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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부부 여가 시간 ~ 오늘을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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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6-01 ㅣ No.571

[삶의 동반자, 부부] 여가시간 ~ 오늘을 즐겨라

 

 

‘카르페 디엠(Carpe diem).’ 라틴어로 ‘오늘을 즐겨라.’라는 뜻입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인용된 유명한 말입니다. 이 세상에는 세 가지 소중한 금덩어리가 있다고 합니다. 세 번째로 중요한 금이 ‘황금’, 두 번째로 중요한 금이 ‘소금’, 그리고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금이 ‘바로 지금’입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은 지금 이 순간이며,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며,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톨스토이).

 

이 말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나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배우자와 함께하는 순간이며,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배우자와 함께하고 있는 일이며,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배우자이다.”

 

이 말에 많은 분이 동의하시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배우자와 함께하는 여가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여가(leisure)란 단어는 라틴어 ‘리케레(licere)’라는 단어에 그 어원을 두고 있으며 ‘허용되다’, ‘자유스러워진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학문의 목적은 지혜로운 여가사용에 있다.”고 하였습니다.

 

학교(school)라는 단어도 라틴어 ‘스콜라(schola)’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는데 이 말의 본래 뜻도 ‘여가’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곧 학교의 원초적인 기능은 국어, 영어, 수학을 잘 가르쳐서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지혜롭게 여가시간을 활용하는 것을 가르치는 곳이라는 것이지요.

 

 

여가시간은 결혼생활의 만족도를 증가시킨다

 

인간의 삶의 영역은 노동시간, 가족시간, 여가시간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바람직한 여가생활은 노동시간, 가족시간과 상호보완적인 성격을 지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실적으로 일과 가족과 여가 사이의 균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 자체가 곧 생동적인 삶인 것입니다.

 

예를 들면 직업이 신체적 에너지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라면 여가활동은 정신적인 운동을 요구하는 것이거나 신체적인 이완을 주는 활동이 바람직합니다. 실내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사람들은 옥외에서 하는 여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가족과 함께하는 여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부부가 함께 공동 여가시간을 보내는 것은 부부간의 의사소통을 증진시키고 결혼생활의 만족도를 증가시키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행복한 부부가 불행한 부부보다 평균적으로 4년을 더 오래 삽니다. 그냥 오래 사는 정도가 아니라 신체적으로 아주 건강하고, 정서적으로도 커다란 행복과 삶의 만족을 누리면서 살아갑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달리기를 하는 것보다, 헬스장에서 땀을 흘리는 것보다 부부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마음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 건강에 더 좋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텔레비전 시청시간을 조절하라

 

부부가 함께 공동 여가시간을 보내려면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텔레비전 시청시간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텔레비전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여가활동을 즐기는 데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텔레비전을 통해 드라마, 스포츠, 연예, 뉴스, 교육 등 다양한 내용을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럼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면 좋은 점이 많을까요? 아니면 나쁜 점이 많을까요? 정답은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냥 많은 정도가 아니라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무지하게 많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에 대해 너무나도 무지합니다.

 

특정한 행동이나 유형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알아보려면 단기적인 연구뿐만이 아니라 10년, 20년, 30년, 또는 그 이상에 걸친 장기적인 추적연구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패스트푸드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이를 현대인에게 최적화된 건강식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가 수십 년 동안 이루어지면서 인체에 미치는 나쁜 영향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이제는 아무도 패스트푸드를 건강식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텔레비전도 마찬가지입니다. 텔레비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들의 한결같은 결론은 ‘심각할 정도로 부정적인 영향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자료가 너무나도 많아서 일일이 소개하기 버거울 정도입니다.

 

 

부부사랑은 ‘동사’다

 

텔레비전 시청시간이 늘어날수록 비만, 당뇨병, 심혈관 질환, 심장병, 암, 디스크 등 신체적 질환뿐 아니라 우울증,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틱장애(TIC) 등 정신적 질환이 크게 증가합니다.

 

밤늦도록 텔레비전을 시청할 경우 멜라토닌 분비 저하로 면역기능이 떨어지고 노화가 촉진되며 어린이들의 경우 성조숙증이 유발됩니다. 특히 여아의 경우 성인이 되어 자궁내막증, 자궁암 등 여성계 질환에 취약해집니다. 아기들을 텔레비전 앞에 방치하면 언어장애와 함께 유사자폐증이라고도 불리는 반응성 애착장애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가족 간 대화 부족을 유발하여 관계를 악화시키고 이로 말미암아 생활 만족도와 행복지수가 감소합니다. 이하 수없이 많은 자료는 생략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하루 평균 텔레비전 시청시간은 3시간 4분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인간의 수명을 80년이라고 가정했을 때 무려 10년 이상을 텔레비전 앞에서 보낸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가시간을 더욱 알차게 보내려면 텔레비전 시청을 적절히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텔레비전을 아예 안 보며 살아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텔레비전 시청의 부정적 영향을 올바로 인식하고 온 가족이 함께 노력해 나가면 이로 말미암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텔레비전 시청을 조절하려면 다음과 같이 해야 합니다.

 

① 밥 먹을 때 텔레비전을 끕시다!

② 잠잘 때 텔레비전을 끕시다!

③ 가족과 대화할 때 텔레비전을 끕시다!

 

텔레비전을 끄면 사랑이 켜진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부부사랑은 ‘명사’가 아닙니다. 함께 실천하고, 함께 행동하는 ‘동사’입니다. 태산만 한 지식도 한 번의 체험에 비할 바 아니고, 태산만 한 체험도 티끌만큼의 깨달음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1톤의 지식이 아니라 1그램의 실천입니다.

 

“삶에는 굴곡이 있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그냥 옆에 있어줄 수는 있습니다. 결국 오랜 시간을 두고 본다면 그것이 가장 강한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요?”(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인생수업」중에서)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그냥 옆에 있어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종종 망각합니다. 결국 오랜 시간을 두고 본다면 역시 가족이 최고입니다.

 

<부부 공유시간 만족도 점검표>

 

① 우리 부부는 함께 이야기할 주제가 많다.

② 우리는 함께 취미생활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③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함께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이 아주 많다.

④ 배우자와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식에 꽤 만족하고 있다.

⑤ 내 배우자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한다.

⑥ 우리 부부가 같이 보내는 시간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재미있다.

⑦ 우리는 취미와 여가생활에서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고 있다.

⑧ 내 배우자는 나와 여가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⑨ 배우자가 나와 모든 취미생활을 함께 해주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⑩ 배우자와 날마다 최소한 1시간은 함께 보낸다.

 

<점수 해석법>

 

0~2개 :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동의 취미가 부족하고, 배우자에게 정서적으로 거리감을 느끼고 있으며, 이러한 불평이 전반적으로 확대되어 있음을 나타낸다. 배우자와의 상호관계에 상당한 분열이 있을 수 있으며 정서적, 성적 친밀감의 부족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3~5개 : 정서적으로 배우자로부터 고립감 또는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공동의 취미가 부족하기보다는 여가활동을 함께하고자 하는 충분한 시간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6개 이상 : 배우자와 즐거움을 같이 나누는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하는 여가활동에 높은 만족감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배우자와 여러 분야에서 공통적인 관심을 함께하고 있으며, 가정생활 안팎에서 활동할 때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

 

- 자료원 : 결혼만족도 검사(K-MSI)

 

* 권혁주 라자로 -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부, 가족관계 프로그램 개발 연구원. 그동안 서울대교구 혼인강좌, 부부여정, 아버지여정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경향잡지, 2011년 5월호, 권혁주 라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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