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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수도 영성: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 함께, 십자가의 사랑을 살아가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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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12-10 ㅣ No.308

[수도 영성]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함께, 십자가의 사랑을 살아가는 우리

 

 

본회의 영성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전에 살짝, 카리스마와 영성 그리고 사도적 활동이라는 말뜻을 들여다봄이 좋겠다. 먼저 한 수도원의 ‘카리스마’는 하느님께서 성령을 통해 수도회 창설자에게 주신 선물, 은총을 가리킨다. 그 은총을 간직하여 실제 삶으로 현실화하는 것이 ‘영성’[전통]이며, 그 전통을 수도원 밖의 사람들과 나누는 것을 ‘사도적 활동’[사도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흐르는 역사 안에서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의 모원은 스위스 추그 주 캄에 위치한 ‘하일리히크로이츠(Heiligkreuz) 수녀회’이다. ‘하일리히크로이츠’라는 말은 ‘성 십자가’라는 뜻으로, 우리 수녀회를 ‘성 십자가 수녀원’이라 명하기도 했었다. 요셉 블룸 신부가 1830년에 스위스 루체른 주 발덱에 ‘가난한 자매들의 학교’라는 이름으로 창설한 공동체가 그 기원이다.

 

19세기와 20세기에 교회 안에 생겨난 수도회는 그 전 세기에 생긴 수도회들을 합친 것보다 더 많았다. 이런 현상은 당시 교회가 직면하고 있던, 세상의 탈그리스도교화라는 무서운 도전에 대한 응답이었다. 이 시기에 캄 수녀원이 교회 안에 생겨났다. 1862년 수녀들은 루체른 주 정부의 탄압으로 추그 주 캄으로 피난하여 수도 공동체 생활을 새로 시작하였으며, 1887년부터 베네딕토 규칙을 선택하면서 베네딕도회 수도승 생활 전통 안에 살고자 결정하였고 그렇게 살고 있다.

 

“우리는 복음의 정신에 따라 그리스도를 더욱 가까이 따르고자 성 베네딕토의 수도규칙에 기반을 둔다. 이 목적을 우리는 특별히 십자가의 약함에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과 베네딕토 규칙이 제시하는 공동체 삶을 통해 실현하고자 한다”(회헌 1-2조).

 

1892년 베네딕도회 ‘몬떼 올리베또의 성 마리아 연합회’(43쪽 참조)에 가입하면서 연합회 영성을 공통으로 갖게 되었다. 올리베또 연합회의 가장 두드러진 영성은 ‘한 몸’ 곧 ‘친교’의 영성이다.

 

1931년 9월 14일 성 십자가 현양 대축일에 캄 수녀원은 중국 연길에 수녀들을 파견하였는데, 그 파견 정신에 우리 수녀회의 출발점이 있다. 우리가 우리 수녀회의 쇄신 적응이라는 관점으로 어떤 문제를 다루게 될 때, 이 정신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그 정신은 연길 파견을 앞두고 1930년에 수녀들에게 보낸 공문 내용에 잘 나타나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선교 지방에서는 자기를 온전히 잊어버린 희생정신으로 가득한 영혼만을, 또한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큰 사랑을 지닌 사람만을 필요로 합니다.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상하고 남을 잘 참아주지 못하는 사람은 선교사가 될 수 없습니다. 먼 이국땅에서 단지 몇 명의 수녀만이 모여 살면서 오직 희생만 해야 하는 삶입니다. 그러므로 그러한 공동체에서는 사랑이 결핍된 모든 요소는 없어야 합니다. … 서로를 위하는 사랑이야말로 우선적으로 존중해야 하며, 이것이 도움이 되고 또 희생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곳에서 이미 그런 것들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면 중국에서는 더욱 불가능합니다.…”

 

캄 수녀들이 선교지에 파견될 사람의 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사랑’이다. 하느님과 이웃을 향한 그리고 공동체 수녀들 상호 간의 사랑! 이는 교회를 위해 치명까지도 가능하게 한다고 했다. 이어 선교 수녀 파견 계약서에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한국 선교지에 나가면 매일미사와 영성체, 하느님의 일,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 묵상 등 자기본분을 다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어야 한다. 매일 기도는 어느 시간에 할 것인지 선교지에서 판단할 것이나 될 수 있는 한 본원과 같은 시간으로 하여 수녀원 규칙을 지킬 수 있도록 하고, 규칙에 어긋나는 것은 시키지 말아야 한다”(1931. 6. 14).

