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ㅣ복음화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예비신자 교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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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3-11 ㅣ No.387

[문화영성 산책]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예비신자 교리교육

 

 

2014년 교황 방한으로 한국 천주교회는 대사회적인 긍정적 이미지를 공고히 하며 복음의 열정과 기쁨을 찾는 듯하였다. 하지만 성사 생활과 단체 활동, 신앙 교육은 감소하고 있음이 교세 통계 지표(2014)로 나타났다. 미사 참례율은 20.7%로 신자 5명 중에 1명만이 정기적으로 미사에 참여하는 실정이어서 10%대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영세자는 꾸준히 늘어나지만 냉담교우는 그 이상으로 증가하고, 신자들은 점점 편한 신앙생활을 선택하고 있다. 교회 공동체에 소속은 되어 있지만 복음적 실천이 결여된 신자들, 사회교리를 잘 모르거나 아예 거부하는 신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교회가 당면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를 제대로 실천해야 한다. 새로운 복음화가 가장 시급히 요청되는 분야는 예비신자 교리 교육이다. 왜냐하면 현재 예비신자 교리교육의 패러다임은 교세 확장을 위한 양적 선교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그리스도인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적 선교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비신자 교리의 목적이 영세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이웃과 함께 사랑과 정의, 회개와 용서, 희생과 봉사, 우정과 친교 등을 나누고 실천하는 삶으로 변화시키도록 이끌어주는 데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양적 선교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개인 구원에 대한 신앙에는 철저하면서 사회 구원에 대한 신앙 실천은 외면하거나 귀찮아하는 경향이 짙다.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예비신자 교리교육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예비신자를 회개로 이끌어야 한다. 교리 시간은 예비신자가 새 사람이 되고 새 삶을 살아가도록 안내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세례받기 전(before)과 후(after)의 삶에 ‘자기복음화’가 되도록 예비신자 교리교수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양적 선교에 초점을 맞출 때 예비신자는 단지 가톨릭 교회의 교리를 배우는 사람으로, 교리 시간은 교회의 가르침과 계명을 지적으로 풀이하는 시간으로 간주된다.

 

본당에서 실시하는 예비신자 교리 교육은 대부분 예비신자를 교리를 배우는 사람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주입식 전달 교리 방식을 취한다. 결과적으로, 예비신자를 대상으로 찰고를 할 때 대다수가 그동안 무엇을 배웠는지 기억해내지 못한다. 수많은 교리 내용과 낮선 용어들이 주입되어 그들의 머리와 가슴에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민 신부님이 다음과 같이 주장한 적이 있다. “교리서는 마땅히 유럽 중심의 교의 중심에서 한국인의 심성에 맞는 삶의 교리서로 바꾸어야 한다.”

 

교리시간이 지식의 전달을 넘어 그리스도교의 삶을 알리는 삶의 교리, 생활교리가 되어야 한다는 요지다. 교리를 가르치는 사람이 머리로만 신앙을 심어주기 때문에 배우는 사람 역시 교리가 어렵고 뒤돌아서면 다 잊어버린다. 만약에 예비신자 교리교재를 삶의 교리서로 바꾼다면 예비신자는 교리에 수동적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체험하는 수용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참여와 체험의 교육으로써 ‘생활 속의 교육방식’ 즉, 신앙생활에서의 체험을 미리 직접 해보는 방식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하루 봉사 체험’(은평마을, 노인복지관 주방, 벽제 애덕의 집 등) ‘성지순례’(절두산 성지, 서소문 성지, 배론성지 등) ‘하루 피정’(주일 오후 시간을 이용하여 본당 혹은 피정의 집에서) ‘별도 주일미사’(주일 오후 시간을 이용하여 예비신자들과 별도로 미사하면서 미사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함) 등 이러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예비신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할 때 교리기간 중 가장 인상적이고 잊히지 않는 시간으로 남아 영세 후에도 그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또한 위에서 언급된 이제민 신부님의 주장은 예비신자 교리교육의 토착화와 연계된다. 사실 현 예비신자 교리교재의 커리큘럼 순서와 교리 전수 방식은 한국식으로 토착화되지 않아 교리 이해의 효율성이 매우 떨어진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교리 교재는 하느님 이해하기부터 시작한다. 창조주이신 하느님을 믿고 고백하도록 이끌어내려 하지만 갓 입교한 예비신자들에게는 그분을 이해하기가 버겁다. 성경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되찾은 아들의 비유 이야기를 통해 하느님을 이해시키려고 하지만 비유 이야기 역시 낯설다. 왜냐하면 한국인들에게 하느님 개념이 생소하기 때문이다.

