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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삶의 동반자, 부부: 자녀 앞에서는 싸우지 마십시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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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10-29 ㅣ No.592

[삶의 동반자, 부부] 자녀 앞에서는 싸우지 마십시오! 절대로!

 

 

아이 : 엄마! 토끼가 제일 좋아하는 게 뭐야?

엄마 : 그야, 당근이지!

아이 : 그럼 다람쥐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엄마 : 그야, 도토리지!

아이 : 그럼 엄마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엄마 : 그야, 바로 너지!

아이 : 그럼 엄마랑 아빠도 나를 먹을 거야?

엄마 : … …!

 

알고 보면 우리 부모들은 자녀들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경우가 참 많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양육의 주된 관심사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공부를 더 잘할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해서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을지에 혈안이된 나머지 정작 자녀들의 잠재력을 잘라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된 부모 역할

 

자녀양육은 부모가 문을 열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녀 스스로가 문을 잘 열 수 있도록 문에 문고리를 만들어주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는 부모 자신이 바라는 자녀의 모습을 억지로 끼워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주님이 보시기에 좋은 자녀로 기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참된 부모 역할의 핵심은 자녀가 마음껏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버지니아 사티어는 다음의 네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① 나는 나의 자녀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돕고 있는가?

②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게 돕고 있는가?

③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게 돕고 있는가?

④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게 돕고 있는가?

 

그런데 부부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때 자녀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부부가 날마다 자녀 앞에서 싸우며 서로를 불신하는 모습을 보일 때 자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부부가 서로를 비난하며 무시하는 태도를 보일 때 자녀가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부부가 하느님 보시기에 부끄러운 모습으로 살아갈 때 자녀가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문제를 가지고 태어나는 자녀는 하나도 없다. 문제는 …

 

이 세상에 선천적으로 문제를 가지고 태어나는 자녀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문제 있는 부부가 있을 뿐입니다. 자녀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부부가 평소 자녀들에게 어떤 삶의 모습을 보여주느냐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녀교육의 열쇠를 부모와 자녀간의 관계 안에서 먼저 찾으려 들지만 이는 잘못된 방법입니다. 가장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은 바로 자신의 부부관계입니다. 부부관계는 자녀가 만나게 되는 모든 인간관계의 모델이 됩니다.

 

부부관계가 좋은 부모를 둔 자녀들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자존감이 높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감성지수도 높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고, 하느님의 인간 사랑을 부모를 통해 몸소 체험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자녀의 진정한 행복을 원한다면 다음 사항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유를 불문하고 자녀 앞에서는 절대 부부싸움을 하지 마십시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아이들은 세상의 모든 일들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해가 뜨는 것도 자기 때문이고, 달이 뜨는 것도, 바람이 부는 것도, 엄마와 아빠가 부부싸움을 하는 것도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부가 아이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게 되면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나쁜 아이라서 엄마 아빠가 싸우는 거야!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쓸모없는 사람이야! 나 같은 아이에게는 하느님이 앞으로 벌을 주실 거야! 그래서 나의 인생에는 슬픈 일만 기다리고 있을 거야!

 

나만 없으면 엄마 아빠가 싸우지 않을텐데! 내가 그냥 사라져버릴까? 그나저나 세상 참 무섭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엄마 아빠도 저렇게 싸우는 곳이 바로 이 세상이구나!’

 

 

부부가 존중하면 아이의 자존감이 높아진다

 

반면 부부가 아이 앞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면 아이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 내가 잘해서 그런 거야! 내가 좋은 아이라서 엄마 아빠가 사이가 좋은 거야!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충분한 소중한 사람이야! 나 같은 아이에게는 하느님이 앞으로 상을 주실 거야! 그래서 나의 인생에는 기쁘고 행복한 일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내가 없으면 엄마 아빠가 싸우게 될지도 몰라!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해야겠다! 그나저나 세상 참 아름답다!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곳이 바로 이 세상이구나!’

 

결국 부부관계가 자녀의 ‘자아존중감’ 곧 ‘자존감’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자존감이란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나타내는 신념의 집합입니다. 자존감의 핵심 요소는 자기가 다른 사람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생각과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해낼 수 있다고 믿는 자신감입니다.

 

최근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자존감이 높을수록 학업 성취도가 높고,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뛰어나고, 리더십과 창의성이 뛰어나고, 삶에 대해 긍정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며, 육체적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확률이 훨씬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자존감이 낮을수록 학업성취도가 낮고,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리더십과 창의성이 부족하고, 삶에 대해 부정적이고, 자신감이 없으며, 육체적으로도 건강하지 못하고, 불행한 삶을 살아갈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이토록 중요한 자녀의 자존감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평소 자녀의 눈에 비친 부부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이유를 불문하고 자녀 앞에서는 절대 부부싸움을 하지 마십시오!”

 

 

싸울 수밖에 없다면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라

 

심지어는 잠을 자고 있는 갓난아기와 엄마 뱃속의 태아도 부모가 서로 싸움을 하게 되면 심장 박동수가 격하게 빨라지고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급격하게 상승하게 된다고 합니다.

 

아직 어려서 말을 못 알아들으니까 괜찮겠거니, 잠을 자고 있으니까 모르겠거니 하는 추측은 부모의 착각입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서로 다투게 되면 본능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되어 엄청난 불안과 압박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정서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게 될 뿐만 아니라 신체면역력을 떨어뜨려서 각종 질병의 원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본의 아니게 자녀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우선 자녀 때문에 싸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려줘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부부가 서로 화해하는 모습을 자녀 앞에서 보여줘야만 합니다.

 

특히 자녀가 열 살 이하의 어린이인 경우에는 부부가 서로 포옹을 하거나 악수를 하는 등 신체언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가며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자녀는 비로소 안심할 수 있습니다.

 

자녀 앞에서 싸우는 것도 피해야 하지만 자녀를 부부싸움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더더욱 금물입니다.

 

예를 들면 “너는 도대체 누구를 닮아서 그 따위로 행동하니?” “너는 못된 점만 네 엄마를 쏙 빼닮았구나!” “너는 어떻게 하는 짓이 네 아빠랑 그리도 똑같니?” “너는 커서 네 엄마 같은 사람은 되지 마라!” “너는 절대로 네 아빠 같은 사람하고 결혼하지 마라!”

 

글쎄요. 과연 나의 자녀는 누구를 닮았을까요? 앞으로 누구 같은 사람이 될까요? 그리고 누구 같은 배우자를 만나게 될까요?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 권혁주 라자로 -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부, 가족관계 프로그램 개발 연구원. 그동안 서울대교구 혼인강좌, 부부여정, 아버지여정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경향잡지, 2011년 10월호, 권혁주 라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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