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문화사목] 양면성을 지닌 종교의 상품화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3-10 ㅣ No.913

[문화영성 산책] 양면성을 지닌 종교의 상품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방한하실 당시에도 그랬지만 일 년이 지난 지금도 교황님이 방문한 지역에서는 그분의 이미지를 앞세워 교황 방문 관련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데 발 빠르게 움직이며 지역 홍보와 경제이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교황 관련 관광문화의 상품화는 한국 가톨릭교회의 위상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겠지만 자칫 교황님을 경제적 효과를 거두는 도구나 수단으로 전락시킬 위험성도 잠재되어 있다.


1. 교황 방한 당시 교황 마케팅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전부터 국내 일부 언론과 기업은 교황 방한이 몰고 올 경제적 파급력을 부풀리고 기대치를 한껏 높이는 역할을 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의 대외 이미지 제고를 계산에 넣으면 경제 효과는 1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경제도 비바 파파(Viva Papaㆍ교황 만세)” “교황 特需, 5000억 원 효과” “새 경제팀의 경제 활성화 정책과 교황 방한이 맞물려 내수(內需) 회복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돈이 도네요…고마워요, 프란치스코” 등과 같은 기사들은 교황 방한의 의미를 거침없이 왜곡시켰다. 세월호 참사로 정국이 얼어붙고 국내 경제가 상당히 위축되어 있어서 교황 방한을 계기로 경제가 회복되기를 바라는 애국심의 발로일지는 모르지만 교황 방한이 한국경제의 회복을 위한 대상으로 변질시킨 의도는 매우 불순했다.

교황 방한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드러났다. 광화문 시복식에 100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였을 때 교황음료, 교황와인, 교황도서, 교황 방문 기념주화 등 교황을 내세운 상품들을 줄줄이 쏟아냈다. 서울 시청과 광화문 주변 호텔들은 높은 객실 예약률을 보였다. 주식시장에는 교황 수혜주까지 등장했고, 기아 자동차의 쏘울이 행사 의전 차량으로 선정되면서 기아차의 주가가 들썩였으며, 교황과 수행원들이 마신 석수를 생산한 하이트 진로의 주가도 급등했다. 불황의 늪을 헤매는 출판계도 교황 열풍에 힘입어 모처럼 활기를 띠기도 했다. 이처럼 재계는 교황 방한을 이용한 마케팅 전쟁을 벌였다.


2. 교황 방한 1주년을 겨냥한 교황 마케팅

경제적인 짭짤한 재미를 맛보아서일까? 교황 방한 일주년이 다가오면서 교황님이 다녀간 지역의 지자체들은 하나같이 교황님 관련 상품 개발 계획을 보이고 있다. 음성군은 교황이 걸은 길과 머문 방 등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해 관광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다. 축복의 길 조성, 교황 실물 사진 등을 설치해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포토존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충북도 역시 교황 방한이 결정된 뒤 한국관광공사 등과 함께 가톨릭 성지순례 상품 개발에 나서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산시는 교황 방문 기념관과 프란치스코 광장, 가톨릭 성지 순례길 등을 연결한 ‘가톨릭 성지 조성’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3. 종교의 상품화라는 유혹

오늘날 소비사회에서 종교마저 소비자가 선택하는 브랜드화한 상품으로 간주된다. 한국 가톨릭교회의 성장은, 사람들과 사회로부터 신뢰를 쌓아 ‘브랜드화’에 성공한 결과라고 고백한 어느 개신교 목사의 말처럼 일정 부분 가톨릭교회가 지닌 긍정적인 이미지에 대한 사람들의 호감에 기인한다. 그러나 브랜드화한 종교 이면에는 신앙과 종교적 전통을 분리시키고 불일치시키는 ‘종교의 상품화’가 도사리고 있다. 말하자면, 예수님을 좋아하지만 그분의 말씀과 행위를 따르지 않는 경우처럼,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언급하면서 그분의 말씀을 외면한다면 교황님은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소비되는 셈이다.

교황 관련 문화관광 상품이 지속가능하려면 그분의 메시지에 담긴 의미와 가치에 대한 교육과 구체적인 실천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시간이 지나면서 용도폐기되는 일반 상품과 같은 운명이 되지 않고 시공을 초월해서 모든 이에게 의미로 다가와 변함없이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수 있다. 또한 교회는 스스로 문화적 주체가 되어 종교문화의 콘텐츠화와 그 콘텐츠의 상품화를 통해 신앙의 대중화를 지향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복음을 이 시대에 적합하게 선포하는 문화의 복음화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


4. 교황 방한의 재의미화

한국 가톨릭교회는 교황 방한 일주년을 맞아 시복식이 이루어졌던 광화문 광장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기념 바닥돌’을 설치하였고, ‘젊음의 가톨릭 독서콘서트,’ 사진전, 그리고 기념음악회뿐만 아니라 ‘전국 해미성지 순례길 걷기 대회’ 교황발자취 영상시청과 순교영성 강의 등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하였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국사회와 교회에 남겨준 메시지가 우리에게 성찰적 반성과 구체적인 실천의 계기로 삼은 것이다.

현재 한국 가톨릭교회는 세속화와 중산층화로 인해 물질주의와 편리주의에 물들어가는 위기에 처해 있다. 십자가 없는 영광, 쉽고 편한 신앙생활의 방식을 자연스레 선택한다. 종교의 상품화와 그에 따른 세속화는 교회가 자본과 권력에 종속되고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 빠져들게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복음의 기쁨’이 들어설 자리가 없을 뿐 아니라 현대 물신주의를 표방하게 된다. 만약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교회는 선교적 · 사목적이기보다 관료적이며 행정적인 태도를 우선시(<복음의 기쁨> 63항)하게 될 개연성이 커진다.

물론, 가난한 교회,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가 되기를 촉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를 당장 완벽하게 실현하기는 어렵지만 경쟁과 배척의 자본주의 논리에 저항하고, 상생과 포용의 공동체적 신앙 감각을 회복하고 확산시키는 교회의 신선한 시도가 필요하다. 특히 종교적 상품화의 긍정적인 면을 강화하기 위한 교회의 브랜딩과 이미지 고양 전략으로 ‘낮은 데서 봉사하는 교회,’ ‘자발적 불편과 결핍을 실천하는 교회,’ 그리고 ‘경제정의와 환경정의를 실현하는 교회’를 사회적으로 부각시키면 어떨까 제안해본다. 교황 방한 이후 시작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미사 역시 교황님께서 남긴 메시지를 주어진 현실에 맞게 해석하고 실천하려는 작은 움직임이지만 대사회적으로 한국 가톨릭교회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평신도, 2015년 가을호(제49호), 김민수 이냐시오(서울대교구 불광동성당 주임신부)]



3,147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