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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고대 수도승 전통이 전해준 보화: 성독(聖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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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8-11 ㅣ No.291

고대 수도승 전통이 전해준 보화

 

 

베네딕도 16세 교황은 2005년도에 계시헌장 4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회의에서 특별히 고대의 렉시오 디비나 수행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나는 고대의 전통이었던 렉시오 디비나(the ancient tradition of Lectio divina)를 여러분들에게 특별히 상기시키고 제안하고자 합니다. 기도를 동반한 충실한 성경독서는 그분과의 친밀한 대화를 가져오고, 그 안에서 독서하는 사람은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기도 안에서 전적인 마음의 개방과 함께 하느님께 응답하게 됩니다. 만약 이것이 효과적으로 발전하게 된다면 이러한 수행은 분명히 교회에 새로운 ‘영적인 봄’을 가져오리라고 나는 확신합니다.”

 

오늘날 교회는 너무 거대화되고 제도화되어 외적으로는 많은 발전을 했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영적인 측면은 그만큼 강조되지 않고 오히려 소홀히 한 면도 없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위험들과 도전들에 직면해 있다. 바로 이러한 때에 교황은 세속화나 여러 위험들에 맞서 가장 강력한 방법들 중에 하나로 고대 수도승들이 행하고 전해 주었던 독특하고 단순한 성독 수행을 강력하게 권고하였다. 하느님 말씀에 기초한 이러한 오랜 전통은 분명 교회에 새로운 영적인 활력을 가져다주게 될 것이다.

 

이미 고인이 되신 요한 바오로 2세 역시 교회의 새로운 복음화의 강력한 수단으로 고대의 중요한 수행이었던 렉시오 디비나, 즉 성독 수행을 언급했다. 2001년 3월 한국 주교들의 사도좌 정기방문(앗 리미나Ad Limina) 때,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한국 주교들에게 특별히 고대의 전통이었던 렉시오 디비나에 대해 강조하시면서 복음화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의 하나로 고대 수도승들이 전해 주었던 단순한 말씀 수행인 렉시오 디비나를 강조했다. 왜냐하면 이것은 우리를 살아 계신 하느님 말씀과의 직접적인 접촉에로 인도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새로운 시대에 복음화를 위해서는 먼저 말씀에 철저히 기초해야 빗나가지 않고 안전하게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한 바오로 2세나 베네딕도 16세 교황이 강력하게 권고한 고대의 중요한 수행이었던 렉시오 디비나는 최근 한국에서 소개되고 있는 성경에 대한 다양한 개인적인 접근 방법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렉시오 디비나는 고대의 수도승 전통 안에서 전해져 온 중요한 수행이었다. 본인은 이 한 주제를 20년 동안 연구하고 수행해 오면서 고대의 수도승들이 전해준 이러한 렉시오 디비나에 더 깊이 매료되었고 동시에 이러한 말씀 수행을 통해서 많은 것을 깨닫고 그것을 오랫동안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나누어 왔다. 그리고 첫 번째 결실로 이미 2003년도에 『수도 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가 분도출판사에서 출판되었다. 위의 책은 귀고 2세가 언급한 렉시오 디비나의 네 단계 중에서 주로 첫 번째 단계인 독서와 두 번째 단계인 묵상에 초점을 맞추어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이제 준비 중인 두 번째 책은 첫 번째 책의 후속으로 귀고의 영적 사다리의 네 단계 중에서 주로 세 번째 단계인 기도와 네 번째 단계인 관상에 대해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특별히 한국에서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최근에 렉시오 디비나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며 마치 새로운 유행처럼 소개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렉시오 디비나에 대한 여러 개인적인 접근법들이 우후죽순처럼 제시되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신자들의 영적인 갈증과 성경에 대한 지적인 접근의 한계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렉시오 디비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증폭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같은 현상은 매우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개인적인 접근법들이 너무 지적인 측면을 강조함으로 인해서 단순하게 말씀으로 나아가는 전통적인 방법을 간과할 위험도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실 렉시오 디비나는 오늘날 몇몇 개인들에 의해서 반짝 일어난 방법이 아니라, 수도승 역사 안에서 오랜 시간 전해져온 중요한 영적인 수행으로 그 뿌리가 매우 깊다. 요한 바오로 2세나 베네딕도 16세 교황은 바로 이것을 누구보다도 잘 간파하였기에 렉시오 디비나의 고대 수행방법에 대해서 특별히 강조하였던 것이다.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도승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수도자들은 이러한 수행의 보화를 계속 수도생활 중에 직접 체험하고 또한 간직해 왔다. 이것은 단순히 말씀에 대한 개인적인 혹은 지적인 접근법과는 거리가 있다. 즉 말씀에 대한 지적인 접근보다는 오히려 인간의 마음으로 접근하는 단순한 방법이다. 이렇듯 오랜 수도승 전통 안에서 수도자들이 순수하고 단순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말씀에 다가가는 것이 렉시오 디비나 수행이다. 바로 이것을 본인은 다양한 개인적인 방법(거룩한 독서 혹은 통독)들과 구별하기 위해서 성독聖讀이라고 명명하여 오랫동안 사용해 오고 있다. 성독은 정확히 성경에 대한 개인적인 접근 방법이 아니라 오랜 수도승 전통 안에서 전해져온 영적 보화인 렉시오 디비나를 의미한다. 말씀에 대한 단순한 수행으로써 고대의 전통인 렉시오 디비나를 성독이라고 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성독을 한자로 옮기면 “聖讀”이 되는데, 한자어 자체가 “성스러운 독서”라는 충만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성경독서’의 줄임말인 ‘성독’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성독은 독서하는 자가 스스로 무엇을 찾고 행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령의 이끌림에 의해 행하는 독서이기 때문이다. 본인은 오래전부터 이 용어를 사용해 오면서 아직까지 이보다 더 적합한 번역어를 접하지 못했다. 이것은 성독이란 단어가 갖고 있는 뉘앙스와 그 단어의 한자어가 함축하고 있는 깊은 의미가 고대 수도승 전통 안에서 그토록 강조되었던 성경에 대한 중요성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본인은 고대의 중요한 수행이었던 렉시오 디비나를 “성독”과 함께 혼용해서 사용한다.

 

[분도, 2010년 여름호, 허성준 가브리엘 신부 /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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