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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매서운 북풍은 온화한 태양을 절대로 이기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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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7-06 ㅣ No.408

[레지오 영성] 매서운 북풍은 온화한 태양을 절대로 이기지 못합니다

 

 

갈수록 더 무더워지는 7월입니다. 무더위 때문에 만사가 귀찮아지고 짜증까지 밀려오기에 레지오 활동하기에도 쉽지 않은 계절입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레지오 단원들은 레지오의 정신으로 더욱 확고히 무장을 해야 합니다. 

 

레지오 교본 제3장에 ‘레지오의 정신’이 나옵니다. 레지오의 여러 가지 정신들 중에서 무더운 여름에 필요한 정신은 온유입니다. 강력한 사도직 활동에는 반드시 천사 같은 부드러움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온유하지 못한 군인은 주변 사물들을 파괴시키는 폭풍우와 같습니다. 천사 같은 부드러움은 레지오 사도직의 특성으로서 모든 성공의 동기가 되는 덕행입니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어느 날 북풍과 태양이 만났습니다. “태양아, 나는 너보다 힘이 훨씬 세다. 난 바람을 일으켜서 사람들과 나무들을 날려버릴 수 있지.” 

 

태양이 말했습니다. “그럼 우리들 중에 누가 더 힘이 센지 알아보도록 시합을 할까? 우리 중 누가 저 남자의 외투를 벗길 수 있는지 알아보는 거야.” 

 

“저 남자의 외투를 벗겨내는 것은 나에겐 너무 쉬워.” 북풍은 자랑스럽게 말하고서는 거센 바람을 힘차게 불어 새들이 나무에 앉아 있을 수 없을 지경을 만들었습니다. 길에는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고 나뭇잎들로 뒤덮였습니다. 그러나 바람이 더 세게 불수록 남자는 외투를 더 꽉 움켜잡았습니다. 

 

이번에는 태양이 구름 밖으로 나왔습니다. 태양은 먼지 낀 공기와 차가운 땅을 따뜻하게 해주었습니다. 길을 걷던 남자는 외투의 단추를 풀었습니다. 서서히 태양은 점점 더 화창한 빛을 내뿜었습니다. 너무 더워진 남자는 외투를 벗고 그늘진 곳에 앉았습니다. 

 

북풍이 물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한 거야?” 태양이 말했습니다. “아주 쉬운 일이야. 환하게 빛을 밝혀주었어. 온화함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 낸 거야.” 태양은 자신의 온화한 본성을 발휘해 온화함 속에 강한 힘이 있다는 사실을 북풍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흐뭇했습니다. 

 

 

사랑의 온유함 통해 좋은 결과 낳도록 만드셔 

 

이 우화는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데에 특히 레지오 단원으로서 활동을 하는 데에 있어서 많은 묵상거리를 제공합니다. 또한 우리 가족 중에 또는 주변 이웃 중에 냉담교우에 대해서 우리가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 지를 알려줍니다. 성당에 나가서 기도하고 열심히 활동했으면 하는 자녀가 방바닥에 등만 대고 꼼짝도 하지 않을 때,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 간절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쥐어박고 험한 말을 해서 그 자녀가 성당에 나오면 뭐 합니까? 부모님의 강압에 못 이겨서 성당까지 오기는 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꼭꼭 닫아 걸어버린 상태라면 오히려 역효과만 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온화함으로 대한다면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얘야, 나는 너를 믿는단다. 나는 네가 하느님의 자녀로 훌륭히 살아갈 것이라고 믿고 매일 매일 너를 위해서 기도를 한단다.” 이렇게 온화한 태도로 자녀를 믿어주는 부모님 밑에는 비뚤어진 자녀가 있을 수 없습니다. 설령 잠시 방황했다 할지라도 금방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사랑을 계명으로 주신 것도 이 때문입니다. 우리가 서로 미워함을 통해서 구원받을 수만 있다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미워해야죠. 하지만 실상은 어떻습니까? 

 

맘에 들지 않는다고 싸우고 험한 소리 해대고 미워한다고 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가 되었습니까? 대판 싸우고 엄청 욕먹는 것을 통해서 간혹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십중팔구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면 불수록 나그네가 외투를 더욱더 껴입듯이 점점 더 상황만 나빠질 뿐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사랑을 계명으로 주시면서 그 사랑의 온유함을 통해서 좋은 결과를 낳도록 만드십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사랑은 참고 기다립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사랑은 성을 내지 않고 앙심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1코린 13,4-7) 

 

 

레지오 활동하며 얼굴에서 웃음 잃지 않아야 

 

매서운 북풍은 온화한 태양을 절대로 이기지 못합니다. 온화함은 그 속에 진정한 강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매서움을 이기고 좋은 결과를 낳게 됩니다. 그래서 교본 39장 2항에서는 레지오 단원들이 활동할 때 반드시 온유함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레지오 단원은 활동을 수행할 때 딱딱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따뜻한 마음씨와 다정한 태도로 사람들을 대하지 않고서는 활동에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꽃은 부드럽고 따뜻한 곳에서는 활짝 피어나지만 쌀쌀한 공기 속에서는 움츠러든다. 훌륭한 레지오 단원이 따뜻한 마음씨를 지니고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정성껏 도와주겠다는 자세로 활동에 임한다면, 그것은 어느 누구도 거절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한다. 그리하여 가장 완고한 사람의 굳어진 마음마저 무너뜨려, 5분도 안되어 마음의 문을 활짝 열도록 만든다.”(교본 421 페이지 참조) 

 

이방인의 사도 바오로는 복음 때문에 옥살이, 매질, 태형, 돌질, 난파, 표류, 자연 재해, 강도로부터의 위험, 잦은 밤샘, 굶주림과 목마름, 잦은 결식, 추위와 헐벗음을 겪었습니다(2코린 11,23-27). 하지만 바오로 사도는 사람들이 욕하면 축복해주고 박해를 하면 견디어 내고 중상을 하면 좋은 말로 응답해 주었습니다(1코린 4,13). 

 

우리도 역시 레지오 활동을 하면서 아무리 무더위가 방해를 하더라도, 냉담교우가 문도 열어주지 않은 채 악담을 퍼붓더라도, 아무리 활동을 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우리 얼굴에서 웃음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항상 우리 마음을 온화함으로 가득 채워 사랑의 열매를 풍성히 맺어가도록 합시다. 아멘.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7월호, 고재경 레오 신부(광주대교구 금호동성당 주임, 광주 S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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