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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수도 ㅣ 봉헌생활

수도 영성: 느베르 애덕수녀회 -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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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7-06 ㅣ No.239

[수도 영성] 느베르 애덕수녀회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그들과 같이

 

 

“하느님 사랑에 관한 일 이외의 어떠한 일도 가져서는 안 되며 불행한 사람들 이외의 어떠한 것에도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1680년 초창기 수녀들에게 전해진 이 외침은, 느베르 애덕수녀회의 창립자이신 세례자 요한 들라벤의 마음속에 자리하면서 그분을 움직이게 한 개인적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발견할 수 있는 그리스도 안에서 생겨난 그분의 개인적 체험은 모든 사람에게로 향하기를 원하였다. “예수님은 모든 인간을 위한 사랑의 위대한 증인이십니다.”

 

또한 그 시대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그분의 개인적 체험은 그들에 대한 관심과 자비를 느끼게 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때 여러분의 손뿐만 아니라 여러분의 마음 깊은 곳까지 온전히 열어야만 합니다.”

 

그것은 17세기의 프랑스, ‘태양의 왕’이라 불린 루이 14세가 지배하던 시기로 극심한 ‘대조(對照)’가 팽배하던 사회였다.

 

예술, 문학, 건축 분야는 한없이 찬란하면서 ‘고위층’의 호화로운 생활로 각인된 시기인가 하면, 한편 무거운 세금에 허덕였으며 전쟁의 피해자이기도 했던 ‘일반 평민’들의 골 깊은 빈곤이 두드러진 시기이기도 했다.

 

따라서 프랑스 전체로는 빈곤이 만연했다. 프랑스 중심에 위치한 니에브르 지방에 있는 작은 마을 산소쥬의 빈곤은 더욱 심각했다.

 

 

창설자 들라벤 신부

 

은수자생활이 쇠퇴의 일로에 놓여있던 때에 갓 서품 받은 젊은 베네딕도회 신부 세례자 요한 들라벤은 이 산소쥬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의 주위에 만연해 있던 빈곤에는 아랑곳없이 그는 안락한 사교계의 삶을 살고 있었다. 이러한 들라벤 신부를 보며 이웃 마을에 사는 동료 신부가 어느 날 이렇게 지적했다. “베네딕토 성인은 수비아코에서 이렇게 안락한 삶을 살지 않았을텐데….”

 

이 지적은 들라벤 신부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돌변하게 하였다. 회개하고 새로운 사람이 된 것이다. 이제 그는 하느님 말씀을 들으며, 산소쥬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마음의 눈을 열게 된다.

 

그러면서, 이 농촌 사람들의 비인간적인 삶의 조건을 보게 되면서 마음 아파한다. 이렇게 그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을 보여주신 예수님을 만나는 체험을 한다. 그래서 예수님처럼 가장 가난한 이들과 가까이하면서 예수님이 사랑하신 것처럼 그들을 사랑하는 것을 배우고 실천한다. 그의 마음은 온전히 하느님 사랑의 불로 타오르게 된다.

 

그는 자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일깨우면서 마을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서 모든 힘을 동원할 마음을 그들에게 불러일으킨다. “우리를 위해 자비를 가지신 이 하느님은 우리의 아버지이십니다.”

 

1680년, 그는 마을의 젊은 여성들에게 “하느님 사랑에 관한 일 이외의 어떠한 일도 가져서는 안 되며, 불행한 사람들 이외의 어떠한 것에도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라는 영적 모험(사도적 삶)을 공동체 삶으로 살 것을 권유하였다. 이것이 다름 아닌 느베르 애덕수녀회의 기원이다.

 

300년 전부터 본 수녀회의 수녀들은 “아버지의 자비와 하느님의 사랑을 이 세상에 전한다.”는 유일한 사명을 이루고자 가난과 소외로 각인된 세계 여러 곳에 파견되어 있다.

