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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ㅣ세계 교회사

[한국]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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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4-07 ㅣ No.825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 간행

 

 

1. 머리말

 

한국 가톨릭 출판의 역사에서 2005년이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해이다. 가톨릭 관련 책 읽기 운동이 전개된 한편, 가톨릭 출판의 역사를 다룬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였기 때문이다. 책이 강조되고, 책과 출판사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나타났던 것이다.

 

가톨릭 신문사는 2005년부터 대대적으로 가톨릭 독서운동인 ‘신심서적 33권 읽기’를 펼쳤다. 그러나 서울을 중심으로 교회 안에서 큰 호응을 얻었던 가톨릭 독서운동은 3년을 넘기면서는 계속되지 못한 채 끝나 버렸다. 이후 2010년에 들어와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는 가톨릭 신문사와 공동으로 독서사목을 새롭게 전개하고 있다. 사목자와 평신도가 상호 대화와 협력으로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본당사목에 접목하는 것이 독서사목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형태의 책 읽기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책 읽기 운동은 가톨릭 출판물의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에 2005년 가톨릭 신문사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매스컴 위원회와 함께 《한국 교회 출판문화의 어제와 오늘》을 주제로 하는 학술회의를 개최하였다. 이때 한국 가톨릭 출판물의 역사에 대한 개략적인 흐름이 새롭게 검토되었다.1)

 

가톨릭 출판의 역사에 대한 관심은 이후 가톨릭 출판물만이 아니라 개별 출판사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으로 이어졌다. 2006년에 가톨릭 출판사가 창사 1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가톨릭 출판문화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주제 아래 가톨릭 출판사의 출판물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학술회의를 연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는 단순히 출판문화의 현상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이제는 주제별로 가톨릭 도서를 본격적으로 검토한 것이다. 2009년에 들어와서 분도회의 한국진출 10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회의의 한 주제로서 <분도 출판사의 도서간행>이 다루어졌는데, 이 역시 비슷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2)

 

가톨릭 관련 출판사의 역사에 대한 이러한 관심은 이들 출판사가 좋은 책을 만들고 있는가, 일반 출판사와는 어떻게 다르며, 가톨릭 관련 출판사들 사이의 차이는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이 던져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개별 출판사들이 만든 도서들을 통해서 이들 출판사가 교회와 신자들에 대해서 어떠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 시대의 한국 사회와 어떠한 관련을 맺고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까닭에 개별 출판사가 자기의 책과 역사를 돌아보는 것은 현재의 상태를 점검해 보고, 쇄신을 위한 노력을 통해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 보자는 의미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간행에 대한 검토 역시 그와 같은 의미에서 시도된 것이다. 바오로 딸 출판사는 20세기라는 새로운 세기를 맞아 도서 선교를 지향하면서 설립된 성 바오로 딸 수도회에서 만든 출판사이다. 바오로 딸 출판사는 현재 등록된 책의 숫자만 볼 때 한국의 가톨릭 관련 출판사 가운데서 가톨릭 출판사에 이어 두 번째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3) 서울대교구에서 운영하는 가톨릭 출판사를 제외한다면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출판사로서는 그 첫 번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바오로 딸 출판사의 설립과 운영은 분도 출판사와 함께 한국 가톨릭 출판의 역사에서 교구가 주도하는 출판의 시대에서 수도회가 주도하는 출판의 시대로 새롭게 전환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였다.4) 더욱이 바오로 딸 출판사가 전국적인 규모로 15개의 독자적인 판매망 서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다른 수도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도 그러하다. 그만큼 한국 가톨릭 관련 출판사에서 바오로 딸 출판사는 매우 중요한 위치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10년이 성 바오로 딸 수도회의 한국 진출 50주년을 기념하는 해라는 점에서 바오로 딸 출판사에 대한 검토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으로 생각된다. 한국 가톨릭 출판의 역사에서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 간행이 차지하고 있는 역사적 의미는 최근에 들어와서 조금씩 파악되고 있다. 1995년부터 2003년까지의 한국 교회 출판물의 동향 속에서 간단하게 언급되었으며, 5) 또한 2006년 가톨릭 출판사의 도서들이 교리 · 성경 · 신학 · 철학의 주제별로 분석될 때에 1960년부터 2005년까지 나온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들이 비교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그것과는 관점을 달리하여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 간행이 ‘오늘’ 어떠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새롭게 정리해 보고자 한다.

 

 

2. 역사 개관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 간행이 가지는 의미를 구체적으로 살피기에 앞서 한두 가지 정리해야 할 사실들이 있다. 먼저 바오로 딸 출판사의 역사를 개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것은 바오로 딸 출판사의 출판활동을 어떻게 시기 구분할 것인가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현재 바오로 딸 출판사의 역사를 따로 다룬 글은 없다.6) 그렇지만 성 바오로 딸 수도회에서 간행한 《성 바오로 딸 수도회 한국 관구 38년사》(1998)는 바오로 딸 출판사의 역사를 개관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물론 이 책은 성 바오로 딸 수도회 한국 관구의 역사를 서술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기 때문에 바오로 딸 출판사의 역사로 바로 정리할 수는 없다. 개별 시기별로 바오로 딸 출판사의 활동과 관련된 서술의 내용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 바오로 딸 수도회의 활동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이 바오로 딸 출판사의 운영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그러한 내용들을 통해서 바오로 딸 출판사의 역사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 간행과 관련해서는 출판만이 아니고, 보급이라는 또 다른 요소까지를 염두에 두고 서술되었다는 점에서도 일정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부록으로 연도별 신간 발행수라든지, 신간 제작 목록을 그 제목과 함께 알려 주고 있는 것도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 간행을 이해하는 데 좋은 참고가 된다.

 

무엇보다도 《성 바오로 딸 수도회 한국 관구 38년사》에서 행한 시기 구분은 성 바오로 딸 수도회의 시기별 방향 설정이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 간행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한국 사회의 현실적 변화라는 요인도 주목하였지만, 성 바오로 딸 수도회가 어떠한 역사적 변화를 겪었는가를 기준으로 시기를 구분하였던 것이다. 이때 한국 관구의 역사를 살피는 데 위임구와, 관구로의 승격이라는 요소만이 아니라, 그것보다는 특별총회 이후부터 한국 관구의 매년 계획과 평가가 주로 총회 결의사항에 따라 이루어졌음을 인식하면서 총회 단위별로 서술하고 있다.7) 그러므로 이러한 시기 구분을 따라서 바오로 딸 출판사의 역사를 간략하게 그려보고자 한다.

 

《성 바오로 딸 수도회 한국 관구 38년사》는 1960년 이후 1998년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모두 6개의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이후 1998년부터 최근까지를 또 다른 한 시기로 묶을 수 있다면 전체 7시기로 구분하여 살필 수 있을 것이다. 그 첫 번째 시기는 한국 진출부터 수도회의 특별 총회 이전까지가 해당된다. 1960년부터 1968년까지이다. 이 시기는 바오로 딸 출판사에 있어서 ‘출발의 시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960년에 한국으로 진출한 성 바오로 딸 수도회는 젊은이들과 일본어를 아는 장년층에게 좋은 책을 보급할 서원의 필요성을 느끼고 수녀원 내에 작은 서점을 꾸몄다.8) 교회 서적이 거의 없던 상황이었던 만큼 이곳을 통해 일본어 서적들이 큰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좋은 출발을 하였던 것이다. 이후 1961년에 들어오면 명동에 서원을 낸 다음, 3월에 성 바오로 출판사(이하 ‘바오로 딸 출판사’로 함)의 설립 허가를 받은 뒤 1962년 4월에 들어와서 첫 번째 책으로 당시 인기를 끌고 있던 일본어판 《가정의 복음서》를 번역하여 선보였다.

