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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수도 ㅣ 봉헌생활

영성의 길 수도의 길: 예수성심전교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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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12-08 ㅣ No.307

[영성의 길 수도의 길] (28) 예수성심전교수도회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예수성심의 사랑 선포

 

 

예수성심전교수도회 상징문양 및 로고. 십자가를 중심으로 네 구석에 있는 약자 M.S.C.는 라틴어로 'Missionarii Sacratissimi Cordis', 곧 예수성심의 선교사들을 뜻하며, 하트(♡) 모양은 예수님 마음, 예수 성심을 상징한다.

 

 

서울 종로구엔 부암동이란 동네가 있다. 서울 한복판인데도 '서울 같지 않은 동네'다. 말라붙은 넝쿨에 뒤덮인 담벼락 사이로 비좁은 오르막길이 나오고, 1970년대쯤에 공들여 지었을법한 나지막한 집과 상점이 즐비하다. 자하문길에서 골목길로 접어들면, 드라마에 나왔던 카페와 미술관, 레스토랑들이 나온다. 여우꼬리마냥 짧아 애를 태우는 초겨울 따스한 햇살이 산자락에 내려앉은 부암동 길목은 애틋한 향수를 일으킨다.

 

 

가족치료와 예방에 매진

 

그 골목 사이 한창 공사 중인 주택가 언덕배기에 예수성심전교수도회 한국지구(지구장 강부철 신부) 본원이 있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185의 37. 1985년 2월 필리핀에서 수도회 선교사들이 한국에 진출하던 그 해에 사들여 수도원으로 삼은 집이니 25년 역사의 풍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수도원에 들어서자 전국 각지 분원과 수련소, 신학원 등지에서 온 수사들로 북적댔다. 8일 오전 11시 강화 예수성심 대성전에서 봉헌될 한국 진출 25년 감사미사를 앞두고 행사 준비회의를 갖기 위해 모인 것이다.

 

지난 2월 강화 피정의 집 소성당에서 함께한 예수성심전교수도회원들. 두 번째 줄 가운데가 예수성심전교수도회 한국관구장 강부철 신부다.

 

 

지현배(바오로) 수사신부는 수도원 본원에서 가족치료 상담사목을 전담하고 있다. 가족치료사인 지 신부는 1994년 사제품을 받고 부산ㆍ인천교구에서 본당사목을 하던 중 가정복음화에 관심을 갖게 돼 2003년부터 가족치료와 상담에 뛰어들었다. 한때는 서울 연신내에 성모가족상담소를 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수도원에서 가족상담과 함께 강의와 집필 활동으로 가족문제 예방, 특히 부모교육에 치중하고 있다.

 

"가족 문제는 대개 무지에서 비롯됩니다. 부부들 가운데 99%는 아무것도 모르고 결혼을 해요. 그러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지요. 치료는 한번 개입하면 힘은 힘대로 들고 치료기간도 많이 걸립니다. 그래서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하죠. 가족관계를 올바른 관계로 바꿀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고, 양육에 관한 올바른 지식을 전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 신부는 조만간 국내 첫 가족치료 전문기관인 (사)한국가족복지연구소 서울시지부를 개설, 가족치료와 예방 활동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아빠 엄마 나 살려!」, 「부모는 자녀의 환경?」, 「콩 심은 데 팥?」 등 책들도 잇따라 펴냈다.

 

 

청소년쉼터와 그루터기 운영

 

25주년 기념행사 준비차 울산에서 올라온 박종환(마태오) 수사신부는 울산광역시청소년쉼터를 중심으로 결손가정과 가출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에서 고교 3학년까지 가출 청소년 11명을 돌보는 중장기 청소년쉼터, 부모가 없는 초ㆍ중ㆍ고생 7명과 함께하는 공동생활가정 '그루터기'를 통해 이뤄진다. 가정 해체나 폭력으로 가출한 청소년들이 다시 가정과 학교에 이른 시일 내에 복귀하도록 돕고 청소년들 비행을 예방하고 개선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뿐 만이 아니다. 인천ㆍ부산교구를 중심으로 이뤄져온 해양사목은 영육 간에 지친 선원들과 예수님의 따뜻한 마음을 나누려는 뜻에서 이뤄지고 있다. 교황청 이주사목부 산하 '스텔라 마리스(STELLA MARIS, 바다의 별이라는 뜻)' 소속으로, 국제운송연합(I.T.F)과 직접 관련을 맺고 있다. 선원들 복지와 인권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활동하며, I.T.F에 가입된 모든 나라뿐 아니라 입항하는 전 세계 선원들에게 관심을 갖고 이들의 벗이 되며 손과 발이 돼 그들의 작은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도움을 주고 있다. 부산교구에서 1989년부터 실시한 해양사목은 2007년 교구로 넘겼다.