 

 

아버지의 자비와 사랑

 

1866년, ‘베르나데트 수비루’가 이 수녀회에 입회하게 된다. 그녀는 모원인 느베르에서 13년 동안의 수도생활 뒤 성녀가 된다. 루르드에서 베르나데트는 가족과 함께 소외를 당하는 체험을 했으며, 이 체험은 성녀를 다른 수많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영원히 함께하게 한다.

 

그러나 성모님 발현이라는 체험 속에서 세상 사람들이 몰라주고 소외시켰던 그녀는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받는 딸로서 존엄성을 되찾으며 하느님 아버지의 무한한 자비를 알게 된다.

 

현재, 빈부 격차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수녀들은 남아메리카(볼리비아, 칠레), 아프리카(코트디브와르, 튀니지), 아시아(한국, 일본), 유럽(영국, 아일랜드,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에 파견되어 있다. 그것은 수녀회 회칙에 드러나 있는 것처럼 ‘아버지의 자비와 하느님의 사랑을 이 세상에 전하기 위함’이다.

 

관상과 활동이라는 두 가지 차원을 지닌 우리의 사도적 삶은 공동체가 자리하고 있는 지역사회 안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다. “여러분은 함께, 간소하고 일관된 삶을 살면서, 일반 사람들과 동등한 처지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21세기에 접어들어, 수녀회는 교회의 부르심에 응답하고자 내적인 삶을 추구하는 평신도들에게도 수녀회의 영성을 열게 되었다. 이제 그들은 각자 놓인 곳, 곧 가정과 직장 등에서 수녀회의 영성으로 살면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느베르 애덕수녀회의 동반자를 위한 규정에 따라 복음적 삶을 살아갈 것을 서약한다.

 

 

동등한 처지에서 살아가기

 

느베르 애덕수녀회는 1999년 서울에 파견되었다. 현재 두 명의 한국인 수녀, 두 명의 일본인 수녀와 한 명의 프랑스인 수녀가 국제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서울 카리타스와 관련된 일, 파주에 있는 다문화가정센터, 복지관, 요셉병원, 노동사목회관에서 이주 여성들과 한국어를 배우면서, 노숙자들과 가까이하면서 사도적 삶을 살고 있다. 이러한 사도직 안에서 우리가 특별히 관심을 갖는 부분이 있다.

 

가난과 알코올 중독, 병, 장애로 오갈 데 없어 거리에서 사는 사람들과 가족에게 버림받아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 기댈 곳 하나 없이 최악의 빈곤과 외로움 속에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어르신들, 그리고 아시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그리고 동유럽 등에서 온 이주민들, 서로 다른 문화로 고통 받는 다문화가족들과 어린이들에 대한 보살핌이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존엄성에 대하여 돌아볼 여유조차 없는 군중을 일으켜 세우시고 복음의 기쁜 소식을 알리신 분이시다. 공동체가 자리하고 있는 곳에서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우리 수녀들은 모든 사람의 겸손한 반려자이신 예수님을 관상한다.

 

또한 몇몇 수녀들은 외국어로 ‘복음 나누기’를 한다. 이렇게 하느님 말씀을 받아들이고 나누기를 바라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에서 우리는 큰 기쁨을 느낀다.

 

현재, 우리 공동체가 서울에 자리할 수 있게 해주신 것과 한국 교회 안에서 사람들의 반려자로서 함께 자리하게 해주신 하느님 아버지의 은혜에 감사드린다. 우리는 항상 그리스도와 사람들을 위해서 창립자의 뜨거운 소망이 바로 우리의 소망이 되는 날까지 더욱더 열정을 지닌 수녀로서 발돋움하고자 성녀 베르나데트와 함께 주님께 간청한다.

 

“오! 그리스도의 전면모의 완성이여! 언제 우리는 그런 당신의 모습을 뵈오리까?”

 

[경향잡지, 2010년 6월호, 글·사진 느베르 애덕수녀회 서울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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