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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장기기증 사례와 기증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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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11-09 ㅣ No.1101

[위령성월 특집 · 한마음한몸 장기기증센터 공동기획] 장기기증 사례와 기증방법


장기기증, 생명을 선물하는 거룩한 '사랑의 실천'



희망의 씨앗 심기 장기기증 '제가 하겠습니다 I DO' 캠페인에서 홍보 봉사자들이 김수환 추기경 사진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제공=한마음한몸운동본부.
 

죽으면 썩어 없어질 장기를 이식이 절실한 이웃에게 대가없이 주는 장기기증은 거룩한 '사랑의 실천'이다. 서울 한마음한몸운동본부(본부장 정성환 신부)를 시작으로, 한국교회 안에서 20년 이상 펼쳐온 장기기증운동은 2009년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 기증 이후 타오르던 불씨가 사그라질 위기다. 위령성월을 맞아 평화신문은 한마음한몸 장기기증센터(센터장 정현수)와 함께 장기기증으로 이웃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이들의 아름다운 사연과 장기기증 희망등록방법 등을 전한다.
 

사례
 
지난달 1일 학교 앞 건널목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이건영(13)군. 학교 앞에서 길을 건너던 이군이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오던 통근버스에 치인 것이다. 머리를 크게 다친 이군은 병원에 옮겨져 큰 수술을 몇 차례나 받았지만 결국 눈을 뜨지 못했다. 뇌사에 빠진 것이다. 이군 부모는 사람을 잘 따르고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돕고, 막냇동생 기저귀를 직접 갈아줄 정도로 착한 장남이 세상을 떠나면서도 좋은 일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 장기기증을 택했다. 이군 심장과 간, 췌장, 허파, 각막 등은 서울성모병원에서 모두 9명에게 전해졌다.

지난 6월 서울성모병원 로비. 중년 여성을 포함한 다섯 명이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무대에 섰다. 이날 행사는 1993년 6월 고 음태인(비오)씨에게서 장기를 이식받은 수혜자들이 마련한 음씨 20주기 추모 음악회. 당시 25세 젊은 의사였던 그는 강남성모병원 인턴으로 근무하던 중 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졌다. 음씨 장기는 다섯 명에게 전해졌고, 그의 장기로 건강을 회복해 새 삶을 살게 된 이들이 추모식을 연 것이다. 그가 전한 생명의 선물이 더 큰 사랑으로 자라 우리 사회에 작은 울림이 되고 있다.

 

 

국내 장기기증 현황과 과제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 자료를 보면, 2013년 6월 말 현재 국내 누적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 수는 모두 94만 6129명. 2006년 9만 729명이었던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는 해가 갈수록 줄어들어 2008년에는 7만 명대를 겨우 유지했다. 그러다 2009년 18만 5041명으로 급증했다. 이른바 '김수환 추기경 효과' 덕분이다.

그러나 김 추기경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010년 12만 4374명, 2011년에는 9만 4908명으로 내림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지난해에는 8만 7899명에 그쳤다. 불과 3년 만에 김 추기경 효과가 거의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장기이식 대기자(환자) 수다. 2006년 7614명이던 대기자 수는 2007년 9188명, 2008년 1만 715명으로 늘었고, 2012년에는 1만 9243명, 2013년 6월 현재 2만 4466명으로 불과 6개월 만에 5000명이나 더 늘었다.

반면 뇌사기증자의 장기이식 건수는 △2006년 141건 △2008년 256건 △2010년 268건 △2012년 409건으로 장기 이식 대기자 수에 크게 못 미친다. 이렇다 보니, 장기이식을 위한 평균 대기시간은 1년 5개월에 달하며, 이 시간을 견디지 못한 환자 1147명이 안타깝게도 매년 목숨을 잃고 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장기기증센터 정현수(요한 보스코) 소장은 "인구 100만 명 당 뇌사 기증자 수가 스페인은 35.3명, 미국은 26명, 프랑스는 24.7명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7.2명(이상 한국장기기증원 2011년 기준)에 그치고 있다"며 "장기기증이 사랑의 실천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많은 이가 참여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기기증에 참여하는 방법
 
