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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수도 ㅣ 봉헌생활

수도승적 카리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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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8-08 ㅣ No.257

수도승적 카리스마

 

 

<카리스마>는 오늘날 교회의 삶 안에서 매우 자주 고려되고 있는 개념이다. 수도승들은 그들 자신의 수도승적 카리스마에 대해 숙고하면서 이 개념을 그들 자신과 연관시킨다. 수도승적 은사에 대해서 서술하기 전에 먼저 <카리스마>란 단어의 정의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지만 그것을 정의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웹스터 사전에서는 카리스마를 하나의 특별한 신적인 또는 영적인 선물, 혹은 신적 은총의 체험에 대한 한 증거로서 어떤 지도자 안에 존재하는 그리고 그가 부르심을 받은 그 삶과 일 혹은 직무를 위한 어떤 특별한 재능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는 위의 제목 안에 포함된 주된 내용을 전달하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그것은 수도승들은 단지 자신들의 성화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교회생활 안에서 예언자적이고 중재적인 역할을 지닌 그들의 이중의 선교로써 지도자들이 되도록 하느님에 의해서 특별히 부르심을 받았다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으로서 다른 형태들의 그리스도인 생활과 구분된 하나의 근본적인 삶의 양식으로 자신들의 선교를 수행한다.

 

수도승적 카리스마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고, 현대사회를 방향지운 우리의 활동 안에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해 수도승들 자신 역시 부분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수도승생활은 모든 시대에 그리고 적어도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이슬람교, 그리스도교와 같은 모든 대종교들 안에서 거의 하나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방법으로 절대자 하느님을 찾는 것은 인간 안에 있는 근본적 경향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수도승적 카리스마는 삶의 어떤 특별한 측면에만 제한 될 수 없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상황과 환경 안에서 삶의 다양한 차원들을 포함한다. 하지만 우리는 ‘감추어진 삶 안에서의 그리스도 추종’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그리스도의 파견이 시대와 장소에 의해 제한되었다 할지라도, 그분은 온 세상을 구원하도록 성부께로부터 파견되었다. 비록 그 정점은 단지 십자가상에서의 죽음과 그 후 영광스러운 부활과 더불어 왔다 하더라도,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그리스도의 전 삶은 그분 파견의 성취를 향해 방향 지워졌다. 그리스도의 삶은 우리에게 모든 시대 모든 사람들을 위한 하나의 완전한 전형을 제시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가능한 한 철저하게 이 모범을 따르도록 부르심을 받았다. 그러나 각자는 하느님으로부터 자기가 받은 은총의 정도와 성령에 의해서 계시된 그 계획에 따라, 그리고 교회를 통하여 그리스도를 따른다. 다양한 수도회들의 창설자들은 성령에 의해 영감을 받고 교회의 지도 하에 시대의 표징들과 요구들을 따르면서 그리스도의 삶의 한 측면 혹은 다른 측면을 그들의 특별한 카리스마로서 강조하였다. 그러나 모두는 동일한 가르침과 또한 같은 주님께 대한 봉사를 받아들였다. 따라서 어떤 하나의 봉사가 다른 것보다 더 우위에 있다거나 더 거룩하다고 간주할 이유가 없다. 주님의 뜻에 따라 그분께 봉사하는가가 문제이다. 우월성이나 우위성을 차지하기 위한 어떠한 경쟁이나 라이벌 의식은 그리스도의 성령께는 어울리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관상 수도회들이 활동 수도회들보다 더 우월하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마리아는 더 좋은 몫을 선택했다>는 성서 본문이 바로 이러한 주장의 근거였던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그러나 나는 여기에 보다 바람직한 어떤 변화가 있어왔다고 믿는다. 하느님 만이 이것을 아시는데, 실상 제자들을 위한 자리를 당신 왼쪽 혹은 오른쪽에 마련하시는 분은 그분의 아버지이시다. 게다가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사람은 누구나 당신에게 어머니요, 형제요 자매라고 말씀하셨다. 그분은 또한 첫째인 많은 사람들이 꼴찌가 될 것이고 꼴찌인 많은 사람들이 첫째가 될 것이라고(마태 19,30참조)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앞에서 말한 숙고들에 비추어 나는 수도승적 카리스마를 예수 생애의 어떤 다른 측면에서 보다도 더 나자렛에서의 감추어진 삶, 즉 전혀 매력도 없고 어떤 식으로든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삶 안에서 예수를 모방하는 하나의 소명으로서 보고 싶다. 우리는 나자렛에서의 예수의 삶을 무엇보다도 순종의 삶으로서 특징지울 수 있다. 왜냐하면 그분은 부모에게 순종하셨기 때문이다. 수도승의 삶은 계명들과 교회의 규정들, 규칙과 회헌, 장상들의 지도, 공동체의 필요들 안에서, 그리고 수도원의 일상 시간표 안에서 즉 기도, 일, 식사, 여가, 휴식 등 한마디로 수도승 생활의 모든 규율들 안에서 드러난 성부의 뜻에 순종하는 삶이다. 수도승이 성부의 뜻을 행하는 이러한 실천은 그의 단조로운 삶을 <감미로운 멍에와 가벼운 짐>이 되게 하며, 그에게 천상적 기쁨을 가져다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교회로부터 복음화를 위한 활동이 요청될 때 설교나 치유 등과 같은 그리스도의 공적 직무에의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정당한 절차를 통해 수행될 때 개인의 성장에도 역시 도움이 된다. 우리는 이미 그레고리오와 다른 사람들이 언급한 바와 같이 한편으로는 교회에 충실히 봉사하면서도 자신들의 수도승적 카리스마를 충실히 살았던 성 베다와 성 안셀모, 그리고 성 베르나르도와 같은 사람들의 예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인도하였던 것은 참으로 성령이었다. 결코 자신들의 서원 생활로부터의 도피하고자 하는 그들의 변덕스러움이 아니었다.