 

두 번째 시기는 1969년부터 1976년까지이다. 특별 총회로부터 제4차 총회 이전까지가 해당된다. 성 바오로 딸 수도회가 일본 관구에서 독립하여 위임구로 발전하였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는 ‘발전의 시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한 회원의 기도처럼 바오로 딸 출판사의 성공을 위해서 기적을 바라던 시기였다.9) 성 바오로 딸 수도회는 1970년대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출판 사도직에 주력할 수 있었다. 1971년에 편집실이 정식으로 시작되었으며, 제본소를 직접 운영하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성 바오로 딸 수도회에 의해 우리의 손으로 제작된 도서라는 애정을 가지고 보급에까지 임할 수 있었다. 이 시기에 들어와서 바오로 딸 출판사의 출판 방향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그러한 노력 속에 《천국의열쇠》, 《성채》, 《침묵》, 《공동체 성가》 등 의미가 있는 도서가 출간됨으로써 바오로 딸 출판사의 존재가 사회적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당시 성 바오로 딸 수도회의 선교 열의에 찬 보급 활동이 늘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자연적으로 상업성을 띠게 되는 바오로 딸 출판사의 사도적 방법은 교회 내의 사목자 등으로부터 이해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와 함께 1970년대에 한국 공동체는 수도회의 창립 정신을 깊이 알고 뚜렷한 확신을 가졌다고 할 수 없는 시기였다. 그러나 그러한 어려움을 점차적으로 극복하면서 도서를 통해서 복음을 선포하는 특수한 선교 활동의 수도회로서 성 바오로 딸 수도회의 신원이 교회 안팎에까지 인식되고 인정받기 시작하였다. 이제 창립자 알베리오네 신부가 그랬던 것처럼 시대의 예언자로서, 그 시대의 가장 진보적인 수단을 가지고 복음 선교를 할 수 있다고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세 번째 시기는 제4차 총회로부터 제5차 총회 이전까지로, 1977년부터 1982년까지가 해당된다. 위임 관구에서 1981년 11월에 들어와서 관구로 승격된 시기이기도 하였다. 이 시기는 ‘성찰의 시기’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1977년 6월에 제4차 총회가 열렸는데, 이때 성 바오로 딸 수도회는 한국이라는 지역교회 안에서 성 바오로 딸 수도회의 사명은 무엇인가를 검토하기 위해서 교회와 사회 각 계층의 인사들과, 사목자들, 협력자인 평신도들에게 설문을 보냈기 때문이다.10) 이를 통해서 성 바오로 딸 수도회의 사도직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바오로 딸 출판사에 대한 기대로 나타났다. 바오로 딸 출판사에 대한 기대는 보다 진취적인 서원 경영과 수준 높은 서적 출판을 요구하였던 것이다. 물론 번역에 있어 오역이나 매끄럽지 못한 문장, 작품 선정에 신중할 것도 함께 지적되었다.

 

그 어느 것보다도 인상적이었던 바람은 회원들이 단순히 사도적 활동에 매이는 수도자가 아니라, 거룩한 삶의 증거자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는 대답이었다. 이를 통해서 성 바오로 딸 수도회 회원들은 ‘우리는 존재로서 가장 힘 있는 매체’가 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의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성찰을 바탕으로 바오로 딸 출판사의 출판 사도직이 한국이라는 지역교회 안에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모두 체계가 세워지고 더욱 안정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네 번째 시기는 제5차 총회부터 제6차 총회 이전까지로, 1983년부터 1988년까지이다. ‘쇄신의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시기는 발전 뒤에 당연히 따라오게 되는 위기의 시대였다. 바오로 딸 출판사의 출판 활동과 관련된 여러 문제점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시기였던 것이다. 이에 성 바오로 딸 수도회는 사회, 교회, 수도회의 현실을 알고, 그 현실에 더 알맞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의 사도직을 전반적으로 검토 평가하였다.11) 여기에는 가장 중요한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 간행이나 운영에 대한 점검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결과 부족한 점들이 많이 지적되었다. 무엇보다 조직과 진행 과정에서의 착오와 실천의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특히 인원 부족, 지나친 의욕과 무리한 계획으로 인한 실행의 어려움, 사명의식과 사고방식의 부족, 사도성의 부족이 많이 드러났던 것이다. 또한 시대 상황에 대한 감수성 부족, 수용자에 대한 연구 부족, 서원에서의 사도로서의 자세 부족, 친교의 능력이 부족함도 나타났고, 전문적으로 준비된 회원 부족과 보급의 활성화 모색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등의 지적도 나왔다. 이러한 사정은 수도회 내부에서만이 아니라 외부에서도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무언가 정체성에 혼란이 온 시기였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성 바오로 딸 수도회는 제5차 총회 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새 《회헌》을 바탕으로 수도회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하고자 하였으며, 창립자 탄생 100주년, 한국 진출 25주년 기념행사를 통하여 수도회의 현존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자 노력하였다. 이는 회원들이 현대의 신학과 문화와 관련하여 교회와 사회에 봉사할 책임 있는 여성이며 수도자라는 자기 신원을 다시 의식하는 것에서 시작하고자 하였다. 이에 겸손한 이탈의 자세를 가질 것, 익명성, 자기 투신 등의 자세가 회원들에게 크게 강조되었다.

 

다섯 번째 시기는 제6차 총회 이후로 1989년부터 1994년까지가 해당된다. 이 시기는 ‘모색의 시대’라고 불릴 수 있을 것 같다. 쇄신을 바탕으로 바오로 딸 출판사의 새로운 방향을 탐구하면서 재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한 시기이다. 이를 위해서 특히 네 번째 시기에 언급된 사도직의 토착화를 본격적으로 실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12) 이는 바오로적 카리스마의 토착화, 수도회의 토착화, 천주교의 토착화라는 말로 표현되고 있다. 현 시대의 새로운 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한국 실정에 맞는 응답으로서의 사도직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인 심성과 사회에 맞는 도서 간행을 추구해야 한다고 하면서, 한국 고유의 가치와 문화, 종교에 대한 연구가 더욱 필요함을 느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 한국 사회의 다양한 계층에서 일어나는 문제나 동양사상과 그리스도교 사상을 비교하는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1994년 3월에 월간 성경잡지인 《야곱의 우물》을 창간한 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1993년도 하반기에 전국 교구의 8개 본당을 대상으로 한 신앙생활 실태조사의 분석 결과 한국 교회에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 성경 안에 담겨 있는 진리를 발견해내고 살려내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이를 발간하기로 결정하였다. 성경에 대한 관심이 더욱 적극적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당시 교회에서 유행처럼 일어나고 있던 성경 공부의 시대적 흐름을 따른 것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각 분야의 사도직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평신도 전문인들과의 협력을 도모한 것도 그러한 방향에서 나온 것이었다.

 

여섯 번째 시기는 제7차 총회 이후로 1995년부터 1998년까지이다. ‘참여의 시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사회 현실에 대한 참여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지만, 대중과의 만남을 보다 도모한 것을 의미한다.13) 새로운 형태의 도서 선교라고 할 수 있다. 성 바오로 딸 수도회는 바오로 딸 출판사 이외에 ‘열린 출판사’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진 출판사를 만들어 일반 대중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노력하였다. 새로운 출판사의 이름이 ‘열린’이라는 점은 당시 바오로 딸 출판사의 새로운 지향을 잘 반영해 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는 기존의 바오로 딸이라는 명칭이 주는 종교적 색채를 피하고 일반 대중에게 구체적으로 다가가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독자 - 수용자로 표현되고 있다 - 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수도회의 사명을 새로운 문화 안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수용자에 대한 관심을 가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 대등한 관계를 맺고자 한 것으로도 이해된다. 공동체의 의미가 새롭게 읽히고 있는 점에서도 그것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역시 토착화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었다. 다름 아니라 이들과의 만남을 통하여 한국의 정신문화를 배워 알고 그 안에 스며 있는 그리스도교적 요소를 찾아보려고 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기에 보급의 활성화를 위해 영업부(선교부)를 개설하였으며,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모두 도서 선교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인 일곱 번째 시기는 1999년부터 최근까지로, 새천년기의 10여 년간에 해당된다. ‘정돈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여섯 번째 시기에 설정한 새로운 목표가 어느 정도로 이루어졌는지,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지 하는 부분에 대해 점검을 하고 있는 시기이다. 이 시기의 출판 동향을 통해서 알 수 있는데, 다름 아니라 선교와 관련된 부분이다.14) 이전에는 교회 밖의 사람들을 위한 예비 선교 차원의 출판이 노력만큼 활발하지 못했는데, 1999년 이후에 들어와서 예비 선교 차원의 보편적 내용을 다룬 책들이 다수 출간되었다는 것이다. 자폐아를 다룬 도서인 《아들, 일어나다》(열린)의 제목이 그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그러므로 새천년기의 처음에 들어와서 설립 50주년을 맞는 바오로 딸 출판사는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계기와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고 하겠다.

 

 

3. 도서 분류에 대한 검토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 간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도서를 분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떠한 분류 기준을 가지고서 도서를 정리하고 있는가는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 간행이 가지는 지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1990년에 나온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 목록을 보면 철학 · 신학, 문학, 사진 명상, 교육 · 심리, 성서 · 교회, 교리 · 전례, 영성, 전기, 청소년, 어린이의 10개 항목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러한 분류는 주제(내용)와 대상을 혼합해서 설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 어린이는 대상으로 나눈 것이며, 다른 경우는 내용으로 분류한 것인데 이는 대부분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철학이 신학보다 먼저 언급되고 있고, 문학이 신학에 뒤이어, 그리고 사진 명상이 나온다. 교육과 심리 역시 성서와 교회에 앞서 나온다는 점은 당시 출판에서 이들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을 알게 해준다. 청소년과 어린이에 대한 부분도 그러하다.

