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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서로 다른 지체, 서로 다른 기능(외향형과 내향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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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7-06 ㅣ No.411

[레지오와 마음읽기] 서로 다른 지체, 서로 다른 기능(외향형과 내향형)

 

 

‘갈등(葛橙)’이라는 단어는 ‘칡나무’(葛)의 ‘갈’과 ‘등나무’(橙)의 ‘등’을 합한 단어이다. 칡나무와 등나무는 둘 다 자신이 줄기를 세우지 못하고 다른 나무에 붙어서 살아가는 덩굴식물이다. 하지만 칡나무는 왼쪽으로,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이 두 식물이 한 곳에서 만나면 두 덩굴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쉽게 풀어낼 수 없는 모양이 된다. 이처럼 사람들 사이에 서로 다른 입장과 서로 다른 생각으로 다툼이 일어날 때 그런 상황을 가리키는 말로 갈등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무의식을 최초로 발견한 프로이드의 제자이며 정신과 의사인 칼 융(Jung)은 성인에 대한 성격심리를 연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성격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에너지의 방향에 따라 외향성과 내향성으로 구분된다. 즉 외향성의 사람은 주의나 관심이 외부로 향하므로 남과 더불어 지내며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쉽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만 내향성의 사람은 그와는 반대로 관심이 안으로 향하여, 사람과 어울리기 보다는 혼자서 일하거나 고독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외향적인 사람은 대체로 떠들썩한 몸짓과 빠른 속도로 많은 말을 하며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화제를 신속하게 잘 바꾸며, 생각보다는 행동이 먼저인 경우가 많아 남의 이야기 중간에 끼어들어 결론을 내기도 한다. 반대로 내향적인 사람은 차분하고 절제된 행동으로 조용하고 느릿한 어투로 대체로 말을 적게 하며, 대부분의 경우 신중한 행동을 선호하여 생각을 하고 난 뒤에 이야기를 한다. 뿐만 아니라 한 번에 한 가지씩의 주제를 다루기를 좋아하고 본론부터 곧바로 대화하는 경향이 짙다. 

 

외향형과 내향형은 이렇게 드러나는 성향도 다르지만 마음의 힘을 얻는 방법도 다르다. 외향성의 경우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음으로써 마음의 힘을 얻지만 내향성의 경우는 혼자서 사색하고 자신을 돌아봄으로써 마음의 힘을 얻는다. 그러니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이 만나면 자신에게는 없는 성향이라 매력을 느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익숙하지 않은 상대의 성향으로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성향문제는 서로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를 뿐’ 받아들여야 

 

레지오는 단원들뿐만 아니라 활동대상자들까지 많은 사람을 상대하게 된다. 아니 레지오를 하지 않아도 사회에 속한 사람이라면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 때 상대와의 상호작용이 경쟁이나 갈등관계가 아닌 협동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교본에 “‘개인적인 사도직’이란 결국 다른 이들과 우정의 관계를 쌓는 일이며”(310쪽) “일단 친밀한 관계가 맺어지면 거의 모든 일을 이룬 셈이다.”(483쪽)라고 되어 있어 개인적인 친밀한 관계는 활동의 결과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상대의 성향을 이해하고 거기에 맞추어 주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활동대상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상대의 의도대로 따라가게 되는 것 같은 생각으로 자기도 모르게 반감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S자매 부부는 성당에서 잉꼬부부로 소문이 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 부부가 사이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강한 외향형이었고 남편은 강한 내향형으로, 서로 연애를 할 때는 자신에게는 없는 성향에 매력을 느껴 상대를 좋아하고 받아들였지만 막상 결혼 후에는 여러 가지로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양육하며 전업주부였던 그녀는 일요일이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싶어 성당 사람들과 친교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했지만, 직장생활로 일주일 내내 힘들었던 남편은 일요일이면 집에서 쉬고 싶어 미사만 드리고 빨리 가자고 하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남편의 성향을 이해할 수 없었던 그녀는 남편이 돈이 아까워 만남을 거부하는 좀생이라고 생각했고, 남편 또한 아내를 오지랖이라고 생각했다. 이 외에도 일상에서 사사건건 부딪혀 갈등이 깊어지던 중 우연히 성격검사를 하게 되었다. 이에 상대의 성향을 이해하게 된 부부는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법을 알게 되었고 그 결과가 오늘날의 모습이라고 한다. 

 

그녀는 말한다. “연애할 땐 저에게만 집중하고 말이 없던 그가 그렇게 신뢰가 가고 과묵하여 좋더니 결혼 후엔 그게 오히려 부담이 되고 말이 없는 게 힘들어지더라고요. 어느 신부님의 말씀처럼 결혼하는 이유와 이혼하는 이유가 같다는 말이 실감되었습니다. 결국 상대의 성향은 그냥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지 왜 그러냐고 따지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실제로 각 성향에는 강점과 약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성향이 더 좋고 나은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또한 이 이론을 이야기한 융도 이 성향들이 타고나는 것이라고 했으니 상대가 그런 성향을 가진 것은 그의 탓이 아니다. 그냥 그가 그렇게 생긴 것이니 성향문제는 서로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를 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한다. 

 

 

활동의 성공을 위해 상대에 맞추는 인내는 필수적 

 

상대의 성향을 알게 되면 다음처럼 해보면 좋다. 외향적인 상대에게는 먼저 이야기할 기회를 주어 마음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왜냐하면 외향형은 말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하면 생각 정리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화제로, 되도록 대화가 끊어지지 않게 말을 주고받는다는 기분이 들 수 있도록 많이 해주어야 한다. 

 

반대로 상대가 내성적인 성향이라면 질문을 던지고 그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답을 기다리며 진지한 자세로 들어야 한다. 너무 많은 표현과 활력은 그 자체로 상대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고, 나아가 한 번에 하나씩만 말하고 가능하면 말이 아닌 글로 의사를 전달하는 것도 좋다. 또한 상대의 말을 가로채어 결론을 짓는 행동은 더욱 조심해야 하고, 내향형이 상대를 신뢰하는 데는 외향형 보다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서둘지 말아야 한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사람 사이의 갈등은 잘 해결하고 나면 오히려 더욱 친밀한 관계를 가져온다는 뜻이다. 서로 다르다는 것은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더욱 상호보완적으로 나아가 일이 더 잘 될 수도 있다. 

 

교본에 “대인 관계에서 성공을 거두는 비결은 사랑과 이해심을 바탕으로 하는 개인적 접촉에 있다. 이러한 사랑은 단지 겉으로 드러내는 데에 그쳐서는 안 되며, 온갖 시련을 극복하는 참된 우정과 같은 것이어야 한다.”(31쪽)고 되어 있으니 활동의 성공적인 결과를 위하여 상대에 맞추어 주는 인내는 필수적이다. 

 

‘그리스도께서 신비체를 건설함에 있어서도 모든 지체들은 서로 다르고 그 기능 역시 각기 다른 것이다.’(교본 89쪽) 

 

* 참고자료 : 사람의 성격을 읽는 법 ? 폴 D. 티져 & 바바라 배런 티저 지음 / 더난 출판 

MBTI 전문자격교육 보수과정 자료집 - ㈜MBTI 연구소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7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한국독서치료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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