장기기증운동은 인터넷으로도 손쉽게 참여할 수 있다. 한마음한몸 장기기증센터 누리방(www.obos3042.or.kr, 사진)에 접속, 메인화면 오른쪽 상단에 보이는 빨간색의 'I Do! 희망의 씨앗 심기 장기기증, 제가 하겠습니다'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그런 다음 휴대폰이나 공인인증서를 통해 본인인증 절차를 거친 뒤 이름과 주소, 연락처 등을 입력하면 된다. 문의 : 1599-3042, 한마음한몸 장기기증센터 [평화신문, 2013년 11월 10일, 이힘 기자]

 

 

[위령성월 특집] 한마음한몸 장기기증센터 정현수(요한 보스코) 소장


'생명의 꽃' 피우는 씨앗, 장기기증



인간의 몸은 한낱 흙이 되기엔 너무도 값지다. 죽을 때 그동안 잘 사용했던 육신을 누군가에게 선물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큰 은혜이자 사랑 나눔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2009년 2월 16일 선종하는 순간 각막기증을 통해 두 사람에게 빛을 안겨주고 떠났다. 김 추기경이 몸소 보여준 모범은 교회 안팎에서 장기기증 열풍을 일으키며 생명나눔운동의 거룩한 씨앗이 됐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장기기증 희망자 모집운동을 펼친 1989~2008년 3만 3303명에 불과했던 신청자 수가 선종 후 4년 동안 9만 1579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2013년 10월 현재 희망자 수는 12만 4882명으로 추기경이 남긴 희망의 씨앗이 풍성한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장기기증은 생의 마지막 순간 아무런 대가없이 자신의 기증 가능한 장기를 다른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제공하고 더 나아가 삶의 기회를 주고자 하는 사랑의 행위로,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이라 할 수 있다. 가톨릭교회는 그리스도인의 삶으로서 "죽은 뒤의 장기기증은 훌륭하고 칭찬받을 일이며 헌신적인 연대의 표징으로서 장려되어야 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296항)고 분명하게 가르치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1995년 회칙 「생명의 복음」을 통해 "전적으로 자신을 내어 줌으로써 생명의 복음을 선포하는 영웅적인 행위들 중 특히 칭찬할 만한 예는 바로 윤리적으로 합당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장기기증"이라고 말했다.

장기기증을 통해 이웃의 생명을 살리는 일은 하느님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일이기에 교회는 아무런 대가없이 순수하고 희생적 사랑의 정신과 윤리적으로 합당한 방식으로 행해지는 장기기증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장기기증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이 많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먼저 장기기증은 사망하면 무조건 기증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장기기증은 '뇌사(腦死)' 시에만 가능하다. 불의의 교통사고와 뇌질환, 심장마비 등으로 뇌사했을 때 기증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장기기증 희망 등록'이고, 실제 뇌사로 사망해 기증하는 것이 '장기기증'이다. 일반적으로 심장과 호흡이 멈추는 심(心)정지사나 자연사일 때는 안구(각막)만 기증 할 수 있다.

물론 살아있을 때도 신장 또는 간 일부를 타인에게 기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체기증은 주변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동의가 어렵고, 어떠한 형태로든 기증의 대가가 주어지는 경우가 있으며, 음성적 장기매매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 드물지만 이식제공자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등 윤리적 기준을 합당하게 충족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한국 가톨릭교회는 생체기증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또 다른 오해는 장기기증과 시신기증의 혼동이다. 장기기증은 생의 마지막 순간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아무 조건 없이 자신의 일부를 내어주는 것이다. 시신기증 또한 사망 후에 아무 대가없이 모든 것을 내어 주는 것이기는 하나, 기증 목적이 의료연구와 같은 의학발전에 이용된다는 점이 다르다. 따라서 시신을 기증하고자 하는 사람은 가까운 의과대학에 연락하면 된다. 시신기증을 약속한 이는 장기기증을 함께 할 수 없으며, 사후 안구기증만 가능하다. 이는 의학연구를 위해 장기가 온전히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생명존중 의식을 확산하고 생명을 수호하는 일은 교회의 본질적 사명이다. 교회는 합당한 방법으로 행해지는 장기기증을 적극 권고한다. 우리 몸과 생명은 하느님께서 주신 사랑의 선물이며, 장기기증은 선물로 받은 하느님 사랑을 꼭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선물로 주고 떠나는 숭고한 사랑의 행위다. 위령성월을 맞아 신앙의 해를 마무리하며 많은 신앙인이 생명나눔운동에 적극 참여하길 희망한다. [평화신문, 2013년 11월 10일]

