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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영성의 길 수도의 길: 천주교 사도회(팔로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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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4-19 ㅣ No.228

영성의 길, 수도의 길 (9) 천주교 사도회(팔로티회)


영성에 목마른 현대인에게 주님 자비 가득한 오아시스로

 

 

분당 천주교 사도회 본원엔 대형 자비로우신 예수님 성상이 세워져 있어 하느님 자비에 목마른 이들이 언제나 찾아와 쉴 수 있는 영적 오아시스가 되고 있다.

 

 

하느님의 자비 주일을 사흘 앞둔 8일, 봄꽃이 화사하게 핀 분당으로 향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 104의6(보리터2길 11). 아늑한 주택가로 접어들자 천주교 사도회(팔로티회) 본원이 나온다. 분당요한성당 못 미쳐였다. '하느님 자비심 신심'을 전파하는 본산답다.

 

수도원 입구엔 '자비로우신 예수님'을 조각한 대형 성상이 세워져 있고, 그 아래엔 '자비로우신 주님의 오아시스'라고 씌어 있다. 하느님 자비에 목마른 이들은 언제든지 찾아와 의탁할 수 있도록 하려는 회원들 속내가 그 한 마디에 담겨 있다.

 

마침 수도원 지하 성당에선 하느님의 자비 주일을 앞두고 이뤄지는 9일기도 일곱째 날 '하느님 자비심의 성시간'이 한창이다. 비좁은 성당에 빼곡히 들어찬 신자들은 하느님 자비를 간구하는 5단 기도를 바치고 성체조배와 성체강복 예식을 갖고 있다. 무릎을 꿇은 채 한 마음으로 경건하게 성체찬미가를 부르고 겸손되이 성체강복을 받으며 그리스도의 평화를 만끽하는 모습이 무척 행복해 보인다. 곧이어 하느님 자비심 신심미사가 이시우(제주교구 하북본당 주임) 신부 주례로 봉헌된다. 루카복음 15장 비유와 함께 자비 예수님 체험을 구수하고도 토속적인 제주 사투리로 들려주며 하느님 자비의 샘으로 돌아갈 것을 권면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미사에 참례한 김창숙(크리스티나, 67) 수원교구 성령쇄신봉사회 부회장은 "팔로티회에서 봉사하던 딸을 통해 하느님 자비 기도를 접했는데 폴란드 순례를 통해 은혜를 많이 받아 꾸준히 미사에 나오게 됐다"며 "그렇지만 특별한 신심보다는 하느님 자비가 매일같이 우리 삶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걸 절실하게 체험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천주교 사도회에선 하느님 자비심 신심을 전파하고자 주일을 제외하고 날마다 오후 3시 분당 본원에서 하느님 자비심의 성시간을 거행하고 신심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강원도 홍천군 남면 신대리(양덕원) 덕머리산에 자비로우신 예수님의 피정 집에서도 매달 첫 토요일 오후부터 주일 오전 6시까지 밤샘기도를 갖고 있다. 월간 「하느님 자비심의 사도」를 통해 하느님 자비심을 전하고 있다.

 

- 안동억(왼쪽) 부원장신부 등 천주교 사도회 회원들이 하느님 자비심의 신심미사를 봉헌하고 나오는 신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특별한 성모신심을 지닌 신자들을 위해 매주 수요일 미사 뒤 곱비 신부의 다락방 모임을 갖고 있으며, 매달 첫 토요일엔 성모신심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하느님 자비에 대한 계시를 우리에게 전한 '하느님 자비의 사도' 마리아 파우스티나 코발스카(1905~1938) 성녀 일기 책자를 무료로 보급하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이것만 보면 천주교 사도회 사도직이 하느님 자비심 전파에만 한정된 것으로 여길 법도 하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1990년 당시 폴란드를 방문했던 고 김남수(전 수원교구장) 주교 초청으로 선교사제 2명이 한국에 파견되면서 뿌려진 씨앗은 하느님 자비심 신심 전파로, 다양한 사도직 활동으로 열매를 맺고 있다. 처음엔 어려움도 많았다. 메리놀외방선교회 한국지부, 말씀의 선교수도회 한국지부 등에서 셋방살이를 해야 했다.

