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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수도 영성: 성심수녀회 - 예수님의 열린 성심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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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2-26 ㅣ No.217

[수도 영성] 성심수녀회 - 예수님의 열린 성심 안에서

 

 

성심수녀회를 창설하신 성녀 마들렌 소피이 바라(1779-1865년)는 프랑스 브르고뉴의 작은 마을 주와니에서 태어나, 혁명기 시대의 격동과 파장을 온몸으로 겪으며 살다 가셨다. 그러나 성녀는 사회적 어둠과 혼란 속에서도 한줄기 새로운 희망을 찾는 데 열정을 다 바치셨으며, 특히 자라나는 소녀들의 마음 안에 성체께 대한사라지지 않는 존경과 사랑을 심어주고자 신앙교육에 일생을 바치셨다.

 

성심수녀회는 현재 전 세계 45개국에서 약 3천여 명의 회원들이 성심학교를 비롯한 각종 교육활동을 통하여 예수 성심의 사랑을 전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20세기 후반부터는 교육에 대한 생각이 폭넓게 변화하여, 교실 밖의 여러 삶의 현장에서도 생동하는 교육이 이루어져, 사회정의 활동, 가난한 이와 연대, 피정 · 영성지도, 생의 여정의 동반 등 다양한 대상에게 알맞은 창의적 방법으로 교육의 봉사를 하고 있다.

 

성심수녀회가 한국에 들어온 것도, 프랑스에서 성심수녀회가 생겨나던 시대와 마찬가지로 한국전쟁이 막 멈추고 난 격동의 1956년도였다. 서울 용산에 있던 신학교 자리를 얻어 성심여자중학교를 연 것을 시작으로 성심여자고등학교, 성심여자대학교(가톨릭 대학교 성심교정의 전신), 천막학교(봉천동)를 열었으며, 이후 강원도 고한 사북 탄광지역, 서울 상계동 지역에서 빈민들과 함께하는 소공동체 생활을 하였다. 또한 인천 · 부천지역에서 노동사목과 더불어 가출청소녀 쉼터를 운영하고, 도시와 농촌지역의 방과 후 공부방에서 어린이들을 교육하며, 그 밖에 이땅 곳곳에서 사람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의 생생한 마음을 찾아 배우며 이를 드러내고 있다(왼쪽 사진은 경기도 파주 예수 마음 배움터).

 

성심 수녀들이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교회 안에서 봉헌한 수도자이면서도 수도복 대신에 평상복을 입음으로써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는 특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로 ‘세상 안에 살면서 세상에 속한 자 아닌 정신으로’ 현대사회의 긴급한 필요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려는 시대적 노력의 구체적 표현이기도 하다. 이 모든 활동이 가능하도록 지탱시켜 주고 있는 성심수녀회의 영성을 짧게 요약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희망의 씨앗을 찾는 영성. 성심수녀회는 “죄로 상처받은 이 세상에 하느님의 자비와 신의가 빛난다.”(회헌 2)고 밝히고 있다. 그러기에 성심 수녀들은 이 세상이 그토록 많은 억압과 불의, 폭력과 분열로 일그러져 있을지라도, 그리스도께서 그 눈물을 씻어주는 성대한 잔치의 자리가 되도록 세상 안에서 희망의 씨앗을 찾고자 한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각 사람이 미래에 대한 꿈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은 성심 수녀들의 근본적인 신앙의 자세이며 교육정신의 기초가 된다.

 

또한 21세기 지구적 차원에서나 우주적 차원의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도, 성심 수녀들은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영성’을 밝히 비추어 드러내고자 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내면 깊이에서 목말라하는 영적 갈망을 세대별, 그룹별로 자각하도록 이끌어내어, 이 갈망을 궁극적으로는 영원하신 그리스도의 열린 마음의 세계로 향하게 하고자 노력한다. 이는 창설자이신 성녀 소피이 바라께서 첫 영감으로 받으셨던 소망으로서,  온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마음을 알아 모시는 성체조배자를 키워내려는 열망과도 통한다.

