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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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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비추어라: 124위 시복, 복자 그들의 삶과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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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6-21 ㅣ No.263

[일어나 비추어라] 124위 시복, 복자 그들의 삶과 신앙


성령의 힘으로 신앙 일궈 ‘순교의 꽃’ 피워



초창기 신자들은 교우촌을 이뤄 서로 사랑하고 나누며 격려하는 천상의 삶을 살았다. 사진은 옹기를 구워 생계를 잇던 교우촌 모습.


빛을 찾아서 : 참 하늘 우러른 구도(求道) 영성

신앙 선조들은 스스로 빛을 찾은 진리의 구도자였다. 한국 천주교회는 세계 교회사에 유례없이 선교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성령의 직접적인 인도로 평신도에 의해 설립되었다. 그러므로 자발적으로 복음을 수용한 자랑스러운 신앙 선조들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강조하는 평신도사도직 운동의 선구자가 아닌가! 신앙 선조들이 진리를 향해 깨어 있음이 우리 민족을 빛의 세계로, 구원의 세계로 이끈 것이다. 제삼천년기를 살고 있는 순교자의 후손인 우리는 어디를 향하여 깨어 있는가?

신앙 선조는 일상에서도 하느님을 삶의 가장 가운데 모시고,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았다. 하느님은 절대적이었다. 가족ㆍ건강ㆍ재물ㆍ명예ㆍ생명도 소중했지만 하느님 위에 있지는 않았다.


빛을 전하며 : 온 누리에 빛을 전한 선교 영성

신앙 선조들은 자발적으로 찾은 빛을 적극적으로 전한 진리의 전파자였다.

성사의 중요성을 알게 된 신앙 선조들은 성직자 영입을 위해 피와 땀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온갖 고난을 감수하며 교황청에 성직자 청원의 서한을 보냈다. 신앙생활을 잘하기 위해 교황청에까지 성직자 청원의 편지를 보낸 신앙 선조들이 세계에 또 있는가?

또 천주교를 전하기 위해 신앙 선조들은 한문으로 된 교회 서적을 한글로 번역하였다.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선교 열정과 신분 질서가 엄격한 시대를 뛰어넘은 만민평등 사상과 인간 사랑에 감탄하게 된다. 성경ㆍ교리서ㆍ신심서ㆍ묵상서ㆍ기도서ㆍ순교자전 등 다양한 책들이 번역되었고, 또 필사되었다.

신앙 선조들은 세속적인 배움은 짧았지만 성령의 학교에서 덕행과 사랑을 배웠기에 가는 곳마다 신앙 공동체가 형성되었다. 그들은 더불어 사는 가난한 이웃 안에서 하느님을 만났다. 곤경에 처한 이를 남몰래 돕고, 배 고픈 이와 양식을 나누었다. 천주 신앙을 모르는 사람들은 신앙 선조들이 이렇게 삶으로 풀어내는 천주교에 입교했다. 신앙 선조들은 삶의 나눔과 섬김, 사랑을 통하여 빛을 전하였다. 또한 주님을 만나 전 삶이 변한 기쁨이 저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올라 아무리 말을 하려 하지 않아도 견딜 수 없어 죽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온 세상에 외친 것이다. 선교는 이렇게 삶의 나눔이며 삶 속에 젖어드는 사랑의 육화임을 배우게 된다.


빛 속에서 : 온 삶으로 빛을 현양한 증거 영성

신앙 선조들은 빛을 찾고 전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온 삶을 빛으로 현양한 진리의 증거자였다. 일상에서 철저하게 복음적인 삶을 살았고, 마침내는 생명마저 주님께 봉헌한 순교로써 진리를 증거한 것이다.

우리 마음속에 하느님이 계시지 않으면 순교할 수 없다. 신앙 선조들은 얼마나 하느님을 사랑했으면 순교하였을까? 도대체 그 힘을 어떻게 얻었을까? 신앙 선조들의 영적 양식은 기도였으며, 기도를 일상화하였다. 기도로 늘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애원하며, 힘을 얻고, 하느님과 일치하였다.

박해 시대 신앙 선조들은 온갖 고난에도 성경 말씀을 봉독하고, 필사하며, 묵상하였다. 즉 말씀으로 살고, 말씀만 섬겼으며, 말씀을 시험하지 않았다. 그리고 순교자들의 전기ㆍ서간문과 교회 서적 등을 가보처럼 여기며, 순교자들의 삶을 본받으려고 노력하였다.

