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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문화 속 교회 이야기: 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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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6-30 ㅣ No.266

[일상문화 속 교회 이야기] 수화


청각장애인 첫 체계적 언어, 프랑스 신부 노력으로 탄생



프랑스 에페 신부는 청각장애인들이 하느님 말씀을 듣고 찬양하길 바라며 수화를 개발했다.


소리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청각장애인들은 “소리 높여 환호하여라”(이사 12, 6)라는 말씀처럼 하느님께 감사와 찬양을 말할 수도, 노래할 수도 없다. 들리지 않는 말, 수화(手話)는 바로 청각장애인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찬양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탄생했다.

사실 ‘손짓’이 의사소통의 수단이 됐던 것은 원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이 손짓이 음성언어처럼 구체적인 의사전달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18세기 프랑스의 샤를 미셸 드 에페(1712~1789) 신부가 손짓을 정형화된 언어, 수화로 만들면서다.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수화는 청각장애인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개발됐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파리의 빈민가에서 활동하던 그는 우연히 자신들만의 손짓으로 소통하고 있는 두 수녀를 만났다. 두 수녀의 모습에 감명을 받은 에페 신부는 수화를 개발하고자 마음먹었다. 청각장애인들과 대화할 수 있다면 그들도 함께 미사를 드릴 수 있고, 하느님 나라로 이끌 수 있다는 확신에서다.

당시에도 청각장애인들은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자연적 수화’(gesture sign)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어휘나 표현이 제한적이었고 산발적으로 개개인이 사용하고 있어 ‘언어’로서 역할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컸다. 에페 신부는 이 자연적 수화를 바탕으로 기호로 여러 개념을 나타내는 방법을 고안하고, 프랑스 문법에 맞는 표현과 문자표현법 등을 더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언어로 만들었다. 그는 1760년 최초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무료 학교를 설립해 가난한 아이들에게 말과 신앙을 가르치며 ‘청각장애인의 아버지’라고 불리게 됐다.

청각장애인들의 신앙을 향한 에페 신부의 마음에서 출발한 수화는 오늘날 수많은 청각장애인들이 소리 없이도 들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청각장애인들의 신앙생활에는 많은 불편과 어려움이 따른다. 우리의 작은 관심과 노력이 더해진다면 청각장애인들도 더 기쁘게 하느님을 ‘소리 높여 환호’할 수 있을 것이다.
 
[가톨릭신문, 2014년 6월 29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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