 

단순성, 겸손, 가난 그리고 무엇보다도 순명의 덕들을 강조하는 수도승들의 삶, <기도와 노동>의 그 삶은 하느님 백성 가운데 하나의 촉매 역할을 한다. 그들의 삶은 물질주의와 소비주의의 악한 영향을 거슬러 싸우도록 도와줄 것이다. 그들의 삶의 양식은 타락과 권력투쟁, 몰염치, 집단 이기주의가 만연한 사회에 하나의 도전이 될 것이다. 여기서 나는 예전에 아빠스 쁘리마스였던 위크랜드(Weakland) 대주교의 말을 인용하고자 한다. 그는 1980년 로마에서 있었던 국제 베네딕도회 심포지움에서 수도승적 카리스마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 바 있다:

 

“아마도 지역교회에 하나의 선물로서 수도승적 소명에 관한 모든 문제 안에서 우리는 그것의 단순성을 망각합니다. 우리는 그렇듯 중요한 작은 것들 보다도 오히려 영웅적 공헌들과 위대한 업적들에 관하여 지나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때때로 우리는 현재의 우리로 존재하는 것 외에 어떤 것도 하지 않으면서 봉사하고 공헌합니다. 아마도 이것이 우리의 가장 위대한 공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우리는 오로지 사도직에 관하여서만 생각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러나 수도승이 이러한 마음 상태에 도달하고 확신을 갖고 위에 언급한 진리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영웅적인 신앙이 필요하다. 예수께서는 분명히 나자렛에서 마리아와 요셉에게 순명하며 당신의 짧은 지상 생애 가운데 30년을 보내시면서, 그리고 당신에게 부여된 작은 의무들을 이행하시면서 조차 구속 사업을 위하여 가치 있는 공헌을 하고 계셨다. 마음에 새겨야할 중요한 점은 그분께서는 언제나 <성부의 뜻>을 행하셨다는 사실이다. 감추어진 삶으로 그리스도를 모방하도록 불림을 받은 사람들이 신앙으로 이 소명을 받아들이고 살기 시작할 때, 그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단순한 임무들을 행하면서 기쁨을 발견할 것이며, 자신들이 성부의 뜻을 행하고 있다는 확신 안에서 성장할 것이다. 만일 그들이 이러한 신앙 혹은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은 자신들이 이해 받지 못하고 인정 받지 못한다는 것으로 인해 크게 방해 받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그들이 과소평가되고 무가치하게 여겨지며, 사도직에 어떤 가치 있는 공헌을 하지 못하고 있거나 혹은 고통 받는 인류의 선익을 위해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고 여겨질 때 조차 그러할 것이다. 신앙과 사랑의 정신으로 충실히 자신들의 일상을 사는 사람들은 점차 수도승적 단계에서 성숙에 도달할 것이다. 그것은 참으로 그들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며,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따르는 것이다(마태 16,24 참조).