 

이후 나온 또 다른 목록(연도 미상)에서는 철학 · 신학, 교육 · 심리, 성서 · 교회, 교리 · 전례, 마리아, 영성, 전기, 문학, 사진 명상, 청소년, 어린이, 만화의 12가지 항목으로 분류되고 있다. 새로운 항목으로 마리아와 만화 부분이 추가되고 있다. 그리고 조금씩 순서가 뒤바뀌고 있다. 철학 · 신학은 변함없이 제일 먼저 나온다. 두 번째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문학이 일곱 번째의 위치로, 전기의 다음으로 자리를 옮겨가고 있다. 그 대신에 교육 · 심리가 네 번째의 위치에서 두 번째의 자리로 바뀌고 있다. 성서 · 교회가 세 번째로 올라가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도서 간행의 비중에서 이들 부분에 대한 관심이 점차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세 번째에 있던 사진 명상은 문학 다음으로, 청소년의 앞에 놓이게 된다.

 

현재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 현황을 가장 쉽게 살펴볼 수 있는 가톨릭 인터넷 서점 바오로 딸의 분류는 이와는 크게 다른 양상을 보여 준다. 바오로 딸 출판사 이외의 도서까지를 포함시켜 다루기 위해서 새로운 분류를 만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성경, 신학, 사회/환경, 교회사/교부학, 전례/신심, 교리/성사, 묵상/영성, 교회문헌/교회법, 문학, 청소년, 어린이, 악보, 철학/종교, 가정/심리, 시리즈, 기타, E-book의 17개 항목으로 나누어진다.

 

앞의 목록들과 이것을 비교해 보면, 사회/환경, 교회사/교부학, 신심, 성사, 묵상, 교회문헌/교회법, 악보, 가정, 시리즈, E-book 등의 항목이 새롭게 추가되고 있다. 교리와 전례로 묶여 언급되던 것이 구분되고 그 순서도 바뀐다. 전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전례는 신심과, 교리는 성사와 함께 언급되는데, 영성은 새로이 추가된 묵상과 함께 분류된다. 그러나 그동안 독자적인 항목을 가지고 있던 마리아나, 전기, 교육, 사진 명상, 만화 등은 여기에서 제외된다. 사진 명상의 경우는 문학의 세부항목에 포함되고 있다. 만화는 청소년과 어린이에 포함되었다. 교육은 어린이 안에서 신앙교육으로, 가정/심리 안에서 자녀교육으로 다루어졌다. 전기는 문학과 어린이 속에, 마리아는 신학의 마리아론이나, 전례/신심 안에서 묵주기도로 정리되고 있다.

 

성경이 이제 제일 첫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첫 번째 도서로 성경을 다룬 《가정의 복음서》를 출간할 때의 정신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리고 철학과 함께 분류되던 신학이 그 다음에 나온다. 그동안 처음에 자리하던 철학은 종교와 묶여 뒷부분으로 밀려나고 있다. 청소년이나 어린이보다 비중을 덜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다음으로 사회/환경에 대한 부분이 세 번째로, 교회사/교부학이 그 다음, 전례/신심이, 교리/성사, 묵상/영성, 교회문헌/교회법이 순서대로 언급된다. 전례/신심에서 묵주기도가 언급된다. 그리고 이전에 변경되었던 방식 그대로 문학, 청소년, 어린이의 순서로 항목이 설정되고 있다. 또한 기존의 분류에서 일정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심리는 철학과 종교 다음의 위치로 변경된다. 가정과 함께 분류되고 있지만 거의 마지막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개별 항목은 다시 하부 단위의 세부항목으로 비교적 자세하게 분류되고 있다. 성경은 새 번역 성경, 성경묵상, 성경일반, 해설/주석서, 외국어 성경, 미니성경/암송카드, 200주년 성경, 구약성경 새 번역, 신약성경 새 번역으로 나누어진다. 신학은 마리아론, 교의신학, 윤리신학, 사목신학, 해방신학, 여성신학, 영성신학, 환경/생태신학, 그리스도론, 연구/논문, 선교, 신학선서 시리즈, 사목총서 시리즈로 구분된다. 사회/환경은 매스컴, 자연과학, 종교사회학, 정치학으로, 교회사/교부학은 성지, 교부학, 세계교회사, 한국교회사로 구분된다. 전례/신심은 전례일반, 강론, 기도, 십자가의 길, 전례예식서, 묵주기도, 미사/성사, 신심으로, 묵상/영성은 영성과 묵상으로, 교회문헌/교회법은 교회문헌과 교회법으로 구분된다.

 

문학은 소설, 전기(성인전), 시, 예화/우화/이야기, 수필, 신앙체험, 명화/사진 명상, 순례기로 나누어진다. 청소년은 소설, 교리/기도, 성교육/심리, 만화로, 어린이는 만화, 신앙교육, 창작동화, 그림동화, 성인전/전기, 유치부, 저학년, 고학년으로 구분되었다. 악보는 창작성가, 미사곡, 사순/부활, 성탄, 성모찬가, 연중전례 성가, 오르간 연주곡집, 어린이 노래로, 철학/종교는 서양철학 일반, 비그리스도교(비교종교), 동양철학, 중세철학, 인간학, 종교학으로, 가정/심리는 심리, 가정/부부, 노인, 생명, 자녀교육, 부모, 자기계발로, 시리즈는 송봉모 신부의 성서와 인간, 나니아 연대기, 분도-신학총서, 분도-소책자, 나눔터(기쁜 소식), 성서와 함께 총서, 가톨릭 문화 총서, 신약성서 영적독서, 미니북으로, 기타는 예술/문화, 퍼즐, 교회건축, 잡지, 수첩/달력/쓰기성경, 성소, 사전류, 외국어로 나누어지며, 이 밖에 E-book이 있다.

 

이와 같이 각 항목을 더 세분된 내용으로 살필 때 바오로 딸 출판사의 분류는 매우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여 주고 있다. 어떠한 기준으로, 왜 그와 같은 구분을 하고 있는지가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차례대로 그것을 살펴보면, 성경묵상은 왜 성경에 포함될까 한다. 묵상/영성 항목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 왜 기타에 언급된 쓰기 성경은 성경에 포함되지 않을까 하는 점도 궁금해진다. 전례/신심의 경우에 신심은 하나의 세부항목밖에 없으며 대부분 전례의 내용인데, 굳이 신심을 전례에 묶어야 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오히려 영성/묵상에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전례일반에 이어 전례예식서가 바로 자리를 잡아야 할 것이다. 교리/성사에서도 어린이/청소년을 다시 포함시키고 있는데 어딘가 어색하다.

 

묵상/영성은 세부항목에서 서로 뒤바뀌고 있는데, 영성/묵상이 더 적절하다. 그러나 상위항목과 세부항목이 모두 두 부분으로만 되어 있는 것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너무 단순하기 때문에 조금은 더 세분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때 수덕이나 신심 항목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의 출판이 가지는 의미가 크게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을 고려할 때 그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설정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는 기도에 해당되는 부분이 함께 설정되었어야 했을 것이다. 한편 그동안 그렇게 강조되어 왔던 문학에서 언급되는 전기(성인전)가 과연 문학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오히려 영성/묵상 부분에서 언급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신앙체험의 경우에도 어떨지 모르겠다. 문학의 개념을 어디까지 설정하고 있는지가 더욱 궁금해진다. 명화의 경우에도 성경과 관련된 것이라면 오히려 성경에서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그것은 순례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교회사 부분에서 다루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청소년과 어린이의 경우에는 대상으로 구분된 항목이라는 점에서 이 부분에서 필요한 세부항목은 독자적으로 새롭게 설정되었어야 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해서 만든 항목의 경우처럼 성경, 사회, 환경, 교회사, 신심, 교리 등으로 정리하여 분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야만 청소년에는 교리가 있는데, 어린이에서는 그것을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유치부 이외에 유아부도 설정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시리즈에서도 세부항목의 분류는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바오로 딸 출판사가 설정하고 있는 기획물이나 시리즈를 송봉모 신부의 성서와 인간 시리즈나 미니북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을 포함시키고 있지 않다. 사실 바오로 딸 출판사는 많은 기획물과 시리즈를 출판 방향의 하나로 잡고 오랫동안 추구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것은 물론이고, 최근의 기획 시리즈들도 여기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인터넷 서점이 다른 출판사의 도서까지를 포함시키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기의 출판사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색깔을 드러내는 데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말한다. 이 점과 관련해서 분도 출판사의 도서 간행을 매우 효율적으로 드러내는 인터넷 서점 분도 북의 분류가 크게 참고가 될 것이다.

