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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와 이슬람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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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1-24 ㅣ No.204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알아보기

두 종교, 대화 통해 공존의 길 찾아야


지구상에서 가장 탄압받는 종교가 그리스도교라는 진단은 과장이 아니다.

지난 9월 30일에도 케냐 북동부 가리사타운에서 이슬람 무장조직으로 추정되는 무장괴한들이 성당과 개신교회에 수류탄을 던져 최소 17명이 숨졌다. 지난 2년 동안 이라크와 이집트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로 사망한 그리스도인은 100명이 넘는다. 강도가 덜할 뿐이지 아시아 그리스도인들도 배척과 테러에 시달리고 있다.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 세르지오 탄자렐라 교수는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그리스도인들은 20세기에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득세하거나 공산주의 체제가 남아 있는 일부 국가처럼 신앙을 박해하는 나라들뿐 아니라 남미처럼 수세기에 걸친 신앙 전통을 자랑하는 나라들에서까지 계속 죽임을 당했다"고 말했다.

'공산주의'라는 박해자만 사라졌을 뿐 21세기 상황은 변한 게 없다. 특히 미국 9ㆍ11 테러 이후 서방세계에 확산된 반이슬람 정서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물리적 힘으로 그에 맞서는 상황은 우려할만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10월 28일 끝난 제13차 세계주교시노드에서 대의원 주교들은 이슬람 근본주의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한 후 "인내하는 태도로 그들과 우정 어린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를 메시지를 내놨다.

쉽지 않은 일이라 하더라도, 두 종교는 새뮤얼 헌팅턴이 예견한 '문명의 충돌'을 피하려면 대화를 통해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 전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 프랜시스 아린제 추기경은 "대화는 차이를 전제로 한다"며 "종교 간 대화는 상대 종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협력 가능성을 찾기를 기대하면서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 두 종교의 '같음'과 '차이'는 무엇인가.

- 지난해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민주화 시위에서 코란을 든 이슬람 신자와 십자가를 든 콥트정교회 신자가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은 갈등의 역사를 청산하고,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드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CNS 자료사진]


같은 하느님 믿는 유일신교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유다교는 같은 하느님을 믿는다. 이슬람은 하느님을 '알라', 유다교는 '야훼'라고 달리 부를 뿐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계시된 것과 너희(그리스도교와 유다교)에게 계시된 것을 믿는다. 우리의 하느님과 너희의 하느님은 한 분이시며, 우리는 그분께 복종하는 자들이다"(코란 29,46).

아브라함을 위대한 믿음의 조상으로 여기는 것도 같다. 이슬람은 어떤 면에서 그리스도교보다 아브라함의 신앙을 더 중시한다. 또 예수 그리스도를 위대한 예언자 또는 신의 사자(使者)로 존경한다. 코란에 계시된 예수 탄생은 복음서 내용과 차이가 없다. "마리아여! 하느님께서는 너를 선택하여 너를 정결케 하셨고 너를 세상의 여인들 위에 선택하셨도다"(코란 3,42). 마리아 이름이 코란에 34번이나 언급될 정도로 마리아에 대한 존경심도 깊다.


삼위일체 교리 인정 안 해

두 종교의 근본적 차이는 예수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다. 그리스교에서 예수는 신성(神性)을 갖춘 하느님 아들 구세주이다. 그러나 이슬람은 아담, 노아, 아브라함, 모세를 잇는 예언자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리스도교 신관의 중심인 예수를 성자(聖子)로 받아들이지 않기에 삼위일체 교리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슬람은 "하느님께서 아들을 취하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코란 19,35)이라며 그리스도교를 향해 "재앙이 내리고, 땅이 갈라지고 산이 조각날 것"이라고 비난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하느님 계시는 마호메트(571~632)에게서 완성됐다고 주장한다. 하느님 진리가 여러 세기를 거치면서 왜곡됐는데, 마지막 예언자 마호메트가 이슬람을 일으켜 다시 아브라함 때와 같이 그 원형을 순수하게 복원한다고 말한다.
 
두 종교 갈등의 씨앗은 아브라함 시대에 배태됐다고 봐야 한다. 아브라함은 나이 100살이 가까워져 오도록 아내 사라이 사이에서 자식이 없었다. 그래서 사라이 권유로 이집트 출신의 몸종 하가르와 동침해 아들 이스마엘을 얻었다. 몇 년 뒤 사라이도 이사악이라는 아들을 낳았다. 그러자 사라이는 유산 욕심에 아브라함을 부추겨 하가르와 이스마엘을 광야로 내쫓았다. 그 후 이사악은 이스라엘 조상(유다교, 그리스도교)이 되었고, 이스마엘은 아랍 조상(이슬람)이 됐다. 유다교ㆍ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은 '이복(異腹)형제'인 셈이다(창세 16~21장 참조).
 
이슬람은 먼저 태어난 이스마엘의 장자권을 주장한다. 아브라함이 번제물로 바치려한 아들은 이사악이 아니라 이스마엘이고, "네 후손이 하늘의 별처럼 번성하게 해주겠다"는 하느님 축복도 자신들에게 내려진 거라는 주장이다.

놀랍게도 두 후손이 불화를 겪게 될 것이라는 예언이 창세기에 기록돼 있다. "그(이스마엘)는 들나귀 같은 사람이 되리라. 그는 모든 이를 치려고 손을 들고, 모든 이는 그를 치려고 손을 들리라"(창세 16,12).

두 민족의 갈등 역사는 4000년이나 됐다. 뿌리가 그토록 깊다.
 
[평화신문, 2012년 11월 25일,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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