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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다른 지체들 다양한 은사(판단형과 인식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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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0-03 ㅣ No.423

[레지오와 마음읽기] 다른 지체들 다양한 은사(판단형과 인식형)

 

 

다음 질문에 답해보라. 나는 대부분의 결정을 빠르고 쉽게 내리는 편인가, 결정하기를 미루는 편인가? 나의 일자리 주변은 정리정돈이 잘 된 편인가 어지러운 편인가? 나는 거의 언제나 시간을 잘 지키는 편인가, 자주 지각을 하는 편인가? 나는 전반적으로 조직 생활이 편한가 혹은 조금 불편함을 느끼는가? 만약 앞부분의 답이 많다면 소위 말하는 판단형이고 뒷부분의 답이 많다면 나는 인식형이다. 

 

융의 이론을 기초로 한 성격검사인 MBTI에서 사람의 성격을 결정하는 네 가지 요소 중 가장 시각적인 단서가 많은 것이 바로 ‘나는 어떤 생활양식을 선호하는가’이다. 이는 성격을 나누는 기본 요소, 즉 에너지를 어떤 방향으로 쓰는가(7월호 참고)와 어떤 정보에 관심을 갖는가(9월호 참고), 그리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가(8월호 참고)를 기초로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나타낸다. 

 

이런 삶의 방식을 판단형과 인식형으로 이름 지어 나누는데, 여기서 판단형은 판단을 잘 내린다는 뜻이 아니라 의사결정이나 실행과 관련된 태도로, 결정하고자 하는 충동을 본능적으로 선호한다는 뜻이다. 인식형 또한 말 그대로 인식, 즉 정보를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는 뜻으로, 정보 자체를 즐기며 계속 받아들이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니 판단형은 약속시간이 정확하고 무슨 일이든 미리 계획을 짜서 실행하며 정리정돈을 잘하며 결과를 중시하는 반면, 인식형은 자유주의자로 시간관념이 약하여 약속시간을 잘 지키지 못하며 일을 미룰 때로 미루어 마감에 임박하여 일을 하는 등,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판단형은 문제가 결정될 때까지 자신도 모르게 긴장감을 느껴 되도록 신속하게 마무리를 지으려는 반면, 인식형은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압박감과 불안감을 주어 가능한 결정을 유보하여 긴장감을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극단적인 경우, 판단형은 고집스럽고 완고하여 타협이라고는 모르는 사람으로 느껴지고, 인식형은 너무나 우유부단하여 언제나 꾸물대는 사람으로, 어떤 것도 성취를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의 문화적 환경이 판단형에게 유리하게 조성되어 있어 상당수의 인식형이 판단형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나는 어떤 생활양식을 선호하는가’

 

B자매는 매사가 정확한 사람이다. 두 딸 중 작은 딸은 엄마를 닮아서 정리를 잘하고 지각도 안하는 등 엄마 마음에 들었는데, 큰 딸은 자기 물건도 못 챙기고 방 정리도 안 되는 데다 늘 약속시간에 늦곤 하니 엄마는 큰 딸이 게으르기 짝이 없다고 여기고 잔소리를 끊임없이 하였다. 그러다 큰 아이가 청소년기가 되자 말이 없어지고 모든 것을 귀찮아하며 잠만 자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남편 또한 무엇이든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고 함께 결정한 것도 임의로 자주 바꾸는 등, 그녀를 힘들게 했다. 시댁을 가는 것도 아내에게 미리 말하지 않고 전날 임박해서 말하다보니 통보식이 되버렸고 가족 여행 중에도 함께 짜놓은 계획을 따르기보다 임의로 변경하곤 하니 그녀는 남편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B자매는 상담을 받으면서 가족 갈등의 대부분이 성향의 문제인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인식형인 큰 딸과 남편을 판단형인 엄마가 이해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잔소리한 탓에 큰 아이는 주눅이 들어 자존감이 바닥이 나 있는 상태였고, 남편 또한 이해와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늘 집을 겉돌았던 것이다. 

 

이에 그녀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남편과 큰 딸에게 책임감을 강조하는 자신의 모습이 지나치게 부담으로 다가갈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때로는 마무리 짓지 않아도 과정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남편과 큰 딸이 머무는 무질서한 공간은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공간 경계를 그으면서 그들의 자유와 자율성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때때로 예상치 않은 상황이 닥치거나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는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다독였다. 이로 인해 그녀의 가정에 변화가 온 것은 물론이다. 

 

 

상대에 대한 이해는 서로의 성장을 위한 기본

 

융은 “한 식물이 꽃을 활짝 피우려면 우선 자신이 뿌리를 두고 있는 토양에서 성장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는 코스모스는 코스모스에 맞는 토양이 필요하고 장미는 장미에 맞는 그것이 필요한 것처럼 사람의 성격도 그렇다는 것이다. 즉 성격의 특성은 타고나는 것이므로 그에 맞는 환경이 주어져야 이것을 바탕으로 꽃이 활짝 피듯 자긍심도 생기고 자신을 사랑할 수도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상대에 대한 이해는 서로의 성장을 위한 기본이다. 만약 상대가 인식형이라고 생각되면 약속시간에 늦는 것을, 나를 무시해서나 약속을 가볍게 여겨서가 아니라 성향의 문제라고 이해하며 너그럽게 대할 수 있어야 하고, 자율성을 중시하는 사람인만큼 지시하거나 잔소리를 하기보다는 범위를 정해주어 선택하는 기회를 주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결정이 필요할 때는 다그치거나 강요하지 말고 좀 기다려 주어야 한다. 실제로 인식형이 결정하고 행동하는 데는 판단형의 두 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을 미루었을 때 입을 수 있는 피해와 문제점을 생각해 보도록 시간을 주고, 사람 관계에서 신뢰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반면에 상대가 판단형이라 생각되면 그 사람에게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절차를 구체적으로 안내해 주어야 한다. 또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신뢰 받을 수 있고 약속을 못 지킬 경우는 미리 알려주어야 한다. 판단형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되면 당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성실함과 책임감은 칭찬해주고 반면 여유와 느긋함도 필요하며 사람마다 입장과 문제해결 방법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도와줄 필요가 있다. 

 

바람직한 관계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참거나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동등하게 개성을 존중하면서 건강한 만남을 유지할 때 형성되는 것이다. 교본에 “그리스도께서 신비체를 건설함에 있어서도 모든 지체들은 서로 다르고 그 기능 역시 각기 다른 것이다.(89쪽)”고 하니 서로의 장점은 받아들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는 것이 그리스도 왕국 건설의 바람직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주님의 영은 서로 다른 지체들에게 극히 다양한 은사(恩赦)들을 주시어, 신비체 안에서 각기 다른 형태의 봉사와 직무를 맡도록 우리들을 초대하신다.”(교본 89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10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한국 독서치료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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