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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수도 ㅣ 봉헌생활

영성의 길 수도의 길: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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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9-01 ㅣ No.298

[영성의 길 수도의 길] (20)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 수녀회


하느님께로 가는 길, 티없으신 성모신심이 지름길

 

 

찌는 듯한 무더위에 등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땀방울로 걷기조차 힘들다.

 

택시를 잡아타고 20분가량 부산시 남구 우암동 골목길을 올라가니 언덕바지에 동항성당이 자리잡고 있다. 부산항 제7부두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성당 종탑 위에서 바다를 향해 팔을 벌린 예수성심상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과 흡사하다. 마치 부산항을 품에 안은 듯한 모습이다.

 

이 성당 안쪽에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수녀회 본원이 자리잡고 있다. "날씨도 더운데 먼 곳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며 이석희(클라라) 원장 수녀가 반갑게 맞는다. 본원 수녀들과 피정 중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짬을 내어준 원장 수녀에게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다.

 

몽포르의 루도비코 성인은 세속에 물들어 죄와 악습을 저지르며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이 정화되어 성화와 구원에 이르려면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 마리아'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통하는 길이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예수 그리스도께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성모 마리아를 통해 예수님께로

 

-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수녀회가 운영하는 마리아학교.

 

 

"수도회마다 고유한 사도직을 갖고 있는데, 우리 수도회는 티없으신 마리아의 성심을 통해 보다 많은 이들을 예수 그리스도께로 이끄는 길잡이가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실 때 마리아를 통해 오셨듯이, 우리도 마리아를 통해 그리스도께 온전히 봉헌할 수 있지요. 때문에 티없으신 마리아께 대한 온전한 사랑과 봉헌은 구원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성모 마리아는 우리 구원의 완성을 위해 도움을 주는 동반자입니다."

 

이 원장 수녀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요한 사도에게 성모 마리아를 맡긴 사실에서도 마리아는 분명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어머니임을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수녀회의 사도직 하나가 바로 '마리아학교'. 하느님 아버지를 향한 순명으로 항구하게 살았던 '믿음의 여인' 마리아의 진정한 모습을 알려주는 전문 교육과정이다.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는 한국교회 신자들의 신심이 각별하다고는 하나 성모님에 대한 잘못된 신심으로 자칫 기복적으로 흐르거나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1년 2학기제로 성서 속의 마리아, 역사 속의 마리아, 마리아의 4대 교의, 전례 안에서의 마리아, 교회 문헌에 나타난 마리아, 마리아 영성과 성인들, 성모 마리아 발현 등에 대한 심도 깊은 내용으로 짜여 있다. 부산 본원에 있는 마리아 피정센터와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두 곳에서 같은 교과과정으로 개설된다. 부산가톨릭대학교 평생교육원 정규과정으로 운영되며, 부산과 서울에서 각각 매년 8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신학교 교과과정에도 마리아론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과목이 없어요. 마리아 영성을 따르는 수도회가 많지만 수녀님들조차 성모님에 대한 심도깊은 배움의 기회가 없지요. 그래서인지 수도자들과 일반 신자들 수강신청이 줄을 이어요. 일 년 동안 광주에서 부산까지 마리아학교를 수강하러 오시는 수녀님들도 있고, 비로소 신앙의 균형을 잡게 됐다며 기뻐하는 신자들을 종종 만나기도 하죠."

 

마리아학교 담당 이정순(프란치스카) 수녀는 "다른 지역에서도 마리아 학교를 열거나 통신교육과정을 개설해달라는 요청이 많지만 아직 여력이 없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수녀회 원장 이석희 수녀(가운데)와 마리아학교 담당 이정순 수녀가 아베마리아 출판사 실무자와 신간 출간 계획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원장 수녀 안내로 수녀원 건물을 나와 출판사도직의 일환으로 운영하는 아베마리아 출판사를 둘러봤다. 소규모 출판사지만 「묵주기도로 드리는 9일기도」, 「예수 수난 15기도」를 비롯한 기도서와 격월간지 「마리아」, 성모신심에 관련된 다양한 영성ㆍ신심서적과 CDㆍ테이프, 각종 성화를 보급하고 있다.

