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동반자, 부부] 가정경제 - 돈, 돈, 돈

어느 날 한 처녀가 길에서 요술 램프를 주웠습니다. 램프를 문지르니 램프의 요정이 나타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가씨! 소원을 말씀하세요. 한 가지만 들어주겠습니다.”

처녀는 고민이 되었습니다. 소원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돈도 가지고 싶고, 남자도 사귀고 싶고, 결혼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한꺼번에 말해버리자!”

그래서 램프의 요정에게 말했습니다.

“돈, 남자, 결혼!”

그러자 요정이 소원을 들어줘서 ‘정신이 돈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돈은 바닷물과 같아서 그것을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말라진다”(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성경에서 ‘돈’과 관련된 언급은 약 1,800군데에 이른다고 합니다. 돈은 우리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꼭 필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돈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면 돈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어버리거나 타락의 길을 걸어가기 쉽습니다. 그래서 성경에는 돈에 대한 탐욕을 경계하고 돈을 올바르게 쓰기를 권하는 수많은 내용이 있습니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돈이 많을수록 더 행복해질까요?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마틴 셀리그만의 연구에 따르면 가난이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극빈 국가에서는 돈이 행복을 예측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이 탄탄한 국가에서는 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하다고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8,000달러를 넘어가기 전까지는 돈이 많아질수록 행복도 덩달아 증가하지만, 8,000달러를 넘게 되면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가 사라진다고 합니다(참고로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총생산이 약 2만 달러에 이릅니다).

돈 문제는 돈으로 못 푼다

경제적인 문제로 부부갈등이 생겨나는 경우는 크게 다음의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가정생활을 유지시킬 생활비 자체가 부족한 경우이고, 또 하나는 서로의 돈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갈등이 생겨나는 이유는 돈에 대한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내일을 위해 쓸 것인지, 오늘을 위해 쓸 것인지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나타납니다. 서로가 살아온 가정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돈에 대한 인식에 차이가 나타나고 이 때문에 갈등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부부들의 경우에 그 차이를 인식은 하지만 인정을 하기 힘들어합니다. 심지어는 그 차이를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제적인 문제로 말미암은 부부갈등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접근해 나가야 할까요? 실제로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이혼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심리학자들이 가정경제와 부부간 행복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수많은 연구를 진행한 결과로 나온 보편적인 결론은 ‘돈 문제는 돈으로 못 푼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경제적인 문제로 갈등이 생긴 부부에게 돈을 아무리 가져다 줘도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 돈을 사용하는 방법 때문에 갈등을 겪어온 부부가 갑자기 부모님으로부터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게 되면 갈등이 사라지게 될까요? 일시적으로는 갈등이 사라질지 몰라도 근본적인 치유는 불가능합니다. 경제적인 문제로 일어나는 갈등은 돈으로 푸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나가야 합니다.

지난 1997년에 IMF가 터졌을 때 많은 부부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이혼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로만 이혼했다기보다는, 경제적인 것들만 바라보며 정작 가족관계는 소홀하며 살아오다가 IMF를 통해 이러한 정서적인 문제가 터져 나온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우리 부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만일 당신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1시간밖에 없고 단 한 번의 전화 통화만 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 전화를 하며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리고 어째서 망설이고 있는가?”(리처드 칼슨의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중에서)

만일 여러분에게 실제로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여러분은 누구에게 전화를 하며 무슨 말을 하시겠습니까? 어느 기업체에서 4,50대 직장 남성들을 대상으로 “만일 1분 뒤에 세상이 끝나고 사랑하는 사람과 마지막 전화 통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떤 말을 하시겠습니까?”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조사 결과 1위는 ‘사랑해!’가 아닌 ‘미안해!’였다고 합니다. 그동안 당신에게 너무 소홀해서 미안하고, 집안일 많이 못 도와줘서 미안하고,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자주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하겠다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세상에는 목적가치와 수단가치가 있습니다. 목적가치란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는 가치들을 말합니다. 사랑, 평화, 정의, 행복 등입니다. 반면 수단가치는 목적을 이루려는 방법적인 가치를 말합니다. 돈, 명예, 지위, 권력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에게 찾아오는 커다란 불행들은 대부분 수단가치를 마치 목적가치로 착각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곧, 수단가치에 불과한 돈, 명예, 지위, 권력 등이 마치 우리 삶의 목적인 듯이 살아갈 때 우리는 존재의 무가치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돈을 벌어서 좋은 곳에 사용함으로써 행복을 느끼는 것은 훌륭한 목적가치가 됩니다.  하지만 돈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는 것은 우리의 삶을 척박하게 만듭니다.

우리들 삶에서 얼마나 빠르게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입니다. 나 자신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우리 부부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우리 가족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해야 하겠습니다.

돈은 그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돈을 사랑하고, 돈을 삶의 목적으로 여기는 마음이 위험한 것입니다. 알렉산더 대왕은 자신의 임종이 다가옴을 알고 자신의 장례방법에 대하여 측근들에게 다음과 같은 유언을 하였다고 합니다.

“내가 죽거든 묻을 때 손을 밖에 내놓아 보이도록 하여라. 세상 사람들에게 천하를 쥐었던 이 알렉산더도 떠날 때는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야 하는 것이 우리들 인생입니다. 돈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잠시 맡겨두신 것입니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주관하시듯이 돈도 하느님께서 주관하십니다. 돈이 삶의 목적이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성찰하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또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우리의 이웃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눈에 보이는 재산보다 가슴에 오래도록 남을 수 있는 아름다운 재산을 쌓아갈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입니다. 우리는 네 잎 클로버를 따려고 수많은 세 잎 클로버를 헤집어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흔한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이 바로 ‘행복’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주위에 널려있는 수많은 행복은 외면한 채, 행운만을 찾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느님께서는 지상 최고의 대박과 행운을 여러분의 가정에 숨겨두셨습니다. 지난 2010년에 입적하신 법정 스님의 말씀으로 갈무리를 하겠습니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 하는 것이다.”

경제 문제로 말미암은 부부갈등 위험도 점검표

나는 배우자의 이러한 점이 못마땅하다

① 무능함과 게으름.

② 분수를 모르고 사치하는 행동.

③ 가족에게는 인색하고 남한테는 인심을 잘 씀.

④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의 줏대 없는 구매.

⑤ 몰래 자기 부모형제를 도와주는 행동.

⑥ 골프, 명품 모으기 등 돈 많이 들어가는 취미에 몰두.

⑦ 도박, 경마 등에 빠지는 행동.

⑧ 대책 없이 남의 빚보증을 서주는 행동.

⑨ 몰래 카드 빚 지는 행위.

⑩ 몰래 부수입을 챙김.

⑪ 상의 없이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

점수 해석법

0~3개

경제 문제 때문에 갈등의 소지가 적다.

4~7개

경제 문제 때문에 부부관계에 위협을 느낄 수도 있다.

8~11개

경제 문제 때문에 부부관계에 상당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

- 자료원 : 최성애의 “부부 사이에도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참조.

* 권혁주 라자로 -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부, 가족관계 프로그램 개발 연구원. 그동안 서울대교구 혼인강좌, 부부여정, 아버지여정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경향잡지, 2011년 6월호, 권혁주 라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