 박식했던 성녀 가타리나를 기념하는 오늘, 어머니께서 받으신 세례와 어머니의 순결했던 어린 시절의 기쁜 나날들을 떠올립니다. 저 역시 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합니다. 요람 옆에서 저를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시고, 저를 위해 기도하고 저를 돌보아주시며, 저에게 젖을 먹이시고, 훌륭한 가르침과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권고함으로써 제 영혼을 살찌우신 어머니를 기억합니다.”

 

그는 시련 속에서도 기도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다. 중요한 임무를 완수하고 있던 친밀한 협력자 5명이 잇달아 사망하였지만 그때 그는 “나를 때린 주님의 손에 입 맞추었습니다.”라고 하였다. 시련의 상황에서도 그의 생애와 영원한 생명을 받치고 있던 반석은 예수 그리스도였다.

 

일상생활의 임무 속에서도 기도로써 하느님과 친밀한 일치를 이루었고, 은총으로 말미암아 그 안에 살아계신 삼위일체의 하느님을 믿었으며, 선교 사업을 자기 공로가 아닌 하느님의 은총으로 받아들였다.

 

기도와 말씀을 통하여 선교 공동체의 일원이 된 우리에게, 친교를 이루시고자 사람이 되신 그 말씀, 바로 육화의 총체적인 삼위일체의 신비는 우리가 따라야 할 가장 확실한 선교의 지표이다. 우리와 친교를 원하시는 하느님과의 관계 안으로 들어가 그분의 자녀로 살며 그분의 사랑을 전하는 선교는 보편교회의 임무이다. 때문에 우리는 선교가 우리만의 고유한 소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의 선교활동은 교회의 선교 임무에 참여하며 하느님의 구원 사업에 협력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선교활동의 궁극적 목표는 친교를 위해 사람이 되시어 인간으로 생활하신 말씀(Divine Word)의 모범을 따라 하느님과 모든 사람이 이루는 친교의 성실한 일꾼이 되는 것이다.

 

 

함께하는 삶

 

모든 수도 공동체가 그러하듯이 우리 수도회의 최대 장점은 ‘함께하는 삶’이다. 친교와 더불어 다양한 문화와 언어, 다양한 나라에서 모인 선교사들이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 자신의 가치관과 신앙을 나누는 것이 우리 수도회의 모습이다.

 

현재 전 세계 62개국에서 약 7,000명의 선교사들이 저마다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모든 공동체가 서로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것은 ‘국제 공동체’라는 것이다. 각 공동체마다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에서 모여 사는 국제 공동체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이는 우리 모두를 풍성하게 할 다양성의 존중을 통해 일치를 이루며 교회의 보편성과 일치성의 살아있는 상징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한국 지부도 예외는 아니다. 8개국에서 모인 형제들이 함께하고 있다. 여러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고 하느님의 말씀 아래 함께 생활하는 것이, 조금만 다르다고 외면하고 배척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그저 신비로울 뿐이다. 우리는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느님 사랑의 진정한 진리를 깨달으며 그 깨달음으로 복음을 선포하고 굳건히 이루고자 한다.

 

말씀의 선교 수도회 한국 진출은 1984년 당시 수원교구 교구장이었던 고 김남수 안젤로 주교님의 초청으로 이루어졌다. 선교사는 그리스도의 상징인 십자가를 삶의 지표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의 제자들이다. 그런 면에서 선교사의 삶이란 다양한 문화 · 인종 · 언어의 벽을 넘어 만나는 모든 이에게 그리스도를 전하고 그리스도의 복음적 문화 안에서 모두 하나가 될 때 그 가치가 충만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 사목과 에이즈 감염자를 위한 일을 하고 있다. 현재를 사는 말씀의 선교 수도회 회원들은 자신들의 사명이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도 끝나지 않는 영원한 것으로 본다. 삼천년기를 지내면서 더 큰 희망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더 많은 것을 필요로 하고 있는 인류 안에서 모든 곳이 자신들의 자리임을 기억하고 있다.

 

 

외국인 이주 노동자를 도우며

 

수도회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연대하여 사회 정의 평화를 실현하고자 한다. 외국인 노동자 사목을 20년 넘게 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작은 정성이 필요합니다.’라는 마음으로 외국인 이주 노동자를 돕는 것을 주어진 사명으로 여긴다.

 

이는 수도회 창립자의 영성에 기초한 일이었다. 창립자인 성 아놀드 얀센 신부는 유럽에서 신대륙의 꿈을 안고 이주하는 많은 사람들의 영성과 신앙생활에 대하여 걱정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선교사를 이주자들과 함께 파견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더 많은 선교사들이 필요하게 되었고 선교 신학교를 설립하게 된다.

 

예수님은 사회에서 소외받고 배척당하는 이들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셨다. 질병만이 아니라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감염인’들이었다. 육체적 질병만이 아니라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는 감염인이 하루빨리 세상 안에서 ‘함께’ 살아가게 됐으면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현재 생명의 빵 나눔 센터(광주광역시)에서는 의료 상담과 교육, 자활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하나의 마음, 다양한 얼굴들

 

우리는 ‘나’를 위한 일이 아니라 ‘우리’, 곧 ‘하느님의 공동체’를 이룩하고자 한다. 그리고 사회, 종교의 차이로 분리된 세상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나누고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자,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자 헌신하고 있다. ‘하나의 마음, 다양한 얼굴들’은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이다. 그것은 모든 사람은 하느님의 계획 안에 있고, 그들의 다양성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말씀의 선교 수도회는 사람들 속에서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도록 하려고 세상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교회의 부름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복음화와 선교활동, 공동체와 정의와 평화를 위한 사목을 통하여 진정한 미래에 대한 안목을 제공하고 있다.

 

“생명의 원천은 힘차고 깨끗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은 진리이지만 특히 선교사 양성사업에서 그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얀센 신부는 말씀의 선교 수도회를 창설하였고, 자매 수도회인 성령 선교 수녀회와 선교사를 위하여 특별한 기도를 바칠 사명을 지닌, 끊임없이 성체조배를 할 수 있는 영원한 성체조배 수녀회를 창립하였다.

 

우리는 창립자의 영성에 따라 ‘15분 기도’를 바친다. 이 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거룩한 선교사를 위해 힘을 실어주고, 하느님께 대한 마음을 한시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예수님께서 보내셔서 우리는 떠난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한데 모인 형제들과 함께, 우리는 낯선 이들과 하나가 되려고 우리 앞에 놓인 장벽을 넘는다. 존경과 이해, 동정과 사랑으로 복음의 기쁜 소식을 전하고 또한 받으면서, 성령께서 인도하셔서 우리는 들어간다.”

 

* 정흥용 에밀리아노 - 말씀의 선교 수도회 소속 신부.

 

[경향잡지, 2010년 11월호, 글 정흥용 · 사진 말씀의 선교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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