 

예수성심전교수도회원들은 해마다 예수성탄대축일이면 항구에 정박 중인 외항선을 찾아 선물을 전하고 예수님의 마음으로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사진 외국인 선원들 가운데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사제가 유수영(아브라함) 신부다.

 

 

고통받는 이들 외침에 응답

 

김상식(바오로) 신부를 파견한 병원사목을 통해서도 고통 중에 있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로하고 병원 내 구성원들을 영적으로 돌봄으로써 자신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동반자임을 깨닫도록 촉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예수성심 안에 가득한 하느님 사랑을 선포하고 있다.

 

화해와 일치, 정의와 평화의 성사인 예수 그리스도가 선포한 복음 원칙에 따라 이뤄지는 통일사목 또한 수도회가 10여 년에 걸쳐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사목활동 가운데 하나다. 박창일(요한 사도) 신부를 중심으로 분단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겨레 화해와 일치, 통일을 이루고자 인도적 대북지원과 함께 기도운동, 통일영성 계발, 남북 교류 증진, 군비축소 운동, 북녘 바로 알기 운동, 냉전 구조 극복 등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사)평화3000과 같은 시민단체와도 연대하고 있다.

 

신학원장 안창호(발타사르) 수사신부는 "우리는 인간이 되시고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드러내신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의 참다운 선포자이고 증거자이며 성사가 되고자 한다"면서 "예수성심 안에서 성령의 인도를 받아 모든 사람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면서 그들의 외침과 요구에 응답하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예수성심전교수도회 영성과 역사

 

 

예수성심전교수도회(Missionarii Sacratissimi Cordis, M.S.C.)는 1854년 12월 8일 설립됐다. 교황 비오 9세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의를 선포한 바로 그날이다. 설립자는 프랑스 출신 쥴 슈발리에(Jules Chevalier, 1824~1907, 사진) 신부. '예수성심의 선교사들'의 영성은 예수성심께 대한 봉헌의 삶을 그 바탕으로 한다.

 

예수성심전교수도회 설립자 쥴 슈발리에 신부.

 

 

설립자는 전 생애를 통해 예수성심께 대한 사랑과 충실함을 드러낸다. 수도회원들은 '예수성심은 온 세상에서 사랑 받으소서'라는 슈발리에 신부의 좌우명에 따라 상처 입은 성심을 통해 하느님 아버지께 최고의 영광을 드린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관상하는 영성을 간직한다.

 

수도회 회헌 13조는 이같은 영성을 함축한다. "수도회의 정신은 사랑과 친절, 겸손, 단순함이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정의를 위한 사랑과 모든 사람들, 특히 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뜻한다."

 

그 관심은 하느님을 따르고 예수 성심을 닮아가는 데 요구되는 가난한 사람들, 곧 '아나윔(anawim)'에 대한 연민이다. 수도회원들은 자신이 체험한 그리스도의 연민으로 상처받은 이들과 권리를 유린당한 사람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삶의 동반자가 됨으로써 정의와 해방, 평화와 일치의 새 세상을 건설해 나간다.

 

선교 수도회로서 역사는 그다지 순탄치 못했다. 수도회를 함께 시작한 동료이자 공동설립자 세바스티안 에밀리 모지니 신부가 1874년 도미니코회에 입회하면서 수도회를 떠났다. 또 1880년 11월에는 수도원과 성당을 정부에 몰수당하고 전 회원이 이웃나라로 피신해야 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프랑스 정부의 박해는 오히려 수도회를 발전시키고 확산시켰다. 1879년까지 회원이 29명에 불과하던 수도회는 박해를 전후해 미국과 태평양 멜라네시아ㆍ미크로네시아 군도, 유럽 전역으로 뻗어나갔다. 현재 5대륙 50여 개국에 회원 2400여 명이 다앙한 사도직을 통해 예수성심을 선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 부암동 본원과 파주수련소, 강화신학원(양성소)과 피정의 집, 홍천(기도의 집) 분원, 울산(청소년쉼터 및 공동생활가정 그루터기) 분원 등 공동체에서 종신서원자 21명을 포함한 회원 37명이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해양사목과 함께 병원사목ㆍ임상사목교육ㆍ청소년사목ㆍ피정지도ㆍ가족치료 상담사목ㆍ통일사목 등 다양한 사도직을 펼치고 있다.

 

※ 성소 상담

 

매달 성소모임을 통해 개인 성소 상담 및 식별 과정(인천광역시 강화군 불은면 넙성리 24의2)

문의 : 032-937-6955 김대선 바오로 신부

 

[평화신문, 2010년 12월 5일,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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