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수도 ㅣ 봉헌생활

수도 영성: 작은 자매 관상선교회 - 가난한 이들 사이에서의 관상과 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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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5-24 ㅣ No.235

[수도 영성] 작은 자매 관상선교회 - 가난한 이들 사이에서의 관상과 선교

 

 

작은 자매 관상선교회는 가난한 이들 사이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선교’ 사명과 그 뿌리가 되는 기도, 특히 성체에 대한 사랑, 곧 ‘관상’이라는 카리스마를 살아가는 공동체이다. 우리는 기도 안에서 사랑이신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께 온전히 사로잡히기를 바라며, 그분께 받은 사랑으로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에게 봉사하기를 원한다.

 

“수도원을 둘러싸고 있는 봉쇄의 벽은 바로 가난한 이들입니다. 우리는 항상 가난한 이들에게 열려있는 작은 관상 공동체이길 바랍니다.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하신 대로 가난한 이들과 함께, 그들 가운데서 살고 또한 죽기를 바랍니다”(회칙 중에서).

 

우리 공동체는 제2차 세계대전 뒤, 1951년 안드레아 가스파리노(Andrea Gasparino) 신부가 이탈리아 북쪽 도시인 쿠네오(Cuneo)에서 전쟁으로 버려진 아이들을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안드레아 신부는 돈 한 푼 없이 오로지 하느님의 섭리에 맡기는 오롯한 믿음과,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그들을 모아 함께 살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그의 주변에는 열성적인 동조자들이 생겨났다. 그리하여 여자 수도회가 창설되었으며, 7년 뒤 같은 회칙 아래 남자 수도회가 생겨났다.

 

 

‘샤를르 드 푸코’ 영성과 만남

 

‘더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열정은 이탈리아를 넘어 다른 지구촌으로 나아가게 했으며 현재에는 국제적인 수도회로 아프리카, 브라질 등 12개국에 진출하여 해외선교의 부르심에도 응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빠뜨릴 수 없는 사건은 ‘샤를르 드 푸코’ 영성과 만난 것이다. 안드레아 신부의 마음에 이미 싹터서 자라고 있던 카리스마들은 푸코 신부의 영성 안에서 재발견되고 깊어졌다. ‘만인의 형제’이길 바랐던 푸코 신부의 정신은 극빈자들 사이에서 그들과 함께, 그들처럼 사는 ‘토착화’라는 새로운 관상과 선교의 방법을 이 시대에 제시해 주고 있다.

 

우리는 기도, 가장 소외된 이들에게 바치는 완전한 봉헌, 그리고 형제애를 나누는 생활을 하느님께 바친 우리 생활의 세 기둥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 부르심의 근본이 되는 세 가지 요구이며, 또한 우리 봉헌이 참된 것인지를 검증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기도생활

 

“나의 존재로서 말없이 하느님을 전달하기 위해 하느님으로 자신을 채워야 할 필요를 더욱더 많이 느낍니다”(엘리죠 형제)

 

우리 생활의 원천과 절정은 기도이다. 우리는 기도가 날마다 생활과 하루의 일과에서 첫 자리를 차지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날마다 성체조배를 하며 하느님의 현존 앞에 사랑으로 가득 찬 침묵으로 깊숙하게 머물며,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의 영혼을 채우기를 갈망한다. 또한 이 순간에 세상과 형제들을 위한 중재의 기도를 바친다.

 

이탈리아 모원에서는 1959년부터 지금까지 50년 동안 밤낮 끊이지 않고 성체조배가 이어지고 있다.

 

하느님께서 우리 공동체에 주신 기도의 특별한 선물은 ‘사막’이다. ‘사막’이라 함은 푸코 신부의 영성을 따르는 것으로, 고립과 침묵 속에서 ‘말씀’과 ‘성체’ 앞에 머무는 개인 피정이다. 모든 회원은 주마다 반나절, 다달이 하루, 해마다 2주 ‘사막’을 하며, 생애의 특별한 시기인 첫 서원과 종신서원 전, 그리고 5년마다 ‘40일 사막’을 한다.

 

또한 우리는 우리가 받은 이 기도의 은혜를 더욱 많은 이들과 나누기를 바라며, 이를 통하여 가난한 이들에게 행하는 우리의 봉사에 주님께서 함께하시어 더욱 완전해지도록 한다.

 

특히,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하느님의 말씀과 기도를 가르치는 것이 긴급하고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여 진주에 있는 본원에서는 달마다 둘째 주일에 ‘젊은이 기도 배움터’를 열고 있다.

 

 

가난한 이들을 향한 사랑

 

우리 공동체는 가난, 정결, 순명 이 세 가지 서원과 함께 네 번째 서원인 ‘가난한 이들을 향한 사랑’을 주님 앞에서 약속한다.

 

우리는 가난한 이들에게 가난한 방법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전달하기를 바란다. 그들과 개인적인 우정을 맺고, 그들 사이에서 그들처럼 살면서 그들의 가장 긴급한 필요에 응답하고자 우리 자신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내어놓는다.

 

선교지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을 먹이고, 환자들과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등 여러 활동을 하지만 이것은 방법일 뿐이며 우리의 참된 일은 하느님의 사랑을 전달하는 것이다.

 

우리는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33)하신 말씀에 따라 하느님의 섭리에 내맡기며, 무보수로 가난한 형제들을 위하여 일하고 있다.

 

‘섭리에 내어 맡김’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뿐 아니라 우리와 관련된 가난한 이들에게 필요한 것까지 채워주심을 체험하게 한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 공동체는 한센환자 정착촌, 달동네 판자촌, 윤락가, 결핵환우들과 함께 살아왔고, 행려자, 결손가정의 아이들과 청소년, 독거노인, 다문화가정 돌보기와 교도소 방문 등 각 시대의 누구보다 더 가난한 이들을 찾아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려 하고 있다. 현재 한국 자매 여섯 명이 홍콩과 방글라데시에 선교사로 파견되어 있다.

 

 

프라테르니타(Fraternita = 형제애, 우애) 생활

 

우리는 우리의 봉헌생활에 나자렛 가정의 따뜻함을 주고, 형제적 사랑을 나누기를 바라므로 작은 그룹으로 나누어 생활하고 있다. 이를 우리는 ‘프라테르니타’라 부른다.

 

이 프라테르니타 안에서 우리는 깊고 참된 사랑의 관계를 맺으며, 이 사랑을 우리가 만나는 가난한 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또한 그리스도 안에서 민족과 언어, 문화의 구별 없이 모두가 한 형제임을 보여주고자 여러 나라의 자매들이 프라테르니타 생활을 함께하기를 갈망한다.

 

[경향잡지, 2010년 5월호, 글 · 사진 작은 자매 관상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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