 

선교지에서의 사도적 활동도 중요하지만, 베네딕도회 생활양식의 특징을 유지하며 사는 데 있어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정신에서부터 태어난 우리 수녀회의 구체적인 소명을 하나로 모아 표현해 본다면 이렇다.

 

모든 일에서 하느님께서 영광을 받으시도록 모든 것에서 하느님만을 찾는 베네딕도회 생활양식 안에서 형제적 사랑으로 ‘한 몸’을 이루며, 특별히 십자가의 약함 안에 드러난 하느님의 권능(사랑)을 공동체 안에서 실현하는 것이다.

 

 

흐르는 삶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을 찾는 자, 베네딕도회 수도자로서 무엇보다 먼저 수녀원 안에서, 모든 일에 하느님께서 영광 받으시도록 “기도하고 읽으며 일하라.”(“베네딕토 수도규칙”, 48장)는 베네딕토 성인의 가르침에 따라 평범한 일상을 영웅적으로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곧 ‘기도와 거룩한 독서와 일’이 균형을 이룬 삶을 날마다 살도록 애쓴다.

 

또한 우리는 수녀원에서 날마다 정성스레 전례를 거행하도록 노력하면서 교회의 성대한 기도에 소리를 합할 뿐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을 기도로 초대하는 환대의 정신을 실천하고자 한다.

 

특히 전례시기에 따라 마련하고 있는 ‘열린 기도의 밤’ 과 성탄, 파스카 성삼일 전례에는 찾아오는 사람들로 수녀원 성당이 꽉 찬다. 하느님을 찬미하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공동기도 외에도 거룩한 독서를 개인으로 또 공동으로 하면서 말씀을 중심에 모시고 살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세상과 교회의 관계에서도 특별히 십자가 영성과 공동체 영성을 실현하며 나누고자 노력한다. 무슨 일을 하든지 “그리스도의 이름 안에 활동하고 있음을 항상 기억하며”(회헌 32조) “그리스도보다 아무것도 더 낫게 여기지 않는”(“베네딕토 수도규칙”, 5,2: 72,11)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수녀로서 산다는 것은, 교회와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특별히 십자가 영성과 공동체 영성을 통해 나누며 사는 것이고 확장해 가는 것이라 여기며, 부족하지만 우리는 오늘도 함께 같은 목적을 향해 흘러가고 있다. 우리는 열심히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수녀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함께, 십자가의 사랑을 살아가는 우리가 될 때까지 계속 흘러가리라 다짐한다.

 

1931년 9월 14일, 캄 수녀회 수녀들이 순교를 각오한 사랑으로 중국 연길을 향해 길을 나섰듯, 2011년 수녀회 한국 진출 80주년을 맞이하며, 이제 우리 수녀 3명이 지난 6월 15일 브라질 아마존 강 근처 오지를 향해 길을 떠났다. 공동체와 함께!

 

* ‘몬떼 올리베또의 성 마리아 연합회’는 1313년 성 베르나르도 톨로메이와 동료들이 시에나 근처 아코나에서 수도생활을 시작하면서 생겨난 흰색 수도복을 입는 베네딕도회이다. 현재 한국에는 경남 고성에 있다.

 

* 최미숙 살루스 -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계속 양성 담당 수녀.

 

[경향잡지, 2010년 10월호, 글 최미숙, 사진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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