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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교회사에서 배운다: 항상 쇄신되어야 할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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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3-23 ㅣ No.501

[교회사에서 배운다] 항상 쇄신되어야 할 교회

예언자요 신비가인 스웨덴의 성녀 비르지타


교회 역사 안에서 많은 분들이 어렵고 힘든 시기에 교회의 등불 역할과 예언자 역할을 하셨다. 이 지면을 통해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성녀 한 분을 소개할까 한다.

요한 복음에 필립보와 나타나엘의 대화에서 예수님을 두고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요한 1,46) 하는 냉소적인 질문이 있다.

성녀 비르지타의 시성 청원을 접한 보니파시오 9세 교황도 이렇게 자문하였다고 한다.

“무슨 좋은 것이 북쪽(스웨덴)에서 나올 수 있을까?”

이분은 돌아가신 지 18년 만에 성인품에 오르고 스웨덴의 수호성녀일 뿐 아니라 뒷날 유럽의 공동 수호자로 추대된 비르지타 성녀이다.

현세 교회의 피뢰침이 되어 주님의 뜻을 전하는 도구가 되어주신 분으로 설명할 수 있는 비르지타 성녀.

먼저 그분의 생애에 대해 알아본 뒤 당시 세상과 교회의 상황, 계시 내용을 살펴보면서 그 시대 교회에 무엇이 필요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끝으로 현 교회의 쇄신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성녀 비르지타의 생애

성녀 비르지타는 1302/1303년에 스웨덴의 핀스타(Finsta)라는 곳에서 총독인 아버지 와 그의 둘째 부인 사이에서 태어났고, 어려서부터 하느님의 환시를 보았다. 14세의 어린 나이에 영적인 그녀에게 꼭 맞는 배필을 만나 결혼했다. 남편은 그녀를 깊이 존경하고 그 성덕을 본받으려 노력했고 서로 격려하며 경건한 생활을 했다.

28년여 동안의 결혼생활을 통해 8명의 자녀를 두고 유복한 가정생활을 하였다. 물론 자녀가 많으면 근심도 많게 마련인데 어머니로서 비르지타는 8명의 자녀를 하느님의 자녀로서 참되게 교육한다. 그녀의 딸 중에 그녀 못지않은 스웨덴의 자랑 가타리나 성녀가 나오게 된다. 성녀가 성녀를 키웠다고나 할까?

남편을 하느님 품으로 보내고 그녀는 하느님을 따르는 수도자로서의 삶을 택하게 된다. 엄격하기로 이름난 알바스트라(Alvastra)에 있는 시토회 수도원에서 수도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때에도 계시를 받게 된다.

뒷날 성녀는 모든 재산을 정리하여 자녀들에게 배분하고 자신이 받은 계시에 따라 수도회를 세우게 된다. 그녀는 또한 순례자로서도 유명하다.

교통수단이 좋지 않던 그 시대에 그녀는 스웨덴에서 최근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 스페인의 야고보 사도 무덤은 물론이고 로마, 나폴리, 예루살렘까지 순례한다. 바로 그 순례의 과정을 통해 세상과 교회의 현실을 알게 되었고 그 상황에서 말씀하시고자 하는 주님의 뜻을 계시로 받아 전했다.


14세기 유럽 사회와 가톨릭교회

14세기 초부터 유럽은 온갖 종류의 재앙을 당하게 된다. 여러 차례의 기근으로 사람들은 매우 쇠약해졌고 그리하여 흑사병과 같은 전염병에 쉽게 감염되었다. 이는 결국 어마어마한 사망률을 초래하였으며, 계속되는 전쟁도 재난을 부추겼다.

식량 위기는 가장 궁핍한 사람들과 농민들에게 큰 타격을 주었고, 흑사병은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았다. 농민들은 도시에서 삶을 도모하고자 했으나 거기서 번번이 마주친 것은 가난과 고생뿐이었다.

4년간(1347-1351년)의 흑사병은 유럽을 휩쓸어 병에 걸린 사람 80%를 죽게 만들었다. 이는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前) 세기인 13세기 유럽을 특징지었던 통일성을 사라지게 하고, 제국과 교회 모두 분열에 봉착하게 하였다.

어느 사회이건 늘 정의로우며 바람직하고 순탄한 것은 아니다. 중세라는 가톨릭 중심 사회에도 그늘진 한쪽 모습이 있었는데 교회 일부에서의 세속화 경향이다. 뜻있는 성직자들의 쇄신하려는 노력도 많았지만 결국 일부는 다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중세사회의 지식층은 거의 성직자였고 또한 이들이 당시 사회를 이끌어왔기에 일부의 세속화는 있을 수 있는 일이었으며, 교회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것이 큰 문제였다.