 

둘째, 화해를 교육하는 영성. 오늘날 상처받은 인류공동체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화해 교육이다. 그 교육을 가장 먼저 시작하신 분은 십자가 위의 그리스도이시다. 그러기에 성심 수녀들은 십자가 위에서 상처 받으신 그리스도의 열린 성심에서 화해를 교육하시는 스승의 첫 모습을 본다. 그분의 열린 옆구리에서 쏟아지는 성령의 움직임을 통해 성심 수녀들은 영성적 힘을 얻으며, 바로 이 힘에서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활력과 영감, 열정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성심 수녀들은 오늘날 세계의 가장 긴급한 필요를 ‘화해의 교육’으로 절감하며, 화해의 교육자로, 친교의 여인으로, 연민의 여인으로 살라는 그리스도의 긴박한 부르심을 듣는다. 이는 성심 수녀들이 놓인 상황 어디에서나 각자가 ‘연민과 희망을 지니고 친교를 이루는 방법’을 모색하도록 촉구한다. 성심 수녀들은 기도하면서 삶을 이루는 모든 것, 곧 분열된 세상의 고뇌와 소망을 주님 앞에 가져가, 침묵하고 가난한 마음으로 머물며, 주님이 자신을 내적으로 서서히 변화시켜 화해를 배우도록 자신을 내맡긴다.

 

또한 “한 아이를 교육시키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참여해야 한다.”는 아프리카의 옛 격언처럼 오늘 지구촌의 한 사람의 마음 안에 복음의 씨앗이 싹터 그 마음 안에 화해의 교육이 이루어지려면, 상처받은 인류공동체의 공동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상처받은 인류공동체가 화해와 일치를 경험하는데 그리스도인 각자의 마음 안에 진정한 화해가 필수적이다. 그러기에 화해 정신은 성심 수녀들의 영성의 중요한 요소이다.

 

셋째, 공동체를 이루는 영성. 성심 수녀들의 삶은 근본적으로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며, 모든 관계의 근본이며 원천인 성찬전례를 중심으로 자매수녀들을 불러모은다. 자매수녀들은 공동체 생활에서 자기 상처를 더 잘 인정할 수 있게 되고, 서로 용서하고 용서받는 것을 배우며, 공동체 안에 저마다 제자리를 찾아나가며, 다양성 안의 일치의 표지가 된다. 성심 수녀들의 이러한 공동체 영성은 가난한 이웃과의 연대감으로 확장되어 나간다. 개방된 자세로 이웃을 반기고, 소박한 방식으로 이웃과 더불어 삶을 나누는 친교의 공동체를 이루도록 한다.

 

창설자이신 성녀 소피이 바라께서는 예수님의 열린 성심 안에서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만나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기에, 예수 성심을 ‘관계 중심적 공동체의 근원’이라고 보았다. 성심수녀회 종신수녀들이 가슴에 달고 다니는 십자가는 이러한 예수님의 마음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하느님과 인간이 만나고, 모든 사람들이 서로 만나는 자리’, 참된 만남과 화해의 유일한 터전이 된다고 믿는 표시이다.

 

하느님은 바로 이러한 예수님의 마음을 통하여 ‘이 세상 전체를 하느님의 커다란 성찬의 자리’로 만드시어, 사람들이 삶에 필요한 밥과 말씀을 나누어 먹는 열린 식탁이 되게 하신다. 이 식탁은 초대교회 신도들의 생활에서 중요한 요소(사도 2,44-46)였을 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성심 수녀들이 이 세상에서 공동체를 이루는 영성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 김효성 젬마 - 성심수녀회 수녀. 한국 천주교 여자 수도회 장상 연합회 양성장 교육원장으로 있다.

 

[경향잡지, 2010년 1월호, 글 김효성 · 사진 성심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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