 

1997년 말 IMF 긴급구제금융이 이뤄진 지 2년 뒤에 분당에 수도원을 마련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급매물로 나온 연립주택 건물을 싸게 구입하는 바람에 분당에 하느님 자비심 신심을 전하는 선교거점을 마련된 것이다. 1994년 착공한 '자비로우신 예수님의 피정 집'도 17년째 그저 짓고만 있다.

 

천주교 사도회의 사도직 활동은 굉장히 선구적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130여 년 앞서 탄생한 '평신도 사도직 영성'은 회원들 스스로가 기쁘게 살아가고 평신도들이 사도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일깨우는데 도움이 된다면 어느 분야든지 사도직을 살도록 했다.

 

천주교 사도회 상징. 십자가는 하느님 사랑을, 십자가를 감싼 것은 알파요 오메가인 예수 그리스도의 영원성을 뜻한다. 십자가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세상 끝까지 전파해 하느님 영광을 드러낸다는 뜻이 담겨 있다.

 

 

세례 받은 모든 이들이 각자 삶의 현장에서 탈렌트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해 병원과 학교, 출판, 인쇄, 방송, 신문, 청년사목, 노동자사목 등 모든 영역에서 사도직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야말로 '특정된 사도직'이 없이 회원들 각자 자신에 맞는 사도직을 찾아 구현하도록 하는 셈이다.

 

천주교 사도회 자비로우신 예수님의 한국지부(지부장 조비그니에프 타대오 바신스키 신부)에선 본당(분당 요한본당)사목을 비롯해 평촌 한림대 성심병원과 분당 보바스기념병원 등지에서의 병원사목,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등에서의 군종사목, 분당 본원 상설고해소 운영 등 사도직 활동을 하고 있다.

 

부원장 안동억(프란치스코) 신부는 "폴란드 그리스도왕 관구에서 한국에 진출했을 때 사도직을 먼저 해야 했기에 성소가 소홀해 20주년을 맞는 지금도 회원이 많지 않다"면서도 "회원들은 물론 모든 평신도들이 하느님 자비에 의탁하며 스스로 사도직에 눈 떠 삶의 현장에서 이웃에게 복음을 증거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사도로서의 삶을 살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주교 사도회 영성과 역사


평신도 사도직에 새 숨결...시대 앞서간 혁명적 활동에 나서

 

 

천주교 사도회 창립자 성 빈센트 팔로티 신부.

 

 

천주교 사도회(Society of Catholic Apostolate)를 설립한 이탈리아 출신 성 빈센트 팔로티(1795~1850년) 신부의 카리스마(은사) 핵심은 '평신도 사도직'이다.

 

1835년 1월 9일 "세례 받은 모든 이를 나의 사도로 만들라"는 그리스도의 계시를 받은 팔로티 신부는 3개월 뒤 성직지와 수도자, 평신도들로 이뤄진 '천주교 사도직 연합'을 설립, 평신도 사도직 운동을 본격화한다. 당시만 해도 평신도들이 사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혁명적 사고였다. 그래서 팔로티 신부가 선종한 뒤 1854년 천주교 사도회는 '경건한 선교회'로 명칭을 바꿔야 했고, 1947년까지 93년간 '사도회'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는 제재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시대를 앞서간 그리스도의 계시와 팔로티 신부의 인식은 정확했다. 20세기 들어 평신도 사도직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1950년 시복됐고, 1963년에는 시성되기에 이른다. 교황 요한 23세는 특히 팔로티 성인을 제2차 바티칸공의회 수호성인으로 선포하고, 그를 평신도 사도직의 선구자로 꼽았다.

 

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성 팔로티를 따르는 천주교 사도회 활동을 두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정한 평신도 관련 문헌에 완전히 일치한다"고 말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폴란드에만 700여 명에 이르는 회원들이 활동하는 천주교 사도회는 전 세계 46개국에 24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국내엔 1990년 5월 1일 파견돼 올해로 한국 파견 20주년을 맞고 있으며, 현재 천주교 사도회 한국지부는 폴란드 주님 탄생 예고 관구에 속해 있다. 폴란드 출신 사제 4명과 수사 1명, 한국인 사제 1명과 유기서원자 1명, 청원자 2명 등 모두 9명이 각자 사도직을 살고 있다.

 

※ 성소모임

 

매달 둘째 주일 오후 2시 분당 본원(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104의6)

문의 : 031-707-4450, 안동억 신부

 

[평화신문, 2010년 4월 18일, 오세택 기자, 사진=전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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