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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운동 단체: 한국가톨릭농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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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7 ㅣ No.2

[한국교회 가톨릭운동단체 전망한다] (11) 한국가톨릭농민회


흙 사람 자연 살리는 생명의 공동체



한국의 농업, 농촌, 농민에 대해 얘기할 때 가톨릭농민회를 빼놓을 수는 없다. 그만큼 한국 농업, 농촌에서 가톨릭농민회가 차지해온 위상은 높다.

 

한국가톨릭농민회(회장 송남수, 지도 유영일 신부, 이하 가농)는 한국 농업의 흐름과 맥락을 같이하면서 농민들이 사는 세상 한가운데서 농민 권익 옹호와 농촌 안팎의 반 생명적, 반 공동체적, 반 인간적 요소에 대항하며 인간다운 공동체를 건설하고자 노력해왔다.

 

가농이 창립된 1966년 당시 한국 인구는 2916만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농가인구가 절반(54.1%)이 넘는 1578만명이었다. 34년이 지난 2000년말 현재 농가인구는 403만명으로 전체 인구(4599만명)의 8.8%로 뚝 떨어다. 지난해 농가인구는 더 줄어  359만명이었다.

 

농가인구 감소 외에 농가부채도 심각하다. 현재 농가부채는 가구당 2000여만원이다. 이 부채는 젊은층이 떠난 농촌에서 그래도 농사를 짓겠다는 주된 영농층인 30~40대 젊은 농민들에게 집중돼 있어 더 큰 걱정이다. 식량 자급률도 26.7%에 그치고 있다.

 

산업화에 따른 이농현상과 농업희생 정책이 계속되면서 이제는 농업개방이라는 더 큰 파고가 밀어닥쳐 농업, 농촌은 붕괴 직전이다. 농촌의 앞날은 암담하다. 농촌, 농민과 함께해온 가농도 전망이 밝을 수 없다. 하지만 희망을 가져야 한다.

 

가농의 활동을 전망하기에 앞서 이 땅 농민운동을 주도해오면서 ’현장교회’로서 농촌사회 복음화에 기여해온 지난 활동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올해 창립 37년을 맞는 가농은 초창기엔 모범 농촌청년 육성과 농사기술 개발, 협동교육과 신앙교육 등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70년대 이후 정부의 공업 위주 성장정책에 따라 농업·농민이 구조적으로 희생당해 왔음을 인식하면서 농민운동으로 방향을 전환해 농업·농민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나섰다.

 

사회운동이 억압된 당시 상황에서 첫 전국 조직의 틀을 확립해 농민운동에 앞장선 가농은 민간단체 최초로 소작 실태 조사와 쌀 생산비 조사 및 서명운동을 실시하고, 77년 함평 고구마 사건을 계기로 세상 한가운데 그 모습을 확연이 드러냈다.

 

그후 △ 농협조합장 직선제 백만인 서명운동 △ 농축산물 수입 반대활동 및 소값 피해보상운동, △ 농가부채 해결 운동, △ 수세 거부 및 고추 제값받기 운동 등 70~80년대 농민운동을 이끌면서 농민들의 권익과 이 땅 민주화를 위해 애써왔다.

 

이 운동 과정에서 가톨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사회에 심어주고, 비신자들이 가농 회원으로 참여해 자연스럽게 입교로 연결됐다.

 

하지만 이같은 사회운동 속에서 뭔가 ’생명성’ 부족을 느껴 근본적 사회 변혁의 길을 모색하던 가농은 88년 고추 제값받기와 수세 폐지 운동을 통해 농민운동단체의 역량이 하나로 집결되자 전국농민회 총연맹이라는 대중 조직을 출범시키면서 90년초 방향을 재정립했다. 그것이 사람과 구조를 함께 변화시켜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대안운동인 ’생명공동체 운동’(생명운동)이다.

 

가농은 이 생명운동의 맥락에서 한살림, 우리밀살리기운동, 귀농운동본부를 탄생시켜 민간운동 단체로 독립시켰고, 교회 안에서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범 교회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농민들이 땅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생명농업을 실천하면서 이 생명의 농산물을 매개로 도시 생활자와 만나 도농이 함께 어울려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도농 조직과 직거래 연대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생명운동은 가농의 과거 운동과 달리 현장 생활공동체 중심의 운동이다 보니 농민 회원들 사이에 혼란이 생겨 이농으로 농촌마을이 사라지면서 없어져간 가농의 기본 조직인 ’분회’가 더 축소되기도 했다.

 

다행히 교구 단위 우리농운동이 성장함에 따라 직거래 활동이 늘고, 이에따라 생명농업을 하는 생산 농민도 증가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분회 성격의 마을공동체 건설이나 작목반 조직도 조금씩 늘고 있다. 하지만 예전의 가농 ’명성’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다.

 

이제 가농의 미래는 생명운동을 얼마나 활성화하느냐 하는 문제에 달려 있다. 생명운동을 실천하는 현장은 가농의 기본 조직인 마을 단위 분회다. 마을 단위 분회가 활성화되면 농촌마을 신앙공동체의 기본인 공소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생명운동에 대한 확고한 의식을 가진 농민들의 참여가 늘어야 한다.