 

기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조금은 애매모호한 항목이다. 예술/문화는 차라리 사회/환경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교회건축의 경우에도 교회사 부분에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사전류의 경우에도 따로 항목을 만들 필요가 있을 것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외국어 등의 해당 부분에 설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성경 신학 사전》과 같이 다른 어느 출판사에서 시도하지 않은 의미 있는 작업을 바오로 딸 출판사에서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그 책의 위치를 평가절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잡지의 경우에도 독립된 항목으로 분류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바오로 딸 출판사는 도서 간행의 바람직한 이해를 위해서 보다 깔끔한 분류 기준을 새롭게 마련했으면 한다. 무엇보다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 간행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인 것이다. 지금까지 발간된 책의 전체 목록이 새롭게 나오지 않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경우 가톨릭 인터넷 서점 바오로 딸은 바오로 딸 출판사라는 자기 출판사에서 출간한 도서의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해주는 도서관 기능을 해야 할 것이다. 서지 정보를 담은 이른바 책의 족보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15) 이를 위해서 현재 설정되고 있는 항목 이외의 것이 필요하지 않는가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창립자나, 성 바오로 딸 수도회가 지향하고 있는 성 바오로의 사상이나 활동과 관련된 부분 등은 독자적인 항목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부분에 대한 바오로 딸의 도서간행을 모아 놓아둘 때 수도회의 특징을 드러내는 데 많은 의미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금까지 나온 바오로 딸 출판서의 도서를 그 몇몇을 제외하고는 품절 혹은 절판된 경우에 거의 대부분 그 책들을 검색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더욱 그러하다. 왜 그렇게 많은 것인지 알 수 없다. 현재의 상태로는 바오로 딸이 언제 어떠한 책을 펴냈는지를 제대로 살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바오로 딸 출판사가 도서간행을 위해서 쏟은 수많은 노력이 가지는 의미를 반감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정말 좋은 책들이 잘못된 분류와 함께, 책의 출판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상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바오로 딸 출판사에서 나온 정말 좋은 책들이 오늘까지 계속적으로 다시 살아 움직이지 않는 데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들을 전체적으로 볼 때 조금은 뒤죽박죽 뒤섞여 있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다름 아니라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 분류에 상당한 원인이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가를 알 수 없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바오로 딸 출판사는 도서를 왜 분류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목적과 방법에 대해 더욱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때 오늘 바오로 딸 출판사가 지향하는 도서 간행의 목표를 분명히 드러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4. 도서 간행에 드러나는 특징들

 

바오로 딸 출판사에서 펴낸 도서들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어떠한 것일까. 현재 가톨릭 인터넷 서점 바오로 딸에 등록되어 있는 책들을 중심으로 분석해보자. 이와 같이 현재의 상태를 파악해 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역사 연구의 목표란 역사의 큰 흐름 속에서 결국 오늘, 다시 말해서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는 실마리를 얻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의 장에서 언급된 개별 항목별로 그 특징을 찾아보자.

 

먼저 성경 부분이다. 10개의 항목 가운데 성경묵상, 성경일반, 성경공부, 해설/주석서에서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들을 찾아볼 수 있다. 성경묵상에 대한 책이 32권, 성경일반에 대한 책이 29권, 성경공부에 대한 책이 12권, 해설/주석서에 대한 책이 1권이 있다. 이것은 바오로 딸 출판사의 성경에 대한 관심이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는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바오로 딸 출판사의 출판 방향이 성경 묵상에 놓여 있는 것이다.16) 성경 번역이나 주석에 초점을 맞춘 분도 출판사나, 성경 신학에 중점을 둔 가톨릭 출판사나, 성경 해설에 초점을 맞춘 성 바오로 출판사나, 성경 일반을 강조한 생활 성서와는 다른 특징을 보인다. 이것은 앞선 시기 성경 참고서였던 《200주년 기념 별책》이나, 《성서 연구 자료집》 등을 출간하던 것과는 확실히 달라진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유다 그리스도교 고전 입문 총서》는 이전의 출판방향을 여전히 반영해 주고 있기는 하다.

 

성경 묵상과 관련해서 송봉모 신부의 연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순례자 아브라함 1》, 《순례자 아브라함 2》, 《신앙의 인간 요셉》, 《집념의 인간 야곱》이 바로 그것인데 모두 성경의 인물 시리즈에 속하는 책들이다. 이 책들은 요즈음 일반적으로 유행하는 거룩한 독서 등과 같은 방식을 통한 것이 아니라 참된 의미에서의 성경 묵상이란 무엇인가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묵상이란 단순히 말로나, 머리나 감성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에 대한 올바른 연구와 이해(주석과 해설)를 바탕으로 해야만 훌륭한 묵상서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그리고 12권에 달하는 그의 《성서와 인간 시리즈》와는 또 다른 접근(단계)을 보여 주고 있다.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 간행에는 우리나라 사제나 수도자 및 신학자의 책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바오로 딸 출판사가 우리나라 사제나 수도자 및 신학자들로 하여금 저술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고 평가되는 부분이다. 이에 우리는 단순한 번역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 그들에 의한 독자적인 저술까지 읽게 되었다. 그런데 그들에 의해 나온 도서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파악할 수는 없으나, 송봉모 신부의 저서들은 한국의 성경 연구와 묵상의 수준을 한 차원 높여준 것임은 분명하다. 즉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좋을 정도의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앞으로는 성경 연구에서 전문성과 대중성을 함께 갖추어야 함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17)

 

그와는 조금 다르지만 신약시대의 인물인 성 바오로를 다룬 《오늘을 함께 걷는 바오로》도 주목되는 도서이다. 오늘 이 시대와 이 사회와 관련해서 바오로를 어떻게 만나고 이해해야 하는가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오로 딸 출판사가 추구해야 할 도서 출판의 방향이 아닌가 한다. 따라서 이 책들의 출판을 통해서 바오로 딸 출판사는 한국의 성경 연구에서 새로운 국면을 열어 주었다고 하겠다.18)

 

성경 묵상 다음으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성경 일반에서도 역시 또 다른 형태의 성경 관련 도서를 만날 수 있다. 김혜윤 수녀의 조금은 작은 《성경 여행 스케치》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는 또 다른 여성 수도자 학자를 만날 수 있는 기쁨을 주고 있다. 성경을 접하기 전에 성경 이해에 도움이 될 전체적인 조감도를 제시하기 위해 기획되어 역시 누구나 궁금해 왔던 부분들을 쉽게 정리하여 신자들의 이해를 도와주고 있다는 점에서 바오로 딸 출판사의 새로운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성경 일반과 관련해서 특히 주목해야 할 도서는 《예수시대의 생활풍습》, 《성경시대의 음식》, 《성경시대의 여인들》이다. 첫 번째 책을 중심으로 언급한다면 예수시대의 생활 풍습과 지역에 대한 정보가 다양하게 실려 있어 그 시대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보며 체험하도록 이끌어 준다. 또한 화려한 그림(삽화) · 지도 · 사진 · 도표가 함께 소개되어 있어 흥미롭게 성경 지식을 넓힐 수 있다. 이것은 기존의 성경 이해와는 색다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즈음 일반 역사학계에서 유행하는 생활사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성경을 이해하기 위한 신학만이 아니라 또 다른 인접 학문의 도움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것인지를 깨우쳐 주고 있다. 이미 《성경의 세계와 지도》나, 《성서시대의 보물들》에서 보여주었던 방식인 지도나 고고학을 중심으로 이해하는 영역을 더욱 확대시켜 준 것이다.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성경을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새삼 일깨워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성 바오로 딸 수도회의 회원인 민남현 수녀의 참여가 있다.

 

신학 부분의 전체 13개 항목 가운데 교의신학이나, 사목신학이나, 해방신학이나 연구/논문, 사목총서 시리즈에서는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를 찾아볼 수 없다. 마리아론은 2권, 윤리신학은 3권, 여성신학은 4권, 영성신학은 1권, 환경/생태신학은 1권, 그리스도론은 2권, 선교는 1권, 신학선서 시리즈 10권이 나오고 있다. 이것은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 간행에서 전체적으로 신학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음을 말해 준다. 마리아론을 그리스도론보다 우선적으로 배치하고 있는데, 이것은 창립자의 영성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마리아에 대한 국내 신자들의 높은 관심도를 반영해 주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19) 그러나 해당되는 권수는 많지 않다.

 

다시 언급되겠지만 최근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들에서 영성이 그렇게 강조되면서도 영성신학에 대한 책을 별로 찾아볼 수 없다든지, 선교를 강조하는 성 바오로 딸 수도회의 존재 근거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선교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 역시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은 1970년대 말부터 지속적인 저술 및 번역 작업을 통해 한국의 교의신학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인정받는20) 심상태 몬시뇰의 저서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 않는 것도 그러하다.

