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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과 협동조합 (상) 한국 가톨릭 협동조합운동과 사회적 기업 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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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2-15 ㅣ No.207

그리스도인과 협동조합 (상) '한국 가톨릭 협동조합운동과 사회적 기업' 심포지엄

상생의 길 이끌어갈 협동조합 지도자 양성 시급



갈수록 심해지는 부의 양극화 현상, 고용 없는 경제성장과 높은 실업률, 이윤 추구만을 목적으로 하는 대기업의 무자비한 행태 등으로 불거진 세계 경제위기는 현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리적 가치를 바탕으로 조합원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영하는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자본주의 경제의 취약성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협동조합임을 재인식한 것이다. 유엔(UN)이 올해를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정하고, 정부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을 시행했다. 하지만 협동조합이란 용어 자체를 낯설어하는 이들이 많다.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와 협동조합 기본법 실행 의미를 2회 보도한다.
 
첫 순서로 카리타스 사회적기업지원센터(소장 윤경중)가 6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개최한 '한국 가톨릭 협동조합운동과 사회적기업' 심포지엄 내용을 전하고 교회의 대표적 협동조합운동을 소개한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김영주(아우구스티노, 무위당만민회) 회장이 기조강연을, 김기태(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이 주제 발표를 했다. 임용환(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 신부와 최혁진(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본부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협동조합은 사람 위주의 공동체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솔샘일터, 조합원들은 조합의 조직자이며 이용자이며 경영자다. 조합원들이 제의와 수도자 옷 등을 만들고 있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강원도 원주지역 협동조합운동의 산증인인 김영주 회장은 "협동조합은 산업혁명 이후 자본의 노예로 전락한 사람들이 모여 가난을 극복하고 인간답게 살고자 조직한 모임으로 시작됐다"며 "함께 자본을 출자하고 운영하며 이윤을 나눈다"고 말했다. 주식회사와 같이 투자자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고, 조합원의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 위주의 공동체다. 한국교회에는 명동신협과 명례방협동조합이, 사회적으로는 농협과 축협이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 개개인이 주인이다. 주식회사의 1주 1표는 원칙은 주식보유량에 따라 의결권이 있지만, 협동조합은 출자규모에 상관없이 1인이 1표를 행사한다. 사람이 돈에 휘둘리지 않는다.
 
사람이 중심이다 보니, 사람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김 회장은 "조합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보 정신과 조합원 교육"이라며 "조합원들이 조직 운영을 위한 다양한 지식을 쌓고, 힘을 모아 활동할 때 조합이 발전한다"고 말했다. 조합원 간의 양보와 배려가 필요한 대목이다.
 
빈민사목위원회 역시 서울 선교본당을 중심으로 실업을 극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의미로 협동조합 운동을 벌였다. 교회 전례복과 생활 한복, 김치, 도시락, 재활용품 등 다양한 제조분야에서 조합이 결성됐지만, 현재 3곳만 남았다.
 
임용환 신부는 "성공한 협동조합의 공통점은 조합원들이 교육을 통해 그 정신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데 있다"며 "조합원을 발굴하고 협동조합 정신에 맞게 키워 가는 게 협동조합 지속성의 열쇠"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정신은 교회 가르침과 맞는다. 「간추린 사회교리」는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은 일부 사람의 개인적 이익만을 추구하면 안 된다"(339항 참조)고 지적하고 있다. 노동의 가치를 증진하고 개인과 사회의 책임의식, 민주적 삶, 시장과 사회 발전을 중요시하는 협동조합 정신은 이러한 가르침의 좋은 예다.
 
김 회장은 '협동'이 갖는 의미가 크지만 사회에서는 이러한 정신이 사라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경제논리가 사회를 지배하고 이기주의가 판치는 현 시대에서 가장 협동을 잘 하는 부류가 오히려 재벌"이라고 했다. 대기업은 대형공사 수주 시 발빠르게 컨소시엄을 구성해 협력하며 부를 축적한다는 것워다.

