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어디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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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1-02 ㅣ No.434

[레지오 영성] 어디 계십니까


 

아버지는 제가 신학교 들어가는 것을 좋게 여기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불편스러움을 토로하셨는데, 한학자였던 큰 고모부가 “남들은 자기 하나 살려고 몸부림치는데, 평생을 남을 위해 살고 싶다는데 왜 막느냐?”고 역성을 들어주셨습니다. 그날 이후로 아버님의 반대가 수그러드셨습니다. 제게는 고모부가 그 순간 동방박사와 같은 분이셨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꿈을 실현하는데 축원해 주거나 지원해 주거나 역성을 들어주신 분이 계셨는지요?

동방에서 박사들이 별점을 보고서는 이스라엘 왕의 탄생을 축하하려고 왔습니다. 별로 점을 치고 이스라엘 왕의 탄생을 알아차렸다는 사람들은 아마도 아라비아나 페르시아 사람들인가 봅니다. 발타살, 멜키올, 카스팔로 전해지는 이분들은 점성술사로 보입니다. 매일 다른 많은 별들을 바라볼 터인데 그 많은 별들 중에서 인류의 빛으로 새로 나실 이스라엘 왕을 발견하니 남다른 분들입니다. 경제, 문화, 역사 등의 그 많은 새로운 비전 중에서 인류 구원의 빛을 발하는 별을 바라보고, 또 그 별을 따라 경배하러 먼 여행길을 마다하지 않으셨으니 고마우신 분들입니다.

이들이 예루살렘 왕궁에 와서,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 2,2) 라고 말하며, 그분이 태어난 곳의 위치를 자세히 묻자 이스라엘은 혼란스러워집니다. 새로운 권력의 탄생을 점치는 이들의 호기심과 권력자들의 경계심 등이 뒤섞여 긴장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 소식이 왕궁에까지 전해져 헤로데 왕이 관심을 기울이면서 유다 학자들에게 그에 관한 성경지식을 묻게 됩니다.

유다의 성경학자들은, “주님께서는 ‘너는 내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가 되고 이스라엘의 영도자가 될 것이다.’ 하고 임금님께 말씀하셨습니다.”(2사무 5,2)와 “너 에프라타의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 부족들 가운데에서 보잘것없지만 나를 위하여 이스라엘을 다스릴 이가 너에게서 나오리라.”(미카 5,1) 라는 구절 등을 근거로 삼아 그 내용을 종합하여, 이스라엘 왕의 탄생지를 ‘베들레헴’이라고 알립니다.

이스라엘 학자들도 알았을 텐데, 새로 나신 이스라엘 왕에게 왜 경배하러 가지 않았을까? 아마도 언제 태어나실지 그 ‘때’를 몰랐을까? 아니면, 설화 같은 이야기여서 아무도 현실에 일어날 사실이라고 믿지 않았기 때문일까?


기쁨과 우환

“가서 그 아기에 관하여 잘 알아보시오. 그리고 그 아기를 찾거든 나에게 알려 주시오. 나도 가서 경배하겠소.”(마태 2,8) 당혹스럽고 음흉한 음모를 염두에 두기 시작하는 헤로데 왕의 모습과 베들레헴을 향해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길을 재촉하는 동방박사들을 봅니다. “그들은 임금의 말을 듣고 길을 떠났다. 그러자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였다.”(9-10절)

여기서 한 가지 동방박사들은 그렇게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면서, 왜 별의 움직임을 자세히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아니, 별은 왜 동방박사를 예수 아기가 누워있는 베들레헴의 마구간으로 직접 이끌지 않고, 동방박사들이 예루살렘에 들러 묻게 한 다음 다시 나타났을까? 호사다마인가? 늘 기쁨은 우환과 겹쳐서 함께 오는 것일까? 아니면, 같은 기쁨을 어떤 이는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어떤 이는 우환으로 받아들임일까?

이어서 닥쳐올 헤로데의 음모가 몸서리쳐집니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예기치 않은 불행, 어디선가 누군가 우리를 노리며 음모를 꾸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가끔 우리를 몸서리치게 합니다. 주님의 기도 끝구절로 기도합니다.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슬픈 경배 ? 탄생과 죽음

며칠 밤낮에 걸쳐 커다란 기대를 가지고 찾아온 동방박사들이 왕의 탄생을 접하는 순간이 행복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11절)

갑자기 들이닥친 동방박사들을 맞이하며 어머니 마리아는 무척 놀랐으리라 싶습니다. 지난 번 목동들에 이어 예수 아기를 경배하러 온 동방박사들의 비범하고 특별함에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으셨을 것입니다.

동방박사들은 왕에게 바쳐지는 선물이라는 의미의 ‘황금’과 하늘을 향해 오르는 기도의 메아리처럼 피어오를 ‘유향’, 그리고 안타깝고 슬프게도 예수님의 희생 죽음을 미리 예언하기라도 하듯 죽은 이에게 바를 ‘몰약’을 새로 나신 왕 예수 아기에게 선물로 드립니다. 탄생과 함께 기려지는 죽음, 아니 희생으로 인한 죽음이라 그 탄생이 더욱 빛나보이리라. 그래서 더욱 이어지는 구절이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그들은 꿈에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갔다.”(12절)

레지오 마리애 단원 여러분, 여러분은 요즘 무엇을 찾아, 어디를 향해 가고 계십니까?

여러분의 갈망이 주님께서 펼쳐주시는 구원의 하느님 나라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습니까?

여러분은 누구의 동방박사가 되어주고 있습니까?

우리를 주 하느님께로 이끄시는 별, 성령께 힘입어 구원의 하느님 나라로 나아갑시다.

‘동방의 점성술사에게까지 그 영광을 드러내시니 주님, 찬미와 영광을 받으소서. 아멘.’
‘매일의 일상 속에 잠긴 사람들에게 새로움을 일깨워 주시는 주님, 찬미와 영광을 받으소서. 아멘.’
‘별 빛을 비추시며 주님께 향하는 우리의 앞길을 열어 주시는 주님, 찬미와 영광을 받으소서. 아멘.’
‘동방박사들의 방문을 받으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1월호, 글 심흥보 베드로 신부(서울대교구 삼성동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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