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토)
(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수도 ㅣ 봉헌생활

에바그리우스의 동정녀에게 준 권고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8-09 ㅣ No.267

『동정녀에게 준 권고』(Ad Virginem)1)

 

 

해제

 

『동정녀에게 준 권고』는 56개의 격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들 역시 회수도승생활에 적용된 권고들이다. 이 작품은 그리스어 원본으로 보존되어 왔고, 그레스맨(H. Gressmann)이 감수하여 번역 출판하였다. 이것은 시리아어와 아르메니아어로도 전해지고 있으며, 윌마르트가 라틴어 번역본을 출판하였다. 수많은 사본이 현존하는『수도승들에게』2)와는 달리 이 작품은 불과 몇 개의 필사본 안에 보존되어 왔다.

 

이 작품은 에바그리우스가 「서간」7에서 말하고 있는 “정결한 여집사 세베라(Severa)”에게 준 권고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에바그리우스는 그녀에게 「서간」20을 보냈던 것처럼 보인다. 거기서 에바그리우스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저는 당신이 진보하셔서 기쁩니다. 사실, 당신은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지 않고(루가 9,62 참조), 또 부패하기 쉬운 세상과 지나가는 사물들을 추구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당신은 정의의 월계관을 받고 또 당신이 선행으로 찾고 있는 신랑 그리스도를 보기 위해서 훌륭히 싸우고 있습니다(2디모 4,7-8). 사실상 이것이 선행으로 우리 주님을 찾는 참된 탐구입니다. 사실 악행을 행하며 정의를 찾는 사람은 없습니다. 또 동료를 미워하면서 애덕을 추구하는 사람도 없고, 거짓말을 하면서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주님을 찾는 것은 바로 이것이니, 곧 참된 신앙과 진리에 대한 인식으로 계명을 준수하는 것(1고린 7,19)입니다. 자, 우리가 당신에게 보낸 책은 어느 것이 이런 종류의 행위인지 당신에게 가르쳐 줄 것이며, 좁고 험하지만 선행을 실천하는 사람을 하늘나라로 인도하는 길(마태 7,14 참조)을 당신에게 알게 해 줄 것입니다.” 세베라는 늙은 멜라니아(Melania)의 예루살렘 공동체의 수녀였던 것으로 보인다.

 

 

본문

 

1. 주님을 사랑하여라. 그러면 그분이 너를 사랑하실 것이다. 그분을 섬겨라. 그러면 그분이 네 마음을 비추어주실 것이다.

 

2. 그리스도의 어머니처럼 네 어머니를 공경하고 너를 낳으신 분의 노년을 무겁게 하지마라.

 

3. 네 어머니의 딸들처럼 너의 자매들을 사랑하여라. 그러면 너는 평화의 길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루가 1,79b).

 

4. 태양은 떠오르면서 네 손에 있는 책을 보고 제2시 이후에는 너의 노동을 본다.

 

5. 끊임없이 기도하고(1데살 5,17 참조) 너를 낳으신 그리스도를3) 기억하라.

 

6.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하라. 이는 네 영혼 안에 상(像)이 떠오르지 않게 하여 기도할 때 너에게 장해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7. 너는 기쁨으로 그리스도를 소유한다. 사람을 멀리하라. 그러면 너는 치욕적인 삶을 살지 않을 것이다.

 

8. 증오심과 분노를 멀리하라. 그러면 네 안에 원한이 없을 것이다.

 

9. ‘오늘은 먹고 내일은 먹지 않으리라’고 말하지 말라. 왜냐하면 너는 별 생각 없이 그렇게 말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게 하면 네 육체에 해를 끼치고 네 위장에 고통을 가져올 것이다.

 

10. 고기를 먹는 것은 좋지 않으며 포도주를 마시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연약한 이에게는 이런 것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11. 오만한 동정녀는 구원받지 못할 것이며, 나태하게 생활하는 동정녀는 신랑을 보지 못할 것이다.

 

12. 너는 ‘시녀가 나를 실망시켜서 그녀를 벌하리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딸들 가운데 몸종은 없기 때문이다.