 

심상태 몬시뇰은 교의신학만이 아니라 토착화 신학에도 깊은 관심을 가진 신학자이다. 특히 1979년에 시작되어 2005년까지 나온 신학선서 시리즈는 그의 학문적 노력에 의한 것이다. 여기에서도 바오로 딸 출판사를 통한 우리나라 신학자의 활발한 활동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그는 한국 교회의 신학 양성과 토착화에 많은 힘을 기울인 신학자이다. 토착화 신학, 이른바 한국 신학을 크게 강조하였던 것이다. 한국 신학이란 한국적 실재에 대한 주된 관심을 통해 그 안에서 발견되는 신학적 단초에 초점을 맞추고서 신학적 사유와 성찰이 이루어지는 신학 노선을 의미한다.21) 이것은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 간행에서 드러나는 중요한 특징의 하나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토착화 신학 혹은 한국 신학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개신교에서 논란이 되었던 민중신학이 참고가 된다. 한국 신학의 계발은 한국 가톨릭 신학계와 한국 가톨릭 출판계에 주어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만일 한국 신학자나 한국 출판사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면 그것은 오로지 한국 신학의 계발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22) 그러나 반드시 한국 신학의 계발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국과 관련된 분야를 포함하여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자가 나타난다면 오히려 이를 통해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토착화 신학이란 용어 역시 정확한 개념을 설정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23)

 

여성신학과 관련해서 《여성과 그리스도교》 1 · 2는 여성신학을 구조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여성 그리스도인을 역사적 맥락에서 파악한 것이다. 여성학 연구가 아니라 여성사 연구인 것이다. 반가운 책이다. 여성신학에 대한 역사적 이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을 고려할 때 바오로 딸 출판사의 여성 관련 도서에 대한 새로운 출판 의도를 읽게 해주었다고 하겠다. 환경/생태신학에서 《평화 생태 이야기》는 환경 문제를 최근 바오로 딸 출판사의 출판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평화의 문제와 연결시켜 새롭게 이해한 도서라고 할 수 있다. 적은 수의 도서이지만 새로운 시도가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하겠다.

 

매스컴, 자연과학, 종교사회학, 정치학을 세부항목으로 두고 있는 사회/환경 부분에서는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가 검색되지 않는다. 한국 사회의 실정을 이해하고자 노력한 성 바오로 딸 수도회의 지향을 생각할 때 그것과는 일정한 차이를 보여 주는 현상이어서 아쉬움을 준다. 매스컴에 대한 회원들의 이해와 연구를 강조한 제7차 총회 이후의 상황과도 다르다.24) 교회사/교부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분도 출판사가 최근 교부학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관심을 보여주는 것과는 커다란 차이를 보여 주고 있다. 교회사에서는 세계교회사 1권, 한국교회사 2권이 찾아지는데, 《이 빈들에 당신의 영광이》, 《너는 주추 놓고 나는 세우고》는 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 관련 사료로 여전히 참고가 되는 도서들이다. 그러나 초대 주한 교황 사절인 메리놀 외방전교회의 번 주교를 다룬 《기억의 돋보기》나 《신앙의 역사를 찾아서》와 같은 교회사 책의 발간이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전례/신심에서 앞의 항목보다 도서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전례의 경우 8권이 언급되고 있지만, 전례일반이라고 구분되고 있듯이 전례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포함되고 있지 않다. 신심의 경우에도 기도가 대부분이다. 모두 27권의 책이 소개되고 있다. 아기부터 수험생까지 그 대상이 다양하다. 그러나 그러한 형태의 기도서가 과연 적절한 것인지는 늘 의문이다. 물론 《아빌라의 데레사와 함께하는 30일 묵상》, 《에카르트와 함께하는 30일 묵상》 등 신비주의자의 기도를 다룬 어려운 도서도 있다. 성체 조배를 다룬 책도 있지만, 성모신심이나, 성체신심 등으로까지 보다 확대된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개별 기도를 묵주기도나 십자가의 길로 나누어서 파악하고 있는 점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보다 깊이가 있는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대부분 일반 신자들을 위한 가볍고 평범한 도서들이라고 할 수 있다.

 

교리/성사 부분에서는 교리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또 다른 방식으로 교리교육에 접근하는 이제민 신부의 《우리가 예수를 찾는 이유는》(1), (2)가 주목된다. 그러나 그것이 어느 정도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기대했던 것보다는 와 닿지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보다 전문적이면서도 대중적인 교리서는 여전히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하겠다. 교리서/교재에서는 유아들과 어린이가 중심이 되는 그림 그리기를 통한 교리 교리서가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피정/성극은 항목이 마련되었지만, 피정에서만 1권이 찾아진다. 성사에 대한 관심은 교리보다 훨씬 떨어진다.

 

묵상/영성은 이미 지적되고 있듯이 어린이 도서와 함께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다.25) 여러 지적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우선 인용하고자 한다.

 

오늘날의 교회의 교세가 지난 70, 80년대에 비해 비약적으로 성장하여 5백만에 육박하고 성직자와 성직 희망자, 수도자와 수도 지망자들도 배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성적 탐구 노력을 적잖이 요청하는 전문 신학서적들은 당시에 비해 거의 외면당하는 데 비해 개인의 감성적 요망을 적절히 충족시켜 주면서 개인과 사회 내지 세계의 미시적 차원을 서정적 문체로 정교하게 기술하거나, 종교적이고 내면적 요청에 부응하여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신심이나 영성 관련 서적들이 선호하는 풍토 변화가 교회 안에서 단기간 내에 정착된 것으로 보입니다. 필자가 그동안 이 시리즈를 통해서 출간한 책자들은 예외 없이 상당한 지적 탐구 노력을 요청하는 서적들입니다. 최근에 와서…사회와 교회 구성원들이 변화된 생활환경 안에서 ‘주로 듣고 생각하며, 추론으로 이루어진 전통적 진리 추구 자세’로부터 ‘주로 보고 느끼며 이야기로 공감을 자아내는 진리 체험 자세’로 바뀌었거나 바뀌게 될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며 지냅니다.26)

 

“바오로 딸에서 나온 도서들은 쉽고 보편적이며 감성적인 특징을 발견할 수 있으며 《신학대전》과 같은 전문서적도 있으나 일반 신자계층을 위한 영성, 신심 위주의 서적이 다수 출간되었다. …쉽고 가벼운 에세이나 신심 서적류가 지나치게 많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독자들의 인기에 영합하는 안이한 출판경향임을 지적할 수 있겠다.”27)

 

크게 변화된 독서 환경을 지적하고 있는 심상태 몬시뇰의 지적은 타당하다. 시각적 · 감각적 · 감성적 선호도의 급증으로 인하여 전문 신학서적들을 지속적으로 출판하는 일이 이제는 얼마나 어려운 일이 되어 갈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28) 바오로 딸 출판사의 출판 동향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바오로 딸 출판사에서 나오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서 지적하는 아이러니(역설)를 보여 주고 있다. 그것은 후자의 언급처럼 신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독자들의 기호에 영합하거나 그것을 앞에서 부추기는 출판사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은 한국 천주교회의 발전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가 되는 점이다.

 

이 점과 관련해서 영성과 묵상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들은 이미 무엇이 영성이며, 묵상인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에나의 카타리나의 《대화》나 《가르멜의 산길》이나 《무지의 구름》 등은 바로 영성에 속하는 도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도서로 구엔 반 투엔 추기경의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며》, 《평화 안에 머물러라》 등은 좋은 묵상에 속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미움이 그친 바로 그 순간》 역시 심리와 영성의 새로운 만남을 보여 주고 있다. 용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부각시켜 준 것이다. 수동의 영성을 다룬 《제3의 인생》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영성/묵상 항목에 속한 도서들에 나타나고 있듯이 영성과 묵상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깊이가 떨어지는 도서들까지를 너무 쉽게 포함되고 있는 현상은 문제다. 이에 영성이나 묵상이란 말이 함부로 가볍게 언급되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 더욱이 거기에 편승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겠다. 가끔씩은 왜 저러한 작업을 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게 하는 것이다. 영성이나 묵상이란 그들의 삶과 신앙이 영성가 혹은 묵상가로 불릴 정도여야 할 것이다. 그때 그들이 제시한 영성이나 묵상의 화두를 통해서 시대와 사회와 교회를 새롭게 비추어 보고, 그것을 만나는 사람들의 삶과 신앙을 변모시켜 줄 때에만 구체적인 의미를 지닐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 말이나 머리로나 감성에 의지하는 것은 올바른 의미에서의 영성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온 존재로서 신앙을 실천하면서 수준 높은 깊이와 넓이를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삶이 아니더라도 학문적으로 그것을 연구하는 경우에도 그들의 올바른 지적 노력 속에서 독자적인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그 경우에는 영성신학으로 차라리 구분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바오로 딸 출판사는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면 어떨까 싶다.

