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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사목] 교회행정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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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1-08 ㅣ No.495

[경향 돋보기 - 교회행정] 교회행정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성을 지니고 있기에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와 항상 더불어 살아간다. 인간은 가정을 이루고, 사회와 국가의 한 구성원으로 존재하게 된다. 사회와 국가 안에서 인간들이 크고 작은 관계를 조직화하고 제도화하는 데서 행정이라는 현상이 나타나며, 우리의 일상 속에서 필연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인간들이 이루는 사회관계와 거기서 생긴 조직이 다양하듯 행정의 현상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는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교회 안에서 신앙인들은 하느님 백성으로서 교회의 한 구성원으로 그 속에서 각자의 임무와 역할을 부여받아 서로 협력하며 살아간다. 교회 안에서 더불어 신앙생활을 하는 이 과정에서 행정 현상이 나타난다. 그럼에도 교회의 구성원들 특히 사목자들은 행정에 관계되는 일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실제적으로는 행정에 둔감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일반행정과 교회행정의 의미와 차이, 그리고 교회행정의 필요성과 과정을 간략하게나마 피력하고자 한다.

 

 

1. 행정의 의미

 

1) 행정의 일반적 의미

 

행정학에서 행정은 일반적으로 ‘일정한 공공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두 사람 이상의 합리적 협동행위’라고 정의한다. 곧, 달성하려는 공공목적이 어떠한 것이든, 공공목적을 달성하고자 두 사람 이상이 합리적으로 협동할 때에 거기서 행정이라는 현상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처럼 행정이 ‘공공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두 사람 이상의 합리적 협동행위’로 정의된다면 행정은 목적과 수단이라는 두 부분이 충족되어야 한다. 곧, ‘공공목적을 달성하기 위한’것이 목적 부분으로 공공성을, ‘두 사람 이상의 합리적 협동행위’는 수단 부분으로 합리성을 확보해야 하며, 이 공공성과 합리성은 행정의 핵심요소이다. 그러나 목적인 공공성을 위한 것이라 해도 수단인 합리성에 흠결이 있어서는 안 되며, 수단인 합리성이 확보되었다 해도 목적인 공공성이 결여되면 행정에 하자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곧 목적인 공공성과 수단인 합리성은 상호 필요충분조건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2) 교회행정의 의미

 

행정에서 두 가지 부분, 곧 공공성과 합리성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처럼 교회행정에서도 이는 공히 충족되어야 한다. 물론 교회법적으로 유보되거나 교도권적인 영역에서 행해진 행위가 아닌 한 교회 안에서 행해지는 모든 행정 또한 그 구성원들이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 행정 행위가 교회 구성원인 신자들의 선익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행정은 일반행정보다 더욱 확장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곧 교회행정은 교회의 고유한 목적을 달성하고자 그리스도의 세 가지 직무, 곧 예언자직, 사제직, 왕직과 관련되어 행해지는 제반 사목활동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방법적인 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목 그 자체이며, 단순한 서류 작성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것이며, 비인격적인 정책이 아니라 인격적인 과정이요 섬김이며 봉사인 것이다.

 

 

2. 교회행정의 필요성

 

현대 사회 안에서 교회는 아무리 작은 교회 공동체라 하더라도 조직과 구조를 지니고 있다. 교구를 비롯해서 대도시의 대형 본당이나 시골의 작은 본당 공동체라도 규모와 구성원의 숫자에 차이만 있을 뿐 조직적인 구조는 거의 비슷하다. 특히 본당에서 사목자들을 중심으로 신자들과 함께 본당의 목표를 수립하고, 조직체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조직이 많든 적든 조직을 관리하는 데는 행정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교회에서 행정은 공동체 구성원인 신자들과 함께 목표를 수립하며 각 조직체들의 유기적인 관계를 수립하며 활동한 내용을 검토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교회행정의 과정이다. 그리고 이는 사회의 변화와 함께 발전하고 다양해졌다. 수세기를 거쳐오는 동안 교회가 당면한 시대와 문화 상황에 따라 조직과 운영의 방법이 바뀌었으며 다양성을 지니게 되었다.  이는 교회의 조직 · 인사 · 재무행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1) 교회의 조직관리

 

일정한 목적을 달성하고자 조직을 편성 · 유지 · 개선해 나가는 관리작용을 조직관리라 한다. 이러한 조직관리의 필요성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마찬가지로 요구된다. 사람들은 자원이나 지식, 정보, 기술들을 모두 조직을 통하여 결합하고 유지 · 관리하여 오늘날과 같은 사회를 이룰 수 있었다. 교회 공동체도 양상은 다르지만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신자들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조직을 통하여 신앙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며 교회와 사회를 발전시켜 온 것이다.

 

따라서 교구나 본당 공동체의 일정한 환경 안에서 일정한 목적을 추구하려면 구성원들로 구성되어 일정한 본업구조와 규범을 가진 지속적인 조직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많은 경우에 사목자들의 인사이동 때문에 조직관리에 허점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곧 사목자에 따라서 조직의 지속성이 흩어지거나, 조직 안에서 지위와 역할, 권력과 권한이 형평성을 잃음으로써 조직이 와해되거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2) 교회의 인사행정

 

조직의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려면 그 시대의 행정 기능의 범위와 내용, 전문화 기술화 수준에 맞게 적절한 양과 질의 인적 자원을 체계적으로 흡수하고 유지 발전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인적 자원을 체계적으로 흡수 · 유지 · 발전시키는 관리 작용을 인사행정이라 한다.

