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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문화 속 교회 이야기: 포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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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7-28 ㅣ No.282

[일상문화 속 교회 이야기] 포도주


성혈로 변화되는 소중한 술, 윤유일 빚은 포도주로 미사도



향긋한 포도의 향을 머금은 포도주는 맛도 일품이지만, 건강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널리 사랑받는 술이다. 미사성제에서 성혈로 변화되는 포도주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교회에게 가장 소중한 술이기도 하다. 포도주는 가장 오랜 과실주로 여겨진다. 성경은 “노아는 포도밭을 가꾸는 첫 사람”이 됐다고 하고 노아가 포도주에 취한 일화를 기록하고 있다. 노아의 방주가 내려앉았다는 아라랏 산은 터키, 즉 소아시아 지역에 있는데 이 지역은 포도의 원산지기도 하다.

포도주 생산 기술을 주도한 것은 수도원이었다. 그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베네딕도회와 시토회는 지금도 유럽을 비롯한 미국, 칠레 등에서 포도주를 생산하고 있다.

수도생활의 규율이 담긴 「성 베네딕도 규칙서」에도 하루에 마실 포도주의 양을 제시할 정도로 중세 수도원의 포도주에 대한 사랑은 대단했다. 프랑스 생피에르수도원 포도주담당이었던 페리뇽 수사(1638~1715)는 포도주 병마개로 코르크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코르크 마개 사용은 포도주의 숙성을 한층 도왔고, 탄산가스가 담긴 포도주, 샴페인 주조를 가능하게 했다.

기도와 육체노동으로 봉헌의 삶을 살던 시토수도회 수사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포도 재배와 포도주 생산이었다. 수사들은 토양과 기후에 맞는 포도 품종을 개량했고, 지금과 같은 모습의 포도 재배와 포도주 양조 기술을 만들어 냈다.

우리나라의 포도주도 교회와 연이 깊다. 오는 8월 시복되는 하느님의 종 윤유일 바오로는 최초의 한국산 포도주를 빚었다. 1790년 윤유일은 북경 구베아 주교에게서 사제가 조선에 올 날을 준비하며 미사도구, 포도나무 묘목과 함께 재배법, 포도주 제조법을 배워왔다. 후에 중국에서 주문모 신부가 들어온 후 1795년 조선 땅에서 첫 미사가 봉헌됐는데 이때 윤유일이 재배해 담근 포도주가 성혈로 축성됐다.

그리스도인에게 포도주는 단순히 술이 아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에 대한 사랑으로 “이 잔은 너희를 위하여 흘리는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이라며 우리에게 잔을 건넨다. 포도주 잔을 들 때마다 우리는 그 응답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자.

[가톨릭신문, 2014년 7월 27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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