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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비추어라: 하느님의 종 124위 시복의 의미 - 순교자의 후손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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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6-28 ㅣ No.265

[일어나 비추어라] 하느님의 종 124위 시복의 의미 - 순교자의 후손은 살아 있다


순교 신심 본받아 한국교회 복음화에 박차



124위 시복은 파리외방전교회가 주축이 돼 추진한 103위 시복시성과 달리 한국교회가 중심이 돼 추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사진은 124위에 포함된 한국교회 최초 순교자 윤지충과 권상연의 동상(전주 전동성당 구내). 평화신문 자료사진


124위 순교자들은?

신유박해(1801) 순교자가 53위(42.7%)로 가장 많다. 신유박해 이전 순교자로는 신해박해(1791) 3위, 을묘박해(1795) 3위, 정사박해(1797) 8위이다. 신유박해 이후 순교자로는 1814년 1위, 을해박해(1815) 12위, 1819년 2위, 정해박해(1827) 4위, 기해박해(1839) 18위, 병인박해(1866~1888) 20위이다. 기해박해 이전 순교자가 86위(69.4%)이니, 초기 교회의 신앙 선조들이 많이 시복되는 것이다. 순교지는 한양 37위, 경상도 29위, 전라도 25위, 충청도 17위, 경기도 13위, 강원도 3위이다. 한양에서 가장 많이 순교하였다.

그리고 형제자매 모녀 부자 부녀 부부 등 가족과 친인척 순교자들이 많이 있으며, 103위 성인의 가족과 친인척도 많다. 이순이(루갈다)와 유중철(요한), 권 데레사와 조숙(베드로) 등 동정부부 순교자도 있다. 신분과 직업도 다양하니 중국인 사제 주문모(야고보) 신부를 비롯하여 양반, 중인, 양인, 천민, 학자, 훈장, 관리, 역관, 도공, 약업, 상업, 궁녀, 농부 등 각양 각층이다. 남성 순교자는 100위, 여성 순교자는 24위이다. 순교 형식은 참수, 군문효수(軍門梟首), 장사(杖死), 교수, 옥사, 능지처참 등으로 장렬하게 신앙을 증거하였다.


124위 순교자 시복의 의미는?

1) 한국교회가 주체가 되어 추진하였음에 큰 의미가 있다. 124위 순교자의 시복은 하느님 은총과 한국교회 신학자, 역사학자, 교회법 학자의 연구와 노력 및 신자들의 적극적인 기도와 순교자 현양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2) 이 땅에 복음의 싹을 틔운 주역들이며, 103위 성인들에게 신앙의 유산을 물려준 한국교회 초기 순교자들이 시복되는 것이다. 103위 성인들은 파리외방전교회가 추진하여 전교회 소속 순교자들에게 일차적인 초점이 맞춰짐에 따라 1839년 이전 순교자들이 안타깝게도 제외되었다. 이에 후손이 먼저 성인으로 공경되고 정작 신앙을 정해준 선조들은 성인이 되지 못하였다. 시복시성의 순서가 바뀐 것이다. 이제 신앙 선조들의 삶을 제대로 기리며 현양하게 되어 우리는 후손의 마땅한 도리를 하게 되었다.

3) 복자들의 자발적·적극적·역동적인 신앙생활을 본받아 순교자의 후손인 우리의 신앙을 쇄신하며, 부활 신앙을 확신하고 증거할 수 있는 도약점이 되었다.

4) 124위 복자들의 시공을 초월하는 신망애 삼덕을 본받아 새로운 방법, 열정, 표현으로 한국교회가 더 복음화되며, 민족 복음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5) 세계교회에 유례없는 신앙의 자발성과 역동성, 적극성의 특성을 지닌 124위 순교자들의 시복으로 한국교회는 자랑스러운 신앙 유산을 만방에 알리게 되었다. 이에 명실상부하게 순교자의 나라로 성장한 한국교회가 아시아 선교는 물론이고 전 세계 선교의 중심에 우뚝 서서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막중하고 거룩한 사명 수행에 도약점이 될 수 있다.

