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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신앙 축제와 풍습: 베네치아 카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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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6-02 ㅣ No.219

세계 신앙 축제와 풍습 - 베네치아 카니발


사순절을 앞두고 베네치아에서는 매년 2월이면 카니발의 계절이 돌아온다. 카니발(Carnival)이란 단어는 라틴어로 ‘고기’라는 뜻의 카르네(Carne)와 ‘격리’라는 뜻의 레바레(levare)가 합쳐진 말로 “고기(육식)를 떠난다.”는 뜻이다. 이러한 의미로 사육제(謝肉祭)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이 축제는 가톨릭 문화권에서 사순절 금욕기간 전에 실컷 술과 고기를 먹고 즐기려는 뜻에서 시작된 잔치이다. 사순절 동안에는 금식과 속죄를 하도록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니스,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등과 함께 세계적으로 유명한 3대 카니발의 하나인 베네치아 카니발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부두와 산마르코 광장을 가득 메운다. 형형색색의 가면과 옷을 입은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의 하나인 산마르코 광장을 무대로 우아한 포즈를 취한다. 카니발 기간 중에는 누구도 그 자신의 가면을 쓰는 기쁨과, 변장한 옷을 입는 매력으로부터 도망갈 수가 없다. 가면복장으로 참여하는 주민과 방문객들은 다른 사람에게는 가면복장 차림의 자신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자신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타인의 가면복장과 행동을 지켜보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다.


바다 위 떠 있는 도시, 베네치아

베네치아(Venezia)는 이탈리아 북동쪽에 있는 ‘바다의 도시’이다. 우리에게는 영어식 표기인 베니스(Venice)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베네치아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답게 언제나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베네치아라는 도시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축제기간 중의 베네치아는 실재와 비실재, 꿈과 현실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락가락한다. 그러므로 베네치아는 그 자체가 카니발다운 도시이다. 베네치아라는 도시의 이러한 성격이 베네치아 카니발의 매력을 더해준다. 베네치아는 117개의 섬과 150개의 운하와 400여 개의 다리로 연결되었고, 그 한가운데를 Z자 형태로 흐르는 대운하(Canal Grande)가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차가 다니지 않는 도시 베네치아 내부의 교통수단은 수상버스와 수상택시, 곤돌라다. 대운하에는 공공교통수단인 수상버스(Vaporetto)가 다니고, 베네치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곤돌라(Gondola)는 운하를 순회하며 관람하는 관광용으로 주로 이용된다. 그러나 이곳에서 곤돌라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로맨틱한 이 도시의 명물이다. 오늘날의 베네치아는 철로와 교량으로 이탈리아 본토와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만들어진 것은 20세기에 들어온 뒤였다. 그 이전까지는 어디에서 가더라도 배로 갈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바다 위에 떠 있는 도시였다. 베네치아는 피렌체와 나란히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공화국이 되었고,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무렵까지의 베네치아는 음악, 연극, 미술, 출판 등 유럽문화의 중심지 구실을 하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산마르코

베네치아 카니발의 주무대는 산마르코 광장이다. 산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은 일천 년에 걸친 건축의 역사가 모여 이루어낸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공간이다. 산마르코 광장은 이 도시의 중심이며 정치, 종교, 문화의 중심을 이루어 온 광장이다. 산마르코 광장이란 이름은 베네치아의 수호성인인 산마르코(San Marco)에서 유래한다. 베네치아 공화국을 상징하는 것은 신약성경 ‘마르코 복음’의 저자인 마르코이다. 산(San)이라는 말은 이탈리아어로 성인을 뜻하는 말로 영어의 세인트(Saint), 불어의 생(Saint), 우리말의 성(聖)과 같은 의미이다. 마르코가 베네치아의 수호성인이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다. 서기 828년 트리부노와 루스티코라는 이름의 두 베네치아 상인이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교역차 갔다가, 어느 수도원에 모셔져 있던 마르코의 유해를 베네치아로 가져오게 된다. 이 마르코의 유골을 모셔놓기 위해 건축한 것이 산마르코 교회이다. 마르코의 유해는 지금도 산마르코 교회의 제단 아래 모셔져 있다. 이리하여 마르코는 베네치아의 수호성인으로 모셔졌다.


현존 질서 뒤집어지는 기간

오늘날 카니발이라는 용어의 의미는 중세 기독교 신앙의 출현으로 시작하지만, 이 카니발에는 중세 이전부터 존재하던 새해를 맞는 의식들이 포함되고 용해되어 기독교 풍토에 적응되어 온 것이다. 카니발의 근원은 중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의 사회는 농업사회였고, 농업의 안전성은 토지의 생산과 땅의 비옥함에 크게 의존한다. 따라서 카니발은 근본적으로 농업사회의 근본적인 축제이다. 카니발의 의식은 농업사회에서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한 해를 시작하는 시기에 모든 묵은 것과 그것들이 가져오는 악을 쫓아내는 것과 관련되어 있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우아한 축제인 베네치아 카니발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기록에 남아 있는 최초의 축제는 1039년부터이다. 이 축제는 마리축제(La Festa delle Maries)라 불리웠다. 서기 948년에 7명의 젊은 신부가 결혼식장에서 이탈리아인 해적에 의해 납치되었다가 풀려난 것을 기념하는 축제였다. 이러한 축제의 전통에 따라 오늘날도 베네치아 카니발의 개막은 마리축제로 시작된다. 베네치아에서는 지난 천 년 동안 전통적 축제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해온 셈이다.


