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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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응급 피임약의 일반약 전환, 어떻게 진행돼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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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4-26 ㅣ No.1311

[긴급진단-응급 피임약을 반대한다] (1) 응급 피임약의 일반약 전환, 어떻게 진행돼 왔나


낙태약, 누구나 쉽게 살 수 있게 해선 안 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1월 전문 의약품으로 지정된 응급 피임약의 일반 의약품 전환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한동안 잠잠했던 응급 피임약의 일반약 전환 논쟁에 불을 지폈다. 식약처는 당시 “올 상반기 내에 논의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약인 응급 피임약이 일반약으로 전환될 경우, 의사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당시 식약청)는 2012년 응급 피임약을 일반 약으로 전환하려다 종교계와 산부인과의사회 등의 반대에 부딪혀 유예 기간 3년을 두고 재논의하겠다고 한 바 있다.

 

가톨릭 교회 입장은 분명하다. 응급 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은 물론 응급 피임약 사용 자체를 반대한다. 응급 피임약을 낙태약과 다름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응급 피임약이 어떠한 문제와 위험을 지니고 있는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와 공동으로 4회에 걸쳐 살펴본다.

 

<평화신문ㆍ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공동기획>

 

1) 응급 피임약의 일반약 전환, 어떻게 진행돼 왔나

2) 응급 피임약에 대한 윤리적 성찰

3) 응급 피임약으로 인한 부작용-의료적 측면

4) 응급 피임약으로 인한 부작용-사회적 측면

 

 

사전 피임약, 사후 피임약

 

프로라이프 여성회 배정순(에스텔) 회장은 최근 산부인과에 들렀다가 피임약 광고를 보고 깜짝 놀랐다. 광고엔 ‘피임약이 안전하다’는 얘기로 가득했다. 에스트로젠 용량을 낮춰 부작용이 거의 없고 심지어 호르몬 조절로 여드름이 줄어들거나 생리 전 증후군도 완화된다는 내용이었다. 배 회장은 “피임약이 얼마나 나쁜지 알고 있는 저조차도 광고를 보니 ‘피임약이 진짜 저렇게 발전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청소년들이 보면 피임약이 정말로 안전한 줄로 알 것 아니냐”고 했다. 

 

여성 호르몬을 강제로 조절하는 피임약은 사전 피임약과 사후 피임약으로 나뉜다. 사전 피임약은 자궁 내 배란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 생리를 늦춘다. 여성은 생리주기를 조절하거나 임신을 피하려고 사전 피임약을 찾는다. 사전 피임약은 매일 한 알씩 3주간 먹어야 효과가 있으며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일반 약이다. 

 

응급 피임약으로 불리는 사후 피임약은 정자와 난자가 만난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지 못하도록 한다. 복용법에 따르면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먹어야 피임 효과가 있다. 고용량 호르몬제라 한 번에 한 알만 먹게 돼 있다. 의사와 상담한 뒤 처방전을 받아 구입할 수 있는 전문약이다. 

 

일부 의사나 약사들은 “사전 피임약을 3주간 매일 한 알씩 21알을 먹는 것보다, 성관계 후 응급 피임약을 한 번만 먹는 게 더 간편하고 안전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피임약의 부작용을 잘 아는 이들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프로라이프 의사회 차희제(토마스) 회장은 “피임약 자체가 여성 호르몬을 강제로 조절하는 것이기에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면서 “특히 응급 피임약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보다 부작용 정도가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응급 피임약의 일반약 전환 문제없나

 

의약품은 크게 일반약과 전문약으로 분류한다. 응급 피임약은 2001년부터 국내 판매가 허용됐는데, 처음부터 전문 의약품으로 분류됐다. 당시 가톨릭 교회는 응급 피임약 국내 시판 허가를 반대하며 “낙태를 유발하는 이 약품의 사용은 언제나 금지돼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의약품 분류는 통상 5년마다 재분류가 이뤄진다. 복지부와 식약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등이 통상 5년마다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하고 심의를 거쳐 시행한다. 이때 일반약이었어도 부작용과 오남용이 우려되면 전문약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있고, 전문약이어도 필요에 따라 일반약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있다.

 

응급 피임약의 일반약 전환 논의가 시작된 건 2011년 6월이다. 대한약사회는 피임을 원하는 여성이 언제든지 쉽고 편하게 피임약을 구입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응급 피임약을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전환해 줄 것을 복지부에 요청했다. 

 

이에 복지부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를 열고 전환 ‘보류’ 결정을 내렸다. 1년 뒤 2012년 6월 식약처는 의약품 재분류(안)을 발표하면서 응급 피임약을 일반 약에 포함했다. 그러면서 응급 피임약이 사회적으로 민감한 의약품이니만큼 공청회 등 의견 수렴을 거쳐 일반약 전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응급 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두고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약사회와 여성 단체는 찬성하고, 산부인과 의사회와 종교계는 반대하는 것으로 갈라졌다. 

 

약사회는 응급 피임약이 세계적으로 안정성과 효과가 입증된 데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고려할 때 일반약으로 분류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산부인과 의사회는 응급 피임약은 실패율이 높고 호르몬 함량이 워낙 높아 여성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약이기에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약으로 전환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톨릭 교회는 응급 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절대 전환해선 안 된다고 외치며 다각적으로 분주히 움직였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2012년 5월 ‘응급 피임약은 낙태약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제2회 생명 주일 담화문을 발표했고, 청주교구 생명위원회는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다.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역시 6월 일반약 전환을 반대하는 성명을 내고, 일반약 전환 철회를 촉구했다. 또한, 7월에는 전국 교회 생명 관계자 70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응급 피임약 일반약 전환 반대 시위를 벌이고 미사를 봉헌하기도 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를 포함한 산하 70여 개 단체가 일반약 전환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결국, 복지부와 식약처는 8월 29일 의약품 재분류 최종 확정을 발표하면서 응급 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피임약 사용 실태 및 부작용에 대해 3년간 집중적으로 감독하며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식약처는 피임약과 관련해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연구를 위탁, 그 결과를 놓고 현재 일반약 전환을 검토 중에 있다.

 

[평화신문, 2016년 4월 24일, 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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