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그 오래된 미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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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3-04 ㅣ No.444

[레지오 영성] 그 오래된 미래를 위하여



세상의 복음화를 위하여 성모님과 함께 늘 기도하시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 오늘도 어둡고 차가운 세상의 구석을 향해 달려가시는 레지오 단원 여러분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레지오에 대한 저의 첫 기억은 고등학생 때 친구 따라 성당에 갔다가, 레지오 회합이 끝날 때까지 밖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들었던 묵주기도 소리였습니다. “와, 기도 오래도 한다!”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 끝에 다시 만난 친구에게 말한 저의 첫 마디는 “야, 지겨워죽겠다. 뭘 그리 오래 하노?” 친구는 그냥 씩 웃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배구 시합 준비를 하며 놀았습니다.

사제서품을 받고 보좌로 생활하면서 처음으로 레지오 훈화라는 것을 하게 됐습니다. 훈화를 하는데 뭘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레지오 마리애 교본을 처음으로 펴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레지오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첫 시작에 대한 기록을 읽고 감동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어느 날 저녁, 정해진 시간에 몇 안 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앉았다 … 그들이 둘러앉은 탁자 위에는 간단하게 제대가 차려져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상’이 놓여 있었다 … 이들이 맨 처음 취한 행동은 무릎을 꿇는 일이었다. 신앙심 깊은 이 젊은이들은 머리를 숙여 성령께 기도를 바친 다음, 낮 동안 고달프게 일한 손에 묵주를 들고 가장 소박한 이 신심 기도를 바쳤다. 기도가 끝났을 때 그들은 자리에 앉아서 마리아상으로 나타나 계신 성모님의 주관 아래, 어떻게 하면 하느님을 가장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보는 바와 같은 모습의 레지오 마리애가 태어난 배경이다.”(교본24~25쪽)

이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면 한 폭의 명화를 보듯이 흐뭇하고 또 감동적입니다.

‘무릎을 꿇었다. 성령께 기도를 바쳤다. 낮 동안 고달프게 일한 투박한 손에 묵주를 들고 가장 소박한 기도를 바쳤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하느님을 가장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을까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었다.’

이들은 함께 병원을 방문하고, 윤락녀들과 미혼모들 노숙자들을 돌보는데 열정을 다했습니다.(레지오 마리애 훈화집. 최경용 신부 지음. 27쪽)

교본을 통해 이런 내용을 접하면서 레지오 마리애가 참 아름다운 교회의 보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레지오 마리애는 참 아름다운 교회의 보물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비밀스런 단체처럼 자기들끼리 모여 지겨울 만큼(죄송합니다) 오래 기도를 하던 고등학생 때 레지오 마리애의 모습과 보좌 신부 때 레지오 마리애 탄생의 역사를 읽으면서 감동했던 그때 레지오 마리애의 모습, 이 두 모습 중 오늘의 레지오 마리애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 레지오 마리애가 성당 안에서 단단하게 엮어진 끼리끼리의 단체가 아니 되기를 바랍니다.

- 레지오 마리애가 활동할 것이 없어서 그나마 이거라도 해야 되겠다고 해서 가입하게 되는 그런 단체가 아니 되기를 바랍니다.

- 레지오 마리애가 묵주기도를 많이 바치고 평일미사 열심히 나오게 하는 열심한 신자 만드는 좋은 길로 만족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 레지오 마리애가 본당사제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훈련 잘 받은 손과 발이라는 그런 인식과 인정으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저는 레지오 마리애가 그 탄생의 첫 모습을 좀 더 기억하고, 그 오래된 미래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교회 안에 머물지 말고 세상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소박한 묵주기도 안에 고달프게 일한 우리 삶이 담겨졌으면 좋겠습니다.

- 단원 확보와 친교, 2차 주회보다 하느님을 가장 기쁘게 해 드릴 것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을 기쁨으로 삼는 레지오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레지오 탄생의 첫 모습 기억하며 세상으로 나아가야

각 쁘레시디움이 독거노인 한 가구를 책임지고 돌보면 어떨까요?
각 쁘레시디움이 봉성체를 받는 아프신 분 한 분을 책임지고 돌보면 어떨까요?
각 쁘레시디움이 결식아동 한 명을 책임지고 돌보면 어떨까요?
각 쁘레시디움이 돌봄이 필요한 아이 한 명을 책임지고 돌보면 어떨까요?
각 쁘레시디움이 지역 사회 안에서 시급히 필요한 일들을 찾아서 하나씩 하면 어떨까요?

그렇게 일한 손과 발과 마음을 가지고 성모님 주관 아래 소박한 묵주기도를 바치며 성모님께 활동을 보고하고, 하느님의 기쁨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축복을 청하는 그런 레지오 마리애가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늘 교회의 변화와 쇄신을 위해 일하시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 여러분들께 너무 외람된 말씀만 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다. 레지오 마리애가 성모님의 사랑 안에서 이 교회와 이 민족을 더욱 따뜻하게 품는 멋진 레지오 마리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외람되지만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올해에 레지오 단원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주님의 은총과 사랑이 충만하시기를 또한 하시는 모든 일들이 주님의 뜻 안에서 좋은 결실 맺게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3월호, 김영호 알퐁소 신부(대구대교구 평리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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