 

교회문헌/교회법에 해당되는 도서는 없다. 이 점은 매우 아쉽다. 교회문헌에 대한 관심을 보다 높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성 바오로 딸 수도회의 출판 방향과 직접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에 대한 관심은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창립자의 활동이 교회 내에서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은 역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서였기 때문이다.29) <사회매체에 관한 교령 : 놀라운 기술>(1963)에는 창립자의 영성이 반영된 것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성 바오로 딸 수도회의 새로운 회헌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이 반영되어 있다. 또한 성 바오로 딸 수도회가 한국에 진출하고 자리를 잡게 되는 시기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열린 1960년대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공의회 문헌을 비롯해서 교회문헌에 대한 관심은 성 바오로 딸 수도회의 발전을 위해서나 교회를 위해서나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문학은 현재 교회 출판에서 성경, 영성/묵상에 이어 세 번째의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다.30) 그러나 이미 지적되고 있듯이 최근에 들어와서 바오로 딸 출판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있다.31) 조금은 정돈되는 양상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바오로 딸 출판사의 문학 부분은 구상, 홍윤숙 등과 같은 우리나라의 평신도 가톨릭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을 제공해 주었다. 그만큼 우리나라 가톨릭 문학사에 크게 기여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옥석을 가릴 수 없는 도서의 출판으로 어려움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현재의 상황은 과거처럼 우리나라 작가들의 활발한 활동 양상을 보여 주고 있지 않다. 특히 오늘날 문학이 쇠퇴하고 있다고 진단되는 현실에서 이러한 현상은 많은 시사를 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바오로 딸 출판사에서 가톨릭 문학이란 무엇이며, 가톨릭 작가는 어떻게 저술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비롯해서, 어떻게 문학 관련 부분에 대한 책을 낼 것인가에 대해 보다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문학의 전기 부분은 꾸준히 좋은 책이 나오고 있는 부분이다. 그 가운데 《사막과 장미》와 같은 책은 노인의 문제와 오늘 이 사회를 비추어주는데 훌륭한 책이다. 모두 드러나기를 좋아하는 오늘의 시대에 은둔의, 알려지지 않음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새삼스럽게 일깨워 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가사키의 노래》도 여기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명화/사진 명상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준다. 《명화로 보는 성모님의 생애》와 같은 다른 형태의 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기물을 문학이라고 분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영성에 가까운 책들이기 때문이다. 순례 여행 안내서도 주목된다. 최근 성지순례가 많이 언급되고 있는데, 어떠한 마음으로 순례를 떠나야 하며, 순례를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준비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주는 책인 것이다. 그러나 더 본격적인 순례기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한다.

 

문학 부분에서는 바오로 딸 출판사의 초창기에 나온 책들 가운데 지금까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책들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책들은 ‘다시 읽고 싶은 명작’ 시리즈로 분류되고 있는데, 《천국의 열쇠》, 《침묵》, 《칠층산》, 《고백록》이 여기에 해당된다. 《무상을 넘어서》, 《산, 바람, 하느님, 그리고 나》, 《가리산의 눈먼 벌치기》 등도 그러한 범주에 속한다. 이때 바오로 딸 출판사는 이러한 책들이 어떻게 오늘까지 살아남아 있게 되었는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오늘 독자들이 바오로 딸 출판사에 어떠한 책을 바라고 있는지를, 바오로 딸 출판사의 출판 방향이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지를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더 바람직한 것은 약간은 복고적인 분위기를 주는 그냥 다시 읽고 싶은 명작으로 돌아가기보다는 오늘 앞으로 오래 읽을 수 있는 새로운 책을 찾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할 것이다.

 

청소년에서는 생각보다 바오로 딸 출판사의 책이 많지 않다.32) 다양한 대상을 염두에 두고 출판을 하겠다고 말하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소설에서 4권, 교리/기도에서 3권, 성교육/심리에서 1권이 언급된다. 그러나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는 거기에 해당되는 책으로 말할 수 있다. 비교적 일찍 발간되기 시작하였는데, 해리 포터 시리즈의 출현 이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도서이다. 청소년의 경우 만화는 없다. 그러나 청소년을 비롯해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만화를 통해서 전문적인 내용을 전달하려고 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새로운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어린이 부분에 이르면 청소년과는 크게 다른 도서 간행을 보여 준다. 절대적으로 많은 도서간행이 이 부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잘 지적되고 있듯이 바오로 딸 출판사의 출판 방향이 어디에 있었는가를 시사해 준다고 하겠다.33) 그만큼 어린이 도서 간행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를 유치부와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더 세밀하게 분류함으로써 독자층을 상정하여 책을 발간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최근 유치부에 대한 도서 간행은 저학년이나 고학년의 그것보다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34) 또한 비교적 다양한 주제로 분류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 신앙 교육에 대한 도서들의 숫자가 가장 많다고 하겠다. 그리고 성인들의 책에서 찾아볼 수 없는 교회사 관련 부분에 대한 내용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창작동화라고 하여 성 바오로 딸 수도회의 회원들을 포함해서 우리나라의 동화 작가들도 저자로 등장하고 있다. 이 역시 평신도 작가들이 가톨릭 출판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 것이라고 하겠다.

 

현재 필자의 능력으로서는 어린이 도서 간행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다. 그러나 바오로 딸 출판사가 왜 어린이 부분의 도서 간행에 중점을 두고 있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이것이 가장 중요한 출판 방향의 목표라고 한다면 무엇을 염두에 두고 그렇게 하고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다. 다름 아니라 오늘 어린이 출판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3명의 자녀를 둔 필자로서는 바오로 딸 출판사에서 나온 어린이 도서 가운데 어떠한 책들이 이들에게 적절한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오랫동안 고민을 했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오랜 성장 기간을 지켜볼 때 바오로 딸 출판사의 어린이 도서가 얼마만큼 커다란 영향을 미쳤는가를 생각하면 곧바로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여기에서는 어린이 책이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당위적인 사실을 지적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이미 오래전에 성인동화란 말이 나왔다. 동화를 이제는 어린이만이 아니라, 어른까지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이 책이 더 이상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만이 아님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바오로 딸 출판사의 경우에는 그러한 한계에 아직도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최근에 들어와서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명화와 함께 하는 성서 이야기》나 《예수시대의 생활 풍습》 등을 어린이 도서에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어린이만이 아니라 어른까지 읽을 수 있는 도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그 경계를 허물 수 있을 때 어린이 도서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어린이 책을 쓰는 작가들의 수준도 더 높아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어린이가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드는 것은 어른들의 그것보다 더 어려운 작업 과정이 요구된다. 가장 깊은 내용을 가장 쉬운 서술과 방법으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바오로 딸 출판사는 이러한 노력을 더욱 의식적으로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악보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찾기는 어렵다. 8개의 항목 가운데에서 창작성가와 미사곡에서 각 1권이 소개되고 있는 정도이다. 일찍이 가톨릭 성가에 관심을 가진 바오로 딸의 출판을 생각할 때 왜 그러한지가 궁금하다. 어린이 도서의 발간에 가장 관심을 가진 출판사로서 어린이 성가에 대한 부분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그러하다. 또 다른 매체를 통해서 음악을 소개하고 있지만, 현재 그림 서적에 대한 관심을 더욱 증대시키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음악 서적에 대한 관심도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바오로 딸 출판사가 처음 출발할 때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철학/종교에서는 인간학, 종교학이나 동양철학에 대한 관심을 찾아볼 수 없다. 그것은 비그리스도교(비교종교)에 대한 관심이 바오로 딸 출판사의 중요한 출판 방향이었다는 사실과 관련해서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비교 종교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종교학, 종교 사회학이나 동양철학에 대한 관심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어딘가 균형이 잡혀 있지 않은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비그리스도교 부분은 철학/종교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내심낙원》이나 《동서의 피안》이 여전히 언급되고 있지만, 1997년부터 2005년까지 김승혜 수녀가 주도한 ‘종교 대화 강좌’ 시리즈를 9권의 책으로 펴낸 것이다. 이 시리즈는 한국의 신종교부터 시작해서 불교, 유교, 무교, 도교, 이슬람교 등과 그리스도교와의 만남을 도모하고 있다. 이는 국내 최초로 종교 간의 대화에 관한 연구와 실천이 종합된 본격적인 결과물이라는 데에서 큰 의미를 부여받고 있다.35) 특히 종교 간의 대화의 시도가 토착화 신학, 한국 신학, 아시아 신학의 계발과 발전을 위하여 매우 의미가 있는 작업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종교 대화 강좌 시리즈는 한국에서 종교 신학의 수준과, 그것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크게 높이는 데 기여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단순히 종교 부분이 아니라 종교 신학으로 분류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비교종교란 말은 멋있고 좋아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게 말처럼 쉬운 작업이 아니다. 이때 이들 책이 조금은 어렵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러한 어려움의 원인에는 종교학적인 접근이라는 방법론과도 일정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변화 과정을 살피는 분석 방법이 보다 고려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관계를 살필 때, 혹은 비교를 할 때 무엇을 왜, 어떻게라는 방향 설정에 대한 검토가 더욱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는 그와 함께 비교되는 두 대상에 대한 이해의 수준 문제가 있다. 둘 다 정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단계는 그러한가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한국 고대사의 경우만 보더라도 현재 많은 말들이 언급되고 있는 무교의 연구 수준이란 아직도 초보적인 것으로 말할 수 있다. 그것은 도교나 이슬람 등 다른 종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동양사, 서양사나 종교학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라서 한정된 연구자를 중심으로 그러한 종교 간 대화를 시도할 때에는 나름대로의 의미는 있겠지만, 비교종교 연구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기초 연구에 대한 관심 역시 바오로 딸 출판사에게 요구된다고 하겠다.