 

가톨릭 교리 교육과 그에 따른 교재는 그리스도교 국가에 대부분이 속한 유럽인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즉 유럽인에게는 하느님 개념과 성경 이야기는 마치 한국인에게 부처님과 불교 용어가 익숙하듯이 낯설지 않다. 이런 이유로 유럽에서 발행된 교리교재를 번역해서 한국교회가 사용하는데, 토착화되지 않은 교리 내용과 순서를 수용자인 한국 예비신자가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더군다나 최근 일상의 영성이 강조되면서 일상에서부터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하는 ‘아래로부터의 영성’이 요청된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제대로 된 예비신자 교리교육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예비신자 교리교재의 내용과 커리큘럼 순서를 예비신자들의 일상에서의 체험에서 시작하여 하느님을 찾는 방식으로 토착화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예비신자 교리교육은 반드시 사회교리를 다루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부와 권력의 집중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경제적 불평등으로 소외되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느님이 주신 인권을 누구나 누려야 하고, 공동선을 실현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신자들조차 이를 외면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미미하다. 또한 소비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앙인으로 살기에 너무도 많은 유혹과 욕망에 빠져 죽음의 문화 속에 휩쓸려 하느님을 잃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예비신자들에게 사회교리를 교회 지침이나 지식으로가 아닌 삶과 생활사례로 느끼고 체험하게 해야 한다. 필자는 본당에서 예비신자 교리 커리큘럼에 사회교리를 두 번을 할당하고 있고, 그 교리 시간에 사회교리를 반대하거나 원하지 않는 예비신자가 있다면 아예 세례를 받지 말도록 강하게 언급한다.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예비신자 교리교육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친교시간이다. 교회 3대 직무로 케리그마(복음선포), 디아코니아(봉사), 코이노니아(친교)를 꼽는다. 이 중에 가장 우선적으로 실천해야 할 것은 코이노니아이다. 어느 공동체나 단체가 잘 되려면 서로 친교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예비신자 교리교육도 마찬가지다. 친교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복음 선포와 봉사활동이 잘 수행되기 어렵다.

 

필자는 예비신자가 입교한 후 한 달 전후로 친교의 날을 가져서 야유회를 그들과 함께 다녀온다. 야외에서 함께 모여 자기소개와 게임, 식사를 하면서 서로 알게 되고 친해지는 기회가 된다. 한 번은 야유회 이후 예비신자들끼리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는 소식도 들은 적이 있다. 가정에 신자가 있으면 괜찮지만 아무도 없이 혼자 다니는 예비신자들은 기댈 곳이 없기 때문에 이 같은 친교의 날은 예비신자 때뿐만 아니라 영세 후에도 영세동기로 만나고 함께 하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한국천주교회가 직면한 위기 상황은 새로운 복음화 실천으로 타개해야 한다. 다양한 분야를 통해 그 실천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가장 급한 분야는 예비신자 교리교육이다. 이제는 세례를 줄 때 여러 면에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예비신자가 세례 받기 전까지 회개에 이르게 하고 또한 사회교리를 제대로 실시하기 위해서는 현재 시행하는 6개월 기간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8개월 혹은 그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또한 교리교재를 한국식으로 토착화해야 하고, 예비신자를 수동적 수용자로 대하는 주입식 교리가 아닌 참여와 체험의 교육이 되어야 한다. 급변하는 시대에 교회도 변해야 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필요하다.

 

[평신도, 2015년 겨울호(제50호), 김민수 이냐시오(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서울대교구 불광동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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