 

하지만 생명운동은 의식 자체를 바꾸는 실천운동이어서 농민들의 참여가 쉽지 않다. 유기농으로만 농사짓는 것이 생명운동의 목적은 아니지만 유기농 농사 참여를 유도하고 그 정신을 심어주는 현장 교육이 강화돼야한다. 생명 농산물 공급이 확대될수록 그만큼 참여 농민은 늘어날 것이나 자칫 물류에 치우치게 돼 생명운동의 기본 정신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와 정신의 문제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느냐하는 고민도 풀어가야 할 숙제다.   

 

가농 활동은 90년대 초반까지 지속됐던 외국교회의 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 외원이 끊기면서 가농 활동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재정 문제도 현실적 어려움이다. 가농이 충남 금산에 폐교를 매입해 설립한 ’생명학교’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안운동으로서 생명운동으로 방향을 전환, ’좋은 몫’을 택한 가농이 갈수록 힘겨운 농촌현실에서 이 운동 정신을 제대로 확산시켜 자리매김을 하기까지에는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다. 하지만 초창기처럼 고위 성직자 등 교회 지도층의 적극적 관심은 가농 활동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 전체인구 대비 농가인구 감소

 

1966년 전체인구 2916만명   농가인구 1578만명

1970년 전체인구 3144만명   농가인구 1442만명

1975년 전체인구 3468만명   농가인구 1324만명

1980년 전체인구 3741만명   농가인구 1083만명

1985년 전체인구 4042만명   농가인구 852만만명

1990년 전체인구 4339만명   농가인구 666만명

1995년 전체인구 4455만명   농가인구 485만명

2000년 전체인구 4599만명   농가인구 403만명

2002년 전체인구 4764만명   농가인구 359만명

 

 

가농 송남수 회장 인터뷰



한국가톨릭농민회 송남수(라우렌시오) 회장은 "가농은 기도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아닌 다른 농민을 위해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단체이기에 교회 조직이면서도 여타 신심단체와 다르다"고 가농의 성격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특히 가톨릭 신앙의 바탕 위에 농민운동을 해오면서 지도적 역량을 발휘해왔기에 가농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지속적이고 크다고 덧붙였다.

 

송 회장은 과거와 같은 운동으로는 현실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농은 미래 지향적 대안운동으로 ’생명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힌 송 회장은 이 생명운동을 전개하면서 환경농업 문제를 비롯한 농업의 정책적 문제를 함께 풀어가기 위해 농민단체와 연대해 환경농업단체연합회과 대중조직인 전국농민연대를 출범시키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교회가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전개하면서 생명산업인 농업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교회는 농촌과 유리돼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도시 교회 중심으로 움직이지, 농촌 교회 중심이 아닙니다. 정부가 농업·농촌을 외면했을지라도 교회만큼은 농촌 교회에 대해 소홀하지 않았어야죠. 교회가 공소살리기 등 농촌교회 문제에 앞장섰다면 국가 정책으로도 반영되지 않았을까요."

 

농촌과 농촌 교회에 대한 교회 관심을 먼저 촉구한 송 회장은 국제 개방화 시대에 준비성 없는 정부 정책도 질타했다.

 

"정부는 대세만 논할 뿐 철저한 준비를 하지 못했어요. 93년 우르과이라운드 협상 때부터 개방화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하다 보니 더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이라도 국내 농업 보호 정책을 펴야 합니다. 농업 개방으로 얻은 이익을 손해보는 농민에게 보상해야지요."

 

’선 대책 후 개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송 회장은 특히 농민 회원들에겐 가농은 일반 농민단체와 달리 신앙을 바탕으로 한 단체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생명농업을 위해 자기 희생이 따르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고 농촌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생명운동 활성화시키려면

 

가톨릭농민회가 현재 실천하고 있는 생명운동을 활성화시키려면 의식을 가진 농민들의 참여가 우선적이다. 이와함께 도시 생활자의 관심도 절대적이다. 이제는 농업·농촌의 문제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가농이 생산자로 있는 우리농운동에 참여하는 도시 생활자가 늘어날 때 생명운동을 실천하려는 농민 생산자도 늘어날 것이다. 각 교구 단위 우리농운동에 참여해 우리 식탁을 생명 농산물로 차리고 그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촌 현장을 방문하는 등 도시 생활자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 각 교구 우리농 및 가농 연락처

 

우리농 전국본부  02-2635-6493~4(한국가톨릭농민회)

서울 우리농   02-727-2275~6 / 02-2068-0140(물류)

인천 우리농   032-812-0561~2(매장)

수원 우리농   031-258-4342 / 031-255-4008(물류)

원주 가농      033-744-2341

청주 우리농   043-250-9484 / 043-256-9484(직판장)

대전 우리농   042-626-3152/3211

전주 우리농   063-224-4205

광주 우리농   062-373-7185 / 062-373-6185(되살이)

안동 가농      054-843-0127

대구 우리농   053-474-0124

마산 우리농   055-266-8230(물류)

부산 우리농   051-331-6735~6

제주 우리농   064-732-6287

 

[평화신문, 2003년 11월 16일, 이연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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