 

어떤 사람을 수도원으로 이끈 그 상황과 동기가 무엇이건 간에 그는 서서히 하느님께서 당신 섭리 안에서 그를 수도승 삶의 양식에로 부르셨다는 확신을 갖게 되고, 마침내 온 마음으로 그 삶의 양식에 자신을 위탁한다. 만일 누가 이런 확신에 이를 수 없다면 그는 진보하지 못할 것이다. 만일 그의 소명이 참으로 오직 사제직이고, 수도승생활을 단지 그것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선택했다면, 그는 수도승적 가치들을 쉽게 인정하고 실천하지 못할 뿐더러 이 삶 안에서 기쁨을 발견하지도 못할 것이다. 어떤 삶의 양식은 자기부정과 고통을 요구한다. 그러나 우리가 하느님의 뜻에 따라 그 길을 따를 때, 우리는 힘과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예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자의 소명을 분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수도승적 카리스마는 주로 근본적인 방법으로 철저히 하느님을 찾는 것이다. 기도와 일, 그리고 <규칙과 아빠스>께 대한 순명 안에서 시작된 공동체 안에서의 삶은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채택된 수단들이다. 일과 관련하여 그는 이 이상에 배치되지 않는 어떠한 일이든지 할 수 있지만, 언제나 순명 아래서 행해야 한다. 일의 선택 기준은 각자의 재능, 교회와 공동체의 필요들, 그리고 성령의 영감 하에서 개인의 이끌림에 달려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설교, 가르침, 치유 등과 같은 특수 사도직을 통해서 하느님을 찾는 다른 수도회들의 카리스마를 구분할 수 있다. 비록 비수도승 수도회들이 성령의 영감 하에 그들의 창설자들에 의해 결정된 어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모두의 근본목표는 동일하다. 수도승적 카리스마는 언제나 하느님의 뜻을 추구하면서, 그리고 수도승의 이상이신 그리스도를 보다 철저히 모방하면서 어떠한 조건 없이 신앙에 전적으로 내어 맡길 것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다양한 수도회들과 연합회들, 그리고 여러 다른 단체들에 의해서 수행되는 다양한 역할들은 모두 하느님에 의해서 의도되고, 같은 몸의 부분을 형성하며 그 몸의 충만한 영광을 위해 필요하다. 우리의 인간적 사고 방식 안에서 우리는 어떤 것이 다른 것보다 더 위대하고, 더 중요하거나 고상한지 비교하고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사물에 대한 우리의 불완전한 인식에 기인한다. 우리 모두는 다양한 꽃들과도 같고 신적인 정원사에 의해서 소중히 가꾸어지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눈에는 똑같이 아름답다. 그래서 우리가 사람들의 눈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역할을 하는 것처럼 드러난다 하더라도 우리는 실망하지도 의기소침해 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향의 순수성과, 그것으로 하느님의 뜻을 수행하는 사랑의 열정으로 하느님으로부터 판단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마태 19,30참조). 하느님을 위해 위대한 일들을 성취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고 그분의 뜻에 따라야 한다. 우리가 그분의 뜻을 따를 때만이 우리는 그분께 영광을 드릴 수 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 나라를 찾지만, 불행히도 먼저 그분의 뜻을 분별하기 보다는 우리 식으로 그것을 찾을 위험이 있다. 권력과 명예를 추구하면서 불건전한 경쟁과 라이벌 의식, 서로를 미워하는 분열과 갈등들이 계속해서 존재하는 것은 모두 하느님의 뜻이 아닌 우리 뜻을 찾고 있다는 징조들이다. 언제나 차이점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참으로 하느님을 찾는다면 우리는 이러한 갈등들을 해소하고 평화와 일치를 회복할 것이다. 수도승 생활에서 본질적인 공동체 생활은 서로를 위해 사랑 안에서 성장하는 하나의 수단이며 우리가 스승 예수의 제자들이라는 본질적인 표징이다.

 

Paulinus Vadakepattany, “Monastic Charism”, Inter Fratres 45/2 (1995. 7-12), 113-122 부분번역.

 

[출처 :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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