 

13. 헛된 담화에 귀를 기울이지 말고 떠돌이 늙은이의 이야기를 멀리하라.

 

14. 너는 술 취한 자의 축제를 모르고 이방인의 혼인잔치에 가지도 않을 것이다.4) 실제 이렇게 하는 모든 동정녀는 주님께 불결하다.

 

15. 주님의 말씀으로 네 입을 열고 네 혀로 잡답하지 말라.

 

16. 주님 앞에서 스스로 낮추어라. 그러면 그분의 오른손이 너를 일으킬 것이다(시편 117,16a 참조).

 

17. 곤경에 처한 가난한 이를 물리치지 말라. 그러면 네 등잔에 기름이 마르지 않을 것이다(마태 25,1-13 참조).5)

 

18. 주님 때문에 모든 것을 하고 사람에게서 영광을 찾지 말라. 왜냐하면 사람의 영광은 들풀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님의 영광은 영원히 남는다(이사 40,6-8 참조).

 

19. 주님은 온유한 동정녀를 사랑하신다. 성 잘 내는 동정녀는 미움을 받을 것이다.

 

20. 유순한 동정녀는 자비를 입을 것이며 거역하는 동정녀는 매우 어리석다.

 

21. 주님은 불평하는 동정녀를 파멸시키시고, 감사하는 동정녀는 죽음에서 구원될 것이다.

 

22. 비열한 웃음과 경멸적인 무시: 모든 어리석은 동정녀는 이러한 것들에 연루될 것이다.

 

23. 자기 옷을 꾸미는 자는 절제에도 무관심할 것이다.

 

24. 속된 여인들과 함께 거주하지 말라. 이는 그들이 네 마음을 흩뜨려 올바른 의지를 무력화시키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25. 밤중에 눈물로 주님을 위로하여라. 그러면 아무도 네가 기도하는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고 너는 은총을 입게 될 것이다.

 

26. 여행에 대한 갈망과 타인의 주거에 대한 욕심은 영혼의 상태6)를 망가뜨려 그 결심을 꺾는다.

 

27. 충실한 동정녀는 무서워하지 않을 것이지만, 불충한 동정녀는 자기 그늘도 피할 것이다.

 

28. 시기는 영혼을 고갈시키고 질투는 영혼을 삼켜버린다.

 

29. 연약한 자매를 업신여기는 자는 그리스도에게서 멀어질 것이다.

 

30. 이것은 내 것이고 이것은 네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사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것은 공동의 소유이다(사도 2,44; 4,32).

 

31. 너는 남의 생활에 간섭하지 말 것이며(2데살 3,11 참조), 네 자매의 불행을 기뻐하지도 말 것이다.

 

32. 궁핍한 동정녀들을 도와주고 너의 탁월함을 자랑하지 말라.

 

33. 주님의 교회 안에서 네 입에서 어떤 말도 나가게 하지 말 것이며(1고린 14,34-35 참조), 네 눈을 들어 올리지도 말 것이다(시편 131,1a 참조). 사실 주님은 네 마음을 아시며 네 모든 생각을 살피신다(사도 1,24 참조).

 

34. 네게서 모든 악한 생각을 던져버려라. 그러면 네 적들이 너를 슬프게 하지 못할 것이다.

 

35. 네 마음으로 시편을 노래하고 네 입에서 혀만 놀리지 말 것이다.

 

36. 어리석은 동정녀는 돈을 사랑할 것이고, 현명한 동정녀는 자기 빵조차 내어줄 것이다.

 

37. 불의 기세를 누그러뜨리기 어려운 것처럼 상처받은 동정녀의 영혼을 치유하기란 쉽지 않다.

 

38. 악한 생각에 네 영혼을 넘기지 말라. 이는 악한 생각이 네 마음을 오염시켜 너에게서 순수한 기도를 방해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39. 근심은 무겁고 아케디아는 저항하기 힘들지만, 하느님을 향한 눈물은 이 둘보다 더 강하다.

 

40. 배고픔과 갈증은 악한 욕망을 잠재우고, 적절한 철야는 정신을 정화한다.