또 가혹한 박해에도 오늘의 한국 교회를 있게 한 깊은 뿌리가 바로 ‘교우촌 영성’이다. 신앙 선조들의 하늘을 지붕 삼아, 산을 울타리 삼아, 기도와 나눔의 생활을 하였다. 그들의 삶은 외적으로는 비참하였지만, 서로 사랑하고 나누며 격려하는 신앙 공동체이었기에 지상에서부터 천상의 삶을 산 것이다.

신앙으로 인한 직접적인 박해가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순교자들의 삶을 천편일률적으로 생각하며, 순교의 최후 순간만을 중시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순교를 가능하게 한, 곧 순교에 이르기까지의 피보다 더 진한 인생의 전 여정을 깊게 만나야 할 것이다. 순교는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진리의 구도자, 전파자, 증거자로 온 누리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고 있는 124위 복자! 이슬처럼 스러질 인생길을 걷고 있는 우리에게 빛ㆍ길ㆍ꿈으로 부활하여, 생명과 희망이 넘실대는 푸른 세상으로 초대하고 있다.

“자, 주님의 빛 속에 걸어가자!” (이사 2,5) [평화신문, 2014년 6월 22일, 제공=교황방한준비위원회 영성신심분과]

 

 

[일어나 비추어라] 프란치스코 교황과 예수회 영성


교황의 융통성 · 포용력 · 청빈 · 겸손의 근원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회 출신 첫 교황이다. 교황을 이해하는 첫걸음은 예수회 영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미국 예수회가 발행하는 가톨릭 주간지 「아메리카」(2013년 4월 29일 자)에 실린 제임스 마틴(예수회) 신부의 기고 ‘새 교황의 행동 양식’은 교황에게 절대적 영향을 미친 예수회 영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

마틴 신부를 따르면, 예수회원들은 ‘영신수련’을 통해 하느님을 따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그것에 대한 애착으로부터 멀어지도록 초대받는다. 그 어떤 것을 향해서도 개방적인 자세를 취하며, 부와 가난, 건강과 질병, 장수와 단명 가운데 어느 것도 선호하지 않는 ‘치우치지 않는 마음 상태’를 지니도록 요구받는 것이다.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 찾기’

이는 베르골료 추기경이 교황직에 오른 놀라운 사실을 설명해준다. 예수회원들은 교회 내에서나 예수회 안에서 고위직에 오르려고 애쓰거나 야망을 품지 않겠다는 서약을 한다. 하지만 치우치지 않는 자유로움 또한 예수회 영성의 중요한 덕목이다.

예수회 영성을 요약하는 대표적 구절이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 발견하기’다. 예수회 설립자 이냐시오에게 있어, 하느님은 교회 울타리에 갇혀 계신 분이 아니다. 이는 모든 곳에서 그리고 모든 사람 안에서 하느님을 만난다는 영성, 즉 온 세상을 포용하는 영성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제공한다. 교황이 성 목요일 전례 때 로마 소년원 재소자들의 발을 씻겨준 일화는 이러한 영성을 잘 보여준다. 하느님은 재소자든, 이슬람 청소년이든, 모든 이들 안에 계신다.

예수회원은 ‘활동 중의 관상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자질은 그가 교황에 선출된 순간부터 증명됐다.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에 나와 통상적인 교황 축복부터 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시끌벅적한 군중을 향해, 그는 침묵 가운데 잠시 기도해 달라고 요청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떠들썩함 속에서 고요함을 만들어낸 그가 바로 활동 중의 관상가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

다른 수도회 회원처럼 예수회원들도 가난(청빈) 서원을 한다. 이냐시오 성인은 예수회원들에게 가난을 어머니처럼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째는 가난한 사람으로 사셨던 예수를 본받기 위한 것이고, 둘째는 소유에 대한 욕구로부터 자신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다. 셋째는 그리스도가 사랑하셨던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서이다. 교황의 소박한 삶과 또 가난한 이들을 위한 행보는 가난에 대한 그의 우선적 선택을 잘 보여준다.

예수회 영성의 또 다른 특징은 융통성이다. 교황은 준비 없이 즉석에서 강론하는 것을 좋아하며, 군중 속 장애아동을 안아주기 위해 교황 전용차를 세운 일에서 보듯이 상황의 필요에 따라 스스로를 맞추는 것을 좋아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마디로 융통성 있는 교황이다. [평화신문, 2014년 6월 22일, 남정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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