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수도 ㅣ 봉헌생활

수도 영성: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 모든 것을 하느님께 바라는 가난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8-14 ㅣ No.296

[수도 영성]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모든 것을 하느님께 바라는 가난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의 창립자 성녀 쟌 쥬강은 스스로가 땅에 떨어져 죽은 한 알의 밀알이 되어 많은 열매를 맺는 삶을 살았고, 영적 단순함과 작음의 길로 우리에게 참된 행복을 맛보도록 초대하고 있다.

 

모든 것을 하느님께 바라는 가난은 정녕 아름답습니다(쟌 쥬강).

 

쟌 쥬강은 1792년 10월 25일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작은 어촌 캉칼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대혁명으로 혼란했던 시대, 어부였던 아버지를 어려서 잃고 가난 속에서 어머니와 집안일을 도와야 했다. 16세쯤에 ‘메트리’ 저택에서 주방 하녀로 일하게 되는데 특히 빈민들을 도와주던 자작부인을 거들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18세에 한 젊은 선원이 청혼을 하자, “하느님께서 저를 원하십니다. 아직 시작되지 않은 사업을 위해 저를 원하십니다.”라며 결혼생활을 포기하고 가족과 함께 고향을 떠나 처음에는 로재(Rosais) 병원에서 간호인으로, 나중에는 르콕(Lecoq)에서 가정부로 일하면서 주인과 함께 가난한 이웃을 방문하거나 교리를 가르치는 등, 성 요한 에우데스가 창설한 ‘탄복하올 성모’의 제3회원의 삶을 충실히 살았다.

 

쟌은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가난한 이들을 도왔다. 1839년 어느 겨울 저녁, 반신불수의 맹인 할머니 안 쇼뱅에게 자신의 잠자리를 내어주고 돌보아준 것은 쟌에게 무척 자연스러운 행위였을 것이다.

 

그렇게 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수도회의 기초를 놓았고, 이 수도회를 위해 13년의 활동기간 동안 “이 가난한 여종이 가진 재산이라고는 사랑 밖에 없었고, 그녀는 이 사랑을 자신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쏟아주었다.”

 

 

유일한 생활 수단인 모금

 

창립 초기에 쟌 쥬강은 천주의 성 요한 수도회의 마리 강데 수사의 조언을 듣고 가난한 어르신들을 대신하여 모금을 하러 나선다. 이렇게 쟌 쥬강은 20년 동안 예수님과 마리아의 신비를 관상함으로써 그의 영혼을 순수하게 정화시킨 성 요한 에우데스의 단순하고 겸손한 기도생활과, 천주의성 요한 수도회의 밀접한 유대 안에서 가난한 어르신들을 섬기는 환대서원이 융화되어 ‘작은 자’들에게 드러내시는 하느님의 신비를 순수하게 증거하였다. 그렇기에 고정수입 없이 유일한 생활 수단이었던 모금은 만민의 아버지 하느님께 대한 굳은 신뢰심을 표현한다.

 

쟌은 참된 마음의 가난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가난한 어르신들이 바로 우리의 주님이심을 잊지 마세요.”

 

 

제게는 하느님만 보입니다

 

‘창립자’이면서도 타인이 ‘창립자’로 나서고 쟌 쥬강은 평범한 모금수녀로 후에 27년간 아무런 공식적인 책임 없이 모원의 수련자들 사이에서 살았지만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인간이라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불의에 침묵으로 순응했던 이유에서 우리는 쟌의 깊은 영성을 보게 된다. 그러기에 생의 말년에 이르러 쟌은 진실로 “제게는 하느님만 보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 더욱이 1879년 8월 29일 하느님의 품에 안기기까지 쟌 쥬강이 수련자들에게 전해준 모범과 짧은 교훈은 수도회의 카리스마를 온전히 전해줄 수 있었던 하느님의 섭리였다.

 

수많은 증언 중에서 “그의 모습에서 하느님을 느끼게 하는 그 무엇 때문에 진한 감동을 받았다. 누구나 그분이 하느님의 현존 안에 살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라고 한다. 이렇듯 주님과의 친밀한 일치는 쟌의 영혼에 ‘주님을 향한 찬미’로 표현되었다.

 

매일의 삶에서 하느님의 뜻만을 지향했기에 세상의 오해와 무관심이란 그늘 속에 가리워져도 쟌 쥬강의 믿음은 더욱 깊어지고 단순해져 절대적인 내면의 자유를 누리며 하느님과 일치하였다. 그렇기에 쟌은 언제나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었고 모든 섭리에 감사를 드렸다.

 

그리고 사반세기가 지난 후에야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세 번째 수녀가 아니라 창립자라는…” 잔 쥬강은 2009년 10월 11일에 성인품을 받았다. 가난한 이들을 섬기도록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부르신 것은 커다란 은총입니다.

 

교황청 직속 국제 수도회로, 성녀 쟌 쥬강의 영성을 따라 2,700명의 작은 자매들은 프랑스 모원을 중심으로 32개국 199개 분원에서 공동체를 형성하며 참된 행복의 복음정신을 살아가고 있다.

 

한국에는 1971년, 서울대교구의 초대로 들어왔고 현재 수원, 전주, 서울, 담양에서 230분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있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섬김

 

가난하고 소외된 어르신들을 임종까지 섬기는 유일 사도직으로서, 종교를 초월하여 모든 이와 한 가족이라는 연대감으로 작은 자매들은 사랑하는 창립자의 정신에 따라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한 예수 그리스도를 닮고자, 오늘 하루도 가장 낮은 자리에서 섬김을 가장 고귀한 임무로 여기며, 기꺼운 마음으로 가난한 이들 안에서 주님을 찾아뵙고 사랑하고자 한다.

 

섬김의 자세에 겸손이 얼마나 필요한가는 성녀 쟌 쥬강이 끊임없이 반복하였던 메시지에 담겨있다.

 

“작은 사람이 되세요. 아주 작고, 아주겸손한 사람이 되세요.” 작음은 넓은 마음을 필요로 하며 ‘평온한 미소’로 드러난다.

 

진보와 자유에 대한 갈망과 고령화로 인해 어르신들의 인격이 무너지고 고통과 희생의 의미가 상실되어 가는 오늘날, 점점 발전하는 사회복지사업의 요구에 관심을 가지면서 생명을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크신 자비를 증거하고자 작은 자매들은 가난하고 소외된 어르신들의 육신의 필요를 보살펴드림으로써 궁극적으로 그들이 하느님의 자비를 만나고 영원한 생명에로 들어가기까지 그들의 작은 자매로서 동반하여 드리고자 한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경향잡지, 2010년 8월호, 글 · 사진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1,111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