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토)
(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수도 ㅣ 봉헌생활

수도서원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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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8-08 ㅣ No.248

수도서원의 의미

 

 

1. 두 가지 요소

 

지원자의 수도 공동체 입회는 그 자체로 복음적 권고의 실천으로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하는 하나의 공적인 위탁이다. 그러한 입회의 단순한 행위는 젊은 수도승을 사랑하시고 초대하시는 그리고 동시에 그의 적극적인 응답을 불러일으키시는 그리스도께 대한 참된 체험이다. 후에 발한 서원은 이러한 위탁을 더욱 분명하게 하며 구세주와의 인격적인 만남을 강화한다.

 

그리스도교 수도승 생활 초기로부터 시작되는 대부분의 고대의 서원 예식은 이러한 그리스도와의 깊은 인격적이고 영적인 요소에 대한 하나의 훌륭한 표현이었다. 그것은 복장의 변화(착복)로 이루어졌다. 지원자는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수도승들이 흔히 입었던 거친 투니카를 걸친다. 띠는 정결과 고행을 상징하였다. 어께 망또는 그의 새로운 상태의 겸손을 상징하였다. 손노동을 위해 스카플라가 주어졌다. 성 빠코미오의 수도원들과 같은 회수도원들 안에서 아빠스가 일정 기간의 시험을 마친 새 지원자에게 수도복을 주었다. 이러한 복장의 변화로 젊은 수도승은 고독과 순명으로 하느님을 찾는 데에 자신을 전적으로 투신하기 위하여 세상과 그의 옛 삶을 포기하고자 하는 의지를 공적으로 선언하였다. 수도복은 그리스도의 군대 안의 새로운 구성원이라는 하나의 항구한 상징이자 그의 삶의 전향에 대한 하나의 항구한 상징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거기에 충실성에 대한 구두 약속이 부가되었다. 마침내 6세기에 착복과 구두 약속 외에 성 베네딕도는 새로 서원하는 사람이 서명하여 서원예식 중 제단 위에 두는 서면증서(서원장)를 작성하도록 규정하였다. 이것은 그의 서원에 대한 하나의 증거 역할을 하며, 만일 그가 자신의 약속에 불충실할 때 그를 거슬러 증언한다(RB58).

 

이 규정들에서 우리는 수도서원에 도입된 하나의 법적인 요소를 볼 수 있다. 그것의 목적은 전적인 회개(전향)의 주요한 요소를 보증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두약속과 서면증서는 수도승 소명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점진적 응답을 보여 준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러한 제도화가 점차 진행되었고 서원행위는 더욱더 수도승과 공동체간에 하나의 계약이라는 법적인 측면으로 받아들여졌다. 서원은 교회가 은총의 영감 아래 수도승이 자유롭게 선택한 새로운 삶에 대한 그의 충실성을 보증하는 수단이 되었다.

 

동시에 중세기에 나타난 스콜라 신학과 수도생활의 새로운 형태들은 서원의 보다 영적이고 수도승적 의미를 가리웠다. 중세의 사상은 수도승 생활 전체를 몇 가지 구체적이고 기본적인 의무들 즉 가난, 정결 그리고 순명으로 종합하고 요약하고자 시도하였다. 이러한 것들은 수도승 생활의 모든 형태에 있어 본질적인 포기들이었다.

 

우리는 분명히 수도생활 또는 수도승 생활의 법적인 측면을 거부하거나 또는 배제할 수 없지만 두 측면간에 친밀한 연결점이 존재함을 보면서 그것을 보다 근본적이고 순수하게 카리스마적인 요소에 관련시켜야 한다. 서원의 최소한의 의무들을 강조함으로써 법적인 측면은 수도승을 확고한 상태의 삶에 자리잡게 한다. 그것은 그가 희생하고 있는 위탁의 대상과 자기-증여의 문제를 가리킨다. 다른 한편 보다 내적이고 영적인 요소는 희생의 정신을 표현한다. 그것은 법적인 의무들에 의미를 부여하며, 서원생활의 핵심이자 수도서원의 전 목적이다. 서원의 이 두 요소들 간의 결합은 제 2차 바티칸 공의회에 의해서 다음과 같이 묘사된 바와 같이 수도승을 교회 신비의 핵심에 위치시킨다.

 

"교계제도로 조직된 단체이며 동시에 그리스도의 신비체이고, 볼 수 있는 집단이며 동시에 영적 공동체이고, 지상교회이며 동시에 천상 은혜로 충만한 이 교회는 두 개의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인간적 요소와 신적 요소로 합성된 하나의 복잡한 실체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한다.… 교회의 사회적 기구도 교회를 살리시는 그리스도의 성신께 봉사함으로써 몸을 자라게 한다"(교회 8).

