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하느님의 뜻을 희망하며 사는 신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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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8-09 ㅣ No.414

[레지오 영성] ‘하느님의 뜻’을 희망하며 사는 신앙인

 

 

“그리스도교 신자란 누구인가?” 

 

참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올 만한 질문입니다. 저는 이 질문에 대해서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는 희망하는 사람이다.” 그렇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하는 사람입니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모범적인 신앙인으로 한 생을 사신 두 분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후엔 반 투안 추기경’(1928-2002)입니다. 베트남에 공산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체포되어 13년(75-88)간 감옥살이를 하였습니다. 그 중 9년은 독방생활이었습니다. 한 치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감옥 속에서 생활하였습니다. 추기경이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작은 감방 안에서도 그의 영혼은 무지 자유로웠기 때문입니다. 

 

절망 속에서도 감사하였기 때문입니다. 나 중심이 아니라,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어렵게 그가 감옥 안에서 쓴 묵상글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희망의 기도’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펜이 아니라 온 몸으로 쓴 추기경의 글을 옮겨봅니다. 

 

“주님, 저를 당신의 자녀로 선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에게 교회를 통하여 선교사명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제 갈 길을 가로막고 저를 힘들게 하는 이들한테도 감사합니다. 제가 베트남 사람으로 태어나게 해주셨으니 감사합니다. 당신의 쓰디쓴 잔을 나누어 마시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또 한 분은 ‘성모 마리아’입니다. 누구라도 복음서에서 성모님에 관한 내용을 읽을 때마다 생각되어지는 점이 있습니다. 인간적인 시각에서 보면, 성모님의 인생여정은 절대로 순탄치 않았습니다. 엘리사벳의 칭찬처럼 그렇게, 성모님이 ‘모든 여인중의 가장 복된 여인’으로 보이질 않습니다. 

 

처녀로서의 임신과 출산이 그렇습니다. 박해를 피해서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외국으로의 피난살이가 그렇습니다. 실종된 어린 아들을 억지로 헤매다 찾으니 “왜 나를 찾았느냐”는 아들의 기막힌 항변이 그렇습니다.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포도주가 없구나’하고 청하자, ‘여인이시여, 그것이 저에게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러십니까?’는 아들의 답변이 그렇습니다. 끝내는 당시 반역자에게만 부과되던 최고형인 십자가형벌을 받고 죽어가는 아들 밑에 서계시는 성모님의 모습이 그렇습니다.... 

 

그 어디를 봐도 ‘모든 여인 중에 가장 복된 여인’이란 칭호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누가 봐도 ‘모든 여인 중에 가장 불행한 여인’라고 부르는 것이 딱 맞습니다. 

 

 

‘모든 이들 중에 가장 복된 이’로 사는 방법 

 

그러나 성모님은 ‘여인들 중에 가장 복된 여인’이었습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성모님은 그 누구보다도 하느님을 신뢰하였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하느님께 자신을 내어맡겼습니다. ‘내어맡김’, 그것은 성모님의 삶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였습니다. 밀려오는 고통과 슬픔 속에서도, 어떠한 인간적인 악조건 아래서도 한결같은 믿음의 소유자였습니다. 

 

처녀의 몸으로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하리라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접했을 때도 자신의 뜻보다 하느님의 뜻을 따랐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 예수를 안고 이집트 피난길에 올랐을 때도 성모님의 행동 판단 기준은 오로지, ‘하느님의 뜻’이었습니다. 바로 그 성모님은 십자가에 죽어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하느님께 대한 믿음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고통 속에서 전해오는 ‘하느님의 뜻’에 전적으로 의지하였습니다. 

 

‘후엔 반 투안 추기경’이나 ‘성모님’의 삶에서 볼 수 있듯이, 주님의 뜻을 찾고, 주님의 뜻을 따라 살고자할 때, 때로는 많은 고통과 어려움이 따라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나의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따라서 살고자 노력하는 것, 그것은 바로 ‘모든 이들 중에 가장 복된 이’로 사는 방법입니다. 하느님께 나 자신을 온전히 내어맡길 때, 복되게 사는 것임을 기억합시다. 

 

레지오 단원 여러분, 나에게 온갖 어려움과 고통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고 희망하는 신앙인으로 살아갑시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8월호, 신동철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안동교구 남성동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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