6) 교황께서 한국에 오셔서 직접 시복식을 거행한다. 이는 매우 예외적인 일로서, 관례적으로 시복식은 시성성 장관 추기경이 거행해왔다.

7) 인류를 구원으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영광이 만방에 더욱 드러나게 되었으니, “주님의 이름은 세세에 영원히 찬미 받으소서!”


현대의 순교 영성은?

1) 일상을 신실하게 사는 일상의 성화 영성이다. 순교자들은 신앙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고 신앙과 생활이 하나였다. 신앙과 생활의 괴리로 혼란을 겪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신앙생활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다.

2) 화해의 영성이다. 하느님, 자신, 가족, 이웃, 지구와 화해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더라!”라고 말씀하신 창조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다.

3) 이웃과 더불어 생명을 일구는 상생(相生)의 영성이다. 순교자들처럼 하느님께서 동반자로 주신 이웃과 나누고, 섬기며, 지상에서부터 천상의 삶을 사는 것이다.

하느님 사랑의 선물인 124위 시복이라는 무한한 은총의 바닷속에서 순교자의 후손인 우리가 ‘사랑의 순교자’로 거듭날 때, 온 세상은 생명과 평화가 넘실대는 빛의 세상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도록 하느님께서 택하신 소중한 존재임을 가슴에 새기자. 순교자의 후손은 살아 있다!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다!” (이사 43,1 참조) [평화신문, 2014년 6월 29일, 제공=교황방한준비위원회 영성신심분과]

 

 

[일어나 비추어라] 내가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 - “홀로 외로운 길을 가지 않도록”(칼 레만 추기경)



칼 레만 추기경(독일 마인츠교구장)

프란치스코 교황은 무척 개방적인 분이다. 그리고 늘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조용한 성품이기도 하다. 그는 정신없이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는다. 오히려 늘 차분하다.

그를 보면 늘 자기 내면에서 쉬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것은 비밀스러운 현세 도피와 자아도취와는 거리가 멀다.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거나 다른 이들이 그에게 찾아오면 그는 즉시 깨어나기 때문이다. 교황이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다른 이들에 대한 그의 관심과 배려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을 뿐이다.

추기경 시절 교황은 교회 정책과 신학적인 방향에 대해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는 해방신학을 대표하는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남미 변혁에 큰 역할을 했다. 그는 교회 근본인 성경과 영성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했다. 그런 가르침을 바탕으로 남미에서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형성됐고, 현재까지도 모범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 그분은 저에게는 가난의 성인, 평화의 성인, 피조물을 사랑하고 보존한 성인입니다. 현재 우리는 피조물과 그리 좋은 관계를 맺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죠? 게다가 평화의 정신도, 가난한 이를 위하는 마음도 우리에게 필요합니다.”(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을 선출한 추기경들은 그의 영성을 봤고, 그런 영성을 가진 교황을 원했다. 교황 선거 전 그는 추기경단 전체 회의에서 인상적인 강연을 했다. 추기경들은 그 강연을 듣고 그의 생각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선거인 추기경단 115명이 왜 그토록 빠른 시일 내에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장에게 투표했는지, 왜 교회 역사상 최초로 예수회원을 교황으로 선출했는지 그의 강연을 들으면 이해가 된다.

그리스도교 신앙 공동체에 보편성이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드린다. 특히 일상의 어려움 속에서 이 보편성을 잘 볼 수 있다. 교황은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을 바라보면서 이러한 교회의 보편성을 잘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세상과 모든 사람의 삶에 십자가가 얹혀 있다는 사실 말이다.

교황이 가는 길이 쉽지 않은 길이지만 그 길이 홀로 가는 외로운 길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도와 드려야 한다. [평화신문, 2014년 6월 29일, 「프란치스코 교황」(가톨릭출판사)에 실린 레만 추기경 글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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