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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 연중 제7주간 화요일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

한국ㅣ세계 교회사

[한국] 천주가사: 사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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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01 ㅣ No.30

[천주가사] 사향가 (상)

 

 

어화 벗님네야 우리본향 찾아가세

동서남북 사해팔방 어느곳이 본향인고

이러틋한 풍진세계 편히살곳 아니로다

인간영복 다얻어도 죽어지면 허사되고

세상고난 다받아도 죽고나면 그만이라

(중략)

우주간에 빗겨서서 조화묘리 살펴보니

체읍지곡 그아니며 찬류지소 이아니냐

아마도 우리낙토 천당밖에 다시없네

천하만복 다받은들 천당복에 비길소냐

인간고초 다당한들 지옥영고 비할소냐

삼구는 밖을치고 칠도는 안을치네

싸우기를 두려하여 도적에게 항복하면

천당영복 아주잃고 지옥영고 엇지할고

무궁함도 무궁하다 지옥고의 영원이여

한번잘못 떨어지면 벗어날길 아주없다

천당지옥 갈라질때 지척간에 갈리우니

그아니 두려오며 이아니 삼갈소냐

(중략)

어화 가련하다 세속사람 가련하다

대부모를 저버리고 본고향을 모두잃네

영혼거둘 기한되어 죽을병에 이르러서

질통육신 벗은후에 주대전에 나아가서

엄심판을 받을때엔 평생죄악 드러나네

삼사오관 죄악대로 실고각고 다받으니

억만년을 지내도록 절치통곡 끝이없다

우리무리 봉교인도 죄과보속 못다하면

엄심판을 받은후에 연옥불로 들어가서

죄과보속 다한후에 천당문에 오르거든

하물며 세속사람 영고지옥 오죽하랴

(중략)

어화 벗님네야 우리고향 가사이다

가기야 가려니와 그냥가기 어렵도다

깁고험한 세해중에 홑몸으로 가잔말가

멀고놉은 천당길을 빈손으로 가잔말가

저도적곧 쳐이기면 고향가기 쉬우리라

힘을쓰고 꾀를내여 죽기까지 싸워보세

오주예수 표를받고 다윗성왕 본을받아

밤낮으로 싸우다가 달없는때 만나거든

신애긍을 홰불삼고 형애긍을 등불삼아

형세대로 싸우다가 근력이 부족커든

주대전에 꿇어빌어 천주신성 청병하면

싸우기도 수월하고 이기기도 쉬우리라

중력으로 합세하야 이도적을 물리친후

좁은길을 가다보면 천당문이 거기로다

(중략)

 

 

<해설>

 

"어화 벗님네야 우리본향 찾아가세"라는 도입부는 신앙선조들이 박해와 수난, 순교로 이어지는 봉건적 현실 속에서 천당낙원을 기리며 신앙을 지켜나갔다는 것을 함축해 보여준다. 이는 그만큼 이 도입부가 '사향가'의 특징을 아주 잘 드러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죽음을 '돌아가셨다'고 말하는 우리네 표현은 바로 이승은 나그네 길이고 저승은 본향이 된다는 것을 뜻할 수도 있다. 본향을 찾는 간절함이 '사향가'엔 절절이 배어있는 것이다.

 

하느님과 함께 하며 자유와 사랑이 넘치고 부족함이 없는 곳, 현실에서의 온갖 질곡과 박해가 해방되는 곳, 그곳이 바로 본향이며 본향을 찾는 천당노래 '사향가'는 천주가사의 백미가 될 수밖에 없다. '사향가'는 1850년께 최양업 신부가 지었다는 교회내 전승이나 교회사학자들의 주장이 있지만, 확실치는 않다. 그러나 '사향가'의 저자가 누구냐하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노래가 '천주공경가'나 '십계명가'처럼 직접적인 교리해설보다는 생활 속에서 육화된, 토착화된 신앙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이는 '사향가'의 이본(異本)이 20여종이나 전승될 정도로 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데서 잘 드러난다.

 

■ 천주가사를 부를 줄 아시는 분을 찾습니다.