 

출판사 담당을 겸직하고 있는 원장 수녀는 지난해 출간한 「벼락을 맞았습니다 : 나를 살리신 하느님」이 일반 대형서점에서 종교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자랑이다.

 

수녀회 설립자인 독일 출신의 부산교구 하 안토니오(Trauner Anton Joseph, 88) 몬시뇰이 1964년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푸른군대)을 한국에 도입했고, 이 사도직에 봉사하던 자매들을 중심으로 수녀회를 설립한 만큼 푸른군대와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다. 푸른군대는 "공산주의자와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묵주기도를 바치라"는 파티마 성모님 메시지를 전파하는 전 세계적 기도운동단체다.

 

수녀들은 부산 및 서울본부와 각 교구 지부에 파견돼 '봉헌을 위한 33일 간의 묵상회', 젊은이를 위한 셀 기도모임, 첫 토요일 신심미사, 묵주기도 피정 등을 지도하며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에 협력하고 있다.

 

"파티마에서 발현하신 성모님께서 남긴 메시지를 널리 알림으로써 올바른 성모신심을 전파하고, 특별히 이 시대의 구원과 평화를 위해 기도와 희생, 보속, 봉헌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우리 사명입니다."

 

이밖에 본당 사도직으로 부산교구 방어진본당과 범서본당에 파견돼 활동하며, 피정 사도직으로 마리아 피정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피정센터에도 성경에 나타난 성모님의 생애 묵상 피정, 성모님과 함께 하는 성가정 피정, 마리아께의 참된 신심 묵상피정, 묵주기도 피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이처럼 수녀회 회원들은 우리 시대에 또 한 명의 작은 마리아가 되어 '어머니의 마음'을 살며, 또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랑하올 예수님, 당신의 거룩한 어머니 마리아를 통해 저는 당신의 것이오며 제가 가진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나이다"라고 기도하면서.

 

 

수도회 영성과 역사 - 성모님의 사도가 되자

 

 

-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 수녀회 설립자 하 안토니오 몬시뇰.

 

 

"나는 성모님과 '연애'하는 사이"라고 말하는 하 안토니오 몬시뇰<사진>의 모든 활동은 성모 마리아에게 닿아 있다. 파티마의 세계사도직(푸른군대) 한국본부를 결성하고,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수녀회를 설립한 것이 그렇다.

 

그가 성모님에게 반한 것은 신학생 시절. 건강이 악화돼 알프스 산중에서 휴양하던 중 파티마 성모발현 메시지에 따라 묵주기도를 열심히 바치는 농장 여주인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특히 몽포르의 루도비코 성인의 「성모님께의 참된 신심」이란 책을 읽고 난 후 성모님의 사도가 되려는 열렬한 마음으로 자신을 봉헌하며 살기 시작했다.

 

건강상 문제로 사제가 될 수 없다는 결정이 났을 때도 좌절하지 않고 '하느님께는 불가능이 없다'는 성모님 믿음을 본받아 주님 이끄심에 자신을 맡겼다. 그 결과 부산교구 초대교구장 최재선 주교 초청으로 1958년 독일에서 사제품을 받자마자 한국으로 와 부산교구로 입적했다. 부산교구 동항본당에서 사목자로서 첫발을 내디딘 그는 가난한 이들과 동고동락하는 삶을 살아 '가난한 이들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했다.

 

하 몬시뇰은 특히 한국의 분단 현실을 보고 공산주의자들의 회개와 세계 평화를 위한 파티마 성모님 원의를 실천하고자 1964년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을 한국에 도입하고, 티없으신 성모신심을 전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수녀회는 하 몬시뇰을 도와 이 사도직에 봉사하던 8명의 자매들을 중심으로 1986년 3월 25일 설립됐다. 1991년 11월 부산교구 설립 수녀회로 인준을 받았고, 1995년 2월 5명의 회원들이 첫 종신서원을 한 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

 

티없으신 마리아 영성을 따르는 평신도 단체인 재속회도 2005년 설립돼 부산과 울산, 대구, 구미, 서울 등지에서 2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 성소문의 : 051-634-4820, 010-2835-4858,

www.sihm.or.kr, cafe.daum.net/msarang1004, m-sarang1004@nate.com

 

[평화신문, 2010년 8월 29일, 서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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