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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영성의 길 수도의 길: 원죄 없으신 마리아 교육선교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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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4-02 ㅣ No.221

영성의 길 수도의 길 (7) 원죄 없으신 마리아 교육선교 수녀회


아이들 마음에 생명과 사랑의 씨앗 뿌려

 

 

- 정릉 수련소 원장 엘레나 페르난데스 수녀가 어린이집 원아와 함께 그림책을 보고 있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 가파른 골목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헤매다 골목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수녀원을 겨우 찾았다. 4층짜리 붉은 벽돌집은 예비수녀들의 수련소이자 원죄 없으신 마리아 교육 선교 수녀회(지부장 강선미 수녀)가 운영하는 어린이집과 여자 대학생을 위한 기숙사로 이뤄져 있다. 먼저 수녀원 정문 앞에 있는 초등학생을 위한 방과 후 공부방(지역아동센터)을 들여다봤다.

 

"제주도 여행은 어땠니?" "한라산 올라가는 것도 재미있었고, 유리의 성(유리 박물관)도 신기했어요."

 

수련장 이경화(베로니카) 수녀가 제주도 출신 공부방 봉사자 초청으로 단체여행을 다녀온 아이들에게 소감을 묻는다. 짧은 대화를 마친 초등학교 4학년 원빈이가 공부방 선생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문제집을 풀기 시작한다. 먼저 온 서너 명은 새로 개설한 지역아동센터 누리방(www.seastar.or.kr)에 접속해 게시물에 댓글을 달고 있다.

 

마땅한 놀이터가 없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놀며 대학생 누나에게 과외공부까지 할 수 있으니 이만한 놀이터가 없다. 얼마 전 중학교에 입학한 지영이도 공부방 수녀님과 선생님이 그리웠는지 학교를 마치고 놀러왔다.

 

"매일 오후 2시께부터 아이들이 오기 시작해요. 달동네는 아니지만 낮 시간 동안 돌봐줄 사람이 없거나 따로 사교육을 받을 형편이 안 되는 맞벌이 부부 자녀,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이 이곳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공부도 하지요."

 

공부방 담당 수녀와 수련소 예비수녀들은 아이들이 친구와 잘 어울리고 스스로 심성을 정화할 수 있도록 공동체 예절도 가르치고 놀이치료도 한다. 한 때 43명까지 몰릴 정도로 공부방이 무척 북적거렸으나 구청에서 인원을 제한해 지금은 19명까지만 받을 수 있다.

 

"아이들은 엄마의 사랑을 먹고 자라 열매를 맺는 '사랑의 나무'와 같은 존재랍니다. 우리 회원들은 항상 아이들 안에서 예수님 모습을 발견하고 어머니이신 마리아와 같은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지요."

 

- '바다의 별' 어린이집 채희영 수녀가 원아들과 함께 찰흙놀이를 하고 있다.

 

 

이 수녀를 따라 어린이집에 들어서니 교실에서 한 수녀가 종일반 아이들과 찰흙놀이를 하고 있다. 스페인 출신 엘레나 페르난데스 수녀 등이 교실에 들어서자 아이들이 수녀들 품으로 돌진하는데 아이들에게서 밝고 건강함이 묻어난다. 두 팔을 벌려 아이들을 안아 올리는 수녀들 표정에서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사랑을 받아본 아이들이 사랑을 베풀 줄도 알지요. 아이들이 사랑 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남을 배려하고 양보할 줄 아는 사람, 그리고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활짝 피어날 수 있게 보살피는 것이 저희 소명이라고 생각해요."

 

전통적으로 유치원과 초ㆍ중ㆍ고등학교를 운영하는 교육 수도회지만 한국에서는 여대생을 위한 기숙사 운영이라는 독특한 사도직을 펼치고 있다. 따뜻한 인간관계를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며 하느님 사랑을 깨닫고 복음적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기숙사 운영이었다.

 

"저희 수도회가 한국에서는 아직 학교를 설립해 운영할 정도의 역량을 갖고 있지는 못해요. 그런데 기숙사를 운영해 보니 젊은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개인적으로 더 많이 배려하고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사도직인 것 같아요."

 

수녀회가 운영하는 기숙사이지만 '천주교 신자만 입소할 수 있다', '규율이 엄격할 것이다'라는 선입견은 잘못이다.

 

"밤 11시 30분 귀가시간 등 몇 가지 기본 규칙만 지키면 모든 생활이 자유롭습니다. 종교도 무관합니다."