 

 

[위령성월 특집] 서울성모병원 간이식 수혜자 김연정(가명, 39)씨 사연


"주신 생명 귀히 여기고 감사의 삶 살겠습니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난치병 환자들에게 생명보다 더 큰 선물이 있을까. 이름도 모르는 낯선 이에게 선뜻 '새 생명'을 선물 받은 이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까. 위령성월을 지내며 장기를 기증받아 새 삶을 얻게 된 이의 글을 소개한다.


"간 이식 준비하셔야겠습니다."
 
담당 의사 선생님의 이 말 한마디에 온몸에 기운이 전부 빠져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2012년 11월 간경화라는 진단을 받고, 바로 입원하지 않으면 몇 달 못 견딘다는 말보다도 '간 이식'이란 말이 무슨 사형선고처럼 들렸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누구에게 기증해 달라고 말할 것인가? 부모님은 연세가 많으시고, 남동생은 한국에 없고, 설령 있다 해도 직장에 다니는 가장에게 부탁하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래저래 마음만 심란할 뿐 선뜻 누구에게도 부탁하기 어려웠고 부탁하기도 싫었습니다. '뇌사자 장기이식을 기다린 지 몇 년째인데 차례가 안 온다.' '차라리 중국으로 가라. 거기 가면 바로 수술할 수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마음속을 더 어지럽게 했습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다른 한구석에서는 반쯤 포기한 채 주변 정리를 해나갔습니다. 알코올성이나 AㆍBㆍ C형 간염도 아닌 희귀성 난치병인 자가면역성 간염이라 그런지, 몸은 급속도로 나빠져 몇 달간 입ㆍ퇴원을 반복하고 응급실에 몇 번씩 실려갔습니다.

하지만 단 하루를 살더라도 안 아프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뇌사자 간이식을 결정하고 검사를 하던 중 중환자실로 이송됐습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2주. 이 2주 안에 장기기증이 이뤄져야 살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지난 8월 28일, 제가 이식을 받을 수 있다고, 오늘 당장 수술에 들어가니 부모님께 연락하라고…. 정신없이 수술 결정이 내려지고 이식수술을 받은 뒤, 장기이식 중환자실에서 눈을 뜨고 어머니 얼굴을 보니 그동안 쌓여왔던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 같았습니다. 얼마나 울었을까요, 그제야 내가 살았다는 감사함과 나에게 '간'이라는 귀한 장기를 주고 가신 그분께 너무너무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그 고마움을 어찌 말로 글로 다 할 수 있겠습니까?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곳에 가셔서 편히 쉬세요." "주신 생명 귀히 여기고 좋은 일 하며 살겠습니다." 정말 이 생각을 수천 번 했습니다. 수술 뒤에 만난 이식 환우들과 담소를 나눌 일이 있었습니다. 이식 환우들의 공통적 특징은 본인들에게 덤으로 주어진 삶을,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 역시 내 생명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장기를 주신 그분 몫까지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몇 년 전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습니다. 본인이 아무리 신청을 해놓아도 가족의 찬성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저희 어머니께 미리 얘기해 놓았습니다. 몇 년 전에는 그리 화를 내시더니 지금은 기꺼이 그리하겠노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만약 제 몸이 다른 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훌륭한 봉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 살아갈 새 생명을 주신 그분과, 저의 수술을 집도해주신 의사 선생님과 제 담당 의사 선생님, 코디네이터 선생님 그리고 저희 어머니께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평화신문, 2013년 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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