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토)
(백) 부활 제5주간 토요일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윤리신학ㅣ사회윤리

세상의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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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규 [mugeoul] 쪽지 캡슐

2001-03-07 ㅣ No.216

  "나는 분명히 말한다. 사람들이 어떤 죄를 짓든 다 용서받을 수 있으나 성령을 모독하는 사람은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것이며 그 죄는 영원히 벗어날 길이 없을 것이다"(마르 3,28-29). 예수 그리스도의 이 말씀은 성령의 의미를 새겨 봄으로써 보다 확연해질 것이다. 성령이란 하느님의 숨결 곧 하느님의 생명인 동시에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불어넣으신 숨결, 곧 인간 안에 살아 숨쉬는 하느님의 생명이니 결국 성령을 모독하는 죄란 생명을 모독하는 짓이라 할 수 있다. 생명은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다 주신 가장 고귀한 선물이며 특히 그분에 의해 창조되고 구원받고 완성될 인간의 생명이란 더욱 지고의 가치를 지닌 것이니 그러한 생명을 모독하는 짓이란 얼마 마한 죄가 될 것인가. 그런데 이 시대야말로 생명의 죄가 ’세상의 죄’라 할만큼 뿌리깊고도 광범위하게 만연되어져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생명의 가치와 질을 떨어뜨려 생명을 생명답지 않게 만들어 사회 전반을 황폐화시키는 비인간적이고도 반생명적인 죄악들하며, 모두를 비정상적으로 몰아 넣는 이기주의의 장벽에 의해 빚어진 계층 지역간 갈등 및 온갖 소외증후군의 병폐들, 특히 어느 곳도 아닌 바로 모태에서 자행되고 있는 태아살해(낙태)에 의한 산아제한과 같은 생명 자체를 거부하는 죄에 이르기까지 지금 우리 사회는 생명이 그 존립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인간의 탐욕은 기어이 자연까지 오염시켜 생태계를 뒤틀리게 하고 환경파탄을 초래하고 있으니 과연 예언자 호세아의 절규 그대로의 현실이 아닌가. "이 땅에는 사랑하는 자도 신실한 자도 없고 이 하느님을 알아주는 자 또한 없어 맹세하고도 지키지 않고 살인과 강도질은 꼬리를 물고, 가는데 마다 간음과 강간이요, 유혈참극이 그치지 않는다. 때문에 땅은 메마르고 주민은 모두 찌들어 간다. 들짐승과 공중의 새도 함께 여위고 바다의 고기는 씨가 말라 간다"(호세 4,2-3).

  왜 이렇게 되었는가. 그것은 한마디로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느님께 대한 반역의 결과이다. 당신이 창조하신 이 세상 생명을 가져다주려 몸소 오시는 하느님,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우리를 위하시는 하느님의 그 사랑을 거부하고서 오히려 하느님을 버리면서까지 자신만을 위하려는 그릇된 사랑(성 아오스딩), 곧 생명의 고유원리인 공동체성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면서까지 본 모습마저 상실한 채 자신과 세상 심지어는 우주적 질서까지 병들게 만든 인간. 생명체인 인간이 생명 그 자체이신 하느님을 배척하는 자가당착 속에서 어찌 생명이 온전케 될 수 있으랴. ’신이 죽었다’고 외치는 그 순간 인간도 함께 죽어 버린 것이다. 사실 인간의 죽음은 영혼의 죽음이다. 이 시대의 비인간화도 우리 사회의 반영성적 흐름을 반증해 줄 따름이다. 그리하여 원초적 회귀가 요구된다. 가치관의 재정립이야말로 생명수호의 첩경인 까닭이다. 참됨을 잃어버려 텅비어버린 우리 중심에 하느님의 자리를 다시 마련함으로써 생명의 보금자리도 마련되어지고 또한 우리의 생명도 온전케 될 수 있으니, 바로 하느님의 길이 생명의 길이요 동시에 인간의 길인 것이다. 참으로 사도 바울의 말씀대로 성령의 지도를 따라서 살아가야(갈라 5,25)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마음과 정성과 힘을 다해 내 몸과 같이 생명을 사랑하라는 계명에 충실함으로써 하느님의 생명력에 의해 자신과 이웃 모든 피조물과의 원죄적 부조화에서 해방되어져, 하느님을 아버지로 하여 모두가 한가족 되는 성령적 일치를 이루게도 될 것이다. 물질주의의 가라지가 무성하기 만한 지금 이 시대에 우리 하나 하나는 생명의 밀 알이 되어 그리스도의 영성의 밀을 심어 나가도록 해야 한다. 생명을 지키고 키우고 살리며 우리 사회를 생명 지향의 인간화된 복음적 공동체로 새롭게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오소서 성령이여, 믿는 이들의 마음을 충만케 하시어 그들 안에 사랑의 불을 놓으소서, 당신 얼을 부어 주시어 온 누리를 새롭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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