 

41. 애덕은 분노와 증오심을 막아주고 선물은 원한을 누그러뜨린다.

 

42. 자기 자매를 몰래 험담하는 자는 신랑(그리스도)에게서 거부당할 것이다. 그녀는 신랑의 집 문에서 부르짖겠지만 거기에 듣는 자는 없을 것이다.

 

43. 자비심 없는 동정녀의 등불은 꺼질 것이며, 그녀는 자기 신랑이 오는 것을 보지 못할 것이다(마태 25,1-13 참조).7)

 

44. 돌 위에 떨어지는 유리는 깨지며, 남자와 접촉하는 동정녀는 결백한 상태로 있지 못한다.

 

45. 온유한 신부가 성 잘 내고 뻔뻔스런 동정녀보다 더 낫다.

 

46. 사람의 말을 웃음으로 끌어내리는 자는 자기 목에 밧줄을 감는 자와 비슷하다.

 

47. 금으로 된 홈 속에 있는 진주처럼 동정녀는 정결함으로 가려져 있다.

 

48. 악령들의 노래와 피리는 영혼을 이완시켜 영혼의 아름다운 긴장을 풀어버린다(코헬 7,7b 참조). 치욕스럽게 되지 않도록 항상 영혼을 보호하라.

 

49. 웃기는 동정녀들에게 기쁨을 느끼지 말고 숙덕대는 동정녀들과 함께 즐거워하지도 말라. 왜냐하면 주님이 그들을 저버리셨기 때문이다.

 

50. 식사하는 네 자매를 경멸하지 말고 네 극기에 자만하지도 말라. 사실 너는 주님이 원하시는 바가 무엇인지 또 그분 앞에서 뽐낼 자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51. 자신의 창백해진 눈과 소진된 육체를 애처로워하는 자는 영혼의 아파테이아를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

 

52. 극기는 무겁고 정결은 달성하기 어렵지만, 천상 신랑보다 더 감미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53. 동정녀들의 영혼은 조명될 것이지만, 불결한 자들의 영혼은 어둠을 보리라(마태 25,1-13 참조).8)

 

54. 나는 사람들이 그릇된 교리로 동정녀를 타락시켜 그의 동정성을 헛되게 하는 것을 보았다. 너, 딸아, 주님 교회의 가르침을 경청하고, 어떤 이방인도 결코 너를 설득하지 못하게 하라.9) 하느님은 하늘과 땅을 지으셨고 만물을 다스리시며, 그것들에 대해 기뻐하신다(잠언 8,31b 참조). 악을 행할 수 없는 천사도 없고 본성상 악한 악령도 없다. 사실 하느님은 이 둘 모두를 선택할 수 있게 하셨다. 인간이 타락할 수 있는 육체와 이성적인 영혼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우리 주님 역시 죄 없이 낳음을 받으셨다(에페 4,15). 그분은 식사를 하셨고 십자가에 못 박히셨으며, 사람들에게 허깨비로 나타나시지 않았다. 죽은 이들이 부활할 것이고 이 세상은 지나갈 것이며 우리는 영적인 몸을 입을 것이다(1고린 15,44 참조). 실제로 의인들은 빛을 상속받을 것이고 악인들은 어둠속에 살게 될 것이다.

 

55. 동정녀의 눈은 주님을 뵈올 것이고 그녀의 귀는 그분 말씀을 들을 것이다. 동정녀의 입은 자기 신랑에게 입맞춤할 것이며(아가 8,1b 참조), 그녀의 후각은 그분 향유 내음에로 달려갈 것이다(아가 1,4 참조). 동정녀의 손은 주님을 애무할 것이며, 정결한 몸은 기꺼이 받아들여질 것이다. 동정녀의 영혼은 월계관을 받을 것이고 자기 신랑과 함께 영원히 살 것이다. 그녀에게 영적인 의복이 주어질 것이며, 그녀는 하늘의 천사들과 함께 축제를 열 것이다. 그녀는 꺼지지 않는 등불을 켤 것이고 등잔에 기름이 마르지 않을 것이다(마태 25,1-13 참조). 그녀는 영원한 부를 받고 하느님의 나라를 상속받을 것이다.