 

평화방송, 평화신문은 가톨릭대 출판부와 함께 잊혀져가는 천주가사를 찾습니다. 현재 교회 일각에서 전승되는 천주가사를 직접 부를 줄 아시는 분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연락처 : 가톨릭대 출판부(02-740-9718) [평화신문, 2001년 5월 27일, 현대어역=김영수 호남교회사연구소 연구위원, 오세택 기자]

 

 

[천주가사] 사향가 (중)

 

 

(중략)

어화 가련할사 세속사람 어림이여

혼미하고 우몽함을 연민하고 불인하여

참도리를 드러내서 개유하고 명증하니

여러말을 못하여서 훼방하고 모욕하네

조물진주 있단말가 영혼육신 웬말인고

천주강생 무슨말고 동정생자 어인일고

전능전지 분명하면 남의손에 죽단말가

무슨능이 부활하며 무삼능에 승천할고

어찌하여 한몸위에 만민죄를 다속할가

세상도리 어긋나고 인간사에 뒤지나니

그러고도 옳을쏘냐 이러고도 사람이냐

(중략)

나라에서 금한일을 숨어가며 행탄말가

집안에서 말린것을 숨어가며 한단말가

제조상을 배반하며 제귀신을 보지않고

천주뿐만 섬기면서 군부께는 배척하네

그러고도 옳흘소냐 불도만도 못하도다

너희도리 옳다하면 죽이기는 무삼일고

부모조상 배반하니 대죄인이 아닐소냐

이리저리 훼방하고 저리저리 모욕하네

(중략)

훼방하기 그친후에 다소고쳐 말을하대

너희분노 잠시두고 나의말을 드러보라

증거하고 개유하며 비유하여 밝히리라

우물밑에 개구리가 하늘큰줄 어찌알며

밭도랑에 노는고기 바다큰줄 어찌알리

부언낭설 익히듣고 훼방함만 힘쓰나니

너희마음 도라보라 무슨도리 알았나뇨

다행하다 우리무리 조물진주 얻었도다

모르는것 알아내고 어두운것 밝혀내니

어찌하야 이런도를 참된줄을 모르고서

그르다고 훼방하며 외국도라 배척하네

네평생에 쓰는것이 외국소산 적잖토다

가례거니 상례거니 본국에서 지은게냐

복서거니 술서거니 외국소래 아닐너냐

미친마귀 속인술을 어찌하여 믿어좇고

인자은주 세운교는 어찌하여 훼방하노

(중략)

천주모상 모르거든 네영혼을 살펴보라

기이함도 기이하다 영혼의 묘함이여

무형하고 무상하다 영묘신능 기이하다

큰것으로 말할진대 온천하에 충만하고

작은걸로 말할진대 한겨자에 감추었네

우리사람 한영혼도 다이같이 기이커든

하물며 전능천주 기묘하심 어떠할고

(중략)

살펴보고 살펴보며 생각하고 생각하라

언제부터 너희몸이 이세상에 있었느냐

개벽부터 있었느냐 태고부터 있었느냐

주재없이 절노나고 혈기로만 되었느냐

직분없이 그져나며 무엇하러 생겻느냐

조그만한 개암이도 저할직분 다있거든

하물며 우리사람 직분없이 생겼으랴

탐인하고 음사하며 천주십계 모를진대

만물중에 귀한사람 무슨것이 분별이냐

의복입은 짐승이요 말잘하는 금조로다

이로조차 볼작시면 이름뿐만 사람이라

(중략)

 

 

<해설>

 

'사향가'는 분량이나 내용에서 모든 천주가사의 종합편이라 할 수 있다. 이는 4/4조의 가사형식으로, 이본마다 차이는 있지만 적게는 200행 이상, 많게는 8900행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노래의 구조는 크게 세줄기로 구성돼 있다. 본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서사(序辭)를 비롯해 죽음과 심판, 천당 갈 준비, 비신자에 대한 개유와 응대를 노래한 본사(本辭), 그리고 천주교에 대한 비방을 물리치고 입교를 권유하는 결사(結辭)다. 특히 본사 부분은 천당에의 초대와 천당행의 어려움, 천당 영복과 연옥 단련, 지옥 영고에 대해 서술하고 세속사람과 신자 모두에 대한 심판의 엄정함, 그리고 천당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평화신문, 2001년 6월 10일, 현대어역=김영수 호남교회사연구소 연구위원]