권력계층 권위 조롱도 허용

이 카니발 축제는 어떤 의미에서 비록 며칠에 불과하지만 현존질서가 뒤집어지는 기간이다. 농노가 주인이 되고 주인은 하인이 되는 것이다. 카니발 기간 동안은 모두가 동등했다. 거기에는 농노와 주인의 구분도 없었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부와 사회적 계급이라는 장애물에 의해 가로 막혀 있었던 사람들이 축제기간 중에는 광장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카니발의 열광 속에서 모든 사람들은 하나로 융화된다. 카니발 기간 중에 사람들은 마음껏 먹고 마실 수 있었다. 카니발의 이런 모든 점들은 일 년 중의 특별한 기간으로 평소의 정상적인 규율을 범하는 기간이었다. 전통적으로 카니발 기간에는 비참한 조건하에서 살도록 강요당해 온 피지배층의 불만을 오락을 통해서 터트릴 수 있도록 허용되었다.


오락을 통해 영혼을 자유롭게


카니발은 평소에 쌓였던 불만을 해소해주는 장치이다. 카니발은 항상 그래왔듯이 그 기간 중 우리로 하여금 권위를 조롱하고 비웃을 수 있도록 허용해 준다. 따라서 옛날부터 전통적인 권력의 계층제가 카니발 기간 동안에는 사라졌다. 따라서 오늘날도 변장을 통해서 이탈리아와 세계의 정치적 사건들을 풍자하는 것은 카니발의 단골 메뉴의 하나이다. 베네치아에서 카니발은 18세기에 와서 그 화려함과 장엄한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19세기에 들어와서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새로운 생활환경이 도입되면서 많은 전통적인 관습들도 사라지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중단되었다가 다시 재개된 베네치아 카니발이 오늘날처럼 규모가 확장되고 흥겨워진 것은 중단 없이 이어져온 전통 덕분이 아니라, 1980년대 초 이것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카니발은 오락과 제한받지 않는 즐거움(gaiety)을 통해 그들의 내면 깊은 곳에서 부터 영혼을 자유롭게 하는 기간이고, 억압된 두려움과 불만을 해소하는 기간이다. 그러나, 엄격한 신분사회에서 맨 얼굴로 그렇게 하기는 선뜻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들을 가면과 변장으로 짐짓 꾸민 표정 뒤에 숨김으로써 인간 의식의 내면과 평소에 방해받아 온 측면을 드러내는 것이다. 가면과 가장의 세계는 신비하다. 거기에는 우리 인간성의 깊은 뿌리와 연결된 측정할 수 없는 세계가 있다. 그것은 시도해 보고 참여해 볼 가치가 있다. 가면은 우리를 변화시켜서 다른 사람이 되게 한다. 그것은 우리들의 억압된 꿈과 감춰진 열망을 투영하는 것이요, 심지어 우리 시대 사람과 사건들을 풍자함으로써 사람들을 웃기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카니발에는 해학과 풍자, 유머와 위트가 넘친다.


해학과 풍자, 위트 넘쳐

베네치아 카니발의 다양한 프로그램 중에서도 단연 관광객을 사로잡는 흥밋거리는 산마르코 광장을 무대로 펼쳐지는 가면패션이다. 다양한 색깔과 형태의 가면과 다른 곳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창의적이고 환상적인 의상을 입은 수많은 참 여자들이 산마르코 광장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가면 의상을 한껏 뽐내고, 관광객들을 위해 포즈를 취해준다. 따라서 축제기간 중의 산마르코 광장은 거대하고 우아한 야외 패션쇼를 방불케 한다. 어떤 사람들은 혼자서, 어떤 사람들은 두세 명 또는 예닐곱 명이 같은 형태의 독특한 의상을 입고 산마르코 광장을 세련되게 거닌다. 특히 중세 귀족풍의 의상과 가면으로 치장한 사람들이 많고 대부분 우아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옷차림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베네치아 카니발의 독특한 분위기는 과거 베네치아 공화국의 영화를 의식적으로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카니발은 사순절이 시작되는 수요일 이전에 끝나야 한다. 베네치아 카니발은 대체로 참회의 화요일까지 12일간 열린다.

[쌍백합 제12호, 2006년 봄호, 이병렬(필립보, 복자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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