 

서양철학일반은 철학 입문서인 《철학의 위안》을 포함해서 두 권만을 거론하고 있다. 그런데 중세철학 부분에 이르면 크게 달라진다. 《신학대전》이 있는 것이다. 《신학대전》의 번역은 바오로 딸 출판사가 다른 어느 출판사에서도 시도하지 못했던 작업을 오랫동안 시도하여 큰 결실을 얻고 있다. 일반 출판사에서는 엄두를 내기 어려운 대단한 작업을 한 것이다. 이에 한국 가톨릭 철학 발전의 초석을 마련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바오로 딸 출판사가 한 것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36) 그것은 1960년대에 교회 내의 출판사들이 가톨릭 철학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던 시기에 바오로 딸 출판사가 꾸준히 철학 관련 서적을 출간한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러한 가운데 1980년대 중반부터 《신학대전》이 출간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철학 서적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신학대전》의 번역이라는 작업을 제외하고는 다른 새로운 서적들에 대한 시도가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점은 문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이들 책의 출판이 바오로 딸 출판사의 비전이나 계획에 따른 것이기보다는 초기부터 중요한 저자로 활동했던 신부나 교수와의 관계에 크게 의존한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한편 《신학대전》의 출간이 가톨릭 철학의 발전보다도 일차적으로 신학적인관심이 컸다는 점도 부정하기 어렵다.37)

 

가정/심리에서는 가정을 내세우고 있지만, 세부항목에 들어가면 심리 부분을 앞세우고 있다. 이 부분이 바오로 딸 출판사에서 그동안 커다란 관심을 보였던 부분임을 말해 주는 것이다. 바오로 딸 출판사의 심리 관계 도서로는 이전에 나온 《조건 없는 사랑》을 쉽게 떠올리게 하는데, 심리에 해당되는 도서가 가정의 그것보다 훨씬 많다. 모두 14권이 소개되고 있다. 최근에 들어와서 에니어그램에 대한 도서가 많은데, 《성격이야기》가 주목된다. 기존의 관련 서적들이 이론적이고 딱딱한 번역서였다면, 이 책은 흥미로운 실제 사례를 통해서 에니어그램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그리고 최근의 심리학적 흐름을 따라서 자기를 사랑하기를 강조하고 있다든지, 화, 우울증, 내적 치유, 용서 등의 주제들을 다루면서 독자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 가운데 용서는 최근 바오로 딸 출판사에서 펴낸 도서들에서 평화와 함께 가장 중요한 화두의 하나로 던져지고 있다. 심리와 관련해서도 이와 같이 어떠한 주제를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편 이러한 부분에 대한 저술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 준 《미움이 그친 바로 그 순간》이 보여 주었듯이 심리와 신학과의 상호관계에 대한 고민이 담긴 책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신학과 심리와 영성이란 그만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조금은 더 이해하기 쉽게 서술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함께 가지게 된다.

 

가정/부부에서는 《나를 웃게 하는 당신》이 새롭게 다가온다. 인간관계의 문제는 1960년대 이래 바오로 딸 출판사가 깊은 관심을 가졌던 주제이다. 이 책은 그동안 수없이 다루어졌던 부부관계의 문제를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노인에서는 1권의 책만이 소개되고 있는 점은 현재 노인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아쉽게 생각된다. 생명이나 부모에 대해서도 1권이 나와 있다. 이와 달리 자녀 교육에서는 태아나, 아기, 10대, 청소년들에 대한 교육을 다룬 도서들이 소개되고 있다. 자기 계발과 관련해서는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멘토링이나 리더십 부분에 대한 관심도 찾아볼 수 있다. 가정과 관련해서는 바오로 딸 출판사가 어떠한 출판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지를 곧바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시리즈 부분은 앞의 항목들에서 이미 다루어진 것도 포함하고 있어 중복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시기별로 바오로 딸 출판사가 어떠한 기획물이나 시리즈를 제작하였는가에 대한 분석은 앞으로 필요할 것이다. 그 역시 바오로 딸 출판사의 출판 방향을 주제별로 새롭게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미니북은 바오로 딸 출판사가 새로운 형태로 추구한 도서이다. 그 가운데 반 이상의 도서가 바오로 딸 출판사에서 발간한 것이다. 말 그대로 일반도서의 크기보다 훨씬 작은 책이다. 이른바 포켓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책의 휴대를 간편하게 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책에 계속적으로 접근하도록 하는 기능을 해준다. 바오로 딸 출판사의 미니북 발간은 다른 가톨릭 관련 출판사의 미니북 발간에 일정한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그것이 어느 정도 앞으로 유효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기타에서는 예술/문화, 퍼즐, 교회건축, 성소에 관련된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는 없다. 외국어 부분으로는 라틴어 문법서가 있다. 수첩/달력/쓰기성경에 관한 대부분의 도서는 바오로 딸 출판사의 것들이다. 쓰기성경이란 지금까지 유행하는 성경 쓰기에 필요한 도구로 만들어졌다.

 

잡지에서 《야곱의 우물》이 소개되고 있다. 《야곱의 우물》은 작지만 매우 의미가 있는 가톨릭 잡지로 높이 평가된다. 성경에 대한 부분도 있지만, <교회와 사회>나 <세상 속 신앙 읽기> 등을 통해서 바오로 딸 출판사의 일반 도서에서 현재 잘 언급되고 있지 않은 내용들이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앙과 사회의 만남을 주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매일 성경 묵상’이 계속해서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다. 처음 창간될 때의 목적이 성경에 관련된 부분이었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것은 《매일 독서》 등 여러 곳에서 찾아질 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서도 들쑥날쑥한 양상을 보인다. 렉시오 디비나 혹은 이냐시오 영성에 의한 묵상 부분에서도 그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별로 와 닿지 않는 것이다. 조금은 더 고민해야 할 부분으로 생각된다. 이미 잡지의 앞부분에서 짧은 분량이나마 구약이나 신약의 성경 부분에 대해 심도 있는 묵상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 창립자가 강조한 성모신심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도 좋지 않을까 한다. 따라서 창립자가 다양한 형태의 잡지를 발간하였다는 점에서38) 바오로 딸 출판사에서 수도회의 영성과 관련하여 잡지의 출판 방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전류에서는 바오로 딸 출판사에서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출판 노력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 소개되고 있다. 바로 《새로운 성경 신학 사전》이다. 전체 3권 가운데 두 권이 나온 것이다. 일반 학계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러한 사전류의 발간은 교회나 신학의 발전을 위해서나 그 중요성과 의미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많은 노력에 비해 번역에 참여한 사람의 수고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성경사전이라는 점이 돋보인다. 그리고 사목자나 신학자만이 아니라 평신도까지를 그 독자층으로 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때문에 이 책은 성경공부와 성경통독의 길잡이, 더 나아가 성경의 주제에 따라 영성적 측면과 묵상을 돕는 영적 독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성경과 영성과 묵상을 역시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출간은 현재 전문서적의 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바오로 딸 출판사의 출판 방향을 새롭게 인식시켜 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교회 내의 출판사로서 무거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바오로 딸 출판사가 다른 곳에서 하기 어려운 작업을 수행하여 교회 전체에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39)

 

E-book에서는 바오로 딸 출판사의 전자책들만 찾아진다. 모두 42권이 있다. 가톨릭 관련 다른 출판사들보다 바오로 딸 출판사에서 전자책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그만큼 최근에 들어와서 부쩍 증가되고 있는 전자책의 발간에 바오로 딸 출판사가 발맞추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일반 출판계에서는 전자책의 발간과 관련해서 읽을 만한 것이 없다든지, 그때그때 값이 싸고 가벼우며 집중하기 쉬운 내용을 다룬 전자책 발간에 치중하고 있다든지, 아무리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는다든지의 논란이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는 각 항목별로 도서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상에서 분석한 여러 내용들은 오늘날 바오로 딸 출판사가 어떠한 출판지향을 하고 있는지를 아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나누어진 여러 항목들이 서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의 출판은 그것을 좀 더 유기적인 연관성 속에서 파악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대중적인 도서를 제공하도록 계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어느 출판사에나 해당되는 것이지만, 역시 내용의 수준은 높고, 서술은 쉽게 되어야 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때 바오로 딸 출판사의 지향처럼 다양한 대상으로 하는, 더욱 다양한 수준의, 다양한 형태의 도서를 출판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5. 맺음말

 

지금까지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 간행에 대해서 ‘오늘’을 중심으로 알아보았다. 바오로 딸 출판사의 올바른 도서 선교를 위해서 한두 가지를 첨부하면서 맺음말에 대신하고자 한다.