 

 

[천주가사] 사향가 (하)

 

 

(중략)

생각하고 생각하라 무슨능이 네있느냐

나고싶어 네났느냐 죽고싶어 네죽느냐

살펴보고 살펴보라 먹고입고 쓰는것이

네능으로 만든게냐 네공으로 지은게냐

생각하고 생각하라 없는대로 너를내고

오곡백과 화성하야 네일신을 안양할제

관계한대 없다하며 밧은직분 없을쏘냐

받은직분 있을진대 귀정한대 없을쏘냐

하물며 만유우희 신인만물 내신대주

무소부재 무소부지 지공지의 하셨으니

모를것이 있단말가 엄한책벌 없다하랴

너희어림 심하도다 시비곡직 아니하며

세상풍속 따랐다고 그만하면 예라하네

너희마음 돌아보라 무엇으로 효양하뇨

정성으로 효양하며 의식으로 효양하나

견마들에 이르러도 기를줄을 다알거든

겉모습만 다만알고 효경지도 아니하면

짐승에서 다른것이 무슨일이 특별하뇨

생시효도 아니하고 죽은후에 제만하면

그만하면 효라하며 그만하면 예라하랴

(중략)

네육신은 그러하나 네영혼은 어떠할고

평생섬긴 마귀들이 너를어찌 대접하뇨

슬피울어 하는말이 애닯도다 내일이여

저세상에 있을적에 무얼위해 살았던고

원수로다 육신이여 미운것이 마귀로다

나의마음 미혹하니 나의뜻을 유인하여

이런곳의 빠지옴이 모두마귀 흉계로다

애닯도다 내일이여 다시세상 환생하면

온갖사망 다버리고 온갖규계 다직히여

천당위의 올나가서 영광진복 누릴것을

한하여도 할일없고 뉘우쳐도 헛것이라

(중략)

이리이리 명증하고 저리저리 개유하니

이궁하고 어굴하야 다시훼방 안이하나

어찌보면 지리한듯 어찌보니 번민한듯

아모말도 아니하고 먼하늘만 보는구나

어화 벗님네야 세속사람 가련할사

우리만일 불행하야 참도리를 몰랐다면

취생몽사 지내다가 영겁해에 빠지거늘

천만이외 문교하고 제성특은 많이입어

세속허탄 깨쳐알고 신덕뿌리 심은후에

허다사망 모두끊고 천주교에 나아가서

혼미한일 많이알고 기묘사정 드러보니

예수성우 그아니며 성모은보 이아닌가

종신토록 감사한들 만분이나 갑흘소냐

어화 벗님네야 우리고향 가사이다

세속훼방 탄치말고 세속체면 보지말고

세속명리 취치말고 세속일락 탐치말고

삼구를 힘써치고 칠도를 굳게막아

천당길을 바로찾아 대부모를 보사이다

 

 

<해설>

 

'사향가'는 인생을 나그네로서 하늘 본향을 찾아가는 데 비유한다. '사향가'는 따라서 천당을 직관토록 해주는 경세가(警世歌)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사향가'의 위대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톨릭이 보편 지향의 신앙이라면, 이 같은 가톨릭이 한국적 토양에서 육화됐다는 것은 '사향가'가 단순한 종교문학에서 민족문학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그 가능성은 '사향가'의 내용이나 가사 형식뿐 아니라 그 내재적 기법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단조로운 교리 해설이나 진술을 극복하고 이를 입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가사문학의 내재적 기법상 한단계 발전한 양상을 보여준다. 노래 자체를 하나의 극(劇)으로 꾸밀 수 있을 만큼 내용 전개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사향가'는 천주교 노래이면서 동시에 민족의 문화유산이다. 천주교 도입 초기를 지나 우리 생활문화와 가톨릭교리가 융합돼 우리의 체질로 소화해냈기 때문이다. '사향가'는 이 점에서 서구 일변도인 오늘날 신앙적 정체성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케 한다. [평화신문, 2001년 6월 17일, 현대어역=김영수 호남교회사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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