 

수녀들과 함께 생활하니 요즘같이 험한 세상에 딸을 혼자 객지에 보낸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을 만큼 안정된 보금자리다. 시설도 쾌적하고 도서관처럼 조용하고 안정된 분위기다.

 

10년 넘게 기숙사를 담당하고 있는 김효임(데레사) 수녀는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표정과 걸음걸이 하나도 놓치지 않고 살핀다"며 "학생들도 수녀를 엄마나 이모처럼 대하고 한 번 입소하면 거의 졸업 때까지 머물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성서모임과 판공성사, 성지순례, 성모의 밤 등을 마련해 신앙생활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예비신자 교리도 받을 수 있다. 또 스페인 출신 수녀에게 무료로 어학을 배울 수도 있다.

 

수녀회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원죄 없으신 마리아 교육선교 수녀회는 '교육은 사랑이다'는 창립자 정신을 이어받아 교육 사도직을 실천하는 수도회다.

 

한국에서는 유치원 한 곳과 어린이집 두 곳, 공부방을 직접 운영하고 있고, 청소년센터 '주-역촌동'에 있는 어린이집과 공부방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수녀회가 운영하는 공부방과 유치원, 어린이집은 모두 '성모 마리아'를 뜻하는 '바다의 별'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또 고등학교 두 곳의 가톨릭 청소년 동아리 KYCS와 대학교 가톨릭학생회 등에 교육수녀를 파견하고 있다.

 

한국 진출 26년째인 수녀회 한국지부 회원 수는 34명, 이중 12명이 일본과 필리핀, 멕시코에 선교사로 파견돼 있고, 한국에서는 분원 세 곳에서 22명의 수녀들과 스페인 출신 수녀 3명이 사도직을 펼치고 있다.

 

지부장 강선미(로사) 수녀는 "창립자 수녀님이 말씀하시길 '청소년은 하늘의 한 조각'이라고 하시며 부지런한 정원사가 정원을 가꾸는 것처럼 아이들을 정성껏 돌보라고 하셨다"며 "청소년을 위한 예방교육을 통해 수도회 카리스마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회 영성과 역사


청소년 교육에 헌신...사회, 종교적 암울한 시기 맞서

 

 

설립자 복녀 카르멘 살레스(1848~1911)

 

 

20여 년 수도생활을 하는 동안 수녀회를 두 번 퇴회하고 '원죄 없으신 마리아 교육 선교 수녀회'를 새로 설립한 카르멘 살레스(1848-1911, 사진).

 

1848년 4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지방의 빅이라는 마을에서 태어난 카르멘은 1854년 12월 8일 교황 비오 9세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의 교의' 선포와 1858년 2월 11일 루르드의 성모 발현 두 사건을 통해 원죄 없으신 마리아 신비에 특별한 신심을 갖고 있었다.

 

카르멘은 성체 수녀회에 입회했으나 수도회 카리스마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수개월 만에 퇴회했고, 다시 도미니코 수녀회에 들어가 20여 년간 수도생활을 했다.

 

당시 스페인 사회는 산업혁명과 내란으로 인해 정신적ㆍ사회적ㆍ종교적으로 암울한 시기였고 가난과 전염병이 만연하고 폭동이 난무했으며 교육 시스템이 붕괴돼 어린이, 젊은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이에 카르멘은 1892년 스페인 부르고스에서 교육 수도회와 학교를 설립한다.

 

카르멘은 어린이들의 바람직한 인격 성장을 위해서는 좋은 기초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예방교육 차원에서 1911년 7월 선종할 때까지 학교 13곳을 설립하고 어린이와 청소년들 교육에 헌신했다. 그는 부지런한 정원사가 정원을 가꾸는 것처럼 청소년들을 돌보는 것이 참된 보살핌이라고 생각했고 이런 표양을 성모 마리아에게서 찾았다.

 

선교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1912년 브라질을 시작으로 회원들을 파견, 현재 15개국에서 45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카르멘 살레스는 선종한 지 100년이 채 되지 않아 가경자로 선포됐고, 1998년 3월 15일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복자품에 올랐다.

 

※ 자기 성소를 찾는 젊은이들의 모임(피앗모임)

 

매월 둘째, 넷째주일 오후 2시 서울 정릉 수련소

문의 : 02-941-8913, 010-5247-8913, cafe.daum.net/fiatmeeting 

 

[평화신문, 2010년 3월 28일, 서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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