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우분트! 우리는 하느님 자비의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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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2-08 ㅣ No.436

[레지오 영성] “우분트! 우리는 하느님 자비의 선교사!”



사순 시기는 우리가 하느님께서 행하신 놀라운 새로운 창조, 곧 우리에게 베풀어지고 우리가 믿음과 기쁨으로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는 구원인 파스카 신비를 준비하는 때입니다. 예수님의 말씀 안에서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이유는 세상을 심판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로 구원하러 오셨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해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요한 3,17)

하느님의 자비에 감사와 찬미를 드리며 올해 사순절을 시작하며 다음의 복음(요한 8,1-11)을 묵상해봅니다.

한 여자가 간음하다 붙잡혔습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그녀를 단죄하여 죽여야 한다고 열을 올립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간음하다 붙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가운데에 세워놓고,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이 여자가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혔습니다. 모세는 율법에서 이런 여자들에게 돌을 던져 죽이라고 우리에게 명령하였습니다. 스승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그들은 예수님을 자기들의 재판과 단죄의 시각에 가두려고 합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고 계심을 알면서도, 그분을 간음한 여인은 돌로 쳐 죽이라는 모세의 율법 앞에 세웁니다. 사실 예수님을 시험하여 고소할 구실을 만들기 위해서였지요.

예수님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율법을 거스르지 않고서 그 여자를 구할 방도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예수님께서는 고발자들에게 율법을 적용하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한 가지 조건을 다십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그러자 나이 많은 자들부터 그곳을 떠나고 예수님과 그 여자만이 덩그렇게 남게 됩니다.


사순시기 맞아 다시금 파스카의 신비 새겨야


이후 복음은 우리를 감동적인 대화로 이끕니다. 예수님은 죄 없는 분이기에 그 여자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유일한 분이십니다. 그렇지만 예수님은 그 여자에게 물으십니다. “여인아, 그자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단죄한 자가 아무도 없느냐?” 그 여자가 대답합니다. “선생님,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즉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덧붙이십니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이로써 예수님은 여인을 마땅히 받아야 할 형벌에서 구하실 뿐만 아니라 그녀가 가야 할 올바른 길을 가르쳐 주시어 새로움으로 초대하십니다. 복음은 여기서 끝나지만, 예수님께로부터 돌 대신 새로운 생활이라는 축복의 꽃다발을 받아 안고 떠난 여인이 그 후 어떻게 살았을지는 너무나 자명합니다.

때때로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뚜렷이 보고 형제의 눈에서 티를 빼낼 수 있을 것이다.”(마태 7,5)라고 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웃을 흉보고, 손가락질하는 우리네 현실을 봅니다. 사순시기를 맞으며 다시금 파스카의 신비를 새겨봅니다.

어떤 인류학자가 아프리카 한 부족의 아이들에게 게임을 하자고 제안합니다. 그는 근처 나무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매달아 놓고 먼저 도착한 사람이 그것을 다 먹을 수 있다고 일러주고 “시작!”을 외쳤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각자 뛰어가지 않고 모두 손을 잡고 가서는 그것을 함께 먹었습니다.

학자는 아이들에게 “누구라도 먼저 가면 자신이 다 차지할 수 있는데 왜 함께 뛰어갔니?” 하고 물었지요. 그러자 아이들은 “우분트”(Ubuntu)라고 외치며, “다른 사람이 모두 슬픈데 어떻게 한 명이 행복해질 수 있나요?”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우분트”는 반투족 말로,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I am because you are)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지요. 작은 관심, 서로에 대한 배려가 모여서 자비의 기적을 만들어냅니다.


하느님 자비를 찾고 실천함으로써 파스카 기쁨 얻어

함께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은 우리에게 골칫거리나 짐이 아닙니다. 아프고 약한 사람은 우리들에게 인상을 찌푸리고 피하고 싶은 십자가가 아니라 오히려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또 다른 나(우리)입니다. 크리스천인 우리는 노동자, 농민, 가난한 사람과 지금 신음하며 울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특별히 잘해 주어야합니다. 그들을 우선적으로 자비롭게 대하시는 하느님으로 인해 존재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하느님의 자비의 모습을 찾고 실천함으로써 파스카의 기쁨을 얻고자 하는 것이 사순시기의 참 의미가 아닙니까? 나 혼자만 하늘나라에 가기 위한 기도와 봉사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손잡고 하늘나라를 향하는, 참 행복을 향하는 것이 사순절 은혜로움입니다. “우분트!”이지요.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습니다!’는 우리 그리스도교의 신앙고백에 대한 다른 표현일 뿐입니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이해와 용서를 구하기보다는 내가 먼저 죄인임을 고백하는 그 순간이 파스카 신비인 새로운 생활의 시작이 아니겠는지요? 지금 내가 숨 쉬고 움직이며 살아가는 매 순간순간이 그 새로운 생활로의 초대가 아니겠는지요? 진실로 스스로 죄인임을 인정하고 예수님께 떠나 달라고까지 했던 저 베드로의 고백(루카 5.8)이, 우리로 하여금 이웃들에 대한 진정한 예의를 되찾게 합니다. 그리고 성실하고 책임 있는 레지오 주회와 봉사가 바로 파스카의 기쁨을 살아내는 참된 마리아의 군인으로서 거듭나게 합니다.

매사에 하느님의 자비에 감사하는 레지오 단원! 하느님의 자비를 이웃과 나누는 레지오 단원! 누군가를 비난하고 돌을 던지기에 앞서 먼저 스스로가 죄인임을 고백하고 하느님 자비의 품에 안기는 레지오 단원! 이러한 레지오 단원들의 삶이, 오늘날 세상 사람들의 손에 들려있는 차가운 돌을 내리게 하여 향기 가득한 자비의 꽃다발을 서로 나누는 파스카 세상을 앞당기게 할 것입니다.

사순절은 참으로 은혜로운 시간이며, 부활의 기쁨과 새로운 삶으로 떠나는 행복한 여정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를 전하는 선교사입니다. 우분트!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2월호, 윤영길 사도요한 신부(미국 교포 사목(탈라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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