 

오늘날 교회 안에서도 행정 기능과 필요성이 확대되고 강화되면서 교구나 본당에 필요한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고, 그들이 본당 구성원인 신자들에게 능률적으로 봉사하게 하는 문제야말로 오늘날 교회의 주요 과제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목자들이나 특정 개인에 따라 인사가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 인사행정의 ‘능률화’와 ‘합리화’ 그리고 ‘민주화’가 담보된 계획 아래 인사행정을 행해야 한다. 교회 안에서도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인 것이다.

 

3) 교회의 재무행정

 

조직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재원을 경제적 · 합리적으로 조달 배분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관리 작용을 재무행정이라 한다. 오늘날 교회 안에서도 행정 기능이 확대됨에 따라, 한정된 가용재원을 교회의 다양한 기능과 활동 분야에 어떻게 적정하게 배분하느냐 하는 문제 또한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행정에서 재원은 혈액과 같은 것이므로 본당에서 조직의 행정 목표를 추구하는 데 재원을 조달 · 배분 · 지출하고 물품을 구매하는 재무행정은 교구나 본당에서 중요한 행정의 핵심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이 재무행정은 곧 조직관리와 인사관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우리 사회가 양극화의 현상을 보이듯이 교구는 물론 대도시 본당과 시골의 작은 본당 사이의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으며, 나아가 공동체의 조직 · 인사에서 열악성을 표출하게 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규모의 문제보다 주어진 재원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운용했느냐이다.  따라서 재무행정 담당자들은 그것이 누구이든 재원의 효율적 이용인 세출과 재원의 경제적 · 합리적 조달, 곧 세입에 대해서도 행정에 정확성을 확보해야 한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신자들의 정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3. 교회행정관리의 과정

 

일반행정과 마찬가지로 간략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교회행정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려면 일련의 순서 또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행정의 선후관계를 정하여 실행하는 것을 행정관리의 과정이라 한다.

 

모든 조직 안에서 행정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첫째, 행정조직의 행정절차에서 최소한의 비용과 노력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가져오며, 둘째, 행정이 단계적으로 질서 있게 수행되어 행정의 합리성을 높여주고, 셋째, 행정의 오류를 수정 보완할 수 있는 과정을 마련하여 조직의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회행정에서도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라 기획하고 실행하며 통제하는 행정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1) 목표설정

 

사목자들이 자신들의 사목구 안에서 가장 먼저 행하는 것은 교구장의 사목 방침에 따라 사목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본당 조직의 행정에서도 첫 단계가 목표설정이다.

 

이는 본당에서 사목자들의 창조성을 볼 수 있는 단계이다. 본당의 막연한 사목적 행정수요를 정확히 인지하여 신자들의 선익과 공익을 분별해 내고, 이를 토대로 행정의 사목적 기본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구나 본당에서 이 목표설정은 신앙적 · 사회적 · 문화적 · 경제적 욕구에 기초하여 이루어지며, 필연적으로 가치판단을 거쳐야 한다.

 

2) 행정기획

 

행정기획이란 사목자가 본당 공동체 안에서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여러 가지 행동 방안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선택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 행정기획은 특히 본당의 예산과 연계될 때에 그 효율성을 발휘한다. 사목적 행정기획은 기간에 따라 장기 중기 단기로 나누며, 기한을 기준으로는 고정계획과 이동계획, 대상을 기준으로는 연령에 따른 계획, 지역일 경우에는 구역과 반 또는 소공동체별 계획으로 나눌 수 있지만, 전적으로 사목자들의 기획 능력에 따라 변화무쌍한 계획이 나올 수 있다.

 

3) 진행관리

 

진행관리란 행정 업무 수행의 상황을 시시각각으로 파악하여 수시로 적절히 대처해 나가는 과정을 말한다. 이는 사목자가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따른 제반 기획과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곧 기본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부단하게 행해야 하는 계속적인 관리의 과정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본당에서는 사목자들의 잦은 인사이동으로 지속적인 진행관리가 용이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4) 행정통제

 

행정통제란 행정이 당초의 계획대로 수행되고 있는지를 평가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과정을 말한다. 물론 통제는 강제성을 수반하는 것이나 본당 공동체 안에서는 합리성이 더 요구되고 조직 구성원 간에 대화가 더 필요한 경우가 있다. 본당 조직은 이익집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목자는 본당 구성원들 사이에 자정 능력을 키워주어 구성원 스스로가 통제해 나가는 자율성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맺는 말

 

지금까지 일반행정 이론에 비추어 교회행정에 대해서 간략하게 서술하였다. 정리하면 다변화하는 교회 조직체 안에서 가중되는 여러 가지 행정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는 사목자들이나 담당자들의 능력이 필요하게 된다. 이때 효율적인 조직관리가 필요한 데 이것이 곧 행정능력이다. 그리고 사목자들이 본당 공동체 안에서 결정 기능에만 치우치고 집행 기능이나 행정통제 기능을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 체계적인 행정능력의 배양은 교회행정의 합리적인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의미에서 행정력을 배양하고 교회 조직을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해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이 있다. 곧, 교회의 행정은 다름 아닌 교회가 교회가 되게 하고, 교회가 교회의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지도력을 바탕으로 한 사목활동이라는 점이다. 나아가 교회의 영적 · 인적 · 물적 · 재정적 자원을 선용해 교회가 추구하는 목표, 곧 복음 선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회행정의 궁극적 목적이다. 이처럼 복음 선포로 귀결되는 교회의 모든 활동은 행정이라는 수단을 만날 때 더욱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 신성근 야고보 - 청주교구 신부. 교황청 우르바노 대학교에서 교회법을 공부하고, 청주대학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에서 민법과 행정법을 강의하였다. 현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관리국장으로 있다.

 

[경향잡지, 2009년 12월호, 신성근 야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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