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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수도 영성: 착한 목자 수녀회 - 한 사람은 온 세상보다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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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9-22 ㅣ No.206

[수도 영성] 착한 목자 수녀회 - 한 사람은 온 세상보다 소중하다

 

 

한없이 자비하신 아버지께서는,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억눌린 이들을 해방시키고, 통회하는 마음을 치유하고, 길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시고자 당신 아들을 보내셨다(루카 4,18). 그분은 길 잃은 이들을 찾아 데려오며, 상처 입은 이들을 돌보며, 약한 이들에게 힘을 주신다(에제 34,16 참조). 그분은 온갖 불충을 이겨내는 사랑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신다(회헌 4).

 

착한 목자 수녀회의 영성은 예수 그리스도의 인성에 중심을 두고, 각 사람에 대한 착한 목자 예수님의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을 강조한다.

 

 

인간의 나약함을 짊어지신 예수님을 따르다

 

1651년 요한 에우데스(1601-1680년) 성인이 설립한 ‘애덕 성모 수녀회’에 뿌리를 둔 착한 목자 수녀회는, 1835년 마리 유프라시아(1796-1868년, 프랑스) 성녀에 의해 국제 수녀회로 출발하였고, 이들 창립자들의 영성을 유산으로 간직한다.

 

교회에서 ‘예수성심과 성모성심 전례의 아버지요, 박사이며 사도’라는 아름다운 칭호로 불리는 요한 에우데스 성인은 17세기 프랑스 영성학파의 일원이었다. “육화하신 예수님의 삶에 드러난 하느님 마음의 사랑에 매료된 그가 체험한 아버지의 연민과 자애는, 이 선물을 다른 이들과 나누도록 그를 재촉했다. 그는 “사람이 되시어 인간의 나약함을 몸소 짊어지신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죄에 물든 사람들이 아버지와 화해할 수 있는 길로서 예수성심과 예수성심에 일치되어 있는 성모성심을 관상하고 그 마음에 자신의 마음을 일치시킬 것”을 힘 있고 단순한 어조로 설파하였다.

 

 

착한 목자 예수성심의 연민의 사도

 

성인의 영성을, 위기에 처한 소녀들과 여성들을 위한 사도직 체험을 통해 꽃피워낸 마리 유프라시아 성녀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하느님의 가없는 자비로운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이미지로,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의 이미지’를 제시하였다. 수녀들에게 “착한 목자 예수님의 생각과 애정을 지니고 예수님의 살아있는 모상이 될 때까지… 아흔아홉 마리의 무리를 떠나 한 마리 잃은 양을 찾아서 자애로 보살피고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말라.”고 충고하였다.

 

또한 다른 이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도구가 되려는 사도적 활동 중에도 기도와 관상의 삶을 살도록 초대받은 우리는, 날마다 겸손과 기쁨, 감사 안에서 부활에 대한 희망으로 십자가를 껴안으며, 성체성사의 거행 안에서, 예수님의 희생 안에서 우리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착한 목자 예수성심의 연민의 사도가 된다. 요한 에우데스 성인과 마리 유프라시아 성녀의 영적 유산의 계승자인 수녀들은 죄와 인간적 나약함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 특히 아이들과 소녀들, 여성들을 섬기며, 그들이 자기 자신과 이웃, 나아가서 하느님과 화해하도록 돕는 사명을 실천한다.

 

“사랑받지 못한 아이들, 학대받는 아이들, 분열된 가정의 아이들은 방치되고, 버려지거나 집을 뛰쳐나와 거리에서 헤매게 되고 잘못된 길로 접어들거나 범죄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벗어나려고 그들도 안간힘을 써보지만 누군가의 도움 없이 진흙탕에서 한 발자국을 떼기란 쉽지 않지요. 자신의 나약함이라는 한계 안에서 악과 싸우는 동안 구원의 손길을 간절히 바라지만 보통 그들에게 되돌아오는 건 도덕적 판단과 비난의 눈초리와 무관심한 표정일 뿐이지요. 이들은 점차 사회에 분노하면서 절망에 사로잡혀 죄에 물들게 됩니다.”

 

 

먼저 그들을 사랑하십시오

 

프랑스 혁명이 휩쓸고 지나간 불안정한 시대상황에 대한 성녀의 이 같은 통찰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동서양의 현실에 그대로 적용된다. 유혹에 빠졌거나 범죄에 노출된 소녀들과 여성들을 돌보는 일은 당시나 지금이나 흔히 이해와 협조보다는 사회적 의구심의 대상이 되기 쉽다.

 

그럼에도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자애로운 사랑의 증거자요 연민의 전달자로 부르심 받은 착한 목자 수녀들은 은총의 놀라운 힘을 믿는다. 사람들을 만나고 보살필 때도 착한 목자의 마음의 방식으로 대하도록 노력한다. 우리가 만나고 보살피는 사람들을 ‘잘못된 사람들’이 아니라 ‘깊은 고통을 당하는 불우한 사람’으로 본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이들의 죄나 결점을 언급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며, 중요한 것은 그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가장 큰 고통은 아무도 그들을 사랑하여 받아들여주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이들을 사랑하는 것이지 그들의 그릇됨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성녀는 말한다. “병들어 있을수록 그들은 우리의 관심을 요구할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먼저 그들을 사랑하십시오.”

 

하루는 “인간적으로 보아 사랑스러운 점이 하나도 없는 사람을 어떻게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을 때 성녀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우리가 돌보는 아이들과 여성들이 이 세상의 진흙을 다 뒤집어쓴 것처럼 보인다 해도 아무 말 하지 말고 베로니카처럼 그저 수건으로 닦아주세요. 아마도 여러분은 그들을 정화시키려고 그들의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그리스도의 피를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대상자들을 돌보는 것은 때로 인내와 끝없는 자애심을 요구한다. “이들이 좋지 않은 습관에 너무 빨리 굴복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불우한 이들은 나름으로는 자제한 것입니다. 그러니 참고 기다리십시오. 그들이 변하지 않는다고 낙심하지 마십시오. 언제나 다시 시작하십시오.” 그리고 그들의 나약함을 염두에 두고 항상 따뜻하고 예의 있게 대하라고 권고했다. “회개로 인도하려면 한 잔의 우유가 고통을 주는 것보다 효과적입니다. 누구에게 죄를 지었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우리가 은총에 성실하지 못한 죄를 지은 것입니다.”

 

 

참고 기다리십시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그들은 자신의 존엄성을 깨닫게 되고 인생의 참의미를 체득해간다. 그러나 난관은 있다. 아무리 새롭게 살아보고자 해도 샘이 깊지 않은 우물처럼 그들의 선의는 종종 말라버리고, 당장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변화는 처음에는 더디 오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는 성실한 열매를 맺어 마음에서 하느님의 자애로우신 사랑을 깨닫고 그것들을 자신의 생활에 나타내게 된다.

 

무엇보다도 하느님과 인간을 신뢰하는 낙천주의자로서 세상의 어두움을 뚫고 인간성 회복의 희망을 정신적 유산으로 전해 받은 착한 목자 활동 · 관상 수녀들은, 고통 받는 소녀들과 여성들을 도와 참된 행복으로 인도한다. 또한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고유한 가치와 존엄성을 회복시키고자 사도직과 정의 평화의 네트워크 안에서 아버지의 자애로운 사랑을 증언하고자 한다.

 

* 정숙인 크리스틴 - 착한 목자 수녀회 수녀.

 

[경향잡지, 2009년 9월호, 글 정숙인 · 사진 착한 목자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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