 

56. 딸아, 너를 위해 이 권고를 한 것이니, 네 마음으로 내 권고를 지켜라. 너를 보호하시는 그리스도를 기억하고 흠숭하올 삼위일체를 잊어버리지 말라.

 

--------------------------------

1) 본문 번역과 주해를 위해서 Evagrio Pontico, Per conoscere lui, Int., trad., not., Paolo Bettiolo, Edizioni Qiqajon 1996, 132-143 쪽에 실린 이태리어 번역본을 참조하였다.

 

2) 이 작품의 우리말 번역은 「코이노니아」29집(2004년 여름), 182-208쪽에 실려 있다.

 

3) 그리스도께서는 상황에 따라 아버지일수도 또 어머니일수도 있다. 양자의 영을 소유한 사람들에게는 아버지요(로마 8,15), 우유와 연한 음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어머니이다. 사실 사도 바울로 안에서 말씀하시는 그리스도(2고린 13,3 참조)는 에페소 신자들에게 지혜의 신비들을 계시하시면서 그들의 아버지가 되시지만(에페 3,1-19 참조), 고린토 신자들에게는 마실 우유를 주시는 어머니이시다(1고린 3,2 참조). 에바그리우스의 체계에서는 하느님의 아들이 되기 전에 그리스도의 아들이 될 필요가 있다.

 

4) 아마도 여기서 에바그리우스는 단순히 초대받은 동정녀가 자기 공동체에서 나가지 않도록 권고하려는 것 같다. 이집트로 성지순례를 가려는 세베라(Severa)의 의향에 대해서 에바그리우스는 「서간」7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나는 정결한 여집사 세베라의 뜻을 칭찬했지만, 그 실행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나는 그녀가 힘들게 오랜 여행을 하여 어떤 유익을 얻게 될지 모릅니다. 반면 나는 우리 주님 덕택에 그녀와 그녀의 동행인들이 얼마나 큰 손해를 보게 되리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 성덕으로 세상을 포기한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여행하지 못하게 하기를 바랍니다.” 멜라니아(Melania)에게 보낸 「서간」8에서도 비슷한 동기가 다시 반복된다. “당신 자매와 딸들에게 오랜 여행을 하지 말 것이며 또 무분별하게 황폐한 장소에 가지도 말라고 가르치십시오. 이것은 사실 세상에서 멀어진 모든 영혼에게는 무관한 일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혼인 잔치에 가다’(문자 그대로는 ‘혼인 잔치에 들어가다’)라는 표현은 마태 22,2-13에서 추론가능하다. 그리고 에바그리우스는 매우 여러 번 인식의 혼인잔치에서 자리를 얻게 해주는 의복에 관해서 묵상하였다. 여기서 이방인들은 악령들일 수 있다.

 

5) 참조: 43장, 53장, 『그노스티코스』7장.

 

6) ‘상태’(katastasis): 이 용어는 귀오몽(Guillaumont)이 『프락티코스』43장에 대한 자신의 주해에서 해석하는 바처럼 에바그리우스 안에서 자주 갖게 되는 그 긍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즉, 단순한 상태라기보다는 오히려 평화와 평정 상태로 알아들어야 할 것이다.

 

7) 참조: 17장, 53장, 『그노스티코스』7장.

 

8) 참조: 17장, 43장, 『그노스티코스』7장.

 

9) 결론부의 “실제로 의인들은 상속받을 것이다...”을 제외하고 뒤에 오는 구절들은 그레스맨(Gressmann)이 출판한 책의 그리스어 본문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단지 라틴어판과 시리아어판에서만 나타난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구절들은 이 장의 본문에 되돌려져서 창조와 섭리, 악의 기원, 그리스도론, 종말론과 관련된 “주님 교회의 가르침”에 대한 짧은 요약을 이루고 있다. 여기서 에바그리우스는 그리스도 가현설, 영지주의, 아리우스파의 가르침들을 비판하고 있다.

 

[코이노니아 제32집(2007년 여름), 글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 허성석 로무알도 옮김 /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홈페이지에서]



파일첨부

696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