- "협동조합운동에 헌신할 인재를 양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임용환 신부가 빈민사목위원회의 협동조합운동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 회장은 "자본만이 우선시되며 나와 더불어 사는 이웃이 없는 사회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며 "젊은이들에게 협동과 양보 정신을 심어주고 이웃은 '남이 아닌 또 다른 나'라는 인식이 확산될 때 모두가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의미

협동조합기본법은 협동조합을 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나눈다.
 
협동조합은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ㆍ생산ㆍ판매ㆍ제공 등을 협동으로 하여, 조합원 권익향상과 지역 사회 공헌을 목적으로 한다. 사회적협동조합은 협동조합 중 지역주민의 권익ㆍ복지 증진과 관련된 사업이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이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김기태 소장은 "기본법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5명 이상의 발기인이 모여 창립총회와 등록을 하면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다"며 "자본금 제한 규정도 없으며, 신용사업과 보험사업을 제외한 어떤 사업이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등에 치여 생존권을 위협받는 지역 영세상인들도 조합을 설립하고 물품 공동구매와 홍보, 판로개척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물론,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으로 협동조합의 미래가 활짝 열린 것은 아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차별화된 사업안 마련이 필수다. 국가가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수준의 지원 역시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안정적 판로 개척과 적극적 홍보도 병행해야 한다. 특히 협동조합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갈 지도자 양성이 시급하다.
 
최혁진 본부장은 "몬드라곤은 인재양성을 위한 지속적 교육을 통해 지도자들을 배출하고, 협동조합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며 "한국교회도 협동조합 발전의 근간이 되는 인재를 발굴해 교육한다면, 협동조합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몬드라곤은 스페인 바스크지역 도시 이름이며, 돈 호세 마리아 신부 주도로 1956년 시작된 협동조합을 일컫는 말이다. 노동자들이 회사를 소유하고 경영 전반을 관리ㆍ감독하고, 세계 77개 생산공장을 둔 대기업으로 성장하며 이른바 '몬드라곤의 기적'을 일궜다.


교회의 협동조합운동 - "협동조합운동은 곧 복음정신의 실천"


가톨릭교회는 다양한 협동조합운동으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 정신을 구현해왔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명례방협동조합과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 갈거리공동체 등이 대표적이다.
 
4700만 원이던 명례방협동조합 출자금은 2011년 말 현재 6억 4064만여 원으로 불어났다. 출자금 대부분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대출금으로 사용된다. 은행 문턱이 높은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됐다. 협동조합 원칙에 맞게 조합원을 위한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교육은 대출 상환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2004년 설립된 갈거리공동체는 노숙자 자활목적으로 생긴 협동조합이다. 노숙자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저소득층 조합원 280여 명이 1억 4000여만 원을 출자했다. 대출금은 소액창업이나 난방비, 자녀학자금, 의료비 등에 요긴하게 쓰인다. 대출 상환율은 95%로 높다. 공동체 의식 고양을 위한 교육 등의 효과다.
 
이러한 협동조합의 활동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리 가브리엘라(메리놀수녀회) 수녀를 비롯한 부산 메리놀병원과 성분도병원, 가톨릭구제회 직원들, 부산 중앙본당 신자 27명이 한국에서 민간 차원의 제1호 신용협동조합을 만들었다. 2개월 뒤 장대익(선종) 신부도 서울대교구 신자들 주축으로 가톨릭중앙신용조합을 설립했다.
 
원주교구는 1967년 협동교육연구원을 설립, 일찌감치 협동조직운동에 눈을 떴다. 농민과 소비자를 하나로 묶기 위한 소비자 협동조합운동을 광산지역과 농촌지역 중심으로 펼쳐 갔다. 이어 도시 소비자와 농촌 생산자를 묶는 원주 소비자 협동조합(현재 원주 한살림)을 창립했다.
 
김영주 회장은 "과거 어려운 시절 교구를 중심으로 한 협동조합운동과 의식개혁을 위한 교육은 교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며 "이웃과 손을 잡고 함께 간다는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은 결국 복음정신 실천과 그 뜻을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신문, 2012년 12월 16일, 백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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