교회 행정에도 폐해가 있었는데 이것들은 종종 제도화되었고 그 존재 이유를 순전히 물질적으로 구성된 조세제도와 사례금 제도에서 찾으려는 것 같았다.

비종교적 목적을 위한 파문의 남용, 성직매매의 인상을 준 성직록(聖職祿)의 거래 등도 비난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성직자와 평신도들의 도덕적 폐단과 과오, 또한 그들의 부도덕한 생활에 대한 불평과 비난이 커져갔다.


교회 쇄신을 위한 천상의 계시록

성녀의 계시 내용을 크게 둘로 나누면 신학적 명상과 윤리 · 교훈적 계시로 나눌 수 있는데, 여기서는 당시 교회에 만연한 악습의 쇄신에 관한 하느님의 계시를 살펴보고자 한다.

14세기 교황좌를 로마에서 프랑스 아비뇽으로 그 거처를 옮겨 70여 년간 7명의 교황이 살았다. 이는 단순한 교황좌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교회의 지도자들이 더 이상 교회의 영적인 면과 가난한 이들을 위한 생각보다는 자신들의 안위와 편의를 생각한 나머지 교회는 더 이상 그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영향은 성직자들과 백성들에게 바로 이어지는 교회의 영적인 피폐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아비뇽에 있는 교황들로 하여금 향락적인 생활 태도를 바꾸고 교회를 돌보도록 자극하는 일에 하느님께서는 성녀를 도구로 쓰셨고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를 통해 완성하셨다.

신앙의 정통성은 항상 교회의 올바른 정통의 실천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악습의 근절을 요구한다. 성녀는 하느님의 뜻을 전하면서 모든 그리스도인이 악습으로부터 벗어나 품행과 신앙의 순수함을 다시 되찾기를 원하는 하느님의 끝없는 자비와 인내에 대해서 언급한다.

신부들과 주교들에 대해서 성녀는 여인임에도 아주 강력하게 질타하며 하느님의 뜻을 전한다. 대표적으로는 밀라노의 주교였던 조반니 비스콘티 주교의 잘못에 관한 질타이다.

반면에 열정을 가지고 사목하는 주교들에 대해서는 칭찬도 담겨있다. 재물과 태만함과 유약함에 대한 질책을 하면서 준비된 강론으로 양들을 잘 이끄는 참된 목자로서의 삶을 권고하고 있다.

사제들에 관해서는 7성사를 경건히 믿음을 가지고 집전할 것을 조언하고 있으며, 특별히 미사에서 성체 신비를 경건하게 봉헌할 것과 아울러 사제들에게 창칼로 준 성경 말씀으로 참된 주님의 제자가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맺음말

“항상 쇄신되어야 할 교회”, 교회 역사를 공부하면서 가장 머리에 남았으며 기억해야 할 말로 삼았고 항상 되뇌며 살아가는 말이다. 이 말에는 머물러 있으면 썩고, 나태해지는 것이 우리이기에 언제나 좋은 모습을 꿈꾸며 끊임없이 쇄신하여야 한다는 교회의 간절한 요청이 담겨있다.

교회는 항상 쇄신을 필요로 하며, 따라서 결코 안주해서는 안 된다. 물론 이것은 단순히 세상의 변화에 발맞추어 변화한다는 뜻이 아니다. 무엇에 의한, 무엇을 위한 변화이며, 어떤 모습으로의 쇄신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따라야 할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좌표인 것이다.

교회는 우리 모두가 이루는 사랑의 공동체라고 할 때, 이 말은 그리스도의 지체인 교회와 우리 모두가 그리스도를 향하여 그리스도를 통하여 끊임없이 쇄신되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만일 교회가 그의 전형인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날로 새로워지려거든 하루하루를 새롭게 하고 또 매일 매일을 새롭게 하라[日新 日日新 又日新]는 중국 은나라 탕왕의 말이 있다. 교회의 쇄신을 위해서 하루하루를 새롭게 하는 우리 모두이어야 하겠다.

* 김주영 시몬 - 춘천교구 신부. 로마 그레고리오대학에서 교회사를 전공하였고 현재 교구 성소국장 겸 교회사연구소장으로 있다.

[경향잡지, 2012년 2월호, 김주영 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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