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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문화 속 교회 이야기: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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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4-14 ㅣ No.247

[일상문화 속 교회 이야기] 희생양


‘몸소’ 십자가 지신 그리스도의 기억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Francisco de Zurbaran, 1598~1664), ‘하느님의 어린양’(Agnus Dei), 1625~1640년, 캔버스에 유채, 62×38cm, 프라도 미술관, 마드리드, 스페인.


흔히 다른 사람의 이익이나 어떤 목적을 위해 피해를 당한 사람을 ‘희생양’(犧牲羊)이라고 부른다. 우리말 안에 관용적 표현으로 굳은 이 말은 ‘스케이프 고트’(Scapegoat)의 번역으로 성경에서 유래된 말이다.

‘달아나다, 벗어나다’를 뜻하는 ‘이스케이프’(Escape)의 중세 영어 ‘스케이프’(Scape)와 산양(山羊), 즉 염소를 의미하는 ‘고트’(Goat)의 합성어인 이 말의 유래는 구약성경의 레위기 16장에서 찾을 수 있다.

‘희생양’, ‘속죄양’ 등으로 불리는 이 양은 일반적인 희생제물과는 다른 의미의 제물이었다. ‘희생양’은 사람 대신 그 죄를 옮겨 받고 바쳐지는 양이었다. 속죄일에 이스라엘 백성의 사제는 숫염소를 잡아 그 피를 속죄판 위와 앞에 뿌린다. 이어 숫염소의 머리에 두 손을 얹고 이스라엘 자손들의 모든 죄, 곧 그들의 허물과 잘못을 고백해 염소 머리에 씌우고 광야로 내보냈다. 이스라엘 백성은 그렇게 함으로써 그 모든 죄가 불모지로 날아간다고 여겼다.

이 고대 이스라엘이 속죄일에 바친 ‘희생양’의 개념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더욱 중요한 의미로 연결된다. 바로 우리의 죄를 대신해 속죄양으로서 죽었다가 부활하신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사야 예언자는 “의로운 나의 종은 많은 이들을 의롭게 하고 그들의 죄악을 짊어지리라”고 예언한다.

속죄일은 마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기념하는 성금요일을 떠올리게 한다. 인간의 모든 죄를 짊어진 예수 그리스도는 ‘희생양’이 광야로 내보내 지듯 예루살렘 성 밖으로 나간다. 또 마치 염소의 피를 속죄판에 뿌려 깨끗하게 하듯이 그리스도의 피는 전 인류를 깨끗하게 한다.

“영원한 영을 통하여 흠 없는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신 그리스도의 피는 우리의 양심을 죽음의 행실에서 얼마나 더 깨끗하게 하여 살아 계신 하느님을 섬기게 할 수 있겠습니까?”(히브 9,12)

부활을 앞둔 우리는 주님수난성지주일과 성주간을 지낸다. 우리 죄를 씻으시려 몸소 ‘희생양’이 되신 그리스도를 기억하며 부활의 의미를 묵상해보면 어떨까.

[가톨릭신문, 2014년 4월 13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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