 

많은 사람들은 그리고 많은 수도자들조차 서원은 단지 최소한의 법적인 의무들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즉 '정결을 어기는 죄를 짓지 말라, 허락없이 어떠한 것을 소유하지 말라, 제멋대로 하지 말라.'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단지 영혼과 육체와 정신으로 그리스도께 완전히 집중된 모험적인 삶이라는 보다 큰 어떤 것을 위한 출발점일 뿐이다. 서원의 의무들은 영적 성장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들과 같이 밖으로부터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수도승적 관상 생활의 핵심으로부터 자발적으로 피어나는 것이다. 그것들은 단순히 트럭운전사나 의사 또는 우주비행사와 같이 특별한 형태의 삶에 요구되는 의무들이다. 트럭운전사는 야간 운전 중 술을 마시거나 잠을 잘 수 없다. 이것들은 그의 신분에 따르는 본질적인 의무들이다. 마찬가지로 서원에 충실함은 수도승의 본질적인 의무이다. 이는 교회법이나 규칙이 그것들을 부과하기 때문이 아니라, 수도승이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에로 모든 것이 방향지워진 하나의 삶의 양식을 자유로이 선택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도승의 첫 번째 임무는 자신의 온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서원은 이 사랑을 전제하며,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에 의해 이루어지는 수도생활을 받아들임으로써 그 사랑을 외적으로 표현한다. 즉 그리스도께 대한 내적인 사랑을 수도생활을 받아들임으로써 외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수도승은 내적, 영적으로 뿐만 아니라 외적,법적으로 사랑하는 자이다. 그리고 수도승 서원은 이 두 측면(내적, 외적)의 사랑의 생활을 포함한다. 서약들은 법적인 측면에서 하나가 다른 것으로부터 구분되지만, 그리스도의 순명 안에서 관상적 사랑의 삶에로 수도승을 부르시는 하느님 사랑의 도구들이자 표현들로서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통합을 이룬다. 수도서원은 이 생활로 들어가는 문이다.

 

 

2. 성 베네딕도에 따른 서원

 

단순하고 상징적인 착복으로부터 하나의 서면적이고 법적인 약속에로의 변화가 점차적으로 이루어졌다. 서원예식을 묘사하는데 있어 성 베네딕도는 수련자가 낭독하는 실제 서원 양식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지 않다. 그 세가지 핵심 즉 정주, 수도승답게 생활할 것, 그리고 순명은 구분되는 서약들로서가 아니라 수련자가 규칙서를 읽고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서 매우 잘 알게 된(RB 58,17-18) 새로운 생활의 세 가지 중요한 측면으로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 베네딕도 시대 이래 '정주, 수도승답게 생활할 것, 그리고 순명'이란 말들은 수도승이 서원날에 받아들인 의무들을 나타내기 위한 매우 적합한 용어들로서 채택되어 왔다. 그것들은 9세기부터 10세기까지의 서원양식 안에서 나타난다. 게다가 가난, 정결, 그리고 순명 서원을 수도생활에 본질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수도승 생활 밖의 관습은 '가난' 또는 '정결'이란 말이 언급조차 되지 않는 우리 서원 양식의 특별한 내용에 대해 하나의 설명을 필요로 하게 한다. 실제로 성 베네딕도에 의해 언급되고 서원때 약속하는 서원 내용들은 수도승생활로 들어가기 위한 하나의 필요한 준비이다.

 

8세기 후반에 사용된 전통적인 서원양식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나…수사는, …아빠스 앞에서, 성 베드로와 성 바울로를 기려 세워진 이 수도원 안에서 하느님과 그분의 모든 성인들 앞에서 성 베네딕도의 규칙에 따라 수도자로서 정주할 것과 내 품행을 바꿀 것(수도승답게 살아갈 것)과 순명할 것을 약속합니다." (역주: 끌뤼니 수도원에서 사용된 서원예식, 「전례학」,김인영, 108참조).

 

우리는 먼저 그 양식이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임을 알 수 있다. '나는 이 곳에서 정주할 것을 약속합니다.' 나는 이 수도원에서 살고 죽을 것을 약속한다(만일 순명이 나를 다른 곳으로 보내지 않는다면). 나는 내 생활을 바꾸고 세속적인 삶을 포기하고 수도승으로 살 것을 약속한다. 나는 이 공동체의 장상들에게 순명할 것을 약속한다.

 

성인들이 증인으로 불러내어진다. 이것은 일반적인 용어들로 행해질 뿐만 아니라, 우리가 여기서 유해를 모시고 있는 성인들, 특별히 성당이 보통 그녀에게 봉헌되는 동정 마리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으로 행해진다. 따라서 우리는 서원의 공적인 측면을 보게 된다. 즉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이 이제 우리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였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또한 자기 증여의 구체적인 측면도 본다. 즉 하느님께서 선택하셨고 나는 이러한 형태의 삶, 이 형제들, 이 장상들, 이 분위기 등과 더블어 이 수도원을 받아들인다.

 

이러한 서원들은 일련의 특별한 의무들을 의미한다기 보다도 전 삶의 전적인 봉헌을 의미한다. 따라서 수도승 서원의 중심 핵 혹은 중심 축은 수도승이 그것에 의해 자신의 하느님 찾음을 표현하는 기본적인 방법들을 받아들이는 '수도승다운 생활을 해 나갈 것'이라는 서원일 것이다.

 

결국 베네딕도회의 서원은 하느님만을 찾는 수도승생활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공적으로 약속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것은 서원예식(구두 약속 + 청원서 + 기도 + 착복)을 통해 이루어지며, 그 내용은 '정주', '순명', 그리고 '수도승답게 생활해 나갈 것'이다. (Augustine Roberts, Centered on Christ, USA, 1979, 5-8쪽 번역)

 

[출처 :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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