 

성 바오로 딸 수도회는 스스로의 역사 서술을 통해서 밝히고 있듯이 어떻게 하면 이 시대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책을 만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해 왔음을 밝히고 있다. 특히 1970년대 후반 이후 1980년 초의 세 번째 시기 이후 성 바오로 딸 수도회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책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외친 다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40)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그들이 서원이나 인터넷 서점을 찾아 쉽게 책을 만나고 읽을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던질 때, 그 대답은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은 것이다. 이 점에서 이를 위해서 바오로 딸 출판사의 이익보다는 책을 통해서 교회에 봉사한다는 사명감을 더욱 가져야 할 것이다.41) 가난한 사람들이 바오로 딸 출판사의 책을 주저 없이 만날 수 있을 때 성 바오로 딸 수도회가 추구하는 도서 선교의 목적이 올바르게 실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42)

 

역시 이러한 점과 관련되는 것이지만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는 바오로 딸 출판사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 창립자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 “오늘 하루를 어제보다 좀 더 진보한 상태에서 시작하도록 합시다. 만일 오늘 저녁에 우리가 숨을 거둔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43) 창립자는 진보를 크게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서 오늘 바오로 딸 출판사가 이러한 진보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궁금해진다. 그러나 오늘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 간행과 관련해서 지적되는 사실은 그와는 크게 다른 현상을 보여 주고 있다. 1990년 말 이후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 간행에서 드러나는 특징의 하나로 교회 가르침에 충실하려 한 반면 진보적인 사상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음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44) 그만큼 현재 바오로 딸 출판사의 도서 간행에서 다른 출판사보다 주제나 방법에서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진보의 개념에 대한 오늘날의 논란을 헤아리지 않더라도, 진보라는 것이 진보적인 사상에 관심을 가진다는 의미로만 사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름 아니라 성 바오로 딸 수도회의 회헌에도 잘 나타나고 있듯이 교회와 함께 호흡하는 바오로인은 시대의 표징에 민감하고, 시대를 초월해서 앞을 내다볼 수 있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45) 이러한 까닭에 창립자를 이 시대의 예언자로 부르는 것이 아닐까 한다. 따라서 바오로 딸 출판사는 창립자의 정신을 따라 보다 예언자적 기능을 하는 도서 간행을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정치의 민주화를 넘어서 오늘 절실히 요구되는 사회의 인간화를 위해 조금은 더 예민해지고 섬세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때 다른 출판사의 주제와 똑같을 필요도 없을 것이며, 똑같지도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오늘의 문제가 무엇인가를 정확히 짚는 가운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바오로 딸 출판사는 성 바오로 딸 수도회의 정신에 맞는 도서 간행이 가능해질 것이다.

 

더 나아가 바오로 딸 출판사가 단순히 책을 만들고 판매하는 곳으로 더 이상 인식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 회원들은 창립자의 희망처럼 책이 아니라, “우리는 존재로서 가장 힘 있는 매체”가 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의식해야 할 것이다.46) 왜냐하면 우리가 책을 읽는 것은 책만을 만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서, 아니 책을 넘어서 결국 인간을 다시 만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보다, 조직보다도 사람이 더 중시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도서 선교가 추구해야 할 최종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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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수태, <한국 천주교회 출판의 역사>, 《한국사회와 천주교》, 디자인 흐름, 2007.

2) 김수태, <분도출판사의 도서간행>, 《교회사연구》 33, 한국교회사연구소, 2009.

3) 박영대, <교회 안 독서사목, 어디까지 왔나?>, 《독서사목 - 책 읽는 교회》, 2009, 5쪽.

4) 김수태, 앞의 논문, 2007, 469쪽.

5) 박문희, <한국 교회 출판물의 동향>, 《한국 천주교회 총람》,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04.

6) 가톨릭 관련 다른 출판사인 가톨릭 출판사나 분도 출판사의 경우에도 그것은 마찬가지이다.

 

7) 성 바오로 딸 수도회, <일러두기>, 《성 바오로 딸 수도회 한국 관구 38년사》, 1998. 한편 이러한 시기 구분에서 시간의 간격이 일정하지 않다든지, 너무 세분한 것이 아니냐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8) 성 바오로 딸 수도회, 위의 책, 1998, 37~38쪽.

9) 성 바오로 딸 수도회, 위의 책, 1998, 52~59쪽.

10) 성 바오로 딸 수도회, 위의 책, 1998, 65~66, 76쪽.

11) 성 바오로 딸 수도회, 위의 책, 1998, 89, 105~110쪽.

12) 성 바오로 딸 수도회, 위의 책, 1998, 116, 125~128쪽.

 

13) 성 바오로 딸 수도회, 위의 책, 1998, 140, 147~149쪽. 네 번째 시기와 여섯 번째 시기에 쇄신과 참여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은 다름 아니라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14) 박문희, 앞의 글, 2004, 78쪽.

 

15) 가톨릭 인터넷 서점 바오로 딸은 개별 서적을 클릭했을 때 책의 내용이나 저자에 대해 어느 다른 가톨릭 관련 출판사보다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절판된 책의 경우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다. 이때 품절된 책까지 포함하여 품절/절판상품 내 검색을 통해서 파악되도록 해주어야 했을 것이다.

 

16) 박문희, 앞의 글, 2004, 80쪽.

17) 이런 점에서 바오로 딸 출판사에서 국내의 사제나 수도자 등의 저술을 낼 경우 한 번은 더 고민을 하고 출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18) 그러나 아직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너무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19) 박준양, <현대신학>, 《가톨릭 출판문화의 어제와 오늘》, 2006, 206쪽.

20) 박준양, 위의 논문, 2006, 223, 233~234쪽.

21) 박준양, 위의 논문, 2006, 213쪽.

22) 박준양, 위의 논문, 2006, 232쪽.

23) 김수태, 앞의 논문, 2009, 318쪽.

24) 성 바오로 딸 수도회, 앞의 책, 1998, 140쪽.

25) 박문희, 앞의 글, 2004, 77~78쪽.

26) 심상태, 《새 세기의 한국교회와 신학 - 21세기를 위한 신앙 이해》, 2005, 8~9쪽.

27) 박문희, 앞의 글, 2004, 78, 81쪽.

28) 박준양, 앞의 논문, 2006, 234쪽.

29) 라메라, 박동욱 역, 《복자 알베리오네》, 2008, 66~67쪽.

30) 박문희, 앞의 글, 2004, 80쪽.

31) 박문희, 위의 글, 2004, 77쪽.

32) 다른 출판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박영대, 앞의 논문, 6쪽).

 

33) 박문희, 앞의 글, 2004, 77쪽. 그러나 이것은 1999년부터 2003년까지의 대상별 분류에서 청소년 · 어린이가 8%에 불과하다는 사실(박문희, 위의 글, 2004, 81쪽)과 비교할 때 상당히 다른 측면이다. 그만큼 바오로 딸 출판사가 어린이 도서에 대한 비중이 크다는 것을 반영해 준다.

 

34) 박문희, 위의 글, 2004, 78쪽.

35) 박준양, 앞의 논문, 2006, 224~225쪽.

 

36) 박승찬, <가톨릭 철학>, 《가톨릭 출판문화의 어제와 오늘》, 251~252쪽. 그러나 대중적인 반향을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신학 · 철학 · 문학계의 고전적인 문헌으로 길이 남을 작품이다(박문희, 앞의 글, 2004, 77쪽).

 

37) 이러한 사실은 바오로 딸 출판사에서 발간하는 또 다른 전문서적들에도 해당된다.

38) 룰포, 박청 역, 《하느님의 사람》, 1985, 64~66쪽,

 

39) 그러나 약간의 혼란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성경이나 신학 부분에서 보았듯이 전문적인 성경 연구서나 신학 연구서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이 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출판 방향과 관련해서 ‘왜 갑자기’라는 질문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책의 발간과 관련하여 바오로 딸 출판사의 일관된 방침이 드러나야 할 것이다.

 

40) 성 바오로 딸 수도회, 앞의 책, 1998, 82쪽.

41) 박문희, 앞의 글, 2004, 81쪽.

 

42) 이 점과 관련해서는 창립자가 주목하였던 도서관 설립도 앞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하느님의 사람》, 35~36쪽). 또 다른 형태로 책을 보급하기 위해서 도서관을 통해 책을 빌려준 것이다. 이것은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보여 주듯이 오늘 인터넷 서점에서 중고책의 판매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점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43) 알베리오네, 이신자 역, 《모든 것은 시작이신 하느님으로부터》, 바오로 딸 출판사, 2001.

44) 박문희, 앞의 글, 2004, 78쪽.

45) 성 바오로 딸 수도회, 앞의 책, 1998, 55~56쪽.

46) 성 바오로 딸 수도회, 앞의 책, 1998, 66쪽.

 

[교회사 연구 제35집, 2010년 12월(한국